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토니아 탈린 톰페아 언덕 전망대
톰페아 언덕 전망대에서 에스토니아 탈린 시가지를 바라다보았다. 에스토니아는 북쪽으로는 핀란드, 동쪽으로는 러시아, 남쪽으로는 라트비아 국경과 맞닿아 있다. 탈린은 발트해의 핀란드만 연안의 도시다. 시가지 끝에 발트해의 푸른 바다가 도시를 감싸고 있다. 몇 년 전 핀란드 여행에서 마주 바라보았던 그 바다이기에 더욱 감회가 새롭다. 핀란드 바다에 질주하던 고운 배 한척이 에스토니아에서 오는 배라고 할 때, 막연하던 에스토니아였는데 그 나라에 내가 지금 와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이 밀려온다. 저 아래로 바다와 맞닿은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예술로 그려내는 자연 풍광 속에 탈린 시가지는 비경이다. 짙푸른 숲에 둘러싸인 회색 성벽과 붉은 지붕의 성탑은 고풍스런 중세 유럽의 정취를 자아내며 탈린 시가지를 더욱 빛내고 있다. 탈린은 11세기에서 15세기에 가장 발전하였고 그때의 도시가 잘 보존되어 있다. 우뚝 솟은 구시가지의 첨탑들이 중세의 향기를 선사한다. 탈린의 구시가지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탈린의 지배세력들이 정치와 행정목적으로 사용하던 건물들이 남아 있는 고지대와 13세기경부터 발트해의 주요 무역 거점지로 자리 잡기 시작한 무역상들의 건물이 밀집해 있는 저지대다. 에스토니아는 국토 전체가 평지여서 고지대라고 해도 해발 45미터 정도다.
지금 톰페아 언덕 전망대에서 바라보고 있는 성벽은 다 보이진 않지만 푸른 숲 사이로 그 풍채를 들어내고 있다. 탈린이 가장 강성했던 15~16세기에는 그 성벽을 따라 총 길이 4.7km에 이르는 46개의 성탑이 있었지만 현재는 1.85km의 성벽과 26개의 성탑만 남아 있다. 전망대 곁에는 카페와 기념품 가게가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에스토니아는 발트3국 중에서 가장 작은 나라다. 낮은 지대의 나라로 습지와 야생동물 서식지가 많으며, 신비스런 이야기와 전설의 성터, 영주가 살았던 저택도 많다. 나는 꿈 속 어느 동화의 나라에 서 있는 느낌이다. 이런 것들이 유럽, 그 중에서도 동유럽에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역사의 체험 현장이다. 에스토니아의 아름다운 정경은 내 오랜 기억 속에 머물러, 쓸쓸한 노을이 뜨락을 적실 때에도 그리운 회상으로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