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백취부(河伯娶婦)
하백이 신부를 맞이한다는 말이다
河 : 강이름 하
伯 : 맏 백
娶 : 장가들 취
婦 : 여자 부
출전 :열국지(列國志) 7部 全國七雄
사기(史記) 골계열전(滑稽列傳)
사회를 어지럽히는 무위도식(無爲徒食) 자들과
힘없는 백성들을 못살게 구는 악덕 관리를 제거하는
훌륭한 목민관을 비유하는 말이다.
중국 대륙에는 두 개의 큰 하천이 있다.
하나는 장강(長江), 즉 양자강이고,
또 하나는 황하(黃河)다.
일반적으로 장강은 '강(江)'이라고 부르고,
황하는 '하(河)'라고 부른다.
하백(河伯)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황하를 관장하는 물의 신이다.
황하는 중국 대륙 북부를 흐르는
총연장 5464㎞의 큰 강이다.
(서울과 부산의 거리는 480㎞다).
황토 지대를 통과하기 때문에
언제나 물빛은 황갈색이며,
밑으로 내려갈수록 강폭이 넓어져 어떤 곳은
마치 바다처럼 보이기도 한다.
황하 유역은 중국 고대문명의 발상지이며,
중국을 대표하는 전설을 많이 품은 강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강의 신(神)은 변신하는 능력이 있으며,
어떤 때는 사람의 모습, 또 어떤 때는
용(龍)의 모습으로 변한다고 생각했다.
하백(河伯)에서 백(伯)은
맏이나 우두머리를 뜻하기도 하지만
친밀함을 나타내는 경칭(敬稱)으로 쓰이기도 한다.
위(魏)나라의 문후(文侯) 시대에 서문표(西門豹)라는
매우 강단(剛斷)이 있고 정사(政事)에 밝은 인물이
'업(鄴)' 고을의 유수(留守)를 맡게 된 일이 있었다.
문후(文侯)는 그에게 유수의 직분을 내리면서
하남성의 어지러운 질서와 백성들의
고통을 반드시 해결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서문표는 부임하자마자 곧장
지역의 장로(長老)들을 불러 모아서
그들의 고민거리를 들었다.
장로들은 "하백(河伯)이 처녀를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항상 궁핍(窮乏)할 수밖에 없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모두
굶어죽고 말 것입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매년 하백에게 바치는 처녀를 사기 위한
준비금으로 많은 세금을 내야하고,
남은 돈은 굿을 담당하는 늙은 무녀(巫女)와 그 제자들,
그리고 삼로(三老; 호족)와 탐관오리(貪官汚吏)들이
나누어 가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해마다 때가 되면 무녀가 집집마다 돌면서
아름다운 처녀를 찾아내
"이 처녀가 하백의 아내감이다"고 하면서
데려가기 때문에 처녀가 있는 집은 모두가 먼 곳으로
도망을 쳐서 마을의 사람마저 줄어들고
있다고 장로들은 하소연했다.
또한 "만약 하백의 아내가 되는 것을 거부하면,
하백이 진노해서 홍수를 일으켜 논밭이
물에 잠기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도 모조리
익사(溺死)시켜 버린다고 합니다"고 하였다.
장로들의 이야기를 듣고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서문표가 입을 열었다.
"다음번에 하백에게 아내를 바치는 때가 오면,
관리와 무녀, 그리고 아내가 될 처녀의 집안 사람들을
모두 강가에 데려오시오. 나도 한번 지켜보겠소."
이윽고 하백에게 아내를 바치는 때가 되어 무녀와
그 제자들(20명)과 삼로(三老),
탐관오리들은 처녀를 데리고 강가로 모였다.
서문표는 무녀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이 처녀는 아름답지가 않은데… 무녀 할멈,
지금 당장 물에 들어가 하백에게 아뢰시오.
나중에 아주 아름다운 처녀를 바치겠다고."
그러고는 부하들에게 명령해서
무녀 노파를 강 속에 던져버렸다.
무녀가 강에 빠져 나오지 않자 조금 있다가
"무녀 노파는 너무 늙었다는구나.
그렇다면 제자들이 들어가 보라.
" 서문표는 부하를 시켜
무녀의 제자 3명을 강으로 던졌다.
그리고 잠시 후에,
"무녀들은 여자라서 사정을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구나.
그렇다면 삼로(三老)와 관리들께서
한번 들어가 보시는 것이 어떻겠소" 라고 하면서
삼로와 관리 몇 명도 강에 던졌다.
남은 관리들은 얼굴이 흙빛이 되고,
등에 땀을 흘리면서 벌벌 떨고
머리를 땅에 조아리고 살려달라고 빌었다.
서문표는 마을의 관리들과 무녀가 결탁해서
사람들을 쥐어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건이 있고 난 후에야
과중한 세금을 부과해서 하백에게 처녀를
바치게 하는 풍습은 없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서문표는 아전,
호장 및 삼로의 재산들을 몰수하여
그들에게 착취당한 백성들에게 다시 돌려주도록 하고
장가들지 못한 청년들과 무녀 제자들과
결혼을 시키는 등 하남성은 정상을 찾았고
관개시설(灌漑施設)을 확충하여
홍수를 막아 해마다 풍년을 기약했다.
강단 있고, 정사(政事)에 밝은 한 사람의 태수가
많은 백성을 구하고, 악독한 무당과 그와 결탁한
탐관오리를 척결하여 고을의 평화를 회복하는
통쾌한 사건은 정치가들에게 대대로
목민관(牧民官)의 귀감(龜鑑)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기세가(史記世家)에
"나라가 장차 흥하려면 반드시 상서로움인
군자는 등용되고 소인은 퇴출되며,
나라가 장차 망하고자할 때는 현자는 숨고,
어지러운 신하만 귀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사정은 백성들의
삶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모든 사회질서가
분열로 파괴되어 혼란스럽고,
순리(順理)가 역행하여 세상이 거꾸로 간다고 한다.
그런데도 지도자급들은 국민을 속이고
자기 체면을 세우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다.
나라가 빚더미에 앉던, 국민이 고통으로 얼룩지던
빚을 내어서라도 표(票)얻기만 혈안이니
안타까운 마음 어찌 혼자만이겠는가?
이 시대 힘이 없어 고통 받는 국민을
구할 수 있는 현명하고 용기 있는
서문표(西門豹)와 같은 인물은 진정 없는 것인가?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