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7월28일(일)
재부통영산우회 산행
김천 수도산 인현왕후의 길 산행.
산행 계획에서의 묘미는
45명 만차에서 부터다.
가을철 누런 들판을 본 농부의
흐뭇하고 꽉찬 마음이 그러하듯
민철회장은 미리 장문의 인사말 원고를
다 낭독하고도 또 마이크를 든다.
시집 보내는 딸 마음같은 지어미다.
"인현왕후의 길"
당파 싸움에서 밀려 나 3년을
이곳에서 지냈다 하여 붙혀진 이름이지만,
뭔가가 있을 것 같은 심쿵하고 구미가 댕긴 이름은 맞다.
왕후가 이 두메산골에서 부처님에 의지해서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롭다만,
박정희의 본처도 여기에 영혼이 잠들고 있어서 이 고을 사람들에게는 유명세를 한단다.
인현왕후 하면 장희빈을 관계하지
않을 수 없다.
장녹수..일개 나인이 희빈으로
숙종의 애첩으로 호기를 부리다
남해안 매물도 산 천남성의 열매
사약을 받고 죽은 임금 경종의 어머니다.
파란만장한 역사의 뒤안 길은
늘 투쟁과 음모 간교함이 깔려있다.
조선 숙종임금은 마음이 어진 사람이었다.
당파로 조정이 난장판일때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숭유배불의 조선조 사상을 은근슬쩍 불교로 밀어 붙혀 전국의 사찰을 중건했으니 말이다.
전국의 사찰은 거의가 조선 숙종때
수리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물 소리가 귓전을 흘린다.
급경사 수도암으로 가는 길은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
살아 생전에 같이 만나지 못한다는 상사화가 미리 펴서 슬픈 사연과
골짜기 마다 담긴 깊은 애환을
예기(豫記)해 준다.
수도암 대웅보전 향내가 그리워 이리도 일찌 핐을까
아니면,
세상이 복잡하게 돌아가니 잠자리 뒤척이다가 엉겁결에 핐을까?
지나는 산객이야 깊은 속세를 알리야 없겠지만
역사의 흔적을 조우하니 마음은 찹착하다.
심산유곡
수도산 8부 능선길에 자리한 수도암.
날으는 새 조차 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평온하고 아늑함 바로 그 광경이다.
정갈하게 대각선을 맞춘 기왓장 처마로 내려 꽂이는 미세한 곡선에 달린 풍경하나.
언제 다시 오랴싶어 대웅전 앞에서
강건과 안위를 바라는 삼배를 정성껏 올리고 대웅보전 둘러 나한전에서
산 능선을 바라보니
후덕한 노보살이 치맛자락에 옹쳐서 앉았는 자태다.
수도암 코스로 닥달한 보람이 한개의 빛으로 되 살아났다.
콸콸 쏟아지는 폭포소리에
중생의 마음은 더 가늘어 지고
마음은 얼음장 같이 얼어 붙는다.
버릴게 많아서 그렇겠지만,
어떻게 버려야 할 줄을 모르니
그게 문제인 중생인 걸....
불심 깊은 계곡 아래에서 자리한
삼계탕집 주인장과 써빙 아저씨의 성품이 가히 부처님이다.
하기사,
시안견유시,불안견유불
(豕眼見惟豕,佛眼見惟佛)
돼지 눈으로 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이
돼지로 보이고,
부처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오직부처로 보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누런 땀 지울러고
세안(얼굴 씻는)하여 돌아 보니
발끝까지 오염이네
용추물에 담갔더니
탁한 마음 사라진 자리
노보살 사리되어
상사화로 피어나네.
주춧돌 같은 79 후배님들
늘 건재하시어 영글게 이쁘게 꾸려 주시고,
도산면 명득성님 자주 뵙기를 청하며,
재부 통영산우회의 건강한 6기 출발을
바랍니다.
첫댓글 지산 가로되 ‘삼류는 술로 만나고 일류는 글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