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11:6]
그 때에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거하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찐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이에게 끌리며
메시야의 통치가 실현될 그날에 '분리됨'을 그 특징으로 하는 죄악 세상은 마감되고, 적대하던 모든 세력들이 '더불어 함께 사는' 평화와 공존의 새세상이 열리게 된다. 이 새세상이 오기 위해서 우선 피조물을 허무한 데 굴복케 만드는 죄로부터 자유함을 입는 새창조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그 궁극적 완성은 역사의 전변, 즉 새하늘과 새땅이 도래하기까지 미뤄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선지자의 환상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주어지는 새로움을 넘어 먼 미래의 종말에까지 확대되고, 그가 노래한 메시야 왕국의 평화는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한다'는 요한의 묵시록에서 그 진정한 이상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먼 미래에 완성될 이 새로움은 최초의 낙원 상태의 회복과 연관시켜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복된 세계는 미움도, 갈등도, 다툼도 없는 조화의 세계였으며, 푸르른 초장과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동산에서 이리와 표범, 곰, 사자 등의 맹수들이 어린 양과 염소, 송아지 등과 어울려 놀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 세계는 또한 동물들이 인간에게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질서의 세계이기도 하였다. ' 어린아이에게 끌리며'라는 구절에서 이 같은 표상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선지자가 보여주는 본문의 그림에는 약육 강식, 적자 생존의 비정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사 11:7]"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 [사 11:8]젖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뗀 어린 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
젖 먹는 아이가...젖 뗀 어린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 - 이 복된 낙원 상태는 두 갓난 아이 - 하나는 젖을 먹고, 다른 하나는 젖을 막 뗀 - 가 독사의 구멍에 손을 넣고 장난하는 충격적인 장면에서 그 절정에 달한다. 그날에는 독사조차도 해롭지 않다. 태초의 세계에서 향유되었던 인간과 동물의 친화가 그지없이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다.
[사 11:9]"나의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해됨도 없고 상함도 없을 것이니 이는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할 것임이니라..."
나의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 '나의 거룩한 산'은 하나님의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을 가리키는 전용어이다. 그러나 본문에서 그것은 후반부의 '세상'과 병행하여, 하나님에 의해 구속되고 새로워진 세계를 총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해도 없고...세상에 충만할 것임이니라 - '해됨도 없고 상함도 없는' 우주적인 평화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그 전에 먼저 여호와를 아는 지식, 곧 여호와를 참으로 경외하고온 마음으로 그를 기뻐하며기꺼이 그 앞에 복종하는 지식이 온 땅에 편만하게 퍼지지 않으면 안 된다.
[사 11:10]:"그 날에 이새의 뿌리에서 한 싹이 나서 만민의 기호로 설 것이요 열방이 그에게로 돌아오리니 그 거한 곳이 영화로우리라..."
이새의 뿌리 - '뿌리'는 1절의 '싹' 혹은 '가지'와 본질적으로 같다. 만민의 기호로 설 것이요 - 이새의 뿌리 속에 감추어졌던 그분이 마침내 높은 곳에 우뚝 설 그날이 올 것이다. 그때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를 볼 것이며, 그에게 관심을 갖고 그를 경배하기 위해 몰려들 것이다. '기호'는 사람들을 소집할 목적으로 멀리서도 볼 수 있게 만든 표시 혹은 깃발을 뜻한다. 이 기호가 5:26에서는 심판의 방편으로 쓰였으나,
여기서는 흩어진 백성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 구원의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거한 곳이 영화로우리라 - '그 거한 곳' 곧 '그가 거주하시는 장소'는 말일에 세상 만민이 몰려드는 역사의 중심지요 또한 구원의 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구원의 중심지가 될 것이므로 당연히 영화로울 것이다. 또한 이곳은 교회를 가리킨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는다. 이 모든 일은 복음 선포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가 이방에 널리 전파된 신약 시대에 그대로 성취되었다..
[사 11:11]"그 날에 주께서 다시 손을 펴사 그 남은 백성을 앗수르와 애굽과 바드로스와 구스와 엘람과 시날과 하맛과 바다 섬들에서 돌아오게 하실 것이라..."
주께서 다시 손을 펴사...돌아오게 하실 것이라 - 주께서 손을 펴심을 그의 손의 능력을 드러내 보이심이다. 주께서 이전에 그의 전능한 손의 위력으로써 그의 백성들을 구출해 내셨던 것처럼 이제 또 '다시'(쉐니트-'다시', '두 번째'라는 뜻) 그의 백성들을 포로 상태로부터 구원해주실 것이다. 앗수르와 애굽과...바다 섬들에서 - 앗수르와 애굽이 먼저 거론된 것은 이들 두 나라가 이사야 시대의 주요 강대국들이었기 때문이다.
선지자는 언급된 나라들을 애굽에 속한 나라와 앗수르에 속한 나라, 그리고 바다 섬들의 세 부류로 구분한다. '바드로스'는 애굽 상부이며, '구스'는 애굽 남쪽 아라비아 만을 포함한 에디오피아이다. '엘람'은 티그리스 강 동쪽 땅이고 '시날'은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이 만나는 남쪽 평원이다'하맛'은 레바논 북부에 인접한 수리아 땅이다.
'바다 섬들'은 지중해의 섬들과 주변 연안 국가들을 가리킨다. 이상 언급된 나라들은 사실상 이방 세계 전부를 가리킨다). 선지자의 예언은 부분적으로는 복음이 디아스포라의 유대인들에게 전파되었을 때 성취되었다. 그러나 그 완전한 성취는 '모든 영적 이스라엘이 구원을 받을 때'비로소 이루어질 것이다.
[사 11:12]"여호와께서 열방을 향하여 기호를 세우시고 이스라엘의 쫓긴 자를 모으시며 땅 사방에서 유다의 이산한 자를 모으시리니..."
여호와께서 열방을 향하여 기호를 세우시고 - 주께서 이 일을 이루어 가시는 방식이 설명된다. 그는 '기호'를 세우실 것이다. 이는 열방 중에 흩어져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불러 모으기 위함이다. 그가 기호를 세우면 열방은 그의 백성을 석방하며 호송까지 해줄 것이다. 스룹바벧과 에스라의 영도하에서의 귀환은 그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쫓긴 자...유다의 이산한 자 - '쫓긴 자'는 남성형이고, '이산한 자'는 여성형으로 서술되어 있다. 이는 관용적인 표현으로서 게세니우스에 의하면, 양 술부는 양 주어에 공히 종속된다. 즉, '이스라엘과 유다의 쫓긴 남자들과 이산한 여자들'을 가리킨다.
[사 11:13]"에브라임의 투기는 없어지고 유다를 괴롭게 하던 자는 끊어지며 에브라임은 유다를 투기하지 아니하며 유다는 에브라임을 괴롭게하지 아니할 것이요..."
에브라임의 투기는 없어지고...유다는 에브라임을 괴롭게 하지 아니할 것이요 - 솔로몬 시대 이래 남북으로 나뉘어진 이스라엘이 장차 통일된 한 민족을 이룰 것이라는 말이다. 이 일은 상호간에 적대시하던 감정이 해소될 때 성취된다. 이 적대감은 에브라임 쪽에 더 강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는 유다를 괴롭게 하는 자가 에브라임이라는 반복된 진술에서 드러난다. 이에 반해 에브라임에 대한 유다의 적의는 본절 끝에서 단 한번 나온다. 포로에서의 귀환 이후, 이런 분열상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사 11:14]"그들이 서으로 블레셋 사람의 어깨에 날아앉고 함께 동방 백성을 노략하며 에돔과 모압에 손을 대며 암몬 자손을 자기에게 복종시키리라..."
그들이 서으로...자기에게 복종시키리라 - 회복된 이스라엘 곧 신앙으로 일치된 하나님의 백성들에게는 언제나 성공만이 따른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주변국들이 그들을 공격할때, 그들은 어깨를 같이하여 단합된 힘으로 방어할 것이므로 항상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본문은 실제 전쟁을 이야기한 것이라기보다는 하나로 회복된 이스라엘의 우월성과 탁월함을 비유적으로 서술한 것이다. '어깨'는 바다를 향해 경사진 블레셋 해안의 별명이다. 이스라엘은 마치 굶주린 독수리가 높은 곳에서 내려와 먹이를 덮치듯이 블레셋을 공격할 것이다. 여기 언급된 나라들은 이스라엘에 인접한 주변국들인데 이스라엘을 자주 괴롭혔었다.
[사 11:15]"여호와께서 애굽 해고를 말리우시고 손을 유브라데 하수 위에 흔들어 뜨거운 바람을 일으켜서 그 하수를 쳐서 일곱 갈래로 나눠 신 신고 건너가게 하실 것이라..."
애굽 해고를 말리우시고...건너가게 하실 것이라 - 과거와 미래가 시적으로 혼합되어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한층 강력하고도 풍부하게 표현한다. 그 옛날 하나님께서 사람의 혀처럼 생긴 애굽의 홍해를 마르게 하사 그 백성을 구원하셨던 것처럼,
이제 여호와께서 그보다 더 놀라운 권능으로써 뜨거운 바람을 일으켜 유프라테스 강물을 말리운 다음, 손으로 그것을 내리쳐 7개의 작은 강물로 쪼개사 포로로 잡혀간 백성들이 신을 신은채로 건너올 수 있게 해주실 것이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구원을 말할 때마다 출애굽의 테마는 주선율로서 거듭 나타난다.
[사 11:16]"그의 남아 있는 백성을 위하여 앗수르에서부터 돌아오는 대로가 있게 하시되 이스라엘이 애굽 땅에서 나오던 날과 같게 하시리라..."
앗수르에서부터 돌아오는 대로가 있게 하시되 - '대로'( 메실라)는 인공적으로 건축한 큰 길 혹은 공공 도로를 말한다. 남은 자들이 대로를 통해서 돌아온다는사상은 본서에서 자주 나온다. 본문의 요점은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들을 원수의 손에서 해방시킬 뿐만 아니라, 또한 대로를 준비하기까지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아니하셔서 돌아올 때도 전혀 어려움이 없도록 해주신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이 위대한 구원 사건은 다음장에서 노래불러지는 찬양으로 일단락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