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시절 꽁초를 핀 기억이 새롭다.
선생님이 교무실에서 노는 시간에 급히 담배를 피고 가시면, 정학 받아서 손들고 교무실에 있다가, 잽싸게 꽁초를 습득하여 화장실에서 핀 적이 있다.
담배 피다 정학 받은 놈이 담배를 또 피는 아이러니였다.
학교의 처벌 프로그램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담배를 피다 다시 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었던 것이다.
담배 범죄 재발율은 상당히 높았다.
선생님이 담배 검사를 하면 숨기다가, 자전거 핸들 안에 숨긴 적도 있다.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다가 선배들에게 맞기도 했지만, 반항심이 대단한 나는 선배와 싸우기도 했다.
일본 유학을 가서는 담배를 끊었다. 돈도 없고 담배 필 시간이 아까웠다.
담배를 끊었다가, 아내가 죽고 다시 피기 시작했다.
병원을 들락거리다가 환자들과 이야기 나누는 재미로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요즘은 원룸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는 맛이 쏠쏠하다.
담배는 건강에 나쁘지만 나의 경우는 정신 건강에는 좋은 것 같다.
나라를 위해 막대한 세금을 바치는 애국자가 된 것이다.
가끔 노인회관에서 할머니들에게 핀잔을 얻어먹지만, 무시한다.
담배를 사 주고 잔소리 하던지.
김소월의 시
담배
“나의 긴 한숨을 동무하는
못 잊게 생각나는 나의 담배 !
내력을 잊어버린 옛시절에
났다가 새없이 몸이 가신
아씨님 두덤 위의 풀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보았어라.
어물어물 눈앞에 스러지는 검은 연기,
다만 타불고 없어지는 불꽃.
아 나의 괴로운 이 맘이어.
나의 하염없이 쓸쓸한 많은 날은
너와 한가지로 지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