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당패 어름사니 조송자의 연희 세계>
이호승 (2016). 남사당패 어름사니 조송자의 연희세계. 민속학연구(38), 109-133
이호승 : 서울오산고등학교
▪어름사니 조송자의 연희적 생애
어름사니 조송자는 1927년 경기도 용인에서 아버지 조길환과 어머니 김효재 사이에서 태어났다. 조길환은 남도창과 장구 연주에서 뛰어난 경기 무악 장단의 명인이었고, 김효재는 모친도 무업에 종사했던 경기도 세습무계 출신이었다. 이후 조송자의 부모는 경기도 광주로 이주했고 줄곧 그곳에서 살았다. 조송자는 일곱 살 때부터 부친의 친구인 손만대에게 줄타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조송자의 줄타기 스승인 손만대는 일제 강점기 여러 공연의 흥행사로 활동했고 남사당 원육덕이패에도 참여했다. 어린 조송자는 손만대에게 줄타기뿐만 아니라 승무, 검무, 남도창, 서도창 등도 학습했고 오랜 시간에 걸쳐 기량을 축적해 나갔다. 이러한 폭넓은 연희 전통에 대한 수련은 조송자의 어름줄타기가 뛰어난 예술적 전문성을 보여주는 밑거름이 되었다.
▪조송자 어름줄타기의 재담
줄타기 재담을 줄여서 ‘줄재담’이라 한다. 줄재담이란 줄광대가 줄 위에서 펼치는 갖가지 재치 있는 대사로서, 가요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어름사니는 줄재담을 통해 기본적으로 기예의 내용과 상황을 설명하고, 나아가 풍자와 해학을 통해 관중의 일상 속 긴장을 이완시킨다.
비속어와 음담의 사용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함으로써 규격화된 삶에서 긴장하며 살아가는 관객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여유를 제공한다. 주지하다시피 줄재담은 공연언어이다. 따라서 관객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쪽으로 재담이 강화되기 마련이다. 공연언어가 청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경우, 공연은 실패하므로 관객에게 친밀한 공연언어를 만들어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어름사니는 관중에게 익숙한 비속어와 음담을 사용함으로써 순간순간 공연분위기를 살리고 관중의 관심을 강화시켜나간다.
속담(俗談)이란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속된 이야기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속담은 구성하는 낱말의 의미를 통해 전체적인 표현의 의미를 추정할 수 있다. 속담은 대화 중에 삽입되어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만드는 효과를 거두고 구체적이고 특수한 사례를 줄재담에서 간결한 형식의 속담을 사용해서 구경꾼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기예의 효과를 적절하게 전달한다.
어름사니 : 내 한번 건너가는데 잘 건너가면 재주가 용코 못 건너가면 재주가 메주가 되는 판이렷다.
조송자의 어름줄재담은 기존의 가요들을 차용하고 개작해서 재담 속에 삽입시켜 재담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고 공연장에 신명과 흥겨움을 가져온다. 아래 대목은 어름사니가 젊음의 열병에 들뜬 처녀 총각의 심정을 드러내는 부분으로 경기 민요 <오봉산타령>을 차용했다.
어름사니 - 오봉산 꼭대기 에루화 돌배나무는 가지가지 꺽어서 영산홍이로구나
에헤이요 데헤이야 연사홍록에 봄바람 가는 님 허리를 에루화
더덤썩 안고서 가지를 말라고 에루화 통사정을 하구나
에헤이요 데헤이야 연사홍록에 봄바람
▪조송자 어름줄재담의 기능
첫째, 줄타기 기예의 내용을 풀어서 설명하는 것이다. 하나하나의 기예마다 재담을 바꾸어 가면서, 전체적인 판의 분위기를 긴장과 흥분으로 집중시키는 것이다.
둘째, 앞으로 전개될 기예로 관중의 관심을 환기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셋째, 해학과 풍자를 가능케 해주는 것이다. 줄광대는 재담을 통해 지배계층을 조롱하고 희화화시켜서 웃음을 유발한다.
▪조송자 어름줄타기의 연행 원리
첫째, 고난도의 기예가 재담, 음악과 통합적으로 결합하는 연행 요소의 유기적 결합의 원리.
둘째, 고도의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고 이를 해소하는 극적 긴장의 압박과 이완의 원리.
셋째, 허공에 설치된 줄이라는 협소한 단선 무대를 폭넓은 극적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연행 공간의 입체적 확장의 원리이다.
1)연행 요소의 유기적 결합
어름줄타기 연희자인 어름사니, 매호씨, 악사는 관중과 현장 상황에 따라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며, 줄타기의 연행 요소인 기예, 재담, 음악을 활용해서 줄타기를 실연한다. 줄타기에서 관중은 아무리 아찔한 기예가 펼쳐지더라도 기예로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기예와 재담, 음악의 유기적 결합에 의한 극적 충일감(充溢感)을 요구한다.
이러한 연행 요소의 유기적 결합을 위해서, 어름사니는 기예뿐만 아니라 가요와 재담을 능숙하게 연행할 수 있어야 하고, 매호씨는 어름사니의 연행을 도울 수 있는 익살과 추임새에 익숙해야 한다.
2)극적 긴장의 압박과 이완
어름줄타기는 시간과 공간, 사회적 상황, 관중 등의 연행 조건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여 최대한 연희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극적 긴장의 지속적인 압박과 이완이라는 방식을 취한다.
극적 긴장의 이완을 통해 피로감을 극복하고 앞으로 전개될 연행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고조시켜야한다.
3)연행 공간의 입체적 확장
어름줄타기가 현장성에 기초한 여러 전통연희 종목들과 가장 차별성을 보이는 부분은 고난도의 기예가 공중의 외줄 위에서 펼쳐진다는 점이다.
어름줄타기는 기본적으로 어름사니가 외줄 위에서 상하 좌우로 움직이는 기예를 통해 연행된다. 어름사니와 매호씨는 각각 공중 무대와 지상 무대에 위치해서 재담을 주고받으며, 물리적 공간을 극적 공간으로 확장시켜 나간다 이때 가장 큰 구실을 하는 연희자는 매호씨다. 매호씨는 통상 어름사니와 관중의 심리를 대변하기도 하면서 줄타기가 연행되는 내내 어름사니의 기예가 돋보이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