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材線蟲)은 혼자선 이동할 수 없다.
매개충이 있어야 이동이 가능하다.
그 매개충이 솔수염하늘소다.
재선충은 1mm 미만의 실 모양 선충이 솔수염하늘소의 몸에 기생하다가
그 성충이 소나무의 어린 가지 수피를 갉아 먹을 때 나무에 침투해서 발병한다.
일단 감염이 되면 100% 말라 죽는다.
'소나무 급살병'이라는 섬뜻한 별칭이 붙은 이유다.
소나무의 '저승사자'인 재선충병이 한반도를 엄습하고 있다.
제주도와 남해안, 동해안은 물론 북한산국립공원과 소나무 천연림으로 유명한
충남 태안 안면도까지 위협하고 있다.
'서울의 허파'인 남산마저도 '접수'할 기세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 병은 2005년 재선충병 특별법 제정 이후 항동안 주춤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다시 기승을 부려 전국 74개 시,군,구 일대의 푸른 서나무 숲을 누런 '재앙의 숲'으로 만들어 버렸다.
지난해 피해목만도 218만 그루엗 라한다.
이대로 가다간 50년 후 남한에서, 100년이 지나면한반도에서 소나무를 볼 수 없게 된다는 전망도 쏟아진다.
3년 내 소나무가 한국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충격적인 경고도 나왔다.
소나무는 한국에서 분포 면적이 가장 넓고 개체 수도 가장 많은 우리의 상징목이다.
애국가는 물론 민중 가요에도 등장한다.
그만큼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삶 그 자체다.
예부터 우리는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태어나 생솔가지가 꽂힌 금줄로 자신의 탄생을 알렸다.
솔가지로 지핀 불로 밥을 지어먹고 소나무 속껍질로 허기진 배를 달랬다.
독야청청 낙랑장송을 보면서 굳은 절의을 다지기도 했다.
죽음에 이르러서는 소나무로 둘러싸인 무덤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했다.
산림청이 지난주 재선충병 재발생율을 현재의 50%대에서 올해 30%로 대폭 낮추고
2017년까지 피해목 109만 그루 전량을 잘라내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국립공원 등 중요 소나무 숲에 대한 예방접종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증요법으로 해결하기엔 상황이 급박하다.
현 상황을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소나무를 지켜낼 수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을 막을 골든 타임도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 박학용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