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밤, 난 반추에 들어간다
풍성한 가을밭에서 무를 뽑아내듯
저 안, 소화 덜 된 추억뿌리를 끌어내어
우물우물 소처럼 되새김 하는 것이다
소여물을 줄 때가 있었다
먼 거리에서나 남남처럼 바라보던 소를
새댁이 되어 가까이서 마주했을 때
가끔 텔레비전서 꿈의 떡 맛처럼 보던
우랄 산맥 이라던가 바이칼 호라던가
소의 눈을 바라다볼 때 난 알았다
소도 나도 동시에 기억했다는 것을
소와 내가 함께 그곳을 떠올리는
거기서 함께 살아왔던 전생의 기억을
서로가 눈 마주칠 때 쩡, 했던 것이다
점잖아진 그 암소는, 아니 우 여사는
코뚜레와 연결된 짧은 밧줄로
외양간기둥 양쪽에 자유가 꿰인 채
움직임이 극히 제한되었음에도
제가 자는 바닥에 분변을 보지 않으려
외양간이 밧줄에 몸부림치도록
엉덩일 마당에 돌려 일을 크게 보곤 했다
늙은 감나무는 그때마다 구름을 끌어 내려
얼굴을 가리고 딴 델 보기 시작하고
햇덩이가 뭉텅뭉텅 떨어져 내리는
사랑채에 덧댄 함석차양을 피해
포도나무는 슬금슬금 감나무 밑으로
허리를 납작 숙이며 기어들기 시작하면
그 때, 집안의 어른께선 삽을 가져와
마당의 변을 외양간으로 날리시기를
고 첨지 윷 놀 듯, 하셨던 것이다
우 여사도 어른도 지치는 법 없이
무장무장 그 놀이를 전념하던 것이다
그래도 그 어른께선 소를 먹이신다고
복숭아 밭에 이리저리 향기 굴리는 파과를
목 뼈를 어깨에 파묻으며 이고 와서는
여물통 안에 씻을새 없이 넣어주셨다
그러면 그 소는, 아니 우 여사는
조개가 돌멩이를 진주로 품어 내듯이
얼마나 입안에서 굴리고 굴렸던지
아침에 일어난 외양간의 여물통 안에서
티끌이라곤 볼래야 볼 수 없는
진주처럼 반짝반짝 코팅되어진
복숭아 씨앗들이 빛을 내던 것이다
난 그것들이 사리처럼 보였는데
경건함에 앞 서 울컥거림이 먼저였는데
반추에 흠뻑 젖은 씨앗들을 눈 앞에 두고
행복의 열매를 맺기까지의
내 시시각각 예측 불가능한 정서를
우여사는 안다 안다 나를 얼러주었고
나는 신선한 풀을 베어다 보답을 했던 것인데
그런 걸주면 마른 짚은 먹잖는다 하시던
어른은 멀리 편한 곳을 떠나 가시고
나도 우랄산맥 같은 우라진 길을 돌아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오프로 전환된
인맥의 실체를 확인하며 감격하는
사회자의 재담이 샹들리에를 밝히는
연말 모임에서 소고기를 먹으며
차지고 감칠맛 나는 언어의 숲과
대륙 초원 같은 춤과 노래들을 건너가며
천지 시방 흩어져 이사람 저사람 에게
뼈는 뼈대로 살은 살대로
삶겨지고 구워지는 소의 한 부분인
스테이크 한 조각을 입 안에 굴리며
춤과 노래가 원형 테이블을 우우 휘감아 도는
우랄산맥과 바이칼을 오가는 인맥 속에서
우 여사를 한 없이 되새기고 있던 것이다
첫댓글 소의 한평생이네요.ㅜ
사람을 위해서 태어나고 죽고......
짠~~~~함
소는 그래서 조상이라고 하는 분도 계시더라구요~^^
@균희 그럴수도.
그래서~소가 죽음을 당할 때~
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거라~~
기도 한다지요
@리디아 소 눈을 가까이에서 보는데
정말 느낌이 쎄했습니다
전생에 함께 했던 기억이 나더라니까요~^^
@균희 사실~나는 소를 직접 가까이에서 본 적 없네요..
그래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소의 눈은 슬퍼 보이더라는.....
@리디아 네, 너무 슬픈 건
아름다워 보이더라구요~^^
소는 참 영물이기도 하죠.
소의 그 큰 눈을보자면 온갖 감정이
다 내보이죠.
근데 시골 사셨어요?
소 우리안의 풍경이 비디오처럼
스쳐갑니다.
시골 풍경의 한자락일진데
예전 김유정의 소설을 보는듯도 합니다
네, 시골에서 약 2년 살았습니다
애들이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이었죠
2년을 다 못채우고 다시 도시로 나왔습니다 ~
저도 지금은 사라진 그 집터가
처음엔 무슨 서원처럼 느껴졌던 그 집이 소설속의 한 페이지로 기억됩니다~^^
찐한 감동이 몰려오는
소설 한꼭지내요
어쩜 이리도...
순수한 눈빛아래 이런
깊이가~
국화 선배님의 글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인 걸요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어 주셔서요~^^
@균희 여태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았어요
부끄러워서 이젠 한줄도 못쓰겠어요 ㅎ
@나국화1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요.
너무 겸손하시면 안됩니다
누가 그런 걸 오만이라고 부르더라구요~^^
제가 소띠인데요ㅎ
표현력이 정말 짱이십니다
혹시 작가님이신가요
저 어릴적 별명이 소눈
눈이 크다고 일꾼들이 붙여준
별명이네요 ㅎ
지금은 얼굴살에 파묻혀 작은
눈이 되어버렸지만ㅜㅜ
소에 관련된 글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네요 우사랑~~ ㅎ
감사합니다 ~~♡♡
차한잔님은 소띠시군요 ㅎ
전 돼지띠입니다 ~
전 코가 돼지처럼 납작하고 못생겼는데
차한잔님은 소눈 처럼 크고 예쁘시군요
작아졌다고 하시지만 여전히 예쁘실 겁니다
이렇게 귀한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맛저 하시고, 멋진 저녁 누리시길요~^^
균희님의 실체가?
저는 안경을 쓴 사람입니다.
모자부인이란 별명도 있습니다~^^
왠지 제가 소띠라서 읽었는데 표현력이 작가님이시네요....
한때 동물의 눈만을 사진으로 담기도 했었습니다.
모든 동물의 눈을 보면 어찌나 순수하고 맑은지.... 인간에겐 찾을 수 없는 그런 감동이었어요~~~
들꽃님, 여자분이신 줄 알았더니...
사진 속의 동물은 알파카인가요?
초식동물의 눈은 참 순하고
아름답지요.
육식동물인 고양이나 다른 동물들의 눈 도 아름답긴 하나
순하디 순한 아름다움은
초식동물이지요
들꽃님,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시간 되시기를요~^^
신성한 동물인 소와 교감을 나누셨네요.
우랄산맥과 바이칼호에서의 기억들이
되새김하듯 자꾸 떠오르는 모양입니다.ㅎ
네, 선배님~
소와 저는 친했습니다
둘이서 먼곳을 그리워하며
서로서로 바라봐 주며...
댓글 적는 순간에 다시 떠오르는... ㅎ
소고기 먹은지 오래 되었어요
눈 마주친건 잊어야지요 ^^
드시옵소서 소고기
예쁜 여인네랑 마주 앉아서
술잔도 마주치시구요~^^
@균희
그런 날이 올까요? ㅎ
@호 태 왜 안 오겠습니까?
올해가 가기전에 올 테지요~^^
@균희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요...
@호 태 기대치를 조금 낮추시면
절세미인에서 조금만... ㅎ
@균희
저는 항상 눈 깔고 다녀요
@호 태
삭제된 댓글 입니다.
우여사의 한 마디를
나나님이 알아 들으셨군요 ㅎ
고대로 틀리지않게 전해 주신
나나님, 참말로 이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