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적으로 정해져 있는 주량, 아무리 술 잘마신다 하더라도 자신 해독능력 130% 못 넘어
건강 유지하며 마실 수 있는 자신만의 '술 표준량' 가져야
국제신문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2016-01-31 19:18:13
/ 본지 29면
예술의 가장 큰 위력은 무엇일까? 우리를 어떠한 위험이나 시행착오 없이 가장 안전하게 무궁무진한 세계로 이끌 수 있는 것이라고 산타야나는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20세기 거대 미학자의 이 얘기는 우리가 다양한 예술작품을 통해서 주인공이 되어, 혹은 관람자가 되어 그 속의 세계를 마음껏 누리며 현실 속에서 끝없이 겪게 되는 고통이나 불안, 두려움 없이 가장 안전하게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어디 예술의 위력이 그뿐이겠는가. 이에 맞설 만한 화두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아마도 '술'일 것이다. 우리 국민의 65%가 이 세상에 술이 있어 너무 좋다고 한다. 나 역시 이 통계에 긍정적 한 표를 던지는 사람이다. 술잔을 높이 들어 '건강'을 외치며 축배하고, 술이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이 술은 예술에 비견될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 어떤 명약도 이것만큼 위약함을 대범함으로, 소통의 부재를 친밀한 유대감으로 최단 시간에 이끌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이 위력은 여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오래전 어느 대학으로부터 축제기간에 학생들을 위해 술과 건강에 대한 강좌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학생들의 과도한 음주문화가 걱정되어 대학이 만든 프로그램이리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의학 교과서를 들여다 보니 술에 대해 의외로 상세한 내용이 적혀 있어서 놀라웠다. 이를테면, 폭탄주가 잘 취하는 이유까지도 책에 나와 있는 것이 아닌가. 술은 12~20도에서 가장 몸에 잘 흡수가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맥주의 탄산이 있으면 더 빨리 취한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정리해 대학을 찾았더니 정작 강연장에 학생은 한 명도 보이지 않고 나이 지긋한 교수님들만 앉아 있어서 실소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알코올은 약효를 가진 약의 일종이다. 알코올은 대뇌중추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술을 마시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부위의 단단한 빗장을 풀어버린다. 술을 마신 사람이 평소보다 더 활달하거나 과격해 보이는 것은 상위센터에 의한 통제력이 없어져서 생기는 현상이다. 주량은 개인차가 크고,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누구는 간이 나빠지고 누구는 나빠지지 않는다. 알코올을 분해해야 해독이 되는데 이것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알코올 분해효소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면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은 부모 원망만 해야 할까. 다행히(?) 술은 자꾸 마시면 는다. 이 효소는 유도효소라고 하여 필요에 따라서 양이 조금씩 늘어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아무리 늘어나도 선천적으로 이미 결정된 해독능력의 130%선에 머문다는 것이 정설이다. 체질이 감당할 수 있는 양 이상으로 술을 마셔 생기는 병이 알코올 간질환이다. 이것은 지방간부터 간염, 간경화와 간암에 이르는 일련의 질병을 모두 포함한다. 또 알코올은 우리 몸의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갖고 있다. 술 마신 다음 날 배가 심하게 고픈 걸 경험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이어진 습관으로, 과음을 한 사람들은 새벽에 꿀물을 찾는다. 술로 인해 떨어진 혈당을 회복시키는, 몸에 밴 지혜이다.
술은 기분을 좋게 하고 무드를 띄우는 효과가 있다. 그렇지만 지나치다고 생각할 때 바로 중단하고, 며칠을 계속해서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 술이 센 사람이나 약한 사람이나 자기만의 양을 챙겨야 한다. 건강을 유지하면서 마실 수 있는 술의 양을 의학적으로 표준량이라고 표현한다. 주당들이 보면 1단위의 표준량은 너무 적어서 콧방귀를 낄지 모른다. 의사들이 한결같이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것은 아침에 마시는 해장술과 낮술이다. 알코올 의존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언론매체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 사회 분위기는 많이 변하고 있다. 특히 술자리 회식문화 등이 그러하다. 음주관련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바람직하다.
전날 회식으로 과음하고 겨우 일어난 새벽에 먼저 깨어 있는 노모가 내게 묻는다. "아직도 늦게까지 술 마시고 다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