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총리, 국내 독립언론 운영 면허 취소
캄보디아 EMERiCs - - 2023/02/24
☐ 캄보디아 총리, 국내 독립언론 폐쇄 조치
◦ 캄보디아 국내 독립언론 ‘민주주의의 소리’, 운영 면허 취소돼
- 훈센(Hun Sen) 캄보디아 총리는 국내에 남은 마지막 독립언론 중 하나로 꼽히던 ‘민주주의의 소리(VOD, Voice of Democracy)’를 폐쇄했다. 2월 12일 훈센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주의의 소리 운영단체인 캄보디아 독립언론센터(Cambodian Center for Independent Media)에 발급되었던 운영 면허를 취소한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해당 매체의 영어 및 크메르어 웹사이트가 차단되었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에 따르면 캄보디아 정부는 모든 국영 크메르어 TV, 라디오 방송국 및 신문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
- 훈센 총리의 민주주의의 소리 폐간 조치는 2월 9일 이루어진 훈센 총리의 아들 훈 마넷(Hun Manet) 부사령관에 대한 보도로 인해 촉발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주의의 소리는 훈 마넷 부사령관이 튀르키예 지진피해 구호활동에 관한 합의를 체결했다고 보도했는데, 해당 기사는 훈 마넷 부사령관이 권한 밖의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훈센 총리는 해당 보도와 관련해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하는 한편, 민주주의의 소리가 자신의 아들과 캄보디아 정부의 존엄성과 평판을 해쳤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2월 12일 민주주의의 소리는 보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정부의 입장에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으나, 훈센 총리는 서한을 거절하며 민주주의의 소리에 대한 운영 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 휴먼라이츠워치 등 인권단체, ‘언론의 자유 탄압’ 비판
- 휴먼라이츠워치 등의 인권단체들은 훈센 총리의 언론 폐간이 정부에 의한 언론의 자유 침해라며 비판 입장을 밝혔다. 필 로버트슨(Phil Robertson)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담당 부국장은 캄보디아 정부의 반대 입장 탄압이 강화되는 가운데서도 민주주의의 소리가 비판적이고 객관적인 보도를 지속해왔다며, 훈센 총리에 의한 민주주의의 소리의 폐간이 캄보디아 국민들의 삶과 인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 UN의 인권전문가들 또한 캄보디아 총리의 언론 폐쇄에 대해 우려의 뜻을 밝히고 민주주의의 소리의 운영 면허 복구를 요구했다. UN 캄보디아인권특별보고관은 민주주의의 소리가 폐간됨에 따라 캄보디아 국내에서 자유롭게 운영되는 언론이 사실상 사라지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UN 캄보디아인권특별보고관은 캄보디아 국내에 정부 정책을 비판적으로 보도할 시민사회와 독립언론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진단하며 캄보디아 당국에 운영 면허 취소 결정을 취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 캄보디아 총선 앞두고 총리의 반대파 탄압 강화
◦ 캄보디아 총리, 언론 폐간한 전례 다수
- 캄보디아 정부에 의한 독립언론 폐간은 여러 전례가 있으며, 대부분 훈센 총리의 반대파 탄압 시도와 연관된 것으로 평가된다. 훈센 총리는 2017년에도 2018년 총선을 앞두고 일간지 ‘캄보디아 데일리(Cambodia Daily)’가 세금을 체납하고 있다며 폐간 조치하고, 정부친화적 언론으로 꼽히는 프놈펜포스트(Phnom Penh Post)를 구매할 것을 장려한 바 있다. 라디오프리아시아(Radio Free Asia)의 프로그램을 내보내던 FM라디오방송국 또한 캄보디아 정부에 의해 폐쇄되었다. 훈센 총리의 민주주의의 소리 폐간은 2023년 7월 개최 예정인 총선을 앞둔 훈센 총리의 영향력 강화 시도로 풀이된다. 휴먼라이츠워치는 훈센 총리의 여러 언론사 폐간 전례를 언급하며, 이러한 독립언론 폐쇄가 2018년 총선의 불공정성에 기여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 휴먼라이츠워치는 훈센 총리가 독립언론 다수를 잇달아 폐쇄하면서 민주주의의 소리가 캄보디아 국내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소리를 폐간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캄보디아 국내 독립언론을 소멸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민주주의의 소리는 2003년 창간 이래 노동권, 인권, 환경범죄, 정치 부패 등에 대해 폭넓게 다뤄왔다. 노조에 대한 캄보디아 정부의 표적 공격, 토지 압류, 금융 스캔들, 그리고 환경파괴 등을 다룬 민주주의의 소리의 보도기사 다수는 캄보디아 정부 고위관계자들로부터 반감을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훈센 총리, 총리직 연임 및 세습 초읽기 나서
- 훈센 총리는 2023년 7월 총선을 통한 연임을 시도하고 있으며, 유력한 총리 후보로 꼽힌다. 현재 70세인 훈센 총리는 1985년 집권 이래 야당 탄압 및 독립언론 폐쇄 등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38여년에 걸쳐 캄보디아를 통치해왔으며, 2023년 연임에 성공할 경우 해당 임기까지만 부임하고 훈 마넷 부사령관에 총리직을 세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2023년 1월 29일 캄보디아 집권여당인 캄보디아인민당(CPP, Cambodian People’s Party)은 차기 총리 후보로 훈센(Hun Sen) 현 총리를 지명하고, 전폭적 지지를 선언했다.
- 훈센 총리는 2017년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을 해산시키고 당수를 구속 수감시켜 2018년 총선에서는 일당 독재 체제를 완성한 바 있다. 당시 캄보디아인민당은 50.76%의 표를 얻었는데, 캄보디아구국당은 44%의 득표율을 달성하며 훈센 총리의 장기 집권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부상했다. 이에 훈센 총리는 캄보디아구국당을 반역 혐의로 기소하고 당을 해산시켰으며, 켐 소카(Kem Sokha) 전 캄보디아구국당 대표 또한 구금했다. 2022년 3월 17일 프놈펜(Phnom Penh) 지방법원은 캄보디아구국당 소속 정치인 19명의 반역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 감수 : 윤진표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VOA, UN Experts Demand Reinstatement of Cambodian News Outlet, 2023.02.21.
CNN, Voice of Democracy, one of Cambodia’s last independent media outlets, has been shut down 2023.02.14.
Human Rights Watch, Cambodia: Hun Sen Extinguishes Media Freedom, 2023.02.14.
BBC, Cambodia's Hun Sen shuts down independent media outlet Voice of Democracy, 202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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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캄보디아 총리, 독립언론 ‘민주주의의 소리’ 운영 허가 취소 (2023.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