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우울증은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생활습관 개선 등으로 어렵잖게 좋아진다. 그러나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우울증 문진표 중 자신이 해당하는 항목이 계속 늘거나 우울 증상이 심해지면 약물치료를 받아야 낫는다”며 “뇌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이상이 나타난 상태가 되면 스스로 마음가짐을 고친다고 해도 절대 낫지 않고, 반드시 치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 우울증은 증상의 경중과 치료에 제대로 반응하는지에 따라 생활요법, 약물치료, 전기 충격치료 등으로 치료한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주변 상황 등에 문제가 있어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증 우울증'이나 우울증 진단 기준에는 들지만 증상이 가벼운 '아임상(亞臨床) 우울증'은 병원 치료까지 받지 않아도 된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가벼운 우울증은 땀이 날 정도로 1시간 정도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명상 요가 기공을 통해 심신을 이완시키거나, 잠자기 전 클래식 등 잔잔한 음악을 30분 정도 들으면 좋아진다"고 말했다. 가벼운 우울 증세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경우에는 아침 8~9시 사이에 창문을 열어놓고 의자에 편하게 앉아 30분 정도 아침 햇빛을 쐬면 낮시간 활동에 의욕이 생기고 저녁에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우울한 감정을 바꾸겠다고 빠른 템포의 즐거운 노래나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면 오히려 나쁘다.
약물 치료: 4단계 치료로 환자 75%가 효과
항우울제는 프로작, 루복스 등 SSRI계열(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계 약물과 이팩사, 삼발타 등 SNRI계열(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차단제) 약물을 주로 쓴다. 예전에는 삼환계항우울제(TCA)도 많이 처방했는데, 복용 시 체중이 증가하며 입이 마르고 졸리는 등의 부작용이 있어서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다른 약물의 부가적 용도 외에는 잘 쓰지 않는다.
약물 치료는 환자가 치료에 반응하는 정도에 따라 4종류까지 약물을 바꿔 쓰며 진행한다. 홍진표 교수는 "1단계로, 환자 상태에 적절한 약물을 쓰면 전체 환자의 60% 정도는 정상 상태의 50%까지 호전된다"며 "약효를 보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약으로 바꿔서 투약하는데, 4단계까지 약물을 바꿔서 쓰면 100명 중 70~80명은 치료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4단계까지 약물 치료를 할 경우 완치율을 67% 정도로 본다.
약물 치료 안 들을 때: 전기경련요법 적용
100명 중 4단계 약물 치료를 해도 결국 호전되지 않는 20~30명에게는 전기경련요법(ECT) 등을 시행한다. 홍진표 교수는 "전기경련요법은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재부팅하듯 뇌신경회로에 문제가 발생한 두뇌에 전기 자극을 주어 재부팅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전신마취를 한 후 근이완제를 투여해 뇌에 경련을 일으켜 자극하는 방법이다. 약물 치료가 듣지 않는 환자 외에, 증상이 심각해 자해를 할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도 시술한다. 이밖에 자기장을 이용해 뇌를 직접 자극하는 경두개자기자극술(TMS)도 쓴다. 이 시술은 3주 동안 매주 5회 치료하며 한 번에 20분쯤 걸린다. 우울증이 아주 심한 사람, 약을 먹을 수 없는 임산부, 빠른 회복이 필요한 수험생 등에게 권장된다. 두통과 기억력 저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