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인터넷 사업을 하면서 많은 조언을 여쭈었었던 bigdog43입니다.아쉽게도 2010년 12월을 마지막으로 투입 비용을 다 날리고 사업을 접었구요.멤버들은 모두 올해 꼼짝없이 취업시장으로 내몰려야 했습니다.ㅠ 지금 생각해보면 참 의욕만 앞섰고 체계적인 계획이 많이 부족했었던 것 같습니다.물론 자본조달 계획도 매우매우 중요하단 것도 뼈저리게 느꼈지요.비슷한 업종이었던 티켓몬스터의 매각 소식을 들으면서 참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나게 하는 요즘이네요.
암튼 결국 기업 취업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입사하고 2달간 교육 수료 후 이번주 화요일날 부서 배치받고 첫출근을 했습니다.가자마자 회식을 했습니다. 원래 화요일이 팀 회식날이라고 하더군요.
1차 곱창집, 2차 삼겹살집을 갔는데 2차에서 그만 필름이 끊겼습니다.-.-;; 뭐 걍 축하도 받고 게임도 하면서 소맥 7-8잔 정도 마신 것 같습니다.팀이 남자4, 여자4였기 때문에 분위기도 유하고 술 강권하는 분위기도 전혀 아니고 제가 술 약한 편도 아닌데첫날이라 긴장을 너무 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술 먹으면서 급격히 그 긴장이 풀려서 그런 것 같네요. 암튼 그런데...아침6시에 눈을 떠보니 집 바로 근처 슈퍼 앞에서 자고 있었던것입니다 ㄷㄷ2차 삼겹살집 간 것까지만 기억이 나가고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은 채 말이죠... 회사는 서울역 쪽이고 저희 집은 인천 부평이었으니 팀원들이 택시 태워 보낸 모양입니다.
급히 일어나서 소지품을 확인해보니 지갑은 그대로 있고 핸드폰과 가방은 없더라구요. 일단 집으로 가서 머리를 굴리면서 역추적을 시작했습니다. 완전 탐정 놀이도 아니구...ㅠ부모님께서도 황당해하셨죠. 회사 첫 출근한 놈이 연락도 없이 집에 안들어오고 핸드폰 해도 안받다가 새벽6시에 들어오다니...
유일한 단서인 택시 영수증을 보니 10시 30분에 서울역 근처에서 타서 11시30분에 부평에 도착으로 되어 있더군요.결국 내려서 11시30분 부터 6시까지 쭉 그 자리에서 잔 것입니다;;
택시 회사에 전화를 했더니 가방은 없고 핸드폰은 기사 분이 맡겨두고 가셨다고 하네요.모델명을 확인해보니 제 것이 맞았습니다. 그래서 회사로 퀵 신청해서 받기로 해서 핸드폰은 일단 해결되었는데 가방은 추측해보니 1. 제가 자는동안 누가 가져갔거나 2. 식당에 놓고 온 것이겠죠.
일단 출근을 해야했기에 부랴부랴 씻고 7시 50분까지 출근을 했습니다. 지하철 타고 가는 내내 속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습니다.아직 아무도 출근 안하셨더군요. 가방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저를 택시에 태워 보낸 선배 분께 확인을 해야 했습니다. 어제 회식 때의 일이 하나도 기억 안나는 상황에서 완전 민망했죠...ㅠ
제 사수인 과장님께 전화를 걸어서 여쭤보니 "너 택시 태워보낼때 가방 크로스로 완전 매서 태웠어!!" 라고 하십니다.그럼 결국 저는 가방을 갖고 택시에서 내린 것이고 제가 자는동안 누가 가져간거라 생각하고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자초지종을 들으신 어머니께서 제가 잠들었던 그 슈퍼에 가셨다가 집에 오는 길에 담벼락에서 결국 가방 주워오셨다네요.생각해보니 1. 제가 담벼락에 던지고 슈퍼에 가서 잤거나 2. 누가 가져가다가 별 거 안들었으니깐 버린 것 정도 로 해석되더군요.
뭐 이렇게 해서 밖에서 자는 동안 다행히도 지갑은 있었고 잃어버렸던 핸드폰, 가방도 모두 무사히 제 품으로 돌아왔네요. 문제는 배치받은 첫날 회식에서 필름 끊겨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는 것이죠.원래 술 먹고 주사가 있다거나 이런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첫날부터 이미지 문제도 있고 걱정이 많이 되더라구요.조심히 사수 분께 여쭤보니 다행히 큰 실수는 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암튼 이런 에피소드 후에 팀원들과 점심에 해장하면서 다들 괜찮냐고 물어보고 완전 민망했었습니다 ㅠ"앞으로는 밖에서 자지 마 큰일나~", "신문기사에 날뻔했다 잘못된 회식문화 어쩌구로~" 너 큰 절 한거 기억나니? " 등등다행히 팀원 분들이 다들 착하고 좋으셔서 이후 현재까지 잘 적응하고 있구요.
다만 저는 참 신기했던 것이
1. 회식 2차 장소에서 바깥 택시 타는 장소까지 걸어나왔고2. 팀원들이 택시 태워보낼때 주소를 정확히 말했고3. 택시에서 내리면서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고 결제 후 다시 받아서 영수증과 함께 뒷주머니에 넣었고4. 택시에서 내린 지점에서 슈퍼까지 걸어감(약50m정도 됩니다)
이 모든 행동들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제가 무의식 중에 했다는 것이지요.참 술의 효과와 인간의 기억에 대해 생각하게 한 사건이었네요. 귀소본능의 힘이 대단한 것 같기도 하구요^^;;
직장생활 3일 해본 군대로 치면 이등병이지만앞으로 회사생활에서 '대충', '장난' 같은 생각은 가차없을 것 같네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배워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더불어 본격적으로 일 시작하더라도 알럽에 자주 들어올 수 있는 여유 정도는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알럽의 직장인 분들 모두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다행이시네요 ㅋㅋㅋ
전 술취해서 카드를 잃어버렸는데, 정신잃고 토하면서 길에 있는데 어딘가에서 전화와서 카드 도난 당하시지 않았냐고 정지시켜드리겠다고 해서 알았다고 하고 좀 더 있으니까 어디어디 가겐데 누가 사장님 카드로 결제하다가 걸려서 도망가고 경찰와서 쫓아가고 있다며,, 다음날 돈이 다시 들어왔는데 18만원 18만원 두번,,, 가게에서 다시 전화와서 경찰 발목 삐고 난리 났었다고,,,
아마 안마같은데 간 모양인데 아무리 주운 카드라지만 안마가서 카드로 결제할 생각을 하다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님 사연을 보니 그 일이 생각나는군요
저도 첫회식에 필름 끊겼습니다.. 나름 자신있었는
데... 그뒤로 회식은 특히 조심하게 되더라구요ㅎ 첨에 액땜 핺다고 생각하세요ㅎ 그뒤 회식땐 조심하게 되서 실수를 안하게 되더라구요
제 친구가 한번 주사부린적이 있었죠 그넘 말리다말리다 결국 놓쳐서 그때가 또 추운 한겨울이었거든요 우리 전부 걱정했는데 신기한게 자기집가는 정확한 버스타고 정확히 집에 들어갔답니다 ㄷㄷㄷ
저도 필름끊긴적이 많은데.. 집에는 잘 찾아오더군요..ㄱ-;;;; 정말 안좋은건데..ㅠㅠ 필름좀 안끊기고 싶네요..ㅠ
저도 필름끊겼는데, 일어나보니 제 방 베란다에서 자고 있더군요.....끊긴 상황에서도 집까지 잘 찾아왔으면서, 게다가 방까지 잘 들어갔으면서 왜 침대 냅두고 그것도 추운 겨울에 오들오들 떨면서 굳이 열기도 힘든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서 잤는지 이해가 안되더군요...그것도 구석탱이에서 노숙자 자세로..;;
날이 더워서 다행이십니다. ㅋㅋ 저는 엄동설한에 몸을 못가눌정도로 취했던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정말 사람은 본능적으로 살길을 찾는다는걸 깨달았죠.
연어인가 ㅋㅋㅋㅋㅋ
저도 필름 끊겨도 무조건 집에 잘들어갑니다 ㅋ 귀소본능이 뛰어난 사람들은 만취해도 잘가는듯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