연식 변경에 車값은 수백만원씩 올라… 하반기도 ‘카플레이션’
완성차 업계, 몇가지 기능추가 명분
테슬라 주도 가격인상 전방위 확산
판매량 줄었는데 영업이익은 늘어
현대자동차의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는 지난달 연식 변경을 하며 롱레인지 모델 가격을 430만 원 올렸다. 인상률은 직전 모델 4980만 원의 8.6%. 바뀐 것은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가 29km 늘고, 배터리 충전 효율성을 높인 기능이 탑재된 정도다.
2023 투싼도 프리미엄(1.6T) 트림의 가격이 기존보다 8.7%(231만 원) 높아졌다. 내비게이션 크기가 8인치에서 10.25인치로 커지고, 강수량에 따라 와이퍼 속도를 자동 조절하는 기능 등이 장착된 게 바뀐 부분이다. 최근 몇 년간 완성차 업계에선 이렇게 몇 가지 품목 변화만으로도 가격이 수백만 원씩 큰 폭으로 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른바 ‘카플레이션’(자동차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카플레이션이 올해 하반기(7∼12월)에도 계속되는 분위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5개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은 현대차그룹과 5월 2023년형 QM6를 내놓은 르노코리아는 차종별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가격을 인상했다. 반도체와 철광석 등 부품 및 원자재 비용이 급등한 것과 더불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비롯한 기능이 추가된 것을 이유로 꼽았다.
한국지엠은 인기 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의 2가지 하위 트림을 없애면서 결과적으로 해당 차종의 평균 판매가를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팬덤이 강한 테슬라가 주도하던 가격 인상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며 “반도체 리드타임(발주에서 공급까지 걸리는 시간)이 4월에 27주로 오른 뒤 6월까지 3개월 연속 같은 수준이라 이런 흐름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를 휩쓸고 있는 ‘고급화·전동화 바람’도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이다. 2015년 11월 고급차 브랜드로 출범한 제네시스가 현대차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판매 비중(국내·승용차)은 지난해 처음으로 10%대(13.4%)에 진입했다. 올해에도 7월까지 누계 기준 같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순수 전기차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지난달 20만 대를 돌파했다. 전기차는 원가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고가의 배터리 가격 등으로 통상 4000만 원대 중후반 가격대로 판매된다.
업계는 부품 부족으로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익성 높은 차량 위주로 판매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적었던 2분기(4∼6월)에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고인 영업이익 2조9798억 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부담감이 커지면서 불만도 나온다. 7월 자동차 품목(6개)의 소비자물가지수 평균은 최근 5년간 중 최고치(103.8017)를 나타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원자재 가격 인상 수준 이상으로 자동차 가격 인상이 연식 변경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트림별 사양(선택 품목)을 소비자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 가격 인상에 대응할 방법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