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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탄핵 집회 현장의 고양시민들
이기대 기본소득당 사회연대경제국장
김재환 고양평화청년회 대표
최창의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공동의장
[고양신문] 40만명이 넘는 인원이 모인 지난 14일 국회 앞 윤석열 탄핵 요구 집회에는 다양한 지역과 연령층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고양시민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날 집회에 참가했다. 단체별로 깃발을 들고 나가거나 혹은 지인, 연인, 친구끼리 삼삼오오 모여 참여하기도 했다. 그중 일부는 참석한 시민들을 위해 봉사역할을 맡은 이들도 있었다. 그중 몇 명을 소개한다.
사회연대경제 커피차 운영하며 “윤석열 퇴진”
대화동 이기대 기본소득당 사회연대경제국장
“비상계엄이 해제된 다음날 바로 국회 앞 집회에 나갔어요. 가보니까 정말 다양한 단체나 모임에서 나왔는데 심지어 어느 부녀회에서도 깃발을 들고 나오시더라고요. 그걸 보고 ‘아 우리 사회적경제인들도 따로 깃발을 들고 목소리를 내야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됐죠.”
일산서구 대화동에 살고 있는 이기대씨는 이번 탄핵정국을 맞이하면서 또래의 청년 사회적경제인 4명과 함께 ‘행동하는 사회연대경제인 SE-ACT(이하 SE-ACT)’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과거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에서 일했고 현재 기본소득당 사회연대경제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씨는 이번 사태를 맞아 사회적경제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했다.
“14일 탄핵 가결 당일까지 매일 집회에 참여하고 단체 이름으로 성명서도 4번 냈는데 주변 반응이 뜨거웠어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119명의 사회적경제인들이 개별적으로 연대서명을 해줬고 후원금도 391만원이나 모였어요. 그 돈으로 핫팩도 나눠주고 집회 응원봉도 별도로 준비했죠.”
14일 2차 대규모 탄핵 집회를 앞두고 이기대씨는 후원금을 좀 더 의미 있게 쓰기 위해 동료들과 고민하던 중 집회 당일 ‘사회연대경제 무료 커피차’를 운영해 보기로 결정했다. 마침 그전부터 집회 현장에서 커피차를 운영하던 사회적기업 ‘달려라 커피’ 안준호 대표를 알게 됐다. 이씨는 “달려라 커피는 자립준비 청년 지원을 위해 시작된 사회적기업인데 마침 고양시 소재이기도 했고 대표님과도 이야기가 잘 통했다”며 “원래 후원금으로 커피 1000잔만 계약하려고 했는데 안준호 대표님이 본인도 1000잔을 후원하겠다고 흔쾌히 나서주셔서 총 2000잔의 커피를 참여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집회 당일 국회의사당 역 1번 출구에서 운영된 사회연대경제 커피차는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14일 집회 당일 성황을 이뤘던 사회연대경제 커피차
윤석열 정부 들어 사회적경제 분야는 지속적인 예산삭감과 탄압으로 크게 위축되는 과정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청년활동가들 또한 일자리를 잃게 됐다. 이씨 또한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가 서울시사회적경제센터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동료들이 그만두게 되는 상황을 접하면서 퇴사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씨는 “오늘날 기후위기와 불평등 문제,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경제, 국가계획경제와 구분되는 사회연대경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내년은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된 만큼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원과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이씨는 이번 윤석열 탄핵 국면을 기점으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등 정책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사회적경제 주체들을 모아나갈 계획이다.
지역사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이씨는 현재 고양시 사회적경제육성위원을 맡고 있고 드림쉐어링이라는 고양시 소재 사회적협동조합의 감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사회적경제는 무엇보다 지역기반이 중요하다. 앞으로 고양시에서도 더 많은 역할을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집회에서 자봉단 활동을 했던 김재환 고양평화청년회 대표(맨 왼쪽)
“20~30대 집회참가자 눈에 띄게 늘어”
향동 김재환 고양평화청년회 대표
고양평화청년회 대표를 맡고 있는 김재환씨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국회 앞 집회 현장에서 진보당 당원들과 함께 안전관리를 위한 자원봉사단 활동을 했다. 김씨를 포함해 이날 고양시에서 자봉단으로 참여한 이들은 모두 12명. 수십만 명이 모였던 이날 집회가 큰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마무리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들의 역할이 컸다.
“비상계엄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너무 황당하기도 했고 가짜뉴스가 아닌가 의심까지 했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국회앞에 경찰들이 막아서고 헬기로 무장한 군인들이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다 큰일나겠구나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죠. 다행히 당일 2시간여 만에 국회 의결로 계엄이 해제됐지만 이대로 두면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계속 집회에 참여했어요.”
드라마나 책으로만 경험했던 계엄사태를 직접 눈으로 보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김재환 대표. 서울 집회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탄핵 여론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했다. 특히 덕양구 화정역 광장에서 탄핵집회 동참을 호소하는 피켓과 포스트잇 붙이기 활동 등을 진행했는데 그 어느 때보다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비슷한 젊은 세대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걸 느낄 수 있었다. “주변에 20~30대 친구들이 평소에는 정치에 관심 없어보였는데, 이번 사태가 발생하고 SNS를 봤더니 다들 국회 앞 집회에 참여했더라고요. 뭔가 예전처럼 단체나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아도 각자 알아서 나가는구나 싶었죠.”
이날 집회 현장의 하이라이트는 탄핵 가결 직후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성, 그리고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다시 만난 세계’ 등 K팝 노래에 맞춰 함께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당시 김재환 대표는 자봉단 활동 때문에 여의도 공원 뒤편에 있었는데 뒤늦게 함성소리가 파도타기처럼 넘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탄핵표결이 가결된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청년과 어른 가릴 것 없이 다들 기뻐했는데, 한쪽에서는 K팝이 나오고 다른 쪽에서는 풍물놀이도 하면서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 매우 인상깊었다”고 전했다.
집회 현장에서 탄핵가결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최창의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공동의장(가운데)
윤석열 탄핵 넘어 사회대개혁으로
고봉동 최창의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공동의장
14일 탄핵 당일 최창의 연대회의 공동의장은 과거 함께 마을활동을 했던 영주산 협동조합 이웃들과 국회로 향했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4명과 중학생 1명도 함께 했다.
“원래 친한 사람 몇 명과 같이 가려고 했는데 제 딸이 오고 싶어 한다고 해서 같이 가자고 했죠. 그랬는데 또 다른집에서 자기 딸과 같이 가겠다고 하고 또 옆집 친구도 데려오고 하면서 식구가 확 늘었어요. 추운 날씨라서 걱정도 했는데 애들이 복장도 따뜻하게 하고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들 응원봉도 챙겨오는 등 준비성이 철저하더군요.”
최창의 공동의장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그런지 집회 현장에서 노래도 잘 따라부르고 구호도 열심히 외치는 모습이었다”며 “나중에 대화를 해보니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이번 계엄사태에 대해 많이 대화를 나누고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하더라. 민주주의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탄핵집회의 가장 큰 특징으로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새로운 집회문화가 꼽히고 있다. 최창의 공동의장도 이날 집회 현장에서 달라진 풍경을 직접 느꼈다고 말했다. 최 공동의장은 “참여자들이 전반적으로 젊고 발랄한 느낌이었고 특히 언론보도처럼 20~30대 여성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며 “그냥 보기에는 다들 즐기는 모습일지 모르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다들 절박함을 가지고 그 자리에 나오지 않았겠나.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이 교차하는 복잡한 심정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윤석열 탄핵 가결 이후 고양시 지역 시민사회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과 근본적인 사회대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가져갈 예정이다. 20일 윤석열 퇴진, 사회대개혁 고양비상행동 출범을 앞두고 최창의 공동의장은 두 가지 과제를 이야기했다. 첫 번째는 기존 단체소속이 아닌 평범한 시민들이 실천현장에 부담없이 올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것, 또 하나는 단순히 대통령 탄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 사회개혁을 요구하는 것이다.
최창의 공동의장은 “박근혜 탄핵 이후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약자를 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며 “현재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보수집단의 반동적 움직임에 맞서 싸우는 동시에 한편으로 근본적인 사회대개혁을 위한 내용과 주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