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ew Life, 5월의 일기,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인생의 핵심은 인간관계다.
집안 좋은 것도 중요하고, 공부 잘하는 것도 중요하고, 돈 잘 버는 것도 중요하고, 신분이 높은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인생을 이루는 형식적인 요소들일 뿐이다.
진정 의미 있게 하는 핵심적 요소는 따로 있다.
곧 주위와 어떻게 어울리느냐 하는 인간관계가 그 핵심이다.
잘 살았냐 못 살았냐 하는 인생의 그 핵심은 주위와 어떻게 어울렸느냐 하는 그 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 관계 속에서 우리는 기뻐하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행복해 하는 질적인 삶이 있는 것이다.
주위와의 관계는 마음씀씀이에서 비롯된다.
얼마나 그 마음씀씀이가 중요한지에 대해서, 지난날 어느 정권에서 장관을 지내셨던 분이, 그때 어느 조찬모임에서 ‘100점짜리 인생성공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하기도 했었다.
다음은 그 요지다.
‘일단 알파벳 순서대로 1점에서 26점까지의 점수를 매깁니다. 그러니까 a는 1점, b는 2점, c는 3점 이렇게 해서 마지막 알파벳 z는 26점을 매긴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고난 뒤 인생을 성공으로 이르게 하는 여러 가지 조건의 단어를 이루는 알파벳 점수를 합산해 봤다는 겁니다. 그랬더니 hard work 열심이 일하는 거 98점, knowledge 많이 아는 거 96점, love 사랑 54점, luck 행운, 47점, money 돈 72점이더라는 겁니다. beauty 아름다움도 74점에 머물었고 leadership 역시 89점밖에 안되더라는 겁니다. 그러면 100점짜리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attitude, 마음가짐이라는 겁니다.’
성공적인생의 점수를 알파벳의 점수와 연관시킨 것이다.
사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attitude’라는 영어단어를 몰랐었다.
‘마음가짐’이라는 우리말을 영문으로 풀어본 적도 없었다.
그러니 그 둘의 연결에 대해서는 당연히 알지 못했다.
어느 장관의 그때 그 강연으로, 나는 그 둘을 연결 지을 수 있었고, 인생성공의 조건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하게 됐었다.
그 즈음에 나는 ‘작은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법무사사무소를 개업하게 되었는데, 그 강연에 감화가 되어 우리 사무소 캐치프레이즈를 이렇게 내걸기도 했었다.
‘행복은 마음으로 짓는다고 합니다. 작은 마음으로 짓는 작은 행복을 추구합니다.’
2022년 5월 29일 일요일인 바로 어제 일이다.
“은영이가 자기네 집에서 저녁을 하자고 하네요.”
오후 5시쯤 해서 아내가 한 말이 그랬다.
막내며느리 은영이의 말을 전한 것이다.
그 전해준 말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며느리들이 대체적으로 시집식구들을 싫어하는 세태와는 달리 은영이는 날이면 날마다 시아버지 시어머니인 우리 부부를 자기네 집으로 초대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갑시다.”
내 그렇게 아내에게 답을 하면서 나들이 채비를 했다.
그 채비를 하면서도 행복했다.
두 살 배기 손자인 서율이를 만나볼 생각에 그랬다.
관악구 인헌동의 서율이네 집으로 들어서기 전에 먼저 들른 곳이 있었다.
가까운 전통시장인 인헌시장의 과일가게였다.
“더 큰 건 없어요?”
“이게 제일 커요.”
“싱싱해요?”
“그럼요. 방금 따 온 거예요.”
“맛있어요?”
“설탕 같은 거예요. 좀 전에 같은 걸로 사 가신 아주머니가 계신데, 방금 시장에 참 맛있는 걸 주셔서 고맙다고 인사까지 하고 가셨어요.”
“맛없으면 되 물려도 돼요?”
“그럼요. 제가 책임질게요.”
“값이 얼마예요?”
“35,000원요.”
“좀 깎아줘요.”
“안 돼요. 제가 먹을 이문이 없어져서 안 돼요. 그저 기분 좋게 돈 다 주시고 사 가세요. 오늘로는 마지막 하나 남은 덩이에요.”
그렇게 대화를 하는 내내, 내 가슴에 행복이 한소쿠리 가득 차들고 있었다.
결국 달라고 하는 35,000원 그 값을 다 치르고 그 한 덩이를 샀다.
거인의 머리통만한 수박 한 덩이였다.
딱 드는데, 묵직한 느낌이 곧장 든 팔로 전해지고 있었다.
얼마나 무거운지, 거기에서 50여m 밖에 안 되는 서율이네 집에 이르기까지 네 번이나 이 팔에서 저 팔로 팔을 바꿔서 들어야 했다.
땀에 풀 젖은 가슴으로 빌라 3층의 서율이네 집 현관문 앞에 섰다.
딩동 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그 잠시 기다리는 시간에 숨을 헉헉거리면서도 행복했다.
반겨줄 서율이의 방긋 웃는 모습을 그리면서 그랬다.
“할아버지 할머니 오셨다. 우리 웃는 얼굴로 반겨 맞자.”
문 안쪽에서 들려오는 은영이의 음성이 그랬다.
그 음성으로 나는 행복했다.
진심으로 반기는 마음이 그 음성에 담겨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잠시 뒤에 문이 열렸고, 어미의 팔에 안긴 서율이가 활짝 웃는 얼굴로 확 다가왔다.
그 얼굴 풍경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그 크고 무거운 수박을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굴리면서 노는 서율이의 모습, 그 수박을 끌어안고 용을 써가면서 들어 올리려는 모습, 그리고 큰 조각으로 잘라 낸 수박을 마치 하모니카 불 듯 맛있게 먹는 서율이의 모습, ‘할아버지 먼저 드려야지.’하는 저 어미 은영이의 말에 이제 막 먹기 시작한 그 수박조각을 아버지인 내 앞으로 들고 와서 내 입 쪽으로 쑥 내미는 서율이의 모습은, 덤에서 덤으로 이어지는 행복이었다.
그 모두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었다.
첫댓글 서율이가 수박 먹을줄
아는구나.
신났구나.
신랐어.
손주가 먹는 수박 암만 비싸도 사야지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이 좋아요
수박값이 장난이 아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