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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6월 22일 떠나 7월 4일 귀국하여 11박 13일의 일정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처음 다녀온 캐나다(밴프 국립공원이 있는 앨버타 주와 뱅쿠버가 있는 브리티시 컬롬비아 주에 국한된 것이지만)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깨끗함"입니다.
공기는 맑아 미세먼지라는 말을 모르는 나라이고 물은 맑아 생수를 따로 사먹을 필요가 없는 곳입니다. 이 모든 것이 로키라는 위대한 자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https://youtu.be/nQo6j9GHfEQ
위의 동영상은 밴프에서 첫째 날에 갔던 트랙킹 코스로서 출발 시에는 좀 흐리고 빗방울도 떨어져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스럽게 날이 좋아져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첫째 날 이러한 황홀지경을 맛보니 이것 하나만으로도 본전을 다 뽑은 기분이었습니다. 다음 날은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괜찮아... 속말로 지껄이면서...
우리가 산행을 마치고 밴프 시내에 있는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다시 내리는 빗줄기를 기분좋게 감상하였으니, 마치 하늘이 우리를 위하여 열었다 닫었다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상한 현상은 밴프지역에 일주일 가량 머무는 동안 계속되었다고 말한다면 믿기가 힘들겠지만 엄연한 사실이었습니다.
서울을 떠날 때 배낭과 가방에 챙긴 것은 거의다가 옷가지였습니다. 눈과 비를 막을 수있는 여러벌의 기능성 옷, 장갑, 방한모, 아이젠, 캠핑텐트용 내복 등등. 그러나 우리들을 위한 맞춤 날씨 덕분에 별로 사용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우리들 일행중에 주(?)님을 몹시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여러번 공공연하게 떠돌기도 했습니다. 사실 술 못하는 소생의 입장에서 보면 술고래들이 많았는데 산과 술은 뗄래야 뗄 수없는 그런 관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밴프 지역에서 7박 하면서 걸은 길이가 대충 70~80여 km, 그리고 뱅쿠버 지역에서 4박 하면서 30~40km 하여 총 100km 정도 걸은 것 같습니다. 하루 평균 10여 km 를 한 셈입니다.
위에 올린 유트브 동영상 1탄을 시작으로 하여
틈나는 대로 후속편을 만들어 올일 예정이니 감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래의 글은 제일 막내 기수로 참가한 36회 이중건 님의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그는 서울고 36회 전체수석 졸업자로 서울의대를 거쳐 지금은 개인병원을 운영하고있는 의사입니다. 이번 카나다 트랙킹팀의 기록을 담당하여 꼼꼼하고 세밀하게 쓴 글을 보고나니, 소생이 개인적으로 다시 쓰고싶은 마음이 나질않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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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 동문 캐나다 로키 여행기-
우선 이번 여행은 단장을 맡으신 27회 박병우 선배님의 오랜 준비 끝에 수차례 예비모임을 갖고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서두에 단장님께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이번 여행에는 매우 다양한 깃수의 선후배분들과 가족들이 참여하였으며, 명단은 아래와 같습니다(존칭 생략).
14회 장헌수, 20회 김준호, 22회 유인식, 23회 김진식, 23회 이백규, 24회 김형택, 25회 김형철 부부, 25회 정현복 부부, 27회 박병우(단장) 부부 및 여동생, 27회 고상엽, 27회 정병국, 29회 공창협(총무), 29회 김찬겸 부부, 29회 한영균 부부, 29회 명태명, 29회 이용훈, 31회 이웅렬(재무) 부부, 34회 이수철(부총무 및 사진) 부부, 34회 박만권 부부, 35회 김유호, 36회 안홍섭, 36회 이중건(기록)
D1 6월 22일 (토)
드디어 기다리던 출발일입니다. 어젯밤 설래는 마음으로 짐을 챙기고 상쾌한 아침공기를 맡으며 집을 떠나 인천공항 제1청사 M counter 앞에 오후 1시 삼삼오오 집결하였습니다. 현지에 폭설 소식이 있어 따뜻한 옷을 꼭 챙기라는 단장님의 당부가 있었고, 장기간 여행이다 보니 큰 캐리어 가방들이 눈에 띕니다. 아직 다소 서로 낯이 설어 서먹한대로 인사를 나누고 탑승수속을 시작, 김OO 선배님이 직전에 취소한 인원과 이름혼동으로 탑승자명단에서 누락된 해프닝이 있었으나 모두 무사히 에어카나다 밴쿠버행 비행기에 탑승하여 8시간 비행후 창밖으로 어럼풋한 설산을 바라보며 현지시간 오전9시경 도착하였습니다. 밴쿠버에서 캘거리로 가는 국내선으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다소 시간지연이 있었고 간단히 점심이나 음료, 현지 맥주 등을 들며 시간을 보내다 마침내 비행기 탑승, 오후 4시경 캘거리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캘거리는 넓은 평원에 잘 정돈된 고급주택가와 연못들이 펼처지는 휴양도시의 면모를보입니다. 캘거리 공항에서 일정상 먼저 출발한 팀과 합류하고 우리여행일정을 맡아줄 프라임여행사 박영훈과장(산악전문가이드)를 만나 완전체로 가까운 대형마트로 이동하여 트레킹 중 필요한 음료수, 과일, 안주류, 주류 등을 장보고 버스에 실어 놓고, 아직 날은 환하지만 마트에서 가까운 한식당(기와KIWA)에서 김치찌개와 소주로 저녁식사를 한 후 숙소인 밴프지역으로 약 2시간가량 버스이동합니다. 버스안에서 60회이상 로키코스 안내를 하였다는 가이드로부터 안내를 들었는데, 주로 현지에 기상악화, 폭설로 비에 대한 대비, 눈길에 대한 장비, 저체온증에 대비할 것, 가이드 통제에 잘 따라야한다는 당부의 내용으로 다소 긴장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국립공원에 도착 3일간 머물 밴프시내 끝부분에 위치한 ‘Banff Inn’이라는 콘도에 도착, 미리 짜여진 조별로 숙소에서 짐을 풀고 9시반 제일 큰 콘도방에 모두 모여 다음날부터 이어질 트레킹의 시작을 축하하고 성공을 다짐하는 축하파티를 갖고 서로 친교의 시간을 가지며 밤늦게까지 술자리가 이어졌습니다. (참고로 현지는 위도가 높아 밤 10시쯤 되어야 약간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D2 6월 23일(일)
라치밸리트레킹코스: 모레인 호수(1887m)~센티넬패스(2611m) 왕복구간, 대략 20km
음주에도 불구하고 시차 때문에 대부분 새벽에 잠에서 깨어 뒤척이다가 6시모닝콜 기상, 7시 숙소 레스토랑에서 간단한 서양식 조식부페(우리팀과 일본인단체가 손님의 대부분, 음식은 다양하진 않은편)로 속을 채우고 8시반 버스에 탑승. 아침 체감기온은 대략 0도 정도입니다. 기상상황이 변동이 심해 그날 코스는 그날 다시 정해야한다고 하며 버스 이동중 비가 내렸으나 양이 많지않아 첫날 코스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가이드의 설명입니다. 곰에 대한 주의사항으로 흑색곰은 온순하나 회색곰은 공격적이어서 주의해야하고 해마다 5명정도는 인명사고가 난다는 설명과 함께 산행 중 회색곰을 만나면 무조건 줄행랑을 놓아야 하니 절대로 가이드보다 앞서서 걷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이맘때는 모기도 많아질 철인데 마침 눈이와서 모기는 걱정안해도 될 듯. 9시반 모레인호수에 도착하니 비는 거의 그친상태로 호수옆 몸풀 겸 얕은 바위산을 오르니 환상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세상에 본적이 없는 에메랄드빛 잔잔한 호수를 병풍처럼 둘러싼 3000미터이상 고봉 10개, ten peaks의 설경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룹니다. 모두 감탄사를 연발하며 기념촬영을 마치고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전나무숲길 평지를 지나 가이드의 식물에 대한 설명 들어가며 첫 오르막 구간을 오를 때 다시 빗줄기가 굵어져 우비나 우산을 사용하다가 탁트인 고원지대에 이르니 다시 날씨가 맑아집니다. 눈이 발목이상 쌓여있는 평원을 걸어 멀리보이는 봉우리 사이 능선지점이 우리의 목적지인 센티넬패스인데 가이드의 권유대로 체력이 걱정되는 분들은 평원지역에서 쉬었다 내려가고 가능한 분들만 목적지까지 가서 점심을 하기로 합니다. 눈쌓인 경사면을 한발한발 발자국을 따라 올라가는 일은 무척 조심스러웠지만 눈이 단단하지는 않아 아이젠은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한시간여 추가 등반 끝에 센티넬패스에 도달하니 호수에서 올려다보던 텐피크 봉우리들이 맞은편에 시원하게 펼쳐지고, 능선 반대쪽으로도 또다른 로키의 설경이 펼쳐저 가슴이 뻥뚤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고지대에 따른 기온저하와 능선을 가로지르는 강풍으로 옷을 겹쳐입으며 점심 김밥을 얼른 먹어치우고 하산길에 올랐습니다. 눈구간을 잘 통과하고 숲길지역까지 내려오다보니 일부 동반자는 다리쪽 통증으로 속도가 느려지기도 했습니다. 4시반 경 모두 하산하여 버스에 오르니 언제 해가 났냐는 듯이 빗줄기가 굵어집니다. 다시 밴프시내로 복귀하여 Siver Dragon이라는 중식당에서 술한잔 곁들여 코스요리를 맛있게들 드셨습니다. 식후에는 자유시간으로 아기자기한 밴프 시내를 다니며, 쇼핑, 커피, 맥주 등 시간을 보냈읍니다(밴프는 인구 8300명의 작은 도시지만 로키관광의 거점이 되며, 1883년 철도노동자가 온천을 발견하면서 부흥하기 시작해서 1887년 국립공원 지정과 함께 오늘에 이르렀다고 함). 맥주를 즐겁게 드신 이OO선배님이 길에서 넘어지셔서 얼굴에 찰과상을 입는 여행 중 첫 부상이 발생하기도 하였고, 둘째밤도 역시 선배님그룹, 후배들 그룹으로 나뉘어 숙소에서 즐겁게 한잔씩 더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D3 6월 24일 (월)
루이스 호수 - 빅비하이브(2255m) 등반 왕복 10km 정도
설퍼산 곤돌라 및 노천온천
저녁에 마신 커피에 시차관계로 역시나 새벽에 깨어 뒤척이다가 일어나 아침 부페 가볍게 먹고 8시에 일정을 시작합니다. 아침부터 날씨가 청명하여 아이젠 등 장비는 두고 배낭을 챙기니 한결 가볍습니다. 어제 첫날 다소 많이 걸어 오늘은 오전에 가볍게 트레킹하고 오후에 곤돌라로 전경 감상하고 온천욕으로 피로를 푸는 일정입니다. 어제 갔었던 모레인 호수 근처에 있는 루이스 호수로 버스 이동을 하였는데, 빅토리아여왕의 딸이름으로 호수이름이 되었다는 루이스 호수는 빙하계곡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호수로 샤또 레이크루이스호텔이라는 명소와 함께 유명 관광지로 많은 여행객들이 찾고 있었습니다. 루이스 호수가에서 잠시 사진 촬영 후 약 2시간정도 산길을 올라 작고 거울처럼 아늑한 느낌의 미러호수와 좀 더 올라가서 빅비하브 봉우리와 인접해있는 산속의 신비로운 호수 아그네스에 도착합니다(캐나다 초대총독 부인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설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호수로 앞선 호수들과는 달리 투명한 초록물빛이었습니다. 여기서 다시 40분정도 돌로된 봉우리를 올라가는 빅비하브로 올라가 호수를 내려다볼 분들은 출발하고 일부는 아그네스 호수가에서 준비한 주먹밥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저와 홍섭이도 오늘은 여기까지 오르기로 하였습니다. 주먹밥이 맛은 있는데 바람불고 너무 추워서 여유있게 먹지는 못하였습니다. 경치와 잘 어우러지는 목조건물 티하우스가 있어 차한잔 하고 싶었지만 관광객들 줄이 길어 포기하고 하산길에 나섰습니다. 빅비하이브 정상에서 내려다본 전경도 매우 장관이었다는 후문입니다. 오후 2시까지 다시 루이스호수가로 내려와 호텔 구경도 잠시하고 다시 버스로 밴프로 이동하여 설퍼산 전망대(2285m)에 오르는 곤돌라(라고 하지만 우리개념에는 케이블카에 해당)를 타고 정상에 올라 끝없이 360도로 펼쳐진 로키의 장관과 밴프시내, 굽이 굽이 보우강 등 풍경을 시원하게 감상하고 다시 내려와 바로 옆에 있는 Upper Hot Spring 이라는 유서깊은 노천온천에서 잠시 피로를 풀었습니다. 우리 온천이랑은 좀 달리 야외 수영장에 35~6도 정도의 온천수로 채워져있고 남녀 같이 수영복입고 들어가 입욕하는 형식으로 유황이 풍부한 물이라고 하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맞은편 설산 봉우리를 감상하는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남자 팀원들과 여자팀원들이 수영장 반대편에 멀찍이 떨어져 서로 모른척하였다는 ㅋㅋㅋ 온천욕 마치고 25년 되었다는 한식당 서울옥으로 이동하여 감자탕과 파전으로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밴프 시내에서 식음료를 추가로 구입한 후 콘도로 이동하여 내일의 캠핑에 대비하여 짐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날밤은 공식적인 술자리는 없었다는 후문입니다. 이날 부터는 몸살, 열감, 목통증을 동반하는 감기 환자가 갑자기 많이 나타나 준비해간 감기약으로 일단 나눠드렸으나 앓아눕는 분들이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었습니다.
D4 6월 25일(화)
윌콕스패스 트레킹, 설상차 빙하체험
오늘은 캠핑 예정으로 아침식사후 짐을 모두 챙겨 버스에 싣고 청명한 날씨에 길을 나섰습니다. 아름다운 93번 도로를 타고 가며 환상적인 설산들과 호수들, 수면에 비친 산그림자를 감상하면서 자스퍼 국립공원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차안에서 가이드로부터 헥터장군이라는 사람이 자기멋대로 산들의 이름을 붙인 에피소드, 아편과 위스키로 원주민들을 통제한 슬픈 역사, 곰의 일년 생활사(산등성이 높은 굴에서 겨울잠을 자고 내려와 민들레를 처음 먹고 그다음 연어로 영양보충을 한후 다시 겨울이 오기전엔 꿀을 잔뜩 먹는다는~) 등 구수한 입담을 들으며 어느덧 heaven‘s garden이라고 불리는 윌콕스 패스(6월하순에서 7월에 걸쳐 야생화의 천국이라는)에 도착했습니다. 밴프에선 맑았던 날씨가 흐려져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버스에서 내릴때부터 우비를 착용하고 트레킹에 나섭니다. 한시간 못되게 산등성이를 따라 올라 야생화도 감상하고 멀리 보이는 빙하지역을 배경을 사진 촬영도 잠시 한후 우천관계로 다시 하산하여 Athabasca 빙하가 있는 빙하체험관으로 이동하여 예약된 시간까지 기다리면서 부페식당에서 맛있는 식사와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남는 시간에 영화관에서 빙하가 차츰 줄어들고 있다는 영화도 잠시 보다가 3시반 예약시간이 되어 드디어 설상차에 탑승합니다. 빙하체험시간이 다가오자 비가 그쳐가고 바퀴하나가 160cm 라는 세계에서 몇대 뿐이라는 설상차에 우리팀만 단독으로 탑승하여 빙하로 올라갔습니다. 깊이 300m라는 빙하위에서 차에서 내려 걸어다니며 사진도 찍고 가져간 페트병에 빙하수도 담아 얼음같이 찬 물 한모금씩 마셔도 봅니다. 먼저 20년전에 와보셨다는 단장님 형수님께서 그때보다 빙하가 많이 줄었다는 말에 관광도 좋지만 이런 곳은 출입을 금지하고 잘 보존하는 것이 어떨가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우리는 이미 보았으니 말이죠. 다시 탑승장으로 내려오니 날씨가 맑아져서 기분좋게 빙하전경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5시정도 예약된 캠핑장으로 이동합니다. 떠나기전 캠핑때 추울거라는 경고도 있었지만 고요한 숲속에서 총총한 별을 바라보며 캠핑하는 멋진 장면을 머리속에 그리고 캠핑장에 도착하였으나 현실은 녹녹치 않았습니다. 날씨가 일단 흐리면서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텐트를 각자 완성시켜야 하는데 생각보다 최근에 텐트경험있으신 분들이 많지 않아 텐트 치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야 했습니다. 홍섭이와 저도 남은 텐트 하나를 받아 우여곡절끝에 완성은 하였으나, 텐트 밑에 깔개를 하지 않는 것을 나중에 알았지만 귀찮아서 그냥 쓰다가 새벽에 냉기와 습기로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가이드가 열심히 불을 피우고 준비해간 갈비를 열심히 구어주었지만 춥고 음산한 날씨에 어제에 이어 감기 환자들도 많고 하여 여기저기 불평도 들리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좋은 경험이니 준비된 음식 맛있게 먹고 최소한도로 씻은 후 텐트 안 슬리핑백에 들어가 친구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잠을 청합니다. 핫백을 안에 붙이니 몸은 더운데 얼굴과 공기는 차고 땀은 나고 쉽지 않은 잠자리에 짜게 먹어서인지 소변도 자주 마려워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아침을 맞았습니다. 날이 맑지 않아 별을 제대로 못본게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아마도 우리처럼 텐트를 사용하는 여행객은 많지 않은 듯 대부분 캠핑카를 타고와 자고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D5 6월 26일(수)
페이트호수, 보우호수~보우폭포 트레킹, 15km
오늘도 역시 6시에 기상하여 컵라면, 누룽지, 군고구마 등으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세면후에 텐트를 다시 철거합니다. 원래는 일정에 하루더 캠핑이 있었지만 기후와 팀 건강상태로 보아 급히 숙소를 알아보기로 하고 버스에 오릅니다. 원래 일정은 자스퍼국립공원내 볼드힐 트레킹으로 일정 중 가장 긴구간이고 일방향이어서 중도에 돌아오기 어려운 구간인데 눈이 아직 안녹아 시간내에 소화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으로 아름다운 페이트 호수와 보우호수를 걷기로 합니다. 밴프쪽으로 다시 93번 도로를 타고 내려오다 있는 페이트 호수는 주차장에서 내려 5분정도만 걸으면 눈앞에 사진에서 많이 보던 오리발 모양의 옥색 호수가 보여 많은 이들이 찾고 있었습니다. 다들 멋진 인생샷들을 촬영하고 조금더 버스로 이동하여 보우호수에 도착합니다. 상당히 규모가 큰 호수로 맑고 투명한 물에 잔잔히 거울처럼 둘레의 산봉우리들이 반사되어 신비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로키지역에는 많은 호수들이 있다고 하는데 물색도 다 다르고 느낌도 다다르고 크기도 다양해서 보는 즐거움이 있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호수 자체는 이곳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촬영 후 좋은 날씨로 호수주변을 빙돌아 이 호수의 원천이 되는 빙하에서 직접 떨어지는 보우폭포까지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물길을 따라 다소 평원 느낌의 구간을 걸은 후 작은 언덕을 넘어가기전에 준비한 샌드위치와 포도주스(?)로 점심을 먹고 언덕을 넘어 폭포수가 멀리 보이는 등성이에 서니 갑자기 또 비가 내리기시작, 더 갈지말지 망설이는 동안 신기하게 다시 해가 나면서 14회 장헌수 선배님과 20회 김준호 선배님이 앞장을 서십니다. 이 두분은 정말 너무나 연세에 비해 건강하시고 뒤에서 걸으시는 모양을 보면 마른체형에 몸의 흔들림이 거의 없이 스틱도 사용하지 않으시고 가볍게 걸으시면서 항상 선두를 이끌어 주시는 모습이 산신령 같달까 하는 감탄을 느끼게 되고 나도 20년후에 저렇게 건강히 산에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30분정도를 걸어 보우 빙하폭포에 다가가니 멀리서 볼때보다 더 웅장하고 거센 물줄기에 오길 잘했다 생각이 들었고 다들 무사히 다시 출발점인 호숫가로 돌아왔습니다. 버스로 숙소로 향하는 길에 우연히 회색곰 어미와 새끼곰이 다정히 걸어가는 것을 목격하고 모두 카메라에 담느라 바빳습니다. 곰가족을 동시에 보는 건 정말 어려운일이라고 합니다. 오늘 숙소는 루이스호수 지역에 있는 LAke Luise Inn입니다. 캠핑하느라 고생한 다음날이라서인지 고급스럽지는 않아도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숙소가 더 좋아보였습니다. 짐을 풀고 주변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걸어가 서양식 스테이크에 와인한잔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저도 몸살과 오한 목통증의 다른 일행분들의 감기증상과 동일한 증상이 시작되어 남은 약을 챙겨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D6 6월 27일(목)
오전 타카카오 fall ~ laugh fall 트레킹, 15km 가량
오후 에메랄드 호수 트레킹
푹자고 나니 감기가 좀 나은 듯 합니다. 팀원들 중 감기도 먼저 걸린 분들은 대개 회복하시고 몇몇분이 새로 걸리어 고생하고 계시지만 한고비는 넘긴듯합니다. 숙소의 아침부페(밴프숙소보다 조식은 훌륭!)를 먹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평소보다 한시간 늦게 9시 버스로 출발합니다. 오늘은 계획된대로 요호 국립공원지역으로 이동하여 300m 의 웅장한 낙폭을 자랑하는 타카카오 폭포로 향합니다. 폭포중간에 바위가 있어 부연 물보라를 일으키는 장관을 배경으로 사진한장 찍고 원래는 9km 거리의 쌍둥이 폭포까지 다녀오는 코스이나 물이 말라 폭포가 한 개로 줄었고 시간도 촉박하여 중간지점에 있는 laugh fall(물떨어지는 소리가 웃음소리랑 비슷하다나요)까지 다녀오는 코스로 줄었습니다. 울창하고 쭉쭉뻗은 나무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는 길은 몹시도 상쾌하였고 비도 잦아들면서 구름낀 날씨도 걷기 적당하였습니다. 목표하는 웃음폭포에 도달하여 유부초밥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간만에 이어폰으로 음악을 감상하면서 여유롭게 오솔길을 걸었습니다. 어느새 다리에도 힘이 붙어 발걸음도 가볍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앞뒤간격을 한참두고 혼자 걸으니 이세상 같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다시 버스로 이동 오후 3시경 아름다운 에메랄드 호수에 도착합니다. 둥그런 호수가를 한시간반정도 걷는 코스인데 35회 김유호선배님과 막내 둘 이럿게 3명은 여기까지 왔는데 카누 한번 타보자하고 의기투합 배에 올라 노를 젓습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배가 좌로 갔다가 우로 갔다를 반복하다가 호수 반대편에 다다라서 해군출신인 김선배님이 배 뒤편 조타수역할을 하면서 제대로 가기 시작합니다. 마침 호수 절반을 걸어오신 우리 팀원들을 만나 사진도 찍었습니다. 호수에 가만히 떠서 좋아하는 노래도 한곡씩 듣고 여유를 부리다가 시간이 다되어 서둘러 기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캠핑 대신으로 다행히 임시로 잡힌 숙소인 스키리조트 내의 Palliser Lodge 쪽으로 향하여 주변 중식당에서 콜키지 물어가며 와인과 위스키 곁들인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에 들어갔는데, 스키철이 아니라 무인으로 운영되는 단점이 있었지만 시설은 정말 끝내주는 호텔급 숙소였습니다. 방배정하고 연락하고 하는 과정에서 신경이 약간 날카로와진 몇몇 분들의 언성이 높아지는 일도 있었지만 서로 편해지기도하고 피로도 쌓여 우발적으로 생긴 해프닝으로 다시 큰방에 모여 한잔들 하면서 내일을 기약하였습니다.
D7 6월 28일 (금)
존스턴 캐년 트레킹, Grassi Lake 트레킹
어느새 트레킹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모처럼 푹자고 환한 아침햇살에 눈을 떠서 컵라면과 햇반등으로 각자 아침을 해결합니다. 젊은 깃수들은 34회 박만권선배 형수께서 없는 재료로 신기하게 너무나 맛있는 김치찌개를 끓여주셔서 아침부터 제대로 해장을 하였습니다.
로비에서 모두 반갑게 아침인사를 나누고 9시반 출발하여 한시간 정도 이동한후 이지역의 국민 관광지인 ‘존스턴 캐년’에 도착합니다. 아기자기한 한국의 협곡을 보는 듯한 계곡길을 따라 Upper fall과 Low fall을 감상하고 내려오는 코스인데 경사도 완만하고 거리도 적당하여 가족단위로 온 어린이들과 강아지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점심을 다시 레이크 루이스 주변 식당으로 이동하여 연어스테이크로 맛있게 먹고 배도 꺼트릴 겸 고급휴양마을이라는 캔모어에 있는 Grassi Lake로 갔으나 시간관계상 목표대로 가지는 못하고 시간에 맞게 하산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아름다운 풍경들을 너무 많이 본 탓에 마지막날은 경치를 즐긴다는 것 보다는 로키에서의 즐거웠던 시간들을 마무리하고 또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이제는 누구할 것 없이 정이 든 선배님들, 가족분들을 한분 한분 돌아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주신 장헌수선배님, 모임을 주관하시고 세세한 점까지 챙겨주신 박병우 단장님과 가족분들, 밤낮없이 인원과 일정 등 너무나 솔선수범하며 애써주신 공창협 총무님, 다른건 부족해도 되지만 술은 떨어져서는 안된다는 일념으로 감기에도 불구하고 분투하신 이웅열 재무님와 미모와 사교력을 겸비하신 형수님, 개인 배낭도 무거운데 찍사 역할을 하느라 커다란 사진기를 메고 정작 본인 사진은 몇장 못찍으신 이수철 부총무님과 돌직구 형수님, 청년의 감성으로 사진을 열심히 찍으시고 인스타에 올리시는 김준호 선배님, 평소에는 조용하시다가 약주드시면 목소리가 우렁차지시는 유인식 선배님(로키 책자 잘보았습니다!), 유머로 아래 위 깃수들을 잘 아울러주신 김진식 선배님, 멋진 인상 멋진 목소리의 공대교수님 김형택 선배님, 여기저기 아프시다면서도 꾸준히 자기 산행을 유지하신 이백규 선배님, 공대커플출신으로 건축학개론의 모델이었다는 김형철 선배님 부부, 여러 가지 약을 엄청 챙겨오셔서 감기유행을 차단하는데 일등공신이셨던 정현복 선배님 부부, 두 동기분이 단짝으로 보기좋은 여행하신 고상엽, 정병국 선배님, 내내 목감기로 고생하신 형수님을 잘 챙겨주신 김찬겸 선배님 부부, 거꾸로 남편분이 열감기로 초반에 고생하신 한영균 선배님 부부, 조용히 궂은 일 마다않으신 명태영 선배님, 초반 음주부상이 있었지만 볼수록 매력있으신 이용훈 선배님, 늘 분위기를 유쾌하게 해주시고 일본산행 절벽 구조사건으로 큰 감동을주신 박만권선배님 부부, 우리보다 더 어려보이고 약간 사차원이신 다이어트의 화신 김유호 선배님, 그리고 산행초반 다리통증을 딛고 막판엔 화려한 입담으로 모두를 즐겁게 해준 절친 안홍섭군 아마 두고 두고 생각나는 분들일 것 같습니다.
다시 버스는 평원을 달려 캘거리에 도착 한인식당에서 왕갈비 된장찌개로 배불리 먹고 무사한 산행을 축하하는 건배들을 한후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텔인 ‘Days Inn’에서 마지막 잠을 청합니다.
D8 6월 29일(토)
새벽 네시에 일어나 간단히 조식을 먹고 짐을 챙겨 공항으로 모두 함께 출발합니다. 멀리 지평선에는 로키산맥이 선명히 보이는데 막상 떠난다니 서운하기도 합니다. 일부는 밴쿠버에서 서울로 돌아오고 다수는 밴쿠버에서 며칠 여행을 하시고, 또 몇분은 이어서 미국 서부와 또 어떤분은 알래스카로 향하는 여정입니다. 제대로 작별인사도 못하고 비행기가 취소되어 다시 시간대가 여럿으로 나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귀국팀은 잘 갈아타고 긴시간 비행 무사히 마무리하며 인천공항에서 작별하였습니다. 글솜씨 없는 제게 여행기를 맡겨주셔서 주절주절 쓰긴 했지만 솔직히 좀 부끄럽습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더라도 널리 양해 부탁드리고 좋은 추억 오래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멋진 원정산행! 축하합니다. 입산회 주류(酒類)멤버들끼리는 다녀온 곳으로 기억,아무튼 멋진 기회를 날린기분이 든다.
어디라도..
아무리 오래 있어도...
무엇을 하여도
질리지 않을 곳...
단지 돌아올 날자가 가까와 지는 것이 스트레스 받는 곳..
벤프...
좋은 곳에, 적당한 시기에 아름다운 여행을 하고 왔구만..
다음 산행시 여행담에 빠져 봅시다..
무사 귀국 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