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철저히 살게 해 주십시오. 그러면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겠나이다!
언젠가 재활용 물품을 가지러 갔을 때였습니다. 저와 다른 형제가 트럭을 몰고 갔습니다. 저는 아파트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열심히 건진 물건들을 나르고 있는데, 그 형제는 식곤증이 몰려왔는지, 신나게 떠들다가, 세상 편한 얼굴로 남의 집 거실에 누워 세상 편히 자고 있었습니다. 코까지 골면서.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씩씩대는 제가 영과 지혜로 충만하신 자매님께서 충격적인 말씀을 제게 해 주셨습니다.
“저 신부님이 신부님보다 훨씬 하늘나라에 가까이 계시네요.”
오늘 우리는 기쁨의 사도 필립보 네리(1515-1595) 신부님의 축일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필립보는 필립비서 4장 4절을 평생에 걸친 좌우명으로 삼으셨습니다.
“주님과 함께 항상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얼마나 마음이 관대하고 착하던지 당시 로마시민으로서 필립보 부오노(Fillippo Buono-선량한 필립보)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답니다.
필립보의 탁월한 인품과 쾌활한 성격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갖게 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그를 죽기 살기로 좋아하고 따랐답니다. 그는 오랜 세월을 아이들과 어울려 정신없이 놀았습니다.
어떤 사람이 수많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정신이 하나도 없는 필립보에게 물었습니다.
“아이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이렇게 지독하게 떠들어 대는데 괜찮습니까?”필립보는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아닙니다. 아이들이 죄만 짓지 않는다면 제 등 위에서 장작을 패도 괜찮습니다.”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여 사제가 되기에 충분한 지적 능력과 자격을 갖춘 필립보였지만 겸손한 마음에 사제의 길을 가지 않았습니다. 그 후 13년간 평신도 사도로서 기도와 사도직에 적극 뛰어들었습니다.
영적으로 탁월했고, 덕스러웠던 필립보를 눈여겨본 고해 사제는 그에게 늦었지만 사제의 길을 가도록 권했습니다. 1551년 36세의 나이에 사제로 서품된 필립보는 사제가 된 후에도 언제나 겸손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했습니다.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사람들에게 늘 기쁨을 선사했습니다.
이렇게 영성적이고 친절한 사람, 재미있으면서도 깊이가 있는 사람이었던 필립보였기에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들끓었습니다. 필리보는 당대 지위고하, 남녀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레오 11세 교황님께서는 필립보와 이야기하는 것을 생의 가장 큰 낙으로 삼으셨답니다. 클레멘스 13세 교황님이나 그레고리오 14세 교황님께서는 필립보로부터 받은 가르침과 교훈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셨습니다. 가롤로 보로메오와 이냐시오 성인도 필립보와 친밀한 우정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임종 직전 병상에 누운 필립보는 벽에 걸린 십자고상을 손짓하며 이렇게 말하곤 했답니다.
“보십시오. 주님께서는 저처럼 고통을 참으면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는데, 이 미천한 저는 이런 호화스러운 자리 위에서 친절한 사람들의 간호를 받으며 쉬고 있습니다. 얼마나 염치없는 일입니까?”
“예수 그리스도 이외의 것을 원하는 사람은 진정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오늘을 철저히 살게 해 주십시오. 그러면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