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들어갈때 기대와 흥분으로 가슴이 살짝 뛴다. 산에 들어갈 땐 영혼이 한껏 고양된다.
산악 영화 많이 봤다. 레니할린의 클리프 행어는 다섯번쯤 봤고
"k2" 는 깍아지른 절벽에 하켄을 두드려 박던 스펜서 트레이시의 집요한 눈빛에 반해 리플레이 해가며 보고 또 봤다.
-돌쇠님에게 지청구를 들어가며-
미세한 등반 동작이 일품이었던 "버디칼 리미트 " 는 분석해가며 봤고
"위대한 자연과 하잖은 인간"을 주제로 라인 홀드 아저씨가 원안 쓰고 베르너가 감독한 "최후의 등정 세레 토레" 는 100프로 현지촬영이라는 현장성과 대담 무식한 제작 방법에 기가 질려 가슴을 벌렁거리며 보고또 봤다.
섭렵한 산악영화를 줄줄이 나열하는 것은 이만 생략하고.
산행 후기 쓸 면에 웬 영화 얘기냐구요? ...
12인조 설악 맨들의 1박 2일 여정이 영화와 많이 닮아 있다는 필이 갑자기오기에...
주인공 :설악맨 12인조
무대 : 당연히 설악산
차편 관계상 먼저 도착한 선두조는 두 세시간 잠.
장소는 알아서 백반집.
이어 후발조 도착 새벽 두시반 합류.
두 대 차량이 동시에 이동하여 설악에 12인조를 내려주고
다시 돌아가서 차를 놓고
택시 타고 산행 깃점으로 돌아오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드뎌 새벽 산행시작 ㅇ됨
날라다니는 비 몇방울이 노출된 봉자 누님의 침낭에 떨어지지 않기를 다들 걱정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하늘 사정이야 하늘 만이 아는것 .
또한 염려스러운 소품 몇가지가 있었지만 우리의 최 감독님 그대로 통과.
그렇다 치고
백주대간을 종주한 최정예 부대의 숙련된 베낭이라고 보긴엔 우리의 보따리들은 6.25 때 그것들과 너무 닮아 있었다.
베낭밑에 매달린 매트리스. 베낭위에 올라앉은 매트리스. 옆구리에 매달린 매트리스.
이런저런 이유로 베낭밖으로 내 몰린 매트리스부대가 보무도 당당히 대 장정에 오른다.
마등령 5키로 공룡 5키로 중청2키로 도합 12키로
제대로 가면 10시간, 놀며가면 12시간 , 퍼져가면 14시간
비박지까지 시간 널널하다.
- 잠시해본 생각 한 자락 -
뒷굼치에 산이 있는것이 아닌데 앞사람 뒷굼치에 필사적인 이유를 생각해 봤지만 지금도 통~
중청은 엿장사 맘 데루가아니다. 7시 이전에 도착하면 조심해서 내려가라고한다. (일몰 후 에나 가능함. 하절기 대략 7시)
미리 도착해서 개떨듯이 떨 이유가 없다. -퉁새 생각-
그러나 다수가 원하지 않았지만 개 떨듯이 떨게 되는 상황에 놓여지게된다. 10시간 후쯤에.
그건 미래의 일이고
얼마만에 만나보는 새벽 여명인가 ! 계단길도 싫지않았다.
오르는 내내 새소리가 함께 했다.
높고 맑은 새소리는 인간이 만들어낸 어떤 악기 보다 훌륭하다. 새소리에 운율을 싣어주는 바람이 없으면 높고 맑을 뿐 깊이가 없다. 그런데 오늘은 바람도 적당하다 .
귀도 기분이 좋으면 쫑긋해 지고, 향기 앞에선 콧구멍도 확장 된다. 신 새벽 산냄새는 자연의 체취다. 아~좋다!
숨찬 가운데서도 확인한 바 세존봉도 잘있고 금강문도 안녕 하시다. 비선대앞 적벽의 안위는 확인 못했다. 어두워서
.
올라서자 조신하게 불던 바람 이 광풍으로 변한다.. 마등령이다.
밥터에 바람막이 치고 바닥보니 없던 돌 깔려있다. 화채 쪽 향해 듬직하게 서 있던 돌 탑이 간곳 없다. 길목 지킴이를 바닥 깔게루하다니... 어떤 인사가 요런짓거리를...우잉
그냥 놔 두지를 못한다. 있던 것이 없으니 잠시 허전하다.
돌탑은 사람을 닮아있다. 사람손으로 쌓이기 마련이고, 그 손에 한번 쯤 간절한 맘을 담아보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갖가지 이야기를 뭉게버리다니...
우리도 그 돌판위에서 밥먹었다.
마등령에서 희운 까지 5키로, 오늘은 기후도 좋아 5시간이면 콧노래로 갈 거리다.
발걸음에 콧노래를 싣으신 분도 계시고. 아니 싣으신 분도 계신 가운데
화면은 뱅글 뱅글 돌아간다. 가슴 툭 트일듯 스펙터클한 장쾌한 산의 아름다움 , 용아를 우로 두고 좌로 내리 꼿히는 천불을 더듬는 눈길에 찐한 축복 있을진저... 훗날 도가니 관리 부실하게 한 죄로 안방 처사로 세월 죽일때 심산 산행에 필수요소가 될터... 그 때 함께한 퉁새도 잊지 말고 동행할것.
신선봉에서 내려다 보는 희운각은 우리들의 고향집을 닮아있다.
설핏한 저녁에 지친 다리로 내려다보는 희운각. 거기에서 안도와 위로를 느껴본 사람이 어디 한 둘일까!
리모델링 한다니 잠시 섭섭!
그런데 공단 관리 요원 이경수 님의 얘기대로라면 내부만 리모델링 한다고한다. 외벽은 그대로 보존해야한다는 산 사람들의 요청이 받아들여진 결과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희운각이 오래오래 그 자리에 있기를...
맛난 식사 도 좋았고
이경수님의 각별한 친절도 좋았고... (희운각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있었슴)
박수 짝짝 쳐주고
올라선 길.
넉넉잡아 3시간이면 중청이다. 설렁설렁 올라가도 해지기 전 도착이다. 발걸음에 여유를 두니 마음도 한가롭다.
재촉이 대수냐 . 퉁새 모르쇠로 일관한다. 돌쇠님 머리에 김나기시작한다.
낼 일정이 버티고 있는 한 민다고 올라갈일이아니다. -체력안배-
시간이 널널하다. 적어도 오늘은.
돌쇠님은 퉁새다리가 이만 저만 ㅁ 걱정이 아니다.
퉁새짐까지 넣으니 베낭이 산더미같다.
우리 착한 돌쇠님은 짐이 너무 많다. 퉁새 투덜투덜...( 네 다리로도 부족해 하나 더 만들어 붙이고 싶은 맘 간절했슴)
우리집이 젤 훌륭했다.
광풍에도 끄덕없이 새벽을 맞게 해줬다 . 미칠듯히 휘몰아 치는 광풍을 자장가 삼아 행복하고 노곤한 수면을 했다.
-가져간 핫팩을 엉덩이와 배 등에 고루 붙이고-
-귀에는 귀마게를 꼿고-
눈치와 지청구속에 어렵게 올라온 양주가 얼마나 달던지...돌쇠님 감사하와요.
비박은 자연속에서 부르는 세레나데다. 막막하던 눈빛들이 걷어지고 최 감독님의 지휘에 따라 각자의 역할로 돌아가는 모습이 그것이다.
(코로 부는 세레나데는 사양함. 혜령이 형수님 잠 못잤다고 하심>
짚고넘어가야 할 부분 - 침낭이 빠지면 세레나데가 장송곡 으로 바뀌는거 시간 문제라는거.-
-21.3키로-
숫자가 먼저 무겁게 와 닿는다.
컨디션은 발목 빼곤 최고다. 전 구간이 능선길이다. 정록 형님도 혈색이 돌아왔다. (전날 저녘 안스러워 볼 수가 없었슴)
일기만 계속 받쳐주면 전원 남교리까지 돌파 문제없을듯도 하다. - 대승령까지 7시간 중간에 급수할 수 있으니 물 걱정없고 -
끝청을 넘어서고, 독주골 갈림길 지나자 넘실거리던 운해가 바람타고 훨훨 걷힌다.
모처럼 시야가 멀리 트인다.
귀떼기 힘겹게 넘어서자 멀~리 한계천이 실가닥 처럼 길게 늘어져있다
. 그 위 마주 바라보이는 가리봉 사면엔 몇 년전 산사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고, 먼 거리 임에도 그 길이와 폭이 상당한것이 그 당시 상황을 미루어 짐작케해준다. 준규씨네 집도 그 때 훌러덩 떠내려가는 횡액을 당했고.
-매트리스를 고쳐 매달며 형수님 하신 말씀-
내려오다 베낭밑에 매달은 매트리스가 바위에 부딪히면서 몸이 앞으로 튕겨지는 바람에 위험할뻔 했다고...
듣는순간 가슴이 서늘~ -안전을 위해 가능한 베낭안으로 정리해 넣는것이 중요.-
-발바닥 통증은 바닥창이 원인. 릿지화는 릿지용으로만. 장거리 등산땐 바닥 두꺼운 장거리용 등산화 착용 중요
3대 폭중 하나인 대승 폭은 길이가 80미터다. 마치 한몸이었던 바위를 쪼개 그 사이로 폭포를 만든듯 인위적이 느낌을 주는특이한 지형지세다 .
최 감독님의 중간탈출 에 관한 얘기가 있었을때 잠시 맘이 흔들했다. - 그리운 대승폭 -
-전원 남교리로-
언제적인가 안경해먹고 안왔는데... 미끈해져버린 십이 선녀탕을 미끌어지듯 내려와 막걸리 캬악!
맘은 그런데 왜 이렇게 머냐 !
스파랜드행이 없었으면 퉁새 다리를 부여잡고 한 사나흘 끙끙 앓았을 텐데-
전례없는 예산 배정까지 해 주신 배려 에 그저 감사할 따름 .
지금까지 퉁새 얘기였습니다,
.
첫댓글 산후 이야기 아주 사실감있게 읽고 퉁새형님 글 솜씨에 감동먹었슴니다. 아침에 퇴근하고 졸린 두눈으로 한참걸려서 끝까지 잘 봤슴니다. 용아 등줄기가 눈앞에 선하네요....
ㅎㅎ산행기 잘 보았습니다.오랜만의 장거리 산행 수고많으셨습니다.퉁새님 ;^-^;;
퉁새님 감사 합니다. 감독에 배우들 그러면 퉁새님의 윗글솜씨로 보아서 설악맨 12인조 시나리오 작가가 탄생 하셨읍니다.내 진작 말씀드린적이 있는데... 우리 퉁새님 화이팅 입니다.
최대장님! 무릎 어떠신가요? 걱정됩니다. 힘든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 하시느라 무릎에 무리가 간듯합니다. 이번 비박 산행을 시작으로 다양한 산행을 기획해 보면 어떨까요. 장비 좀 보강하고, 짐 분배가 되면 가능할것두 같은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올해는 장비를 보강시키고 도봉 야영등 잼나는 산행을 만들어 보겠읍니다. 감사합니다.
파란산님! 다리가 안좋으시다고 하던데... 영희는 허리가 안좋고.. 나이 먹으면서 약봉지만 늘어간다더니 퉁새 다리도 가끔 말썽을 부립니다. 아껴 쓰려구해요. 팔팔 나는 작은 곰이 동행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하초를 잘 추스려서 멋진 비박산행을 하시자구요.
언니~ 글읽으며 산행하는 느낌이 팍팍 밀려오네요. 가보고싶다 ㅎㅎ 소백에서 만찬도 아주 고마웠구요 ^^
혜수야! 담에 꼭 함께가자. 승찬이두 데리구... 니네 온다구해서 좀 쌌다. 맛있었다니 고맙구.
파란산님 다리아프셔요? 지난번 빌려주신 무릎보호대덕을 톡톡히 봤었는데.... 얼른 회복하세요.
황홀한 글 맛난이야기 잘보고감니다 한편의소설 을읽는것 같내요
싣어나르기 맡으면 마시는 줄거움을 접어야 해서 다들 맡고 싶어하지않는데... 고맙고 든든한 총무가 있어서 마무리까지 잘 됐다구 봐 . 총무 10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