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신문 ♤ 시가 있는 공간] 당신의 풍등 / 방윤후
당신의 풍등
방윤후
불을 품은 종이가 망망한 밤하늘에 떠 있다
복은 바람을 이고 방향을 튼다
나는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산자락 위 수놓는 흘림체들
인생샷이다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눈빛으로 따라가는
어둠 저편, 어느 먼 곳에 닿을 것이다.
불꽃이 사위는 공중
붉고 푸르고 노랗고 하얗게 너울이 일 때
새들은 그 쪽빛에 발을 담근다
봉봉봉, 별들이 튄다
동쪽으로 떠밀려 가고 있다
한 점 꽃잎이 한 끼를 때우기 위해
빛을 빨아들이듯,
풍등은 희원의 흑점이다
그 안에서는 기도도
근육이 혈관이 뼈가 생겨난다
내가 꿈속에서
비칠대며 걸어 나올 수 있는 것은,
오늘 밤 당신이 끝끝내 눈길 떼지 않는
부력 때문이다
(방윤후 시집, 『나는 발굴되고 있다』 천년의 시작 시인선 66쪽, 2021)
[작가소개]
김포문인협회 회원 ,신라문학상 대상, 제2회 매일시니어문학상 우수상 수상, 시집 『나는 발굴되고 있다』
[시향]
우리가 살아오는 동안 했거나 했을지도 모를 아름답고 훌륭한 생각들, 겪었던 고통을 통한 바람, 그 염원을 우리의 존재 안으로 간직해 왔다. 간직해 온다는 것은 가장 확실한 존재의 방식으로 자아를 이룬다. 방윤후 시인은 때를 따르는 봉사와 신앙생활의 항상성으로 세상의 바퀴를 자처한다. 관성의 힘에 스스로 경이로워 시인의 오늘이 긍정과 낭만, 감사로 깊어진다. 이에 떠오르는 풍등, 서로의 기도가 서로에게 가 닿는 “당신의 풍등”이라는 시에 다다른다.
“그 안에서는 기도도/ 근육이 혈관이 뼈가 생겨난다”
“내가 꿈속에서/ 비칠대며 걸어 나올 수 있는 것은,/오늘 밤 당신이 끝끝내 눈길 떼지 않는
부력 때문이다”라고 한다.
누군가 띄워 올린 나를 호명하는“풍등”의 부력으로 그 희망이 “근육이 혈관이 뼈가 생겨나” 오늘을 “비칠대며 걸어 나올 수 있는”지 모른다.
시인은 “풍등”을 “날아오르는 인생샷이다”라고 단언한다. 그 한마디로 내 속을 단박에 열어 보이는 음력 사월의 밤거리는 꽃등이 줄을 이어 끝이 없고 발걸음이 둥둥 가벼워진다.
“풍등(風燈)”이란 등싸움 놀이 때 띄우는 대형풍선을 말한다. 동짓날 저녁 이웃 서당 아이들끼리의 초롱 싸움이다. 풍등 놀이는 통영 ‘한산대첩제’에서 매년 행해진다고 한다. 원리는 한지, 대나무, 기름솜뭉치로 만든 풍선을 거꾸로, 솔가지 불을 지펴 연기를 채우면, 외기보다 가벼워져 공중에 뜬다. 석유에 사흘 담갔던 솜뭉치를 쓴다.
안동하회마을 낙동강 상류 물 위로 띄우는 등꽃 놀이, 이곳 김포 수변공원에서도 가을밤 물 위 조명 놀이를 기획한다니 볼만 할 것이다.
“불을 품은 종이가 망망한 밤하늘에 떠” 오른다. 모두의 풍등이 소망을 싣고 “산자락 위 수놓는 흘림체”로 날아오른다. “오래도록 바라 보”며 희망을 읊조리는 사람들, “눈빛으로 따라가는/ 어둠 저편, 어느 먼 곳에 닿을 것이다”. “불꽃이 사위는 공중/ 새들은 그 쪽빛에 발을 담근다”. “한 점 꽃잎이/ 희원의 흑점”이다. 저 깊고 너른 하늘 그릇은 한껏 품을 벌려, 간절한 타오름을 두 손 모아 받아들 것이다.
심상숙 (시인)
첫댓글 사람은 누구나 미신같은
미련을간직하고 삽니다
희망 을. 향해사는 진실
입니다 풍등에게 실어보내는 소원들 다 이루어 젔으면나도이런맘으로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