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타고 싶다 외 1편
김석돈
가을꽃은
바람을 탈 줄 안다
코스모스가 그렇고
억새꽃, 산국도 가을을 즐길 줄 알지
가을날 피는 꽃은
봄, 여름꽃과는 다르다
높아진 하늘에 어깨 걸고
시원한 바람 스텝 맞춰
탱고 춤이라도 한판 당길 뚝심이 있어야 한다
가을 언덕에 서 있는
나 역시
꽃으로 피어나고 싶다
초록 물들여 조여 맸던 허리띠
헐렁하게 풀어 제치고
무서리 샅바쯤 가볍게 거머쥔 채
으라차차!
가을의 등 위에 위풍당당 올라타 보고 싶은 거다
에어포켓(Air pocket)
새우등 할머니
노점에 야채 몇 무더기 펼쳐놓았다
출렁이는 인파 속에 잠겼다가 떠오르고
다시 가라앉는 곱사등
‘시금치 이천 원어치 주세요’
천금 같은 그 한마디에
야윈 새우는 밀물 만난 숭어가 된다
할머니는 시들어가는 채소에
연신 찬물 끼얹고 있지만
손님은 할머니 등짝 내려앉을까
두 눈을 빠뜨릴 것 같다
얼굴보다 검게 그을리고
어깨보다 먼저 눈이 쌓이는 저 멍에
노구를 지탱하는 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흙탕물에 빠져도 둥둥 뜨게 하는
큰 공기주머니 하나 들어있지 않을런지
‘아들아! 너라도 살아서 나가’
‘엄마! 잘 키워줘서 고마워요’
지하주차장 급류 속 그런 절규 감춰둔
혹등고래만 한 에어포켓이 들어 있을 거야
----애지 겨울호
2022년 애지로 등단
카페 게시글
애지의시인들
우리 젊은 시인들: 김석돈의 가을을 타고 싶다 외 1편
애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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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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