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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28 - 상처 (下)
S#1. 평창동집 앞
대문 열고 나오다 황국도를 보고 멈칫하는 승희. 순간 표정 창백해져서 보며.
승희 : 아..아저씨..!
황국도 : 이이. 잘 있어냐 윤희야?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본다)
승희 : (놀라서 얼른 박기사 눈치를 보면)
박귀중 : (두 사람을 보고 있다)
승희 : (애써 태연하게) 아..아저씨가 여긴 어쩐 일이세요?
황국도 : 워쩐 일이기는. 나야 니가 보고 자파서 왔제. 중요허게 할 야그도 쪼까 있고 해서 말여.
승희 : (본다. 보더니) 나가죠. 다른데 가서 얘기해요 우리.
황국도 : 다른디 갈 거 뭐 있다냐? 이렇게 크구 좋은 집 놔두구..
박귀중 : 그래요. 집으루 모시죠 윤희 양.
승희 : 저 지금 나가는 길인 거 안보이세요? 약속 있어 나가는 길이라구요. (황국도 보며) 가면서 얘기해요. 그럼 되잖아요.
황국도 : 그랴? 아따 이거 섭하게 되아 분젔네.. (거드름)
승희 : 가자구요. (하면서 황국도를 끌어당긴다)
황국도 : (못 이기는 척 따라가면)
박귀중, 의아한 시선으로 본다. 시선에서.
S#2. 일각
승희, 주위를 한번 둘러본 뒤 황국도를 노려본다.
황국도 : 어따 눈 찢어지겄다. 그만 째려 보랑께.
승희 : 아저씨 왜 이래요? 지금 나하구 뭐하자는 거예요?
황국도 : 뭐하기는 시방.. 쪼까 거래를 좀 해보자는 거이지.
승희 : 거래라구요?
황국도 : (보며) 우선 한 장만 내놔 봐.
승희 : 한 장이라뇨?
황국도 : 천만 원.
승희 : (놀라서 본다. 보면)
황국도 : 이자는 집에서도 쫓겨 났겄다.. 갈디도 없고, 일단은 거처할 데부터 마련해야 안쓰겄냐.
긍께 우선 이번 주까정 한 장만 내놔 봐.
승희 : 미쳤군. 아저씨 지금 제정신 아니지? 그렇지?
황국도 : (그 말에 기분 나쁘게 보더니) 내가 참말로 미치믄 워찌 되는 줄 아냐?
너한테 들릴 것두 없이 곧바로 회장님 앞이 가서 이실직고 하는 것이여. 선우가 당신 친손녀 딸이요, 하고. 알기나 혀?
승희 : (누가 듣는 것도 아닌데 주위를 둘러보다 다시 황국도를 노려보면)
황국도 : 워쪄. 쪼까 겁나불제? 긍께 존 말루 헐 때 잘하란 말시. 잘못 얕봤다 큰 코 다치지 말고. 이?
승희 : 허.. (노려보면)
황국도 : 그라믄 이번 주까지 준비하는 걸로 알고 나는 갈란다. 이? 또 연락하자고.
(하면서 모자를 집어쓰고 돌아서서 간다. 팔자걸음, 유유자적)
승희 : (석고상처럼 굳은 듯 그 모습을 노려본다. 시선에서)
S#3. 국밥집 방 안
오산댁 : (놀라서 보며) 뭐야? 천만 원? 그 인간이 정말루 미쳤구나. 돌았어.
아니 간뎅이가 부어두 한참 부었지 어디서 강짜야, 강짜가?
승희 : 돈 없던 사람이 돈맛을 보면 미친다더니.. 딱 그 꼴이지 뭐.
오산댁 : 얘, 그러지 말구 내가 한번 아저씨 만나볼까?
승희 : 만나서 어쩔 건데?
오산댁 : 그래두 십 수 년 산 정분이 있는데.. 내가 달래면 마음이 바뀌지 않을까?
승희 : 꿈 깨 엄마. 그 아저씨, 오천만원 날려 먹구 가게까지 날려 먹구,
이젠 돈에 눈이 어두워서 딸 같은 년한테 협박까지 하는 사람이야. 그런 사람 마음이 쉽게 돌아오겠어?
오산댁 : 그래두 달래구 얼르구.. 다시 집에 들어와서 같이 살자 그러믄 혹시 또 누가 알어?
그 사람도 속으룬 그러길 바라구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지.
승희 : 한번 돈맛을 보고 그 위에 올라가 본 사람은..죽었다 깨나도 제자리에 못 돌아 오는 거야.
내가 죽었다 깨나도 다시 이 국밥집으로 돌아오기 싫은 것처럼.. 알아?
오산댁 : (한숨으로 시선 돌리며) 그럼. 어쩌냐.. 달라는 대루 줘버릇 하면 한두 끝두 없을 텐데..
승희 : 방법이 있을 거야. 방법이.. (불안하게 입술을 깨물며 시선 돌리는데서)
S#4. 회사 일각
선우,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일일이 인사하며 지나온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러면서 자판기에서 동전을 넣고 음료를 꺼내는데, 한쪽에서 커피를 마시는 직원들 얘기.
직원1 : 그 얘기 들었어? 김태희 씨가 회장님 친손녀라면서?
직원2 : 차기 제하그룹 후계자라던데?
선우 : ... (조용히 듣는 위로)
직원1 : 장재혁팀장은 어떻게 된 거야? 다시 신사업 팀으로 복귀한다며?
선우 : (멈칫.. 음료를 꺼내다 멈칫하는 위로 계속)
직원1 : 증권거래법인가루 구속까지 됐던 거 아니었나?
직원2 : 몰랐어? 김태희 씨랑 그렇구 그런 사인 거. 김회장님이 손을 써서 벌금형으루 끝날 거 같다든데.
직원1 : 그래애?
선우, 음료를 뽑아 그대로 돌아서서 몇 걸음 걸어오는데 그 때 박스를 들고 지나가던 오한영과 마주친다.
선우, 멈칫해서 오한영을 본다. 보면.
오한영 : 안녕하세요, 이선우 씨.
선우 : 안녕하세요 선배님. (오한영이 들고 있는 박스를 보면)
오한영 : 지금 팀장님 짐을 도로 사무실에 갖다놓는 중 입니다.
선우 : 네에.. (그러면서 지나치려는데)
오한영 : 아 참, 장팀장님 곧 약혼식 하실 겁니다. 김태희 씨 하구요.
선우 : (멈칫.. 돌아본다. 보면)
오한영 : 회장님께서 서두시는 바람에 이번 주 토요일 날로 날을 잡았답니다. (보며) 정말 축하할 일 아닙니까?
선우 : (본다. 보다가 겨우) 네에.. 정말 그러네요.
오한영 : 혹시.. 아직도 팀장님한테 미련을 두고 있는 건 아니겠죠, 이선우 씨?
선우 : (그 말에 본다. 보면)
오한영 : 이건 이선우 씨를 위해 하는 말인데 남아있는 미련이 있다면 빨리 정리하도록 하세요. 그러는 게 좋아요.
(그러더니 그대로 선우를 지나쳐 간다)
선우 : (멍하니 바라보는 시선에서)
S#5. 비상구가 있는 일각
힘없이 걸어오는 선우,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다가 멈칫.. 창가 난간 앞에 서있는 재혁을 본다.
재혁도 선우 쪽을 돌아본다. 마주치는 두 사람의 시선..
순간 선우, 손에 들고 있던 서류들을 놓치고 만다. 촤르르 바닥에 흩어지는 서류들..
선우, 움직일 생각도 못한 채 멍하니 재혁을 보면.
재혁, 본다. 보다가 조용히 구부려 앉아 서류를 줍기 시작한다.
선우, 그런 재혁의 모습에 얼른 감정을 수습하려 애쓰며.
선우 : 그냥 두세요, 팀장님. 제가 할께요.
하면서 허둥지둥 서류를 줍는다. 자꾸만 나오려는 눈물을 애써 누르며 서류를 줍는데
일순 선우의 손 위로 겹쳐오는 재혁의 손.. 선우, 멈칫.. 재혁을 본다.
재혁, 시선 마주치지 않은 채 잡은 선우의 손만 내려다보면.
선우, 얼른 손을 빼더니 서류를 주워 일어선다. 재혁, 잠시 간격을 두고 일어나 주운 서류를 건네준다.
선우 : (받으며) 감사합니다. 팀장님.
재혁 : (선우를 보면)
선우 : (그 시선 피하며 괜히 딴소리) 며칠 결근을 했더니 일이 많아요. 이번에 외국에서 들여오기로 한 브로기술 문제루
정신이 하나도 없는 거 있죠. 제가 영어가 많이 딸려서 더 그래요. 이럴 줄 알았으면 열심히 회화공부 해두는 건데..
재혁 : 아픈 건.. 좀 어때요? 다 나았어요?
선우 : (멈칫.. 본다. 보다가) 네 그럼요. 괜찮죠.. 걱정 마세요. 끄떡없어요, 저..
재혁 : (그런 선우를 바라보면)
선우 : (시선 피해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어우 이것 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저 그만 가봐야겠어요, 팀장님. 그럼..
(그러면서 꾸뻑 인사하고 지나쳐 온다)
재혁 : (돌아보지 않은 채로 서 있는데)
재혁을 지나쳐 몇 걸음 걸어오던 선우, 멈칫.. 걸음을 멈춘다. 잠시 생각하더니 결심한 듯 다시 재혁을 돌아본다. 보며.
선우 : 약혼.. 축하드려요 팀장님.
재혁 : ...! (돌아보지 못한 채..)
선우 : (그 뒷모습 바라보며) 잘 됐어요. 정말 잘 된 일이예요.
팀장님하구 태희 언니 두분 모두..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진심이예요.
재혁 :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선우, 그런 재혁의 뒷모습에 웃음으로 일별한 뒤 돌아선다.
돌아서는 순간.. 툭 떨어지는 눈물.. 선우, 얼른 손등으로 문질러 닦으며 그대로 쭉 걸어오면
그제야 선우의 뒷모습을 돌아보는 재혁. 시선에서.
S#6. 신사업팀 복도
걸어오는 선우, 손등으로 계속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온다. 그러다 사무실 앞에 다가오자
잠시 멈춰 서서 심호흡.. 후우.. 두어 번 숨을 몰아쉬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선우, 그대로 문을 밀고 들어서면.
S#7. 신사업팀 사무실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사무실 안.
선우 : (밝은 얼굴로) 선배님! 여기 부탁하신 서류 가져 왔습니다.
직원1 : 고마워요. 아 참 그리구 이거 프린트 좀 부탁해요. 열부씩 만들어서 회의실에다 좀 갖다 주면 되거든요?
선우 : 네! 알겠습니다. (디스켓 받아 드는데)
직원2 : 이선우 씨! 그 일 끝난 다음에 이 자료 좀 홍보실 남정아 대리한테 좀 갖다 줄래요?
선우 : 네 알겠습니다. 홍보실 남정아 대리님이요. (그 쪽으로 뛰어가 자료 받아든다)
한쪽에서 태희, 밝고 씩씩하게 움직이는 선우를 돌아본다. 조금은 미안하고 싸한 기분으로 본다. 시선에서..
S#8. 달동네 일각 (밤)
지친 듯 터벅터벅 걸어오는 선우, 문득 고개 들어 보면
한쪽에 앉아서 선우를 기다리고 있던 철웅, 손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는다.
선우, 그런 철웅을 보면.
S#9. 패스트푸드점 (밤)
철웅, 카운터에서 음식을 받아오고 함께 먹는 철웅과 선우.
철웅, 시장했던지 정신없이 한 입에 털어 넣으면 선우, 본다. 보다가 자기 음식을 덜어 준다.
철웅, 돌아보더니 씩 웃음. 맛있게 받아먹으면.
선우, 본다. 보다가 작게 한숨.. 시선 돌리면.
S#10. 패스트푸드점 앞 거리 (밤)
콜라를 들고 패스트푸드점에서 나와 걷는 철웅과 선우.
철웅 : 역시 땀 흘려 노동을 한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야. 이렇게 기분 좋은 건줄 알았음 진작 시작하는 건데.
선우 : ...
철웅 : 나.. 열심히 일해서 빨리 돈 모을 거야. 그래서 그 돈으로 트럭 살 거다. 트럭 사면 젤 먼저 너부터 태워 줄께.
너 어디 가구 싶냐? 말만 해. 어디든 데려다 줄 테니까. 응? (그러면서 돌아보면)
선우 : (표정이 우울하다)
철웅 : (? 본다. 보며) 왜 그래? 무슨 일 있었냐?
선우 : ...
철웅 : 선우야. (하는데)
선우 : 그 사람.. 약혼한대.
철웅 : (멈칫.. 본다) 누구하구?
선우 : 태희 언니..
철웅 : (본다. 보더니) 그렇구나. (시선 돌리며) 잘 됐네 뭐..
선우 : 그래.. 잘 된 일이지.. 근데 철웅아. 난.. 왜 자꾸 눈물이 나니?
철웅 : (그 말에 본다. 보면)
선우 : (고개를 숙인다. 뚝.. 떨어지는 눈물)
철웅 : (본다. 짠.. 해서 바라보면)
S#11. 고급 보석가게 (D)
진열장 위에 쭉 올려지는 고급 예물들.
태희, 살펴보다가 그 중에 하나를 골라 뒤쪽을 돌아보면 재혁, 한쪽에 앉아 다른 곳을 보고 있다.
태희, 본다. 보다가 시선 돌린다. 점원에게 "그냥 이걸로 주세요." 하면서 다시 재혁을 돌아보면.
재혁, 담배를 피우며 후.. 연기를 내뿜는 모습에서.
S#12. 사무실 (D)
컴퓨터 앞에 앉아 잔뜩 쌓인 서류를 들여다보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선우의 모습..
그러다 선우, 문득 시계를 본다. 시선에서.
S#13. 약혼식장 (고급스러운 분위기)
1. 대기실.
거울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태희의 약혼드레스 입은 모습. 정갈하고 깨끗하고 단아한 분위기.
태희,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재혁의 모습.
태희, 돌아본다. 재혁, 표정 없이 태희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다. 시선 위로.
(E) 박수소리.
2. 약혼식장.
태희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는 재혁.
감회가 새롭게 바라보는 김필중, 못마땅한 현자, 역시 불유쾌한 표정의 승희, 서준 혼자서 환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축복하고.
한쪽에 서서 바라보는 오한영과 진상만의 모습. 오한영은 흐뭇하고, 진상만은 영 껄끄럽게 보면,
이번엔 태희가 재혁의 손가락에 약혼반지를 끼워준다. 재혁을 바라보는 태희의 얼굴에서.
S#14. 선우의 집 (부엌)
선우, 머리를 질끈 동여맨 채 그 안에 쪼그리고 앉아빨래를 하고 있다. (또는 큰 대야에 빨래를 넣고 발로 밟아서 빨고 있다)
흘러내린 머리칼을 손등으로 넘긴다. 비누거품이 이마 한쪽에 묻어도 전혀 상관치 않는 표정에서.
S#15. 약혼식장
케익 커팅을 하는 재혁과 태희.
김필중, 조용히 두 사람을 바라보며 와인 잔을 들어 건배한다.
재혁과 태희, 와인 잔을 들고 가볍게 부딪힌다. 서로를 마주보는 두 사람, 천천히 와인을 마신다.
태희, 재혁을 바라보면 재혁, 시선을 돌린다. 머릿속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듯..
S#16. 선우의 방
팔 걷어붙이고 바지 걷어붙이고 걸레로 힘껏 방바닥을 문지르고 있다.
모든 상념을 떨쳐 버리려는 듯이 더 빡빡.. 문지르고 또 문지르고..
그러다 숨이 차오르는 듯 잠시 멈추고 숨을 내쉰다. 그러다 다시 빡빡 문지르는 모습.
아무 생각도 안하려는 듯 그렇게 열심히 방을 청소하는 모습에서.
S#17. 평창동 거실
예산댁, 문을 열어주면 김필중을 부축해 안으로 들어오는 박귀중과 진상만.
그 뒤로 현자와 서준, 승희, 줄줄이 따라 들어온다.
김필중 : 진실장, 수고했어.
진상만 : 네 회장님. 그럼 편히 쉬십쇼.
김필중, 박귀중의 부축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가면 승희와 서준, 이층으로 올라가고.
현자 : 아줌마 시원한 물 좀 가져와요.
예산댁 : 네. (안으로 들어가면)
현자 : (소파에 앉으며) 좀 앉으세요. 진실장님.
진상만 : (서재 쪽을 한번 살핀 뒤 와서 앉는다) 그나저나 이렇게 전격적으로 약혼식이 이뤄질 줄은 몰랐습니다. 사모님.
이렇게 되면 일이 좀 복잡해지겠는데요.
현자 : 걱정 마세요. 그 두 사람.. 오래 못 갈 테니까.
진상만 : 네?
현자 : 한번 실패해 본 경험자로서.. 그냥 내 직감이예요.
진상만 : (보면)
현자 : 두고 보라니까요 글쎄. (시선 돌리는데서)
S#18. 김필중의 방
침대에 눕는 김필중, 박귀중, 그 위로 이불을 덮어주는데.
김필중 : 이것 봐 박기사.
박귀중 : 네 회장님.
김필중 : 그 두 녀석.. 잘 살겠지?
박귀중 : 그럼요 회장님. 태희 양도 그렇고 장팀장도 그렇고.. 총명하고 똑똑한 사람들이잖습니까.
서로한테 부족한 거 채워줘 가며 잘 살 겁니다.
김필중 :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래.. 그래야지.. (그러면서 눈을 감는다)
박귀중 : (본다. 따뜻한 시선으로 보는데서)
S#19. 레스토랑 (밤)
야경이 보이는 고급 레스토랑. 마주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태희와 재혁.
재혁, 말없이 기계적으로 포크와 나이프를 움직이고 있다.
태희 : (그런 재혁을 본다. 보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우리 정말 약혼한 거 맞니? 왠지 별루 실감이 안 난다. 넌?
재혁 : 나두 그래. (건성)
태희 : 너무 속전속결루 빨리 해치워 버려서 그런가?
재혁 : (포도주를 마시면)
태희 : 우리 언제 시간나면 정선에 한번 갔다 오지 않을래?
재혁 : (? 고개 들어 태희를 본다)
태희 : 우리가 처음 만났던 데잖아. 사실 나.. 거길 떠나온 뒤로 한 번도 가보지 않았어.
아버지하고 동생을 잃은 기억 때문에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거든.
근데.. 요즘 들어 종종 그곳 생각이 나.. (보며) 우리.. 한번 같이 가보지 않을래?
재혁 : 다음에. 다음에 가도록 하자. (그러면서 시선을 돌린다. 상념에 잠기는데)
태희 : (본다. 그런 재혁을 보며) 결혼하면 너한테 잘 할 거야. 니 아내로서 그리구 인생의 파트너로서. 최선을 다해 노력할 거구
너한테 충실할 거야. 넌 내가 선택한 사람 이구 내가 사랑한 사람이니까. 근데 재혁아.. 너두 나한테 한 가지만 해줄래?
재혁 : (보면)
태희 : 너.. 나하고 있을 때만큼은 다른 덴 보지 말아주라. 내가 이렇게 니 앞에 앉아 있는 데두, 너 자꾸 다른 데만 보구 있는 거..
참 허탈하구 씁쓸한 기분이야. 너한테 많은 거 바라지 않을게. 그냥.. 내 옆에 있을 때만큼만은 날 바라봐 줬으면 좋겠어.
그래줄 수 있겠니?
재혁 : (보더니) 미안하다. 갑자기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서 그래. 머릿속이 많이 복잡하구 산란해서..
태희 : (보면)
재혁 : (본다. 보다가 손을 들어 태희의 손에 얹는다) 최대한 빨리 정돈 해보려구 노력 중이니까.. 조금만 시간을 줘.
태희 : (본다. 보며) 그래. 알았어. (따뜻하게 웃어준다)
그렇게 마주보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S#20. 선우의 방 (밤)
불이 꺼진 어두컴컴한 방. 요 위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웅크리고 있는 선우의 모습.
흐느낌으로 흔들리는 이불.. 점점 크게 새어나오는 선우의 울음소리..
선우, 이불 속으로 빠꼼히 얼굴을 내밀더니 티슈를 꺼내 코를 푼다.
그러다 다시 서럽게 일그러지는 표정, 다시 이불을 뒤집어쓴다. 곧이어 이어지는 서러운 울음소리..
그 모습에서 천천히 FADE-OUT.
S#21. 회사 로비
사람들한테 일일히 인사하며 쭉 걸어오던 선우, 한 쪽으로 엘리베이터 문이 막 닫히려는 걸 보고 뛰어간다.
선우 : 잠깐만요!
뛰어가서 얼른 가방으로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에 끼운다. 턱! 걸리는 엘리베이터 문 다시 열리면
선우, 막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안에 타고 있는 재혁과 태희, 그리고 오한영.
선우, 멈칫.. 본다. 자기도 모르게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선우.. 얼른 난처한 표정으로 시선 돌리면. 닫히는 엘리베이터.
재혁,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너머로 시선을 피하는 선우를 본다.
선우, 고개를 들어 닫힌 엘리베이터 문을 본다. 보면.
S#22. 엘리베이터 안
말없이 서있는 재혁과 태희,
태희, 옆에 서있는 재혁을 본다. 보면.
태희 : 선우 씨.. 우리 약혼 알고 있니?
재혁 : 알아.
태희 : 그렇구나. (그러면서 다시 앞을 본다. 보면)
땡..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재혁, 말없이 먼저 내려선다.
태희, 본다. 시선에서.
S#23. 재혁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재혁, 그대로 가방을 툭 던져 놓더니 잠시 책상을 짚고 선다.
뒤로 따라 들어서던 오한영, 본다. 보더니.
오한영 : 팀장님.. 괜찮으십니까.
재혁 : (있는 힘껏 주먹을 꾹 쥔 채 마음의 괴로움을 누르려고 애쓴다)
오한영 : 팀장님..?
재혁 : (천천히 추스리더니) 그 동안 밀렸던 결재서류하구..사업계획서 가지구 들어와.
오늘 안으로 전부 검토할 거니까 빠짐없이 가져와.
오한영 : (본다) 네 알겠습니다. (밖으로 나가면)
재혁, 천천히 시선을 들어 먼 곳을 본다. 시선에서.
S#24. 신사업팀 복도
힘없이 걸어오는 선우,
직원1 : 어, 이선우 씨. 이제 출근해요?
선우 : 안녕하세요, 선배님. (인사하면)
직원1 : 아침 일찍부터 비서실에서 이선우 씨를 찾든데..
선우 : 비서실에서.. 저를요?
직원1 : 네. 회장님이 찾으시나 봐요.
선우 : (본다. 시선에서)
S#25. 회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 목례한 뒤 보면.
김필중 : 이쪽으로 와 앉아요.
선우 : (본다. 보다가 조심스럽게 한쪽에 앉으면)
김필중 : (선우를 지그시 쳐다보며) 얼굴이 많이 안됐구만.
선우 : 아니예요 할아버지... (하다가) 회장님.
김필중 : 괜찮아요. 편한 대로 부르도록 해요. 회장님 소리는 지겹도록 듣고 있으니까..
선우 : (본다. 짐짓 웃는데)
김필중 : (한쪽에서 봉투를 꺼내 선우 앞에 민다)
선우 : (? 본다 보면)
김필중 : 빙빙 돌리지 않구 단도직입적으루 말하지. 나는 이선우양이 이 회살 그만둬줬음 좋겠어.
선우 : (멈칫.. 놀라서 보면)
김필중 : 이선우양이 밉거나 싫어서가 아니라.. 내 손녀딸을 위해서예요.
선우 : 할아버지..
김필중 : 아무래도 장팀장이나 이선우 양이나..아직 서로한테 감정이 남아있을 거구.
그 상태로 한 회사에서 계속 얼굴 부딪히게 되면 서로 거북할 게야. 또.. 그걸 보는 태희 맘두 편치 않을 거구.
선우 : 할아버지.
김필중 : 이걸로 부족하다면 얼마든지 더 줄 수가 있으니까. 작은 꽃가게 정돈 차릴 수 있을게야.
선우 : (본다. 보더니) 죄송합니다만.. 그 말씀엔 따를 수가 없습니다.
김필중 : (멈칫.. 본다. 보면)
선우 : 이 돈으로 제 행복을 살 수만 있다면..네, 저 이 돈 받겠어요.
하지만 회장님께서 주신 이 돈은 저한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요. 그래서 받을 수가 없어요.
김필중 : 이선우양..
선우 : 이제 저한테 남은 건 일 밖에 없어요, 할아버지. 비록 저는 정식사원은 아니지만.. 태희 언니하구 같이
아이콘 팩 출시를 위해서 밤낮가리지 않구 열심히 일했어요. 제 생애에서 처음으로 맡은 프로젝트였다구요.
이제 저한테 남은 건 그 일 뿐인데.. 그 마지막 남은 하나까지 저더러 포기하라 그 말씀이세요?
김필중 : 이건 세 사람 모두한테 다 불행한 일이예요. 절대로 세 사람은 한 곳에 있으면 안 돼. 그건 이선우 양도 잘 알게야.
선우 : (그 말에 본다. 보면)
김필중 : 살 날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의 마지막 부탁이야. 제발 부탁이니.. 이선우 양이 떠나줘요.
선우 : (본다. 보는데 툭.. 떨어지는 눈물..)
김필중 : (보면)
선우 : (얼른 손등으루 쓱 문질러 닦는다. 표정 꿋꿋하게..) 알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저 때문에 다른 분이 불행해지는 거.. 저도 바라지 않아요. 대신.. 한 달만 시간을 주세요.
앞으로 아이콘 팩 출시가 한 달 남았는데.. 그 때까지만 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런 다음.. 그만두겠습니다.
김필중 : (본다. 보면)
선우 : (조용히 일어서서 밖으로 나간다. 나가다 돌아보며) 할아버지가 그러셨죠?
하나님은 사람이 감당 못할 시련은 주지 않는다구.. 근데요.. 가끔은 정말.. 감당 못할 만큼 힘들 때가 있어요, 할아버지.
김필중 : ...
선우 : (그대로 돌아서서 나간다)
김필중 : (한숨을 내쉬며 미안한 마음으로 테이블 위의 봉투를 본다. 시선에서)
S#26. 휴게실 일각
창문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선우, 난간에 기대서서 조용히 한숨을 내쉰다. 견디기 너무 힘든 시간... 길게 한숨을 내쉬는데.
그 때 울리는 핸드폰 벨. 선우, 한숨을 내쉬고 핸드폰을 집어 든다.
선우 : 여보세요? (하는데)
철웅F : (신나서) 이선우! 나 박철웅이다!!
선우 : (순간 철웅의 목소리에 울컥해지는 기분.. 겨우) 어디야? 어딘데 그렇게 시끄럽니?
S#27. 공사장
철웅 : (수탁의 핸드폰으로) 어디긴. 오라버니 일하는 데지. 소리 들어볼래?
(하면서 수화기를 쳐들고 공사장에서 나는 소음들을 들려준다)
선우 : (INSERT> 픽 웃음이 나오는 얼굴.. 그러면서 눈에는 눈물이 핑 돈다)
철웅 : 이게 바루 오빠가 일하는 현장의 소리다. 어떠냐? 근사하지 않냐?
선우 : (INSERT>) 그거 들려줄려구 전화했니?
철웅 : 니 목소리 듣구 싶어 전화했지. 아침은 먹었냐?
선우 : (INSERT> 계속 목이 메이는 걸 겨우) 그럼 굶었을까봐?
철웅 : 이따 저녁때 끝나구 뭐하냐?
선우 : (INSERT>) 왜?
철웅 : 왜는? 오빠가 저녁 사줄라구 그러지. 오늘은 햄버거보다 더 맛있는 걸루 사줄게.
이젠 직장두 다니겠다, 돈 벌어서 뭐하냐? 우리 선우 맛있는 거나 실컷 사줘야지.
S#28. 휴게실
순간 목이 꽉 메여 말이 안 나오는 선우.. 툭.. 떨어지는 눈물..
철웅F : 여보세요? 선우야.. 선우야!! 어? 전화 끊겼나?
선우 : 아니야. 듣고 있어.
철웅 : (INSERT> 멈칫하는 얼굴) 야, 근데 너 목소리가 왜 그래? 너 지금 우냐?
선우 : 그냥 목이 좀 잠겨서 그래. 피곤한가봐.
철웅 : (INSERT>) 그래? 야, 피곤하면 당장 때려 쳐. 이제 이 오빠가 너 하난 먹여 살릴 수 있으니까. 알았냐?
선우 : (순간 다시 한 번 울컥.. 겨우 누르며) 됐어. 그럴 돈 있으면 할머니 고기나 사다드려.
글쎄 안 된대두. 나 오늘 일이 많아. 너두 농땡이 그만 부리구 일 열심히 해. 그럼 끊는다.. (하면서 탁 끊는다)
그러면서 핸드폰을 내려다보는 선우, 서럽고, 미어지고... 그러면서 한편으론 철웅한테 고맙고.
얼른 눈물을 닦으며 돌아본다. 시선에서.
S#29. 공사장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철웅.
수탁 : 왜 그러세요? 뭐 잘못 됐습니까?
철웅 : 어? 아니.. 선우 목소리가 영 이상한 거 같아서 말야.
수탁 : 그럴 리가요? 이거 고화질, 고음질 최신 기종인데요?
철웅 : 그래? (아무래도 걸려서 보는데)
작업반장 : 어이, 거기 두 사람 뭐해? 빨리 일 안하구!
철웅 : 네! 갑니다, 작업반장님! (핸드폰 건네주며) 가자 수탁아.
수탁 : (한숨..) 철웅이 형 개과천선 하는데 왜 저까지 동원돼 이 생고생인지 모르겠습니다.
철웅 : 말이 많다. 열심히 살면 누이 좋구 매부 좋구지 뭘 그래.
수탁 : (번쩍 귀가 뜨이며) 매..매부요? 형! 지금 그 말씀은 저를 매부로 인정해 주시겠다 그 뜻입니까? 예?
철웅 : (그 말에 흘끗 보더니) 수탁아. 입 다물구 가서 일이나 하자. 어? (쓱 돌아서서 가면)
수탁 : 네 형! 절 매부로 삼아주시기만 한다면 하늘까지 따라가겠습니다!! (단숨에 달려가는데서)
S#30. 서준의 레스토랑
남직원 : 연웅 씨.
연웅 : (? 돌아보면)
남직원 : 좀 전에 사장님한테 전화 왔었는데, 이 장부 좀 집으로 가지고 오래는 데요?
연웅 : 집으루요? 근데 그걸 왜 나더러 하래요?
남직원 : 사장님한테 여쭤 보세요, 그건.
연웅 : (? 본다. 시선에서)
S#31. 평창동 거실
문을 열어주는 서준, 연웅, 장부를 들고 안으로 들어오면.
서준 : 어서 와요 연웅 씨. 들어와요.
연웅 : 됐습니다. 장부 전해 드렸으니까 전 그만 가겠습니다.
서준 : 우리 집 안 무너져요. 뭐가 그렇게 급해요? 들어왔다 가라니까.
연웅 : (꺼리는데)
현자 : 누구니? (방에서 나오며 보면)
서준 : 엄마. 연웅 씨예요. 오늘 가게 못 나갈 거 같아서 장부 좀 갖다 달랬거든요.
연웅 : 안녕하세요, 큰 사장님.
현자 : (시큰둥) 그래요. (서준 보며) 얘, 민영이 혼자 윗층에 너무 오래 두는 거 아냐 너?
연웅 : (민영이? 서준을 보면)
서준 : 민영이가 우리 집 하루 이틀 와요? 어렸을 땐 거의 제 집 드나들 듯 했던 앤데 혼자 좀 있는다구 뭐 어때요.
현자 : 그래두 손님이잖어. 어서 올라가 봐.
서준 : (연웅 보며) 연웅 씨 잠깐 올라갔다 가요. 음료수 딱 한잔만 마시구 그러구 가라 구요.
연웅 : (본다. 보더니) 그럼. 음료수 딱! 한잔만 마시고 가겠습니다.
서준 : (웃음. 주방 쪽에 대고) 아줌마. 윗층에 쥬스 한잔만 더 올려 보내 주세요. 올라가요 연웅 씨.
연웅 : (올라서며)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인사하더니 이층으로 올라간다)
현자 : (흘끗 돌아본다. 왠지 신경이 쓰이는 듯)
S#32. 이층 거실
혼자 앉아서 잡지를 들여다보며 과일을 먹고 있는 민영.
이층으로 올라오는 서준과 연웅,
민영 : (돌아보더니) 어머, 연웅 씨 왔어요?
서준 : 내가 장부 좀 갖다 달랬거든. 앉아요, 연웅 씨.
민영 : 그게 아니라 연웅 씨 집에 초대하구 싶었겠지. 장부는 핑곌 테구.
서준 : 들켰냐?
민영 : 원래 서준이 쟤가 저래요. 옛날에두 나랑 놀구 싶으면 숙제 좀 보여 달라면서 꼭 다른 핑계를 댔다니까요.
연웅 : 네에.
서준 : (과일 찍어서 연웅에게 주며) 들어요, 연웅 씨. 날씨 무척 덥죠?
연웅 : 뭐.. 지하철은 하나두 안 덥습니다.
민영 : 어머. 지하철 타구 왔어요? 그럼 여기까지 상당히 걸어올라 왔겠네?
연웅 : 뭐, 걷는 덴 워낙 이골이 나 있어서 별루 힘들지 않았어요.
서준 : 왜 걸어 왔어요, 다리 아프게? 내가 택시 타고 오란 말 못 전해 들었어요?
연웅 : 젊은 나이에 튼튼한 두 다리 놔두구 택시는 무슨 택십니까?
나중에 늙어서 꼬부랑 깽깽이가 돼두 저는 제다리루 걸어 다닐 겁니다.
서준 : 봤지? 걱정해 줘도 본전도 못 찾는다니까.
민영 : (픽 웃는데)
그 때 승희 방 문 열리며 밖으로 나오는 승희, 나오다가.
승희 : 어? 연웅 씨! (반가워 보면)
연웅 : (멈칫.. 본다. 어색하게 보면)
승희 : 연웅 씨가 여기까지 어쩐 일이야?
서준 : 내 심부름.
승희 : 맞다. 연웅 씨 참 우리 서준 오빠 레스토랑에서 일 한댔지?
(서준 보며) 오빠 우리 연웅 씨한테 잘 해줘요. 내가 특별히 아끼는 동생이거든.
서준 : 그래? (하는데)
연웅 : 내가 왜 니 동생이야? 우리 언제 언니 동생하기루 한 적 있었냐?
승희 : (당황) 여.. 연웅 씨.. 아니 나는 그냥.. 연웅 씨가 나보다 나이두 어리구 그래서..
연웅 : (탁! 포크 내려놓더니) 됐어! 니가 특별히 안 아껴줘두 나 잘 먹구 잘 사니까 걱정할 거 없다구.
민영 : (? 본다)
승희 : (일순 불쾌해서 노려보면)
연웅 :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사장님. 더 이상 앉아 있다간 아침 먹은 거까지 넘어오겠네요. (일어서는데)
승희 : 연웅 씨. 보자보자 하니까 너무한 거 아냐?
연웅 : 뭐라구?
승희 : 뭘 모르는 모양인데 연웅 씨 아버지두 나한테 그렇게 함부로 안 해. 알아?
연웅 : (멈칫..) 무..무슨 소리야? 우리 아버지라니?
승희 : 몰랐어? 연웅 씨 아버지, 우리 할아버지 운전기산 거?
연웅 : 뭐? (서준을 보며) 그럼 사장님 할아버지가 제하그룹 회장님이시란 말이예요?
서준 : 내가.. 말 안 했었나?
연웅 : (본다. 보더니) 몰랐네요. 이 집이 그렇게 대단한 집안인 줄.
승희 : 하긴 남의 집에 얹혀 일하는 것두 집안 내력인가 보네.
연웅 씨 아버진 우리 할아버지 운전기사구 연웅 씬 우리 사촌오빠네 직원이구.. (보며) 안 그래?
서준 : 윤희야!
민영 : (흘끗 서준을 보면)
승희 : 참, 민영언니는 언제부터 강의 나가요?
민영 : 다음 달 부터예요.
승희 : 멋지다. 미국까지 가서 박사학위까지 따 오구 강의두 나가구.
가게 종업원이나 넘보고 있는 우리 서준 오빠한텐 언니가 좀 아깝네요.
서준 : 너 그만두지 못해!
연웅 : (불쾌해서 보면)
민영 : (분위기 수습하듯) 나두 미국에서 일할 때 접시 닦기도 해보고 써빙도 해보고 다 그랬어요 윤희 씨.
승희 : 있는 집안에서 경험 쌓을려구 하는 거랑 없는 집에서 생계 수단으루 종업원 하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죠.
(보며) 안 그래 연웅 씨?
연웅, 본다.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려다 멈칫.. 갑자기 달려들어 다짜고짜 승희의 머리카락을 쥐어 잡고 흔든다.
꺄아아아악!!! 승희의 비명. 놀라서 벌떡 일어나 보는 민영.
서준, 얼른 연웅을 뜯어 말리면.
연웅 : 보자보자 하니까 눈에 뵈는 게 없냐? 어디서 까불어!
승희 : 이게 증말! 철웅 오빠 동생이라구 봐주니까 너야 말루 뭐하는 짓이야! 어!
연웅 : 근데 이게! (다시 덤벼들려는데)
서준 : 연웅 씨 왜 이래요.. (하면서 말리는데)
현자 : 무슨 소란이야? 손님두 계신데? 어? (올라오다가 광경을 보며) 아니 이게 뭣들 하는 짓이야?
민영 : 아무 것두 아니예요 아주머니. 그냥.. 좀..
승희 : (씩씩거리며 연웅을 노려보면)
현자 : 서준이 너 그 아가씨 당장 집에서 내보내.
서준 : 엄마 연웅 씨가 잘못한 게 아니라 윤희가.. (하는데)
연웅 : (모멸감, 서준의 손을 뿌리치더니) 소란 피워 죄송합니다, 큰 사장님.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러더니 그대로 내려간다)
서준 : 연웅 씨. 연웅 씨! (따라 가려는데)
현자 : 냅둬. (돌아보며) 어디서 버르장머리 없이.. 너, 저런 종업원은 당장에 짤라. 알았니?
서준 : (본다. 보더니 그대로 현자를 지나쳐 뛰어 내려간다)
현자 : 아니 쟤가? (돌아본다)
승희 : (씩씩거리더니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쿵! 문을 닫는다)
민영 : (승희 쪽 보다가 달려 나간 서준 쪽 보면)
S#33. 평창동집 앞
밖으로 씩씩거리며 걸어 나오는 연웅 그 뒤로 쫓아 나오는 서준.
서준 : 연웅 씨! 연웅 씨! (따라와 잡으면)
연웅 : 이거 놔요! 좋은 말루 할 때 놓으라구요!
서준 : 왜 이래요? 정말.
연웅 : 대체 왜 날 집까지 불러들인 거예요? 나 골탕 먹일려구 일부러 그런 거예요?
그 동안 나한테 당한 거 한꺼번에 갚아 줄려 구요?
서준 : 아니예요. 그런 뜻 아니었어요.
연웅 : 사장님 같은 분들은 이렇게 사람 놀리는 게 취미구 재미신 모양인데 이러는 거 아닙니다.
사람 가지고 노는 거 아니라 구요! 아셨어요?
서준 : 연웅 씨. 정말 내 진심 몰라서 이래요?
연웅 : (멈칫.. 본다. 보면)
서준 : 나는 연웅 씨.. 이렇게라두 우리 집 식구들한테 자연스럽게 인사시키고 싶었어요.
한번 두 번 집안 출입시키면서 얼굴 익히구 친해지길 바랬다 구요.
연웅 : (숨을 몰아쉬며 본다. 보면)
서준 : 윤희 일은 내가 사과할께요. 그러니까 화 풀어요.
연웅 : (본다. 순간 시큰.. 눈물이 핑그르 돌면) 나는 한 번두 우리 아버지 운전기사 하는 거 챙피하게 생각해본 적 없었어요.
우리 아버진 성실하구 좋으신 분이니까.. 나는 우리 아버지 존경하고 사랑해요.
서준 : 알아요. 나두 아저씨 좋아해요. 정말 이예요. 그러니까 자꾸 그렇게 내 속도 모르구 럭비공처럼 튕겨나가지 말라 구요.
연웅 : 정말 나한테 미안한 거죠?
서준 : 미안해요.
연웅 : 나한테 잘못한 거 맞죠?
서준 : 그래요 잘못했어요. 내가 다 잘못했다 구요.
연웅 : 됐어요, 그럼. (그제야 누그러져서 시선 돌리면)
서준 : (본다. 사랑스러워 그대로 꼭 안아준다)
연웅 : (멈칫.. 뒤로 물러서는데)
서준 : 가만있어요. 키스까지 한 사인데 뭘 빼구 그래요.
연웅 : 그래두 여긴.. 길거리잖아요. (두리번거리면)
서준 : 우리 집 앞이예요. 상관없어요.
연웅 : ... (별로 기분 나쁜지 않은 듯 가만있으면)
서준, 기분 좋아 더 꼭 안아준다. 두 사람의 모습에서.
S#34. 이층 거실
현자 : 근데 얘가 왜 이렇게 안 들어와?
민영 : (짐짓 웃으면)
현자 : 얘, 민영아 서준이 얘가 이렇다. 마음이 약해서 종업원애한테두 함부로 못하는 애야 얘가.
민영이 너처럼 똑똑한 애가 옆에 있으면 내가 좀 마음이 놓이겠는데..
민영 : 서준이두 똑똑해요 아줌마.
현자 : 니가 좋게 봐주니까 그렇지. (하면서 한숨)
민영 : (시선 돌린다. 조금은 씁쓸한 기분에서)
S#35. 승희의 방
거울 앞에 앉아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는 승희,
승희 : 철웅 오빠 동생만 아니었으면 반은 죽여 놓는 건데 그냥..아우.. (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벨. 승희, 집어 들어 받는다.
승희 : 여보세요. (퉁명)
황국도F : 나다 승희야.
승희 : (멈칫..)
황국도F : 내가 준비 해달라는 거 내일 까정인 거 알지? 확인전화 헌것잉께.. 그럼 내일 보자고 이? (하면서 달칵 끊는다)
승희 : (핸드폰을 본다. 보다가 탁 접으며 신경질적인 시선 돌리는 데서)
S#36. 공사장 앞 (밤)
인부들, 일을 끝내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그 인부들 틈에 섞여 밖으로 나오는 철웅와 수탁. 수탁, 어깨도 뻐근하고, 허리도 결리고..
수탁 : 어우.. 장난이 아닌데요, 형.
철웅 : 먹구 사는 게 그럼 장난인 줄 알았냐? (하면서 턱! 치면)
수탁 : 윽..! (고통스럽게 보는데)
철웅 : (멈칫.. 걸음을 멈추고 본다)
수탁 : (? 돌아보면)
한쪽에 세워져 있는 차. 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인수.
철웅, 일순 반가운 표정으로 인수를 본다. 인수, 빙긋 웃는다. 시선에서.
S#37. 대폿집 (밤)
동그란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고기를 구우며 둘러앉은 인수와 철웅, 깡통, 수탁.
그 주변 다른 테이블에 시커먼 깡패들이 자리하고 앉았고.
인수가 내미는 잔을 받는 철웅.
인수 : (소주를 따라준다)
깡통 : (못마땅해 오이를 씹으며) 이핼 몬하겠네. 뭐 이쁘다고 이런 배신자한테 술까지 따라 주노.
인수 : (웃음) 깡통. 그만 투덜대고 너두 한잔 받아라.
깡통 : (술잔을 집어 들며) 투덜대는 게 아이다. 이자슥이 배신 때리는 바람에
관리하던 나이트가 반이나 쌍불파 자슥들한테 넘어갔다 아이가.
철웅 : 잘됐네요. 나이트클럽 다 뺏기구 일자리 없어지면 오세요. 내가 벽돌 나르는 일자리 하나 소개해줄 테니까.
깡통 : 벡돌 좋아하고 있네. 내가 지금 벡돌 나를 군버이가. 짜슥아.. (하는데)
인수 : 벽돌 나르는 일이라. 거 좋지.
깡통 : (? 보면)
인수 : 서울은.. 살면 살수록 정 떨어지는 동네야. 차라리 다시 정선으로 돌아갈까 생각 중이다.
깡통 : 저.. 정선? 가서 뭐해 묵고 살라꼬?
인수 : 농사라두 짓든가.. 뭐 찾아보면 먹구 살 거 없겠냐.
철웅 : (보면)
깡통 : 말도 안 된다. 이제 겨우 자리 잡아가 있는데 농사가 뭔 소리고. 장재혁이는 또 우짜고?
인수 : 장재혁이하구 인연두 여기까지다.
철웅, 깡통, 그 말에 인수를 보면.
인수 : (분위기 바꾸며) 참.. 니 애인은 잘 있냐?
철웅 : 네. 잘 있습니다.
인수 : 여전히 씩씩하고?
철웅 : 네. ...사실은 그래서 더 마음이 쓰여요.
인수 : (보면)
철웅 : 나한테 만은 얼마든지 약한 모습 보여줘도 좋구, 기대줬으면 좋겠는데..
근데 그 녀석.. 나한테까지 너무 씩씩할라 그러거든요.
인수 : (고개를 끄덕이더니) 니가 부럽구나 꼬마.
철웅 : (? 보면)
인수 : 사내자식으로 태어나 돈과 권력에 목숨을 걸면 큰 뜻이구, 사랑에 목숨 걸면 바보 같은 짓이라고들 하지.
그런 세상에서 너처럼 사랑 하나에 모든 걸 걸고 덤빌 수 있다는 건.. 용기 없이는 힘든 일이야. 그런 니가 부럽다.
철웅 : 대장은.. 그렇게 목숨 걸 사람을 아직 못 만났습니까?
인수 : 첫사랑 없는 놈이 어딨냐. 다 지난 얘기지만 나두 그런 거 있었다.
깡통 : (? 해서 본다. 보더니) 참말이가? 그게 누군데?
인수 : 있어. 그런 여자.
깡통 : 아아, 대충 알겠다. 정선에서 사진관에 있던.. 아, 이름이 뭐였드라? 아 그래 맞다. 현아, 현아 씨 맞제!
인수 : (짐짓 웃음)
수탁 : 아닌 거 같은데요. 깡통 형.
깡통 : 현아 씨가 아이면 누꼬? 길다방 민애 씨가?
인수 : 다 지난 얘기다. 그만하구 마시자. (보며) 깡통 뭐하냐? 흥 좀 내봐라.
깡통 : 그러까? 좋다 까짓 거. 그라믄 한 곡 뽑아볼란다. 곡목은 사랑해선 안 될 사람, 박자는 사분의 사박자.
반주는 뜨거운 박수와 함께! 핫, 둘, 핫둘셋넷! 사랑해선 안될 사람은~
깡패들 : (노래에 맞춰 일제히 깍두기 스타일 박수!)
흥겨운 분위기. 그러나 인수, 왠지 웃으면서도 씁쓸하다.
철웅, 시선을 돌려 그런 인수를 본다. 시선에서.
S#38. 어두운 사무실 (큰손의 사무실)
한쪽에 문이 열리면서 들어서는 사내1, 그 뒤로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들어서는 승희, 주위를 둘러보는데.
큰손 : 안녕하십니까. 이쪽에 앉으시죠.
승희 : (본다. 보다가 큰 손의 맞은편에 앉는다)
큰손 : 이렇게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무슨 일로 우리 같은 사람을 찾아 오셨습니까. 제하그룹.. 둘째 손녀 따님이시라 구요?
돈을 빌리려고 오신 것 같진 않구.. 무슨 일입니까?
승희 : (본다. 긴장을 애써 누르며) 절 귀찮게 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을 좀 처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큰손 : 나쁜 사람입니까?
승희 : 네. 아주.. 최악이구 저질이예요. 있지도 않은 말로 날 협박하고 돈을 뜯어 내려고 해요.
큰손 : 그렇다면 경찰에 신골 하셔야죠.
승희 : (그 말에 찔려서 큰손을 본다. 보면)
큰손 : 아아.. 다른 사람들한테 알려서는 안 되는 그런 문젠가 보군요. 그렇죠?
승희 : (꼿꼿이 보며) 그 사람이 다시는 날 협박하지 못하게 입단속만 시켜주시면 돼요.
큰손 : 그런 문제라면야 우리가 전문이긴 합니다만..
승희 : 보수는 섭섭지 않게 드리겠어요.
큰손 : (본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씩 웃더니) 이렇게 귀하신 분하고 거랠 맺게 돼서 영광입니다.
승희 : (본다. 보다가 짐짓 시선을 돌리는 데서)
S#39. 대폿집 일각 (밤)
구석에서 소주를 마시는 황국도.
황국도 : 어이. 여기 찌개 아직 멀었당가.
아줌마 : 외상빚이나 갚어..
황국도 : 어따 글씨.. 내일 안으루 내가 이자까정 쳐서 갚아 준다니께. 어여 찌개나 내와. 어여..
그때 대폿집 문이 드륵 열리면서 들어서는 사내들.
황국도 흘끗 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김치 국물을 떠 먹을려고 하는데
사내1, 그대로 황국도 가 들고 있던 숟가락을 뺏어 던진다.
황국도 ? 해서 올려다보는 순간.
S#40. 어두운 일각 (밤)
퍽! 맞으면서 고꾸라지는 황국도.. 벌써 얼굴 여기저기가 붉게 멍이 든 상태로, 벌벌 떨면서.
황국도 : 아이구 나 죽네 나 죽어. 왜 이런 다요? 말로 합시다들? 이? 말로.. 대체 내가 뭔 잘못을 혔다고 이랬쌌는댜..
사내1 : 우승희란 여자 알지?
황국도 : 이? (놀라서) 그라믄 당신들 시방.. 승희가 보내서 온 사람들이란 말요?
사내1 : 다시는 그 여자 옆에 얼씬거리지 마. 연락하지도 말고, 쓸데없이 협박할 생각은 더더욱 안하는 게 좋아.
그것만 약속하면 다리병신까진 안만들 수도 있어.
황국도 : (아니 그 나쁜 것이.. 시선 돌리는데)
사내1 : 대답이 없는 걸 보니 아직 정신이 덜 들었나 보군. (고개 짓을 하면)
사내들 : (황국도한테 다가선)
황국도 : 어메.. 어메.. 왜 이런댜. 어이 절루가.. 절루가.. (하는 위로)
퍽! 퍽! 쏟아지는 발길질과 주먹들..
사내1, 돌아서서 담배를 피워 무는 저 뒤쪽으로 빙 둘러서서 황국도를 흠씬 두들겨 패는 사내들의 모습..
"아이구 아이구 나 죽네!" 하는 황국도의 소리에서.
S#41. 승희의 방 (밤)
초조하게 왔다 갔다 하는 승희, 시계를 들여다보고 왔다갔다 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벨.
승희, 얼른 받아든다.
승희 : 여보세요? (듣는다 듣더니) 수고하셨어요. 돈은 약속한 대로 보내드리죠. 네..
핸드폰을 접더니 그제야 안심이 되는 듯 의자에 털썩 앉는다. 후유.. 내뱉는 한숨에서.
S#42. 국밥집 방 안 (N)
오산댁 : 뭐어? 해결을 해? 어떻게? 설마 너 그 인간한테 돈 천만 원 전부 다 마련해준 거야?
승희 : 내가 미쳤어? 그런 아저씨한테 돈을 주게?
오산댁 : 그럼?
승희 : 아저씨한테 가장 어울리는 방법으로 해결했지. 그러니까 엄마두 이제부터 두 다리 쭉 뻗구 자두 돼.
오산댁 : (왠지 마음이 안 놓여 보다가) 얘, 승희야.. 그러지 말구 우리 아저씨 도로 데리고 들어오면 안 될까?
승희 : 무슨 말이야?
오산댁 : 그래두.. 정이란 게 있는 건데..우리가 좀 너무 야박한 거 같기두 하구..
또 나두 막상 그 인간 없어지구 나니 외롭기도 하구..
승희 : 됐어. 이젠 정말루 그 아저씨하군 다 끝났으니까 엄마두 자꾸 딴소리 하지 마. 알았어?
오산댁 : (섭섭해 시선 돌리면)
승희 : 기다려봐. 조만 간에 엄마.. 평창동 집으로 모실 테니까.
오산댁 : 뭐? 나를.. 그짝 집으루 데려간다구?
승희 : 그래. 그러니까 외로워두 조금만 참으란 말야. 알았어?
오산댁 : (본다. 보며 왠지 안 내키는 듯.. 한숨으로 시선 돌리는 데서)
S#43. 어두운 일각 (N)
한쪽에 떨어져 있는 황국도의 깨진 안경.. 천천히 피 묻은 손이 프레임-인 되면서 그 안경을 짚는다.
손을 따라 가면 완전히 깨져 엉망이 돼버린 황국도 천천히 깨진 안경을 얼굴 위에 쓴다.
쓰고 천천히 고개를 든다. 승희.. 이 나쁜 것..! 시선에서.
S#44. 철웅의 집 거실 (N)
수건으로 손을 닦으면서 나와 앉는 박귀중. 길
여옥 : 어여 앉어 과일 들게.
박귀중 : 네 어머니.
길여옥 : 그래, 회장님은 좀 어떠신가?
박귀중 : 별 차도가 없으시네요. 태희 양 약혼식까지 있어놔서 많이 지쳐 계세요.
길여옥 : 빨리 쾌차하셔야 할 텐데 걱정이구나. (포크로 과일 찍어 박귀중 주면)
박귀중 : (받으며) 그나저나 선우는 우리 집에 다신 안 들어온답니까?
길여옥 : 글쎄 집에 들어와 살래두 저렇게 혼자 살아보겠다 그러네. 하기사 야무지구 똑똑해서 별 걱정은 안 되네만..
그래두 이제껏 살아온 거 생각하면 참 불쌍하구 안된 아이지.
박귀중 : 부모가 없다 그랬죠, 선우가.
길여옥 : 어렸을 때 정선인가 어딘가.. 시장바닥에 버려진 거를 오산댁이 주워다 키웠 댔지 아마.
박귀중 : (멈칫.. 본다) 정선..이요?
길여옥 : 그럴 거야. 딱한 게 어릴 적 기억두 잘 못한다 그러더라구.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버려졌을 때 충격으루 그렇게 된 거 같어..
박귀중 : (순간 뜨악한 표정으로 본다. 보더니) 기억을 못한다 구요? 선우가요?
(설마..) 어머니.. 혹시 선우가 있던 그 국밥집에 다른 딸이 있었습니까? 우승희라구..
길여옥 : 그렇지 승희. 그 애하구 선우하군 어렸을 때부터 같이 컸대. 그 집에 있을 때 승희 그것이 어찌나 못되게 구는지..
선우 고생이 말이 아니었어. (보며) 근데 자네가 승희를 어찌 아누?
박귀중 : (멍하니 본다. 이럴 수가.. 생각에 잠긴다)
길여옥 : 아범. 왜 그래? (하는데)
박귀중 : (다급히) 어머니.. 저 잠깐만 나갔다 오겠습니다.
길여옥 : 응? 아니 다 늦게 어딜?
박귀중 :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나서요. (하더니 후다닥 일어난다)
길여옥 : (? 돌아본다. 시선에서)
S#45. 국밥집 앞 (밤)
모퉁이에서 프레임-인 되는 박귀중, 국밥집 쪽을 보면.
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승희, 밖으로 배웅을 나오는 오산댁의 모습 보인다.
승희 : 들어가 엄마.
오산댁 : 그래 알았어. 너두 조심해 들어가.
승희 : 외로워두 조금만 참어. 내가 어떻게든 엄마 평창동으로 모셔갈 테니까.
그리구 아저씨 찾아와두 절대 받아주면 안 돼. 알았지?
오산댁 : 알았어 이년아.. 어여 가.
승희 : 또 올께. (돌아서서 간다)
오산댁 : (본다. 보다가 한숨..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가면)
(일각, N)
박귀중 국밥집 쪽과 승희가 멀어진 쪽을 번갈아 본다. 생각에 잠기는데 바로 그때 턱! 박귀중의 어깨에 올려지는 피 묻은 손.
놀라서 자지러질 듯 돌아보는 박귀중, 본다. 보면 천천히 고개를 드는 황국도.
박귀중 : 누.. 누구십니까..!
황국도 : (깨져서 엉망인 얼굴로 본다. 보더니) 월마 전이.. 그 댁으로 윤희 보러 찾아갔던 사람이요. 기억하시겄소?
박귀중 : (? 본다. 시선에서)
S#46. 대포집 (N)
소주를 따라주는 박귀중. 황국도, 쭉 들이킨다. 그러더니 그 소주잔을 박귀중에게 내민다.
박귀중 : 전 됐습니다.
황국도 : 비밀을 알고 싶으믄 술잔 정도는 나눠야 도리 아니겄소?
박귀중 : (본다. 보더니 잔을 받으면)
황국도 : (소주를 따라준다)
박귀중 : (본다. 단숨에 마신다)
황국도 : 한잔 더 하소. (다시 한잔을 따라준다)
박귀중 : (본다. 보더니 다시 단숨에 마시더니) 저한테 해줄 비밀얘기가 뭡니까. 뜸들이지 말구 말씀해 보시죠.
황국도 : 그 전이 약속해 줄게 한 가지 있소.
박귀중 : (보면)
황국도 : 나를 지켜 달라 그 말이요.
박귀중 : 네? 지켜달라뇨?
황국도 : 지금 그 놈에 비밀 땜시 내 목심이 경각에 달렸응께.. 모든 걸 털어놓는 대신 나를 지켜 달라 그 말이제.
박귀중 : 지금 협박을 받고 있습니까?
황국도 : 바로 승희 그 년이 깡패들 시켜서 나를 요로코롬 아작을 내 논 것 아니겄소.
박귀중 : 승희라면.. 윤희 양 말입니까? (놀라서) 윤희양이 이랬다 구요?
황국도 : 그 기집애가 겉으로는 이쁘장하니 멀쩡해 보여도 속에는 여우가 아흔 아홉 마리가 들었당께요.
가짜 행세할라고 사람 목심까지 위협하는 기집애라면 알조 아니겄소?
박귀중 : 이해를 못하겠군요. 아니 왜..
황국도 : 나는 맨 첨부터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사람이니께. 제하그룹 둘째 손녀딸이 워쩌케 우리 집에 오게 되았고,
승희 고 기집애가 워쩌케 그 집안에 들어가불게 되았고, 그리고 진짜가 누군지까지 다 알고 있응께 말이요.
박귀중 : ! (보면)
황국도 : (다시 박귀중의 잔에 소주를 붓는다) 마시자고요. 얘기하자믄 긴께.. 마시믄서 찬찬히 헙시다 이?
박귀중 : (본다. 시선에서)
S#47. 신사업팀 사무실 (N)
어두운, 혼자 늦게까지 남아있는 선우,
사무실 의자들을 전부 제자리에 넣어놓고 흐트러진 서류들 정리하고, 책상 위에 켜진 컴퓨터 앞에 앉는다.
화면을 들여다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는 선우.. 얼굴에서.
S#48. 대포집 (N)
박귀중 : 선우가.. 진짜라 구요? 선우가 잃어버린 진짜 둘째 아이란 말입니까?
황국도 : 그렇당께요.
박귀중 : 이럴 수가.. 당신들 어떻게, 어떻게 그런 짓을..!
황국도 : 내가 생각해도 참말로 천인공로 할 죄를 지어부렀죠. 압니다. 해서 나가 시방 이렇게 속죄하는 기분으루다
다 털어놓는 거 아니요. (보며) 인자 이렇게 진실을 밝혔응께 그 짝도 약속 꼭 지켜줘야 쓰겄소. 알겄지라?
박귀중 : (본다. 충격으로 시선 돌리는데서)
S#49. 선우의 방 (N)
금방 세수를 끝낸 듯한 얼굴로 밥상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오는 선우, 밥에 김치찌개, 후라이 하나만 달랑 얹어있는 상차림.
선우, 우선 물부터쭉 들이마신 뒤 밥을 먹기 시작한다. 맛있게 씩씩하게.
S#50. 김필중의 서재 (N)
김필중 : (눈을 번쩍 뜨고 보며) 뭐.. 뭐야? 진짜를 찾았어? 어디서! 이번엔 진짜 맞나? 진짜가 확실해? 누구야. 그게 누구야!
박귀중 : 네 회장님.. 그게..
김필중 : 누구냐니까!
박귀중 : 회장님. 놀라지 마십쇼. 그 애는 지금 제하통신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우리 집에서 함께 살았었구요.
바로 이선우라구 하는 아입니다.
김필중 : 뭐라구? 이선우?
박귀중 : 네. 장팀장하고 소문이 있었던.. 바로 그 아입니다.
김필중 : (놀라는 표정.. 창백해지는 얼굴에서)
FLASH-BACK>
청소복 입고 돌아서서 활짝 웃는 선우.
회장실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선우의 얼굴..
다시 현실>
비틀.. 하는 김필중..
박귀중 : 회장님!
김필중 : 자네.. 그 말 확실한가? 정말 이선우란 아이가.. 우리 집 둘째 아이라는 게.. 확실해?
박귀중 : 얼마 전까지 윗층에 있는 윤희 양 하구 같은 국밥집에서 살았었답니다.
어린 시절.. 사고로 기억을 전부 잃었구요. 모두 다 확인한 사실입니다.
김필중 : (겨우..) 지금 그 아이.. 어딨는지 알고 있나?
박귀중 : 집을 알아 뒀습니다. 가서 데려 올까요?
김필중 : 아니. 내가 직접 가지.. 내가 직접 가서 만나봐야겠어.
박귀중 : 하지만 회장님... 몸두 불편하신데.
김필중 : 아니야.. 내가 직접 가야겠어. 앞장 서.
S#51. 평창동 거실 (N)
현자, 잠옷가운을 입으며 나온다.
현자 : 아니, 아버지 밤늦게 어딜 가세요? 네?
김필중 : 급한 볼 일이 생겨서 나가봐야겠다. 박기사 부축해.
박귀중 : 네 회장님. (부축해 걸음을 옮기는데)
그때 이층에서 막 내려오던 승희, 두 사람을 보고 멈춰 선다.
승희 : 어디.. 나가세요? 할아버지?
김필중 : (본다. 엄하게 노려보더니 그대로 시선 돌린다) 윤희 너.. 어디 나가지 말구 집에 붙어 있거라.
나갔다 와서 너하구 볼 일이 좀 있으니까.
승희 : (? 본다. 보면)
김필중 : 가지.
박귀중 : 네 회장님. (승희를 한번 보더니 김필중을 부축해 데려간다)
현자 : 윤희야. 할아버지 왜 저러시니? 혹시 너.. 할아버지한테 뭐 잘못한 거 있니?
뭘까.. 불안한 기분에 시선을 돌리던 승희, 순간 "설마!!" 하면서 놀라는 표정,
다시 김필중이 나간 쪽을 돌아보는데서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