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니학교를 위해 고구마를 썰고 뒷정리를 하고, 근처 쇼핑몰에 들렀다.
커피가 떨어져서 커피를 사려고. 넓은 시장을 둘러보고, 시식코너에서
몇 가지를 시식도 하고, 커피와 이태리 스프, 새우젓 한통을 사서 나왔다.
바람이 억세게 불고,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지금부터 눈이 내리면
세상 또 하애지겠다, 생각하는데 22번 버스가 왔다. 운전사 포함 10인용 정도 되는 버스가.
토요일 오후라 쇼핑몰로 들어가려는 차들이 2차선을 꽉 채우고 있어서,
버스는 전용차선인 마지막 3차선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22번 버스를 타야하는 사람들은 정차중인 승용차 선을 지나 버스에 올랐다.
버스엔 대여섯명이 올랐던 것 같다. 그러면 거의 만원버스다.
가끔 음악을 좋아하는 버스 기사들이 혼자 조용히 들으려고 소리를
낮추고 음악을 트는 경우가 있다. 예전과 다른 버스 안 풍경이다. 예전에는 그 볼륨이
높아 버스 안 사람들이 전부 듣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22번에선 조금 특이한 소리가 났다. 기사분이 유튜브 이야기 채널을 튼 것이다.
제목을 굳이 내가 만들어 보자면, 형수님과 나, 정도. 화자의 형님은 암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오랫동안 남편 병수발을 하던 형수가 지쳐 시동생인 자신에게 의지하고... 뭐 이런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이거 뭐야? 하는 생각에 웃음이 픽 나왔고, 조금 듣다가 기사께 말했다.
'기사님, 이야기가 19금이라 이상하니, 음악을 틀어주시면 안될까요?'
이야기에 심취해 있던 기사는 갑자기 들린 승객의 요구에 짜증이 났는지,
'음악 나오고 있잖아요,' 하면서 라디오 볼륨을 높인다. 노래 소리가 들리니 나는 또
버릇대로 나를 의심하며, 노래도 나오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죄송합니다. 노래도 나오고 있었네요.' 말했다.
기사분은 이야기를 끊고 싶지 않은지, 이야기도 흘려보내고, 노래도 흘려보내는 지라
버스 승객들은 이야기의 배경 음악도 아닌 노래 들으랴, 특이한 이야기 들으랴...
고생들을 했겠지, 나처럼. 그렇게 토요일 오후에 특이한 이야기 좋아하는 기사님이 운전하는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