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0227 저녁 금당산

[범고개]

늦게야 알게 된 김흥호 선생의 책들을 사고 있는데 잘 읽어지지 않는다.

주역강해나 푸른 바위에 새긴 글(벽암록) 등은 모두 이화여대 硏經班의 강의를 적은 글이라

읽기 쉽다고 하는데 의외로 나아가지 못한다.

최소 3년을 그 분야의 책을 목표를 정해두고 읽어야 한다고 하는데

난 여전히 그런 목표의식없이 이것저것 뒤적이기만 한다.

논어 맹자도 그렇고 중용도 그렇고 주역도 그렇다.

불경이나 성서도 제대로 읽지 못한다.

신화에 관한 책들도 몇 권 사기만 한다.

연수휴가를 내고 쉬는 하루는 불량한 자세로의 책 몇 줄과 라디오,

그러고 견디지 못한 허리의 나태로 눕거나 텔리비전 보기로 보낸다.

광주극장 가 본지도 오래됐다.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문 라이트'도 못 보았고

6개 부분을 수상한 라라랜드도 못 보았다.

게으른 산행과 술, 후유증의 휴식---

4시가 넘어서 금당산으로 오른다.

옥녀봉 할머니는 장사를 거두고 있다.

가끔 나이 드신 어른들이 산길을 걷고 있다.

30여분 천천히 걸어 정상에 닿는다.

무등의 눈은 다 녹았다. 눈보라치는 무등을 설화 핀 무등은 이제 내년으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

삼흥정으로 내려가 중흥아파트 이정표를 보고 내려간다.

옹달샘에서 물을 마시고 바가지에 물을 담아 둔다.

아파트 앞 거리에는 시골에서 올라 온 봄채소들이 벌려있다.

생선을 쪼는 통나무 도마도 있고 튀깁집도 있다.

튀김을 몇 개 사먹고 싶은데 참는다.

풍암2동사무소에 들러 엄지 지문을 대고 인감증명서를 뗀다.

심청골짝나라학교에서 민간주도형공립대안학교를 인가받았다고

법인 일반회원을 해 달라해서다.

강채구는 나더러 퇴직 후에 중국고전을 틈내어 교육기부 하랜다.

유영모 선생의 '무용'이나 김흥호 선생의 통섭, 김용옥 선생의

박람강기한 기백을 나는 익히지 못한다.

인감증명을 떼고 다시 아파트 사이를 지나 현대아파트에서 뒷산길로 접어든다.

400여미터 오르니 황새정이다.

다시 정상에 서니 해는 먼지위 구름 사이로 다가가고 있다.

해 지는 것을 볼까 하다가 바보의 퇴근 시각이 가까워 내려온다.

옥녀봉 가는 작은 봉우리 앞에 이르자 나무 사이로 해가 져가고 있다.

봉우리에서는 소나무에 가려 저쪽 문평뒷산쪽으로 지는 해는 잘 보이지 않는다.

돌아오니 해느느 지고 6시 45이다. 아직 어둡지 않다.

퇴근하는 바보가 전화로 내려오라해 경원대구탕에 가서 소주 한병에 저녁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