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도서관에 졸저[拙著]를 기증하며...
지금으로부터 약 22여 년 전 광나루 장신대를 다닐 때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했었습니다. 당시 시간나는 대로 학교 도서관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료들 가운데에는 제가 학교 공부를 꽤나(?) 하는 줄 알았나 봅니다.
졸업할 무렵, 가깝게 지내던 동기 한분이 학교 알바로 우연히 동기들의 성적을 열람하다가 제 성적을 보면서 무척이나 실망했었나 봅니다.
“이형! 도대체 뭔 공부한 겨?”라고 묻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그 당시 인문학적 기초 소양이 절대 부족했던 저였기에 장편소설 읽는 재미에 푹 빠졌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당시 탐닉했던 책들의 내용들은 대부분 아련하게 뇌리에 있겠지만, 분명한 점은 장편소설들을 통하여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과 넓이와 세상살이의 요령등 얻은 점이 무척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교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며 당시에 막연하게 가졌던 생각 하나는, 이후에 하나님께서 기회를 주신다면 책 한권 정도는 남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습니다.
담임 목회자로 살아오면서 그동안 쓴 글들을 어느 순간부터 몇몇 분의 지인께서 책으로 출판해도 되지 않겠냐는 덕담을 건네 주셨습니다.
때 마침 양구에서 살아가는지도 10년이 되기도 하여,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측면과 그동안 부족한 사람을 통하여 일하신 하나님의 크심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염치불구하고 지인분들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어찌보면 뻔뻔하기 짝이 없는 시골 목사의 요청임에도 물질적 협력을 해주신 오지라퍼 분들 덕분으로“시골 목사의 오지랖 사역이야기”가 지난 7월에 출간되었습니다.
종이책이 인기가 없음을 잘 알면서도 강원도 내륙인 양구라는 전방 지역에서 목회자로 살아가고 있는 시골 목사의 오지랖을 통하여 일하시는 하나님의 신비로움을 기록물로 남겨두는 것에 의미를 두고 일을 벌렸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오지랖 사역을 위해 성심껏 협력해 주신 분들의 주소를 찾아서 감사의 의미로 택배로 보내 드리며, 가장 위로와 격려가 되었던 어느 권사님의 사연은 저의 졸저를 통해 한 명에게라도 힘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또한 책을 보신 어느 언론사 기자분의 제안을 받으면서도 시골교회와 목사의 사역이 교회를 향한 부정적 시각을 쬐끔이라도 희석시키는 역할에 쓰임받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그렇게 살아오다가 10월이 되면서 졸업한 신학교 도서관에 책을 기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학교 도서관측으로 연락을 했더니, 일단 책을 보내주길 요청했습니다.
10월초에 택배로 보낸 책이 도서관에 소장된 것으로 확인이 되지 않아서 반쯤 포기하고 있던 11월의 어느 날, 무심코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했더니 실천신학 파트로 책장에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강산이 두 번 바뀐 시간 만에 막연하게 품었던 희망 사항 가운데 하나가 이루어졌기에 개인적으로 보람과 긍지를 느꼈습니다.
물론 오지랖 사역은 보편적일 수 없는 목회 사역이라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신학교 재학 시절부터 꾸준하게 갈릴리 마을 가족으로 활동해 온 모습을 어여쁘게 보아주시는 많은 분들의 협력과 섬김이 바탕이 된 것이 오지랖 사역이라 자평합니다.
동시에 지역을 섬기는 교회와 목회자여야 한다는 저의 소신을 온 몸으로 부딪치며 느끼는 점은, 섬김과 영혼 구원 문제는 별개이다 는 생각입니다.
한 영혼이 주께로 돌아오는 일은 천하보다 귀한 일임은 분명합니다.
낙심하고 지쳤던 심령이건, 아니면 아예 예수 그리스도를 몰랐던 심령이건, 한 사람이 교회에 나오고 결신하는 일에 접촉점은 신실한 신자의 섬김이 기초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심령을 주관하고 그 속에 하나님의 영인 성령의 역사하심과 나타나심이 임하는 것에는 성령 하나님의 영역입니다.
담임 목회자로 살아가면서 철저하게 고백하는 점은 바로 목회자에게는 이 두 영역을 구분하고, 그러기에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현명함이 요구된다는 점입니다.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점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그날까지,
“주의 얼굴 뵈올 주의 날까지 나는 신실하게 이 길을 걸어가리”라는 “나 달려갈 길 끝날 때까지”라는 찬양 가사의 고백처럼 살아낼 수 있기를 기도하며 몸부림치렵니다.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첫댓글 책 출판만으로도 축하할 일인데
모교 신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일,
곱으로 축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