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에는 눈이 내리고
제주에도 바람이 불고 춥겠다고 예보했지만
막상 나오니 그렇게 추운줄을 모르겠다.
밤까지 심하게 불던 바람도 잠잠해졌다.
오늘은 가까이 있어서 아껴둔
애월읍 관내 일주도로변 오름들을 오르기로했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이 꼴찌의 고향에 있는 과오름.
과오름
과오름은 애월읍 곽지리와 납읍리에 걸쳐있는
오름이다. 큰오름, 셋오름, 말젯오름의 세 개의
화산체로 이루어졌다 한다.
곽지리 마을 쪽에 있는 오름 표지석 부근에서
오름에 오르는 길을 찾았으나 사람들이 가끔 드나
든 흔적은 있으나 뚜렷한 길은 찾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포장된 길을 따라 굼부리 안쪽으로 들어갔
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큰오름과 셋오름이 서로
팔을 벌려 굼부리 속의 말셋오름을 껴안고 있는
형상이었다. 굼부리에는 브로콜리나 양배추를 재
배하고 있었다.
우리는 셋오름을 먼저 올랐다. 묘지가 조성되어
있고 소나무가 울창하여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정상을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인증 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큰오름은 길 찾기가 어려워 특공대 세 사람만이
답사에 나섰다. 사람이 다닌 흔적을 찾아 어렵게
올라가 보니 능선 따라 희미하지만 길이 있었다.
낙엽이 수북히 쌓이고 가지들이 얽혀 있긴 했지만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곳까지 갈 수 있었다.
이 오름에는 유난히 맥문동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
더 앞으로 가고 싶었지만 기다리는 친구들이 걱정
이 되어 서둘러 내려왔다.
내려올 때 보니 길은 제법 뚜렷했으나 처름 올라
가는 곳이 절개지라서 오르내리기가 힘들었다.
도노미(어도오름)
다음에는 봉성리에 위치한 도노미로 향했다.
중산간도로 마을 초입에 오름 표지석이 있었다.
기슭에 주차장도 마련하고 산책로도 잘 꾸며져
있었다. 산책로 입구에는 정낭을 만들어 제법
운치있게 꾸몄다. 오름 기슭에는 나물로 팔기 위
하여 유채를 베어 상자에 포장하고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보니 굼부리 안을 마치
운동장처럼 꾸며 놓고 그 주위를 빙돌아
산책로를 꾸몄다. 산책로에는 가로등까지
달아 놓아 밤에도 산책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 이색적이었다.
그런데 한가지 흠은 산책로가 정상을 통과하지
않고 사방을 내다 볼 수 있는 전망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곳이 한 군데라도 있었다면 훨씬
매력적인 오름이 되었을 텐데.
고내봉
사실 오늘의 당초 계획은 과오름과 도노미를
올랐으니 다 마친 셈이다. 그런데 과오름을
오르지 못한 친구들이 도모미로는 마음이
마음이 차지 않아 가까운 곳에 있는 고내봉을
하나 더 오르기로 했다.
고내봉은 고내 마을 남쪽에 있는 제법 높은 오름
이다. 그러나 중턱까지 시멘트 포장도로가 있어서
차로 오를 수 있다. 우리는 보광사라는 제법 큰 절
앞에 차를 세우고 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다.
절을 지나서 조금 가자 산책로가 정상을 향해 나
있었다. 산책로에는 솔잎이 두껍게 깔렸다.
이 곳은 또한 올렛길이기도 해서 산책하는 사람들
이 꽤 있었다.
정상에 올라가자 차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우리를
맞는다. 정신이 번쩍 난다.
우리는 옛날에 봉수대가 있던 자리에서 사진을
찍고 따뜻한 곳을 찾아 남쪽 등성이로 넘어 왔다.
낮은 무덤들이 자리한 남쪽 등성이는 참으로
명당이었다. 앞으로 한라산과 작은 오름들을
굽어 보며 우리는 자리를 깔고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나른한 오후의 겨울 햇살이
우리의 등을 따사로이 만져준다.
물메
집으로 가는 길에 애월읍 일주도로 변에 있는
나머지 오름인 물메도 가보기로 했다.
우리는 먼저 수산저수지에 들렀다.
1990년대에는 수산유원지로 북적대던 곳인데
지금은 인적이 거의 없고 적막만이 흐른다.
하나 남은 흑돼지 삼겹살 집도 영업을 하는지
불분명하다.
400년 이상 된 곰솔만이 의연하게 버티고 서서
우리를 맞는다.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지
여기저기 가지를 받치고 울타리를 만들었다.
바쁜 일이 있는 친구는 먼저 보내고 나머지는
산책길을 따라 오름에 올랐다.
올라갈수록 처음에 생각한 것보다 오름의 매력에
끌렸다. 오름을 휘돌아 숲길을 걷는 재미와
몇 군데 전망터도 있고 친환경 오름 메트도
좋았다.
다만 정상에 군 부대가 위치하고 있어서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정상부근에 마련된 운동시설도
군부대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주 추운 날씨를 예상했으나 이외로 포근
했으며 처음 계획보다 두 배의 오름을 올라 뿌듯'
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2010.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