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관악산을 오르기 전부터 서울대학교 저수지 쪽으로 하산하려 맘먹었다.
애당초 세웠던 산행계획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과천향교 입구 계곡으로 올라가는데 조금만 걸어도 얼굴이 후끈후끈할 정도로 무더웠다.
하지만 그때마다 시원한 계곡물로 얼굴을 식힐 수 있어 좋았다.
산을 오르고 내릴 때 각각 세 번, 그 맛은 맛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겠지?
10시 10분 정부과천종합청사역 개찰구를 빠져나와 지난주와 달리 11번 출구로 나갔다.
참으로 오랜만에 과천향교(10시 24분) 쪽 계곡 길을 밟고 연주암, 연주대까지 올라갔다.
11시 28분 연주암 마당, 11시 44분 관악산 정상에 섰다.
연주대 바윗길 위험구간 다음 첫 번째 봉우리, 바람이 통과하는 길목에서 잠시 쉬었다.
바닥에 앉지 않고 소나무를 잡고 선 채.
그리고 12시 16분 육거리 갈림길 안부에 이르러 서울대로 이어지는 계곡으로 내려갔다.
이어 13시 06분 서울대 저수지 둑 위에 섰고, 13시 12분 노천극장 풍산마당 앞에 도착했다.
최근 토요일마다 관악산을 찾았던 이유가 있다.
언론 모니터링 교육이 대림역 인근 구로도서관과 대림국제학원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다음 주 토요일까지 계속된다.
14시부터 17시까지 열리는 교육, 매번 도중에 나와야 했다.
할머니 저녁식사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하기 위해.
지난주에 할머니께 “증손자(아들의 아들)를 보시고 돌아가셔야죠?”라고 했다.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고개를 흔드셨다.
이에 “그러면 윤이가 결혼하는 것을 보시고 가셔야죠?”라고 했다.
그때 할머니께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어제는 성경을 읽어 드리기 전에 “박종심 권사님!”이라고 큰 소리로 불렀다.
‘권사’님이란 소리에 처음엔 어리둥절해하셨다.
아빠가 “엄마! 엄마는 권사였잖아요?”라고 하자 할머니께서 알았다는 표정을 보이셨다.
다른 날보다 할머니 ‘아멘!’ 소리가 컸다.
할머니 저녁식사를 도와드리고 뒤처리를 마무리한 후 워커힐실버타운 요양원을 나섰다.
370번 버스를 타고 귀가하면서 찬송가와 복음성가를 생각나는 대로 흥얼거렸다.
가사를 모두 기억할 수 없는 가운데 두 노래가 자연스럽게 짬뽕이 됐다.
그렇게 콧노래를 부르는데 어느 순간부터 동요까지 혼합됐다.
‘엄~마 엄~마 차~즈러 날~라 갑~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정확하지 않은 가사, 소리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가사는커녕 제목조차 되살릴 수 없었다.
귀가 후 샤워를 마치자마자 데스크 탑을 열고 ‘엄마 엄마’를 검색했다.
이연실의 ‘가을밤(찔레꽃)’과 이은미 ‘엄마 엄마’라는 노래가 나왔다.
이 두 노래를 포함해 유사한 동요 몇 곡을 더 들은 후 저녁을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 또 ‘엄마 엄마 찾으러 날라 갑니다’를 계속 생각했다.
식사 후 소파에 앉아 양손 중지에 뜸을 뜨면서도 장기기억 장치를 가동했다.
얼핏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고 검색해보니 <기러기>와 <가을밤>이 섞여 있었다.
잠들기 전까지 여러 번 감상했다(이선희, 이연실, 이은미, 조용필).
오늘 01시가 넘어갈 때까지 조금씩 다른 가사들의 공통분모를 찾아 정리했다.
1. 울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기럭 기러기 날아갑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넓은 하늘로 엄마엄마 찾으며 날아갑니다.
2. 오동잎 우수수 지는 달밤에 아들 찾는 기러기 울고 갑니다.
엄마엄마 울고 간 잠든 하늘로 기럭 기럭 부르며 찾아갑니다.
3. 먼 산에 단풍잎 붉게 물들면 기럭기럭 기러기 날아갑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저 먼 나라로 엄마 엄마 부르며 날아갑니다.
4.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 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5. 가을밤 고요한 밤 잠 안 오는 밤 기러기 울음소리 높고 낮을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아빠가 누구나 부러워했던 일류 중학교에 합격했을 때 할머니 모습을 잊지 못한다.
대한민국 마지막 본고사, 합격자 명단에서 아빠 이름을 발견하시고 감격해하시며 우셨다.
그동안 할머니를 서럽게 했던 사람들 앞에 기(氣)죽지 않겠다는 당당함이 배어 있었다.
그때 처음 자장면을 먹어보는 아빠 면전(面前)에서 아쉬움도 토로(吐露)하셨다.
전 과목(국어·산수·사회·과학·음악·미술·체력장)에서 만점을 획득하길 바라셨던 것이다.
할머니를 꼭 호강시켜드리고 싶었는데 불효자로 남게 될까봐 걱정이다.
요즘 들어 이동 중에 자주 동요, 찬송가, 복음성가가 섞여 나오곤 한다.
가사도 완전히 외우지 못하면서.
그때마다 감성(感性)이 발현(發現)돼 눈가가 축축해진다.
아빠 마음 헤아릴 수 있겠니?
대한민국 모든 장병들과 함께하는 태풍부대 상병 김0, 오늘도 화이팅!!!
첫댓글 에릭님
훌륭하십니다.
존경합니다.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RIC(김광석) 늘 에릭님 덕분에 고맙습니다.
좋은주일 되셔요.
아름다운 강산 ..울나라는 정치만 잘하면..
고맙습니다.
금주 한 주간도 내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요즘 거사?로 고단하실텐데
산행하셨나봅니다~
에릭선배님 거사를보며
이런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매번 가슴을 짓누르는 고통을
하나하나가 어마어마한 수업이요자산이다!'
라는 표현을
빈손으로 4000억의 CEO
김승호씨 말이 생각납니다!
값진 성과 있으시길 응원합니다선배님~^^
고맙습니다.
응원이 힘이 됩니다.
날도 무더운데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하하!
요즘 노래들보다는 옛노래가 나은것같죠?
시대에 뒤떨어졌나요? ㅎㅎ
..
광석님!
언제나 좋은소식 올려주시니 감사합니다
즐거운주말시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여러 번 들었습니다.
자꾸 듣게 됩니다.
유튜브를 틀어놓고요.
새로운 주간도 계획대로 진행되길 기도드립니다.
잘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
고맙습니다.
날씨가 어정쩡합니다.
각별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