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린세상@
가시와
버시가
린스를
세제로
상용해!
여행을 하다 보면 간혹 ‘가시버시’라는 상호(商號)의 카페, 찻집 등을 만나곤 한다. 대체로 부부가 함께 오순도순 운영하는 가게들이다. ‘가시버시’가 ‘부부’를 뜻하는 말이니 두 사람이 함께하는 가게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상호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말이 여성 비하 의식이 반영된, ‘부부’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생각이 좀 달라질 수도 있지 않나 한다.
‘가시버시’라는 말은 옛 문헌엔 보이지 않지만, “안고 자면 가시버시지(식은 안 올렸어도 살 대고 지내면 부부 아니겠냐)” 같은 속담에 등장하는 걸 보면 일찍부터 널리 쓰이던 단어로 추정된다. 이 단어는 어원 풀이가 쉽지 않았으나 조선어사전(1938)에서 ‘가시밧(‘내외’의 옛말)’이라는 단어를 찾은 후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다.
‘가시버시’는 ‘가시밧’에 접미사 ‘-이’가 결합된 ‘가시바시’에서 제3음절의 모음 ‘ㅏ’가 ‘ㅓ’로 변한 어형이고, ‘가시밧’은 ‘가시’의 ‘’이 휴지(休止)가 오는 환경에서 ‘밧’으로 표기된 형태다. ‘가시’의 ‘가시’는 ‘갓(아내)’의 주격형이 명사로 굳어진 어형으로 ‘아내’를 뜻하며, ‘’은 본래 ‘바깥’의 뜻이나 여기서는 ‘남편’을 뜻한다. ‘조선어사전’에서는 ‘가시’를 ‘아내에 대한 옛말’로, ‘밖’을 ‘사내(남편)’의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가시밧’, 곧 ‘가시버시’는 ‘아내와 남편’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부부’를 뜻하는 합성어를 만드는 데 ‘아내’를 뜻하는 단어를 앞에 내세우고 ‘남편’을 뜻하는 단어를 뒤에 둔 것이다. 이러한 배열 방식은 ‘부부’를 뜻하는 ‘남진계집’을 비롯해 ‘오누이, 아들딸’ 등과 같은 합성어와 대조적이다. ‘가시버시’가 ‘부부’에 대한 낮춤말이어서 이렇듯 여성과 관련된 단어를 굳이 앞에 배치한 것이다. 단어 배열에도 고약한 ‘남존여비’ 의식이 발동한 것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첫댓글 배우고갑니다.ㅎ
좋은시간 되세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