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있는 곳은 전망이 좋다.
정면으로는 글라스 하우스, 밤에는 지붕 테두리의 푸른 조명이 빛나고
오른 쪽으로는 등대와
연대(적의 오침을 경계하고 봉화를 올리는 장소로 제주도에는 이십여개가 남아 있다)와
영화에 나 온 하얀벽의 붉은 지붕 All In House의 교회 첨탑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푸른 바다를 지나서 성산 일출봉이 조망되는 곳.
거실 소파에서 일출을 보다 뉴스를 틀어 보니까 온통 우울한 이야기뿐.
전세계 주가가 폭락, 빈번한 산악사고, 야권에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선출,
P회사 회장이 마스크를 쓰고 부축을 받아 검찰에 출두하고 있다.
나는 알고 있다. 저런 경우의 대부분은 동정을 받기 위한 쑈라는 것을!
내가 서울대병원 특실 주치의로 근무한 76년,
병보석으로 풀려 난 S씨가 있었는데 평소에는 우이동 그린 파크호텔의 스프가 ?있다며 기사를 시켜 갖다먹던 사람이
재판정 출석을 며칠 앞두고는 면도도 하지 않고 저녁과 아침을 굶고 허기진 체로 휠체어를 타고 출두한다.
내려다보니 옅은 안개 속에 놀이기구들도 쉬고 있다.
이른 아침 모처럼 곤하게 자는 처를 두고 살며시 집을 나간다.
엘리베이터 옆의 초록색 커튼이 우리가 묵었던 곳
용연의 분수에는 물이 ?아나지 않고
주변에 행운의 동전들이 던져져 있다.
용연을 지나 염소우리에는 염소가 없고
인기척에 놀라 염소가 재빨리 담을 넘어 집으로 들어간다.
아고라를 바라보며 힐리우스 별장군을 지나
삼석총을 만난다.
올라갈 때보면 멧돼지, 내려올 때보면 두꺼비 형상의 바위가 꼭대기에 있다.
누군들 삶의 상처가 없으랴!
등대를 배경으로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소위 셀카를 찍는다.
저런 게 왜 필요하지.
재작년 의사들과 이곳, 저 등대에서 바람맞으며 마신 커피 생각이 난다.
누구는 잘 지어진 건물이라 하고 누구는 일출봉의 조망을 망쳐 놓았다 하던데 글쎄?
포제단을 지나
지니어스 로사이를 지난다.
억새 숲의 시작이다.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며
갈대와 억새는 누가 구호를 “좌향 좌” 하면 그대로 따라 고개를 돌린다.
억새숲에서 다시 등대와 아고라를 본다.
작은 야외 무대
그 사이에 분수는 물이 ?구치고
돌아오는 길에 향긋한(?)냄새가 나서 따라가 보니 승마장이다.
코끼리열차가 아니고 해마열차 올씨다.
꼬마기차뒤로 유로 번지 점프가 보인다.
모험을 떠나는 신받드가 뱃머리에 앉아 있다.
오후에 내려다보니 마차 앞에서 재롱떠는 어른들을 보고 말은 자기 발을 핥으며 관심도 없는 듯 시큰둥하다.
그 사이에 불이 들어와 번쩍이는 놀이기구들.
가운데 차가 렌터한 차.
곳곳에 심어 둔 꽃들
시냇가에 심은 나무는 성경의 한구절이 아닌가?
지난번 이곳에 왔을 때 몇가지 기념품을 샀었다.
마안으로 들어오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소파 양옆에 곰들을 세워두었다.
다시 밖으로 나와 BBQ장을 한번 가본다.
분위기있는 곳에서 우리가 호주에서 생활할 때처럼 BBQ나 해볼까 하고.
빈손으로 와도 모든 걸 준비해 주니까 편리하게 해 두었다.
멀리 한라산 정상이 구름에 가리어 있다.
마지막으로 옥상 스카이 워크에서 다시 한번 더 주위의 경관을 살펴본다.
얼른 아침 먹으러 가야지.
첫댓글 경치가 아주 좋은 곳입니다. 그런데, 손님은 많지 않나보네요....
내가 처음 2009년 은혼여행으로 갔었고, 그해 11월 또, 그리고 이번에 갔을 때보니까 주변도 더 나아지고 손님들도 많아 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