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적으로 무도빠이기도 하고, 복싱편도 재미있게 잘봤는데 하나 맘에 걸리는게 있다.
"서로 당면한 인생과 집념을 겨루는 승부. 멋진 말이다. 그리고 제작진은 화면에 잠깐 잡힌 챔피언벨트와 다음 방어전에 대한 공지로 그 승부의 행방에 대한 확답을 은근하게 피해갔다. 물론 두 선수가 권투라는 링 위의 방식으로 내놓은 각자의 당면한 인생과 집념 모두의 대한 경의의 표현일 것이고 멋진 승부에 대한 찬사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전설적인 선수들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한편으론, 자신의 집념을 인정하는 것과 결국 패배라는 현실, 또 아름다운 승부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도 해본다. 삶의 이유를 얻으려는 의지와 지키려는 의지, 어느것도 비방할수 없다. 그러나 지키는 자가 있으면 얻지 못하는 자가 있고 얻는 자가 있으면 뺏기는 자가 있는 것이 승부의 결과다. 스포츠가 아닌 현실은 내 의지와 남의 박수로 결과를 보상해주지 않는다.
클라이막스 부분의 '모두가 승자인 승부' 라는 자막. 이것은 자신의 인생과 집념을 걸고, 후회없이 아름다운 승부를 했어도 모두가 승자일수 없는 냉정한 승부의 현실을 마주한 힘없는 탄식은 아닐까. 위너와 루저를 나누는 세상에게, 모두가 승자인 따뜻한 승부를 바라는 조용한 외침은 아니었을까.
그래서인지 나는 그 두선수가 주먹을 주고 받는 순간보다, 어머니의 기도와 아버지의 영정사진보다, 휑한 허리의 츠바사 선수 앞에서 보인 정형돈의 눈물이 더욱 깊이 와닿는다. 그 눈물은 링위의 두 선수를 위한 것이 아닌, 세상 모든 이의 인생과 집념을 위한 눈물이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게 건방진 것일수도 있겠지만, 인생을 건 가장 처절한 승부가 있는곳이 대학이고 또 이십대의 삶이 아닌가 싶기도 해. 내가 후회없이 모든것을 걸었다 해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없다면 후회하지 않을수 있을까. 복싱편을 보면서 스스로 괜히 안쓰러웠던 것도 역시 챔피언 벨트가 없는 츠바사의 허리를 볼때였는데...
얼마전 토게에도 한번 인용했던 것 같은데,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필연적으로 타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체제의 폭력적인 메커니즘' 이라는 김종철의 말이 생각난다. 물론 김종철의 말 대부분이 공상적으로 읽히는 건 사실이지만 또 한편으론 저런 세상이 온다면 참 행복하겠다 라는 생각도 하게 되지 않아?
경쟁과 그 결과가 냉정하다는 건 인정할수 밖에 없는 현실일까? 다분히 추상적인 말이겠지만
그냥 훌들의 의견이 듣고 싶다.
첫댓글 어쩔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들이 이룩한,인간들의 규칙이 지배하는 사회이든, 동 식물을 포함한 자연세계이든 대다수의 자원은 모든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자원이지만, 모든 구성원을 만족시켜줄 만큼 충분치가 않으니 경쟁이 필연적으로 일어나고, 승패가 갈리지. 승자는 경쟁의 보상물+심리적 만족감도 얻는반면 패배자는 경쟁의 목표물을 얻지도 못했고 심리적으로도 패배의식을 가져야 되는데 여기서 모든 비극이 생기는듯
ㅇㅇ...한편으론 모두가 생존에 필요한 자원만큼을 원한다면 모두가 어느정도는 만족하며 살수는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잠깐 해봄.. 또 그런 이들을 패배자, 혹은 낙오자로 인식하는 사회의 통념도 안타깝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을때 오는 만족감?성취감? 플레이하면서 느끼겠지 아 내가 이정도로 늘었구나 거기서 사실 자신은 승부에 욕심이 없어지지 그게 자본주의가 노리는 경쟁의 합리성 아닐까?
'자본주의가 노리는'이라. 음..ㅇㅇ
표현이 어색함?자본주의라 하면 부유층을 떠올리고 부유층으로선 빈민층을 상대로 가장 나은 대안을 택하는게 기회를 많이주는거지 하지만 중요한거 말고 겉절이 조금씩 그래서 '노리는'이라고 했는데
ㄴㄴ 공감한다는 뜻임ㅋ
오... 새로운 시각이다. 승부의 욕심이 없어지지<<< 경쟁사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자들이 그렇지 못한자들을 좀 더 교묘하게 다루려면 니가 말했듯 '승부의 욕심이 없어지고 경쟁의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데서 느끼는 보람'을 높이 사는 이들을 낙오자로 낙인 찍지 말아야하는데, 그렇지도 않으니까 스트레스는 더 가중 되고...
낙인은 인간의 본능이니 뭐 이성껏 대처해야지
나도 그대 훌에게 깊이 공감하고 있어. 근데 경쟁없는 세상을 꿈꾸면서도 결국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안간힘쓰고 있는 내 자신을 보고있으면 그저 씁씁하게 웃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