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살아가는 일이 힘들어 지치거나
괴롭고 힘든 고민이나 번뇌로 하여 마음이 복잡하고,
누구로부터 사랑받지 못 하여 쓸쓸하다거나
떠난 사랑으로 하여 진저리나는 그리움에 치여 죽을 듯 괴롭고,
남편과 자식이 속을 썩여 사는 게 귀찮아 재미가 없거나
가난에서 벗어나 본 날 없어 지긋지긋한 돈 걱정 우울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주내 행 1호선 지하철을 타볼 일이다.
일평생 고생이라곤 해본 적이 없을 듯싶은
곱게 늙은 부티 나는 할머니가 우아하고 여유롭게 앉아 책을 읽고,
억세게 재수 좋아 부모 잘 만난 젊은이들 줄줄이 명품으로 휘감고 앉아
간밤에 양주를 오십 만원어치 마셨다고 스스럼없이 떠들어대는,
지축을 떠나 두 세계의 경계선을 넘듯
유유히 흐르는 강을 건너기만 하면 다른 세상과 이어지는,
지하철 3호선과는 다른 풍경을 만나는 곳이 지하철 1호선이다.
천국에서 억울하게 쫓겨난 천사들인 듯,
유한부인들이 네일 아트에서 손톱을 붙여 메니큐어를 칠하거나
스포츠 센터에서 S라인 몸매 만들기에 열중해 있거나
늑대와의 춤을 위해 승용차 한 대씩 끌고 차도를 더 막히게 하고 있을 때,
시간도 남아 돈도 남아돌아 몸이 뒤틀리도록 권태로워
객쩍은 생각, 객쩍은 짓으로 하루를 적당히 즐기며 때우고 있을 때,
아이들 학원비며 생활비에 보탤 돈을 벌기 위한 가난한 여자들이
부끄러움도 주저함도 없이 당당하게 싸구려 물건을 팔기 위해 목청을 돋우는데,
용모가 단정하여 조금만 멋을 부리면 금방 멋쟁이가 될 수 있는
그녀들의 용기와 당당함이 괜히 절로 생겼겠는가.
한 가정에서 하늘같은 남편이고 우상 같은 아버지일 그 남자들이
허접스러운 물건 목이 쉬도록 설명하여 번 눈물나는 돈으로
식솔들 입에 밥을 넣어 주는 그 심신이야말로 오죽 고단하겠는가.
행여라도 저 못나 그리 사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될 것이며
더러 생계를 잇기 위해 패잔병처럼 불편한 몸을 이끌고 물건을 파는 이는
산다는 일이 얼마나 구차스럽고 수고롭겠는가.
그들의 밥이 되는 그 물건들은 공짜로 나눠준다고 하여도
부자들은 받지 않거나 받아도 쓰레기통에 버릴 최하급 비표들이다.
가죽으로 상품 설명을 하지만 비닐이라는 것이 대번에 표가 나
차마 거짓말로 몰아붙일 수도 없는 조악한 이중 벨트,
등을 미는 구닥다리 양손잡이 때밀이 타월,
부직포로 만든 유치한 꽃무늬의 선풍기 보관주머니,
살이 열여섯 개여서 탄탄해 보이기는 해도 알록달록 촌스러운 우산,
손톱깎이, 백 장이나 들었다는 일회용 밴드, 플라스틱 싸구려 장난감..등등,
단 돈 천 원짜리들이고 삼천 원이 가장 高價에 속하는 물건이다.
연신 오르고 내리는 승객들도
소박하다 못해 초라한 모습들이 더 많으며
하다못해 그 흔해빠진 짝퉁 명품을 든 사람도 보기 드물고
부티 나는 이들은 더 보기 어렵다.
그들 앞에서는 웬만하면 사치가 될 것들이 너무 많으니
행여, 살기에 지쳐 힘들거나 우울한 마음병으로 괴롭다면
지금 당장 주내 행 1호선 지하철을 타 볼 일이다.
내가 얼마나 많이 갖고 누리는지 확인되고,
얼마나 놀부처럼 욕심을 부리는지 내 속이 물속처럼 환히 다 보이고,
등 따습고 배불러 사랑 타령으로 사치를 부리고 있으며,
살 만한 여유만큼 근심 걱정을 사들이고 있고,
별 것도 아닌 일에 자존심 세워 옹졸하게 굴어가며
남의 힘듦 알지 못한 채 티격태격
철딱서니 없이 못난 짓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더 가진 힘을 과시하여 덜 가진 이들을 밟고 있다는 것을,
생활의 태반이 사치를 부리는 허영이라는 것을 부끄럽게 알아차릴 게다.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속속들이 확인되어
어쩌면 눈물이 나올지도 모르고,
생각을 할 줄 아는 이라면 나의 오만과 교만이 얼마나
죄스럽고 편협하고 수치스러운 것인지
뼈저리게 깨달으리라.
사무치게 반성되리라.
삶의 애환과 진기를 가득 싣고 쉼 없이 달리며
역마다 어김없이 멈추어 저마다 고단한 생애를 내려주고 태워주는
주내 행 1호선 지하철을 타고 가다 어디쯤에서 내리면
산으로 가는 길이 열려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감사하고 행복해야 하리라.
첫댓글 행복은 마음속에 있는것 나부터 사랑하구 넘을 사랑하구 조국을 사랑함되것지요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내가 있어야 조국도 있음일진데.............
그래요 좋은글 감사 합니다 힘들때 시장을 가보란 소리도 있듯이 사람이 여러 사람이 사는곳에 가면 뭔가 보입니다 울님들 힘내세요 아자아자 화이팅
감짝 놀랄 정도로 정교한 감히 ....흉내내지 못할 공감의 좋은글 감사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합니다. 꾸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