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차 수십대 굴리며 노조원 행세...배차권 쥐고 근로자 갈취
기사입력 2022-10-17 06:00:23
부산 레미콘 민노총이 장악하자
사장님 신분으로 즉각 노조 가입
지회장으로 선출돼 영향력 키워
개인 영업 물량까지 사실상 통제
민노총은 상습적 비위에도 침묵
고발 조합원, 지역 현장서 쫓겨나
B씨 "조합원에 10원도 안받았다
한노총이 중간에서 분란 일으켜"
[e대한경제=최지희 기자] 부산의 ‘지게차왕’으로 통하는 B씨는 부산 토박이 지게차 임대사업자였다. 지게차 30∼40대를 보유한 그는 부산 지역의 9∼10개 건설현장에 장비를 동시에 투입할 정도로 유능했다. 부산 지역에서 공사 좀 한다는 사람들 가운데 B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작업 대기 중인 4.5t 지게차
B씨를 예전부터 알고 지냈다는 한 지게차 기사는 “L건설 현장만 따라다니면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지역에서 L현장은 전부 B씨 소유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사는 "건설사와도 사이가 무척 좋아서 형님, 동생하면서 현장 관리를 한다. 지게차로 돈을 많이 벌어서 영업도 많이 한다”며 “차 한 대 갖고 움직이는 기사들과는 영업력이 다르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지게차 기사는 대략 300여명. 이 중 260명이 현재 민주노총 부산지게차지회 소속이다. 원래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이 각각 100명씩, 나머지 100여명은 비조합원이었지만 2019년 부산 지역 레미콘기사들 95%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민주노총 장비와 인력을 고용하지 않으면, 레미콘을 끊어버리는 식으로 민노총이 현장을 하나둘 장악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기업화’를 유심히 지켜본 B씨는 ‘사장님’ 신분으로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B씨의 가입 과정을 알고 있다는 전 민주노총 간부 A씨는 “기존에 민주노총 간부로 있던 사람이 활동비가 없을 때 B씨와 같은 사업자들 몇 명이 모여서 기존 간부들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돈도 빌려주고 장비도 대여해주면서 노조 안에서 금방 자리를 잡았다”며, “2019년 8월 지게차지회장으로 선출됐고, 2020∼2021년 노조 안에서 상납금 문제와 노조 기금을 개인이 유용한 혐의까지 받았지만 민노 간부들이 전부 눈을 감아주며 올해 2월 또 연임이 됐다”고 설명했다.
◆‘사장님 조합원’의 실체
B씨는 2021년 <e대한경제>가 민주노총의 ‘사장님 조합원’ 실태를 보도할 때부터 한 차례 수면 위로 올라왔던 인물이다.
노조 간부로 선임됐을 당시 장비임대업체 대표로도 버젓이 활동 중이었고, 특히 가족형 사업으로 운영 중이라 민노총이 장악한 현장에 아내와 친인척 명의로 된 B씨의 장비들을 여러대 투입한 정황까지 포착됐을 정도다. 또 작년까지만 해도 본인 명의의 사업체가 버젓이 등재된 상태였다.
하지만 기사가 보도된 후 노조의 ‘사장님 조합원’ 문제가 이슈화되자 B씨는 본인 명의의 사업체는 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B씨가 보유했던 장비들도 모두 처분된 것일까.
<e대한경제>가 B씨를 추적한 결과 부산 지역 지게차 업계에서는 여전히 B씨의 장비가 수십대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왔다. 장비 여러대를 이용해 돈이 되는 알짜 현장에서 배차권을 행사하고, 조합원에게 상납금까지 받는다는 것이다.
부산 지역의 건설사 관계자 C씨는 “부산에서 L건설 외에도 S사와 H사 등 큰 현장은 B씨가 많이 하는데, 대형 현장을 노조를 통한 협박만으로 확보하는 게 아니다”라며, “건설현장 함바식당을 통해 ‘카드깡(신용카드로 가짜 매출전표를 만들어 조성한 현금)’을 한 후, 건설사 직원들에게 일부 갖다주면서 영업도 한다. 건설사 도움을 받아 이면계약서도 만들어 가면서 본인의 배차권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 지역에서는 B씨의 이 같은 영업행태가 꽤 널리 퍼져 있었다. 실제로 취재에 들어가자 작년과 올해 민주노총 조합 내에서 고발자들이 다수 나왔다.
◆ 배차권 행사하고 수백만원 갈취
D씨는 2017년 민주노총 부산지게차지회에 가입한 후, 2019년 총무에 선임되며 B씨의 최측근 자리에 올라섰다. 이후 D씨는 2019년 9월부터 부산 서면의 L건설현장에 투입되기 위한 소위 ‘보초’를 섰다. ‘보초’란 다른 노조의 장비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현장의 우선권을 확보하는 작업을 뜻한다.
그 결과 D씨는 그해 10월 일감을 수주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난 어느날 B씨가 갑자기 D씨의 현장 사무실로 찾아와 현장 보전 및 영업비 명목으로 400만원을 요구해왔다.
B씨는 “L건설 현장 관리자에게 명절 선물을 해야 하니 L상품권을 구입해 오면 구입비용은 400만원에서 빼주겠다”고 했다.
이에 D씨는 같은 날 오후 인근 L백화점에서 3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입해 B씨에게 전달했다. 이후 8월 B씨는 “400만원 중 100만원을 우선 보낼 것”을 요구했고, 당시 형편이 어려웠던 D씨는 세 차례에 걸쳐 100만원을 또 B씨에게 상납했다.
민주노총 운영세칙에 따르면 개인이 영업해 수주한 물량이라도 지회에 귀속시키는 것이 원칙이고, 개인 간에 일감을 주고받거나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는 행위는 모두 금지였지만 B씨는 거리낌이 없었다.
B씨가 부산 지역에서 가진 영향력과 지회 내에서 현장을 배정하는 배차권을 행사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D씨는 B씨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 실제 D씨가 L건설 현장을 배정받은 것도 B씨의 지명에 의존한 결과였다.
특히 이중계약서가 D씨의 발목을 잡았다. B씨는 D씨에게 현장을 배정하기에 앞서 두달 전에 이미 현장 책임자와 건설기계임대차 표준계약서를 체결한 상태였다. 현장 우선권을 B씨가 갖고 있다는 생각에 D씨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 상습적 비위에도 민주노총은 ‘묵묵부답’
부산 지역 지게차 기사들은 2000가구 이상의 대형 아파트 건설현장에는 B씨의 장비가 투입된다고 입을 모은다. 초기 터파기 공사 때는 조합원 장비가 투입되고, 수입이 늘어나는 골조 공사 시점에는 갑자기 B씨로부터 월 350만원가량을 받는 장비 임대 기사들이 현장에 투입된다는 것이다.
한 지게차 기사는 “차 한 대 가진 기사들은 건설사 대상 영업은 꿈도 못꾼다. B씨 정도나 되어야 할 수 있다”며, “전체 지게차 조합원이 B씨의 사업체 소속 기사나 다름없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취재 과정에서 <e대한경제>가 확보한 민주노총 지게차지회의 2019년부터 2021년까지의 통장 거래내역 사본에는 B씨가 개인적으로 공금을 유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상당수 포착됐다.
문제는 이러한 정황증거가 모두 작년 10월 부산 경찰서로 접수가 됐음에도 여전히 수사에는 진척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D씨와 함께 B씨를 고발한 상당수의 조합원 피해자들은 되레 부산 지역 건설현장에서 쫓겨나 일감을 잃었고, 현재는 추가 피해를 받을까 몸을 사리는 형국이다.
부산의 전문 건설사 임원은 “개인사업자인 건설기계 기사들이 노조를 통해 임대단가를 자기 마음대로 올리고 조합에 상납금까지 달라고 한다. 거부하면 현장에 레미콘을 안주니까 아예 건설사들이 자체 보유하던 지게차들을 다 팔아버렸다”며, “회사에 보유 지게차가 있으면 그 사람도 노동자인데 같이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할 것 아니냐. 지금의 노조는 상생이고 노동 정신이고 그저 자기들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기업과 다를 바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조합원들의 해당 고발건에 대해 B씨는 “사실관계와 다르다”고 반박했다. B씨는 “형편이 어려운 조합원들에게 좋은 현장을 소개해줬을 뿐, 단돈 10원 한장 이들로부터 받은 것이 없다”며, “현금이 오간 것은 장비를 빌려준 것에 대한 임대료이고, 이마저 시세보다 50만원 깎아줬다. 한국노총이 중간에 끼어서 분란을 조장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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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건설노조로 인해 지게차업계의 계급사회가 형성이 되었네요
지게차인끼리 순수한 선의의 경쟁 구조로 언제 돌아 갈지 걱정입니다.
단결 투쟁 쟁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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