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IMF로 힘들었을 때
어느날 부터인가
산에 막걸리통을 들고 올라와서 파는 부부가 있었다.
의류 하청 사업을 하다가
잘 되지않자 일요일에만 산으로 올라와서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갈치포를 조리고, 삭힌고추나
여러가지 야채를 썰고 양념을 준비해서
참기름, 깨소금도 듬뿍 넣고
그자리에서 바로 버무려서 안주로 내놓는데
아줌마의 반찬 솜씨가 아주 좋아서 맛있었다.
술을 좋아하는 남편은 앉은 자리에서
한 병을 마시고 내려오다보니 단골이 되었다.
그 부부는 배추 김치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서
도시락 반찬통에 따로 김치를 넣어 가지고 올라오기도 했다.
점점 등산객들이 모여들어서
아저씨가 혼자 등에 지고 나르는 막걸리로는
손님들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따로 져나르는 사람을 두고, 어느 때는 그 집 아들이 져나르곤 했다.
요즘은 매일 산에 올라와서 장사를 한다는데
다소 무뚝뚝해보이지만
순박한 부부가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손님 때문에도 그렇지만 하루종일 산에 있으면서
밥먹을 시간이 없다는 부부를 위해
요기라도 하라고 초콜렛이나 빵등을 사가지고 올라갔다.
아줌마는 고마워하면서
다른 손님들이 준 떡이라던가 음식들을 나에게 건네 주곤했다.
지난 주 나는 정말 오랜만에 산에가서 막걸리를 먹었다.
물을 지고 나르기 힘들어서 라면을 팔지 않았는데
처음보는 컵라면이 있길래 먹어보니
담백하고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도 맛이 좋다고 한다.
슈퍼에가서 사먹자고하는 우리의 말을 들은
아줌마는 수줍게 웃으면서
일반판매는 하지않는 것이라면서
주문을하면 보내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어제 아줌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라면을 주문하면서
다른 것도 하나 보냈으니 받으란다.
놀라서 뭘요?하는 나에게
오래 전부터 고마워서 무어라도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주소도 모르고 마음 뿐이었는데
내가 라면을 주문하길래 너무 반가웠다고 한다.
그들에겐 조금 오래 된 단골이었을 뿐인데
과연 나는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건지
그녀가 보내준 향기나는 원터치 쓰레기통을 받고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하다.
카페 게시글
얘기터 文友亭
膳物
배꽃
추천 0
조회 80
04.03.07 00:11
댓글 8
다음검색
첫댓글 배꽃님 늦은 시간이네요. 마음의 선물은 듣는 사람도 기분 좋게 하는 매력있음^^*잘자요.
이화언닌 생활속에서 언제나 잔잔한 정이 흐르는것 같아요 내는 왜 그케안될까??
서울을 떠나 이곳 용인으로 온 후부터는 제집처럼 드나들던 관악, 북한, 도봉, 불암, 수락 산들이 아주 먼데 있는 산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도 막걸리 한잔 정도는 즐기는데....
산에서 먹는 라면 정말 맛있던데 그 라면 함 먹어봤음 좋겠습니다 꼬르륵~
심계님 언제 수락산에서 막걸리 맛을 보여드리고 싶은데......기회가 있겠지요.
배꽃님 저도 수락산의 막걸리를 먹을 줄 안답니다 물론 오늘 도봉산에서 메추리구이에 막럴리를 해치웠지만......
술꾼이셨구나.. ㅋㅋㅋ (튀자~앗! ==333)
아주 적절한 선물이네요. 쓰레기통에서도 향기가 나는 여자 ...그 이름..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