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았다 싶더니 이젠 경착륙 경고음 어쩌나요.
비즈니스워치, 나원식 기자, 2022.09.10.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부동산 시장의 화두는 '집값 안정화'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폭등한 집값을 안정시켰다"며 자평해 주목받았다. 그런데 벌써 경착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경기가 빠르게 위축하고 있는 것이다. 집값 하락세도 갈수록 가팔라지면서 정부도 연착륙을 위한 대책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국내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번 주에도 하락 폭이 더욱 커졌다. 전국 집값이 10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하고 있다. 추석 이후 가을 이사 철이 본격화한 뒤에도 가파른 하락세가 지속할지 관심이 쏠린다.
1. 서울 집값, 노원도 강남도 일제히 하락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7% 하락하며 하락 폭을 더욱 키웠다. 이는 부동산원이 지난 2012년 5월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졌던 지난 2012년 7월 둘째 주(-0.16%)보다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값 하락세도 더욱 가팔라졌다. 전주 -0.20%에서 -0.21%로 하락 폭이 확대했다. 지난 2012년 9월(-0.22%) 이후 10년 만에 최대 폭이다. 지방도 -0.13%를 기록하며 전주보다 낙폭이 커졌다.
서울에서는 4주째 전 자치구 집값이 동시에 하락하고 있다. 노원구(-0.30%)와 도봉구(-0.30%) 등 외곽 지역뿐만 아니라 송파구(-0.16%) 등 강남권 아파트 매매가도 낙폭이 갈수록 커지는 흐름이다.
부동산원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가중과 주택 가격 추가 하락 우려 등으로 거래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급매물 위주 간헐적 거래와 매물 가격 하향 조정이 지속되며 하락 폭이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2. 국내 연구기관들 경기 침체 대비해야 경고한다.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부동산 시장 경착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집값이 안정적으로 하락(연착륙)하는 게 아니라 급락(경착륙)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착륙은 부동산 시장 내 혼란뿐 아니라 급격한 소비심리 위축이나 금융 시장 충격 등 경기 전반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우선 국내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기관들의 보고서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9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의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지난 7~8월 경제동향에서는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는데, 한 달 만에 다소 부정적 전망으로 돌아섰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연속적이고 복합적인 충격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물가 안정'에서 '경기 침체 방어'로 이동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국토연구원은 "급격한 금리인상과 통화 긴축으로 주택시장 경착륙 가능성이 부각된다"며 "하우스푸어 지원 등 주택시장 변동 위험 관리 장치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 추경호 장관은 하향 안정화 필요, 급락은 경계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부도 경착륙을 막을 방안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우선 투기지역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를 푸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정부는 관련 검토를 한 적이 없다며 지속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고민의 흔적은 역력하다.
국토부는 지난 9월 7일 이와 관련 "시장 상황을 종합 감안해 언젠가는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나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이에 대해 검토, 협의하거나 결정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당장 검토하고 있지는 않지만, 시장 흐름에 따라 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겨둔 셈이다. 정부는 일단 대출 규제 완화 외의 방안들을 내놓겠다고 밝히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시장은 갑자기 많이 올라도 문제지만 급락해도 그 자체가 문제"라며 "급락 현상은 경계하면서 하향 안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정대상지역 추가 해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대책을 먼저 내놓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를 공약했지만 자칫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최근 시장 침체 우려에 따라 규제 완화 추진에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시장에서는 정부 정책의 영향이 당장은 크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기준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대내외 경제여건 등이 주택 구매 결정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규제 완화에 따른 거래 활성화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기사 내용을 보완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