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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유] 07
씬/1 성무집 마당 (낮)
한여름, 대낮의 정원. 녹음은 짙고 햇살은 강렬하고..
씬/2 성무집 거실 (낮)
문하생들의 책상 위,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고
각종 도구들과 잡다한 자료사진들, 벽에 붙어있던 더블유 포스터 등등 모두 치워지고 없다.
총격 사건의 흔적도, 일하던 흔적도 없는 정돈된 거실.
문 열려있는 성무 작업실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고.. 카메라, 소리 나는 쪽을 향하면..
씬/3 성무의 작업실 (낮)
연주가 책상 위의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연주, 노끈으로 자료들과 노트를 묶어서 가위로 끊어 한쪽에 쌓아놓고 있다.
일에 몰두하느라 표정은 없고 땀방울만 이마에 송송..
잠시 허리를 펴고 쉬다가 벽에 걸린 액자에 시선이 가고.. 액자를 벽에서 떼서 자신과 성무의 사진을 잠시 들여다보는.
액자를 접어서 책상 위에 작은 물건들을 정리 중이었던 박스에 넣는다. (성무 유품을 정리하는 것처럼 보이면 좋습니다)
이때 초인종 소리가 정적을 깨자 돌아보는.
씬/4 성무집 앞 (낮)
수봉의 차가 앞에 서 있고 수봉, 초인종을 누르고 있는. 뭔가 초조해 보이고..
문이 열리자 후다닥 들어가는.
씬/5 성무집 마당 (낮)
수봉이 급히 들어오는데 연주가 버릴 책 들고 현관에서 나오는.
수봉 : (낮게) 누나..!
연주 : (땀 닦으며) 짐 가지러 벌써 온 거야? 아직 다 정리 못했는데.
수봉 : (급히 다가와) 누나. 경찰서에서 전화 왔어요.
연주 : (멈칫)
수봉 : 며칠 전에 익사체가 하나 발견됐다고.
연주 : (....!)
수봉 : 부패 정도로 봐서 죽은 지 한 달 정도 된 거 같다고 하거든요. 해초에 걸려서 이제 발견됐대요.
연주 : (표정)
수봉 : 죽은 시기도 그렇고 발견 장소도 한강대교에서 멀지 않고.. 인상착의도..
연주 : (표정)
수봉 : 아무래도 강철 맞는 거 같아요.
연주 : (....!!)
순간 탕...!! 하는 총성이 연주의 귓가에 환청처럼 들리면서.. F.O - F.I
씬/6 회상 몽타주
C#1 성무집 거실 (6회 39씬에서 이어지는)
의자에 앉아있다 바닥에 쿵 쓰러지는 성무.
강철, 그제야 총구를 내리는.. 불꽃이 튀던 강철의 눈빛, 순식간에 꺼지고.
피가 바닥에 번져 나오기 시작하고.. 바닥에 엎어진 채.. 숨을 헐떡거리며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의 성무 시선으로.
강철이 나가는 모습이 보이고.. F.O - F.I
C#2 성무집 거실 (밤)
자막 - 2시간 후
책상 주변으로 폴리스 라인을 치고 있고, 증거 수집 중인 경찰들, 분주한..
‘야 밖에 비오잖아! 서둘러 뭐하냐!!’ ‘핸드폰 확인해!’ 밖에서는 천둥번개 소리와 비오는 소리 들리고..
C#3 수술실 (밤)
박교수가 집도하는 수술, 한창 진행 중이다.
박교수 : 다행히 총알이 떨어져 나가진 않았네. (탄환을 꺼내 김간호사에게 넘겨주며)
플레짓(pleget) 달린 쓰리 오 프롤렌 수처(3-0 prolene suture) 주세요.
김간호사 : (그 사이 심장에 박혔던 탄환을 조심스럽게 비닐봉투에 담는다)
피 묻은 탄환 클로즈업되며.
C#4 수술실 앞 (밤) 6회 55씬 中
수술실 앞에 서 있는 연주에게 다가온 수봉.
수봉 : (작게) 강철이 쐈어요.
연주 : ...... (이미 알고 있다. 또 다른 고통이 몰려오는, 눈을 뜨고)
수봉 : (떠올리면서 다시 두려운) 내가 똑똑히 봤어요. 정말로 강철이었어요... 권총을 들고 있었는데..
연주 : 어디로 갔어..?
C#5 병원 정문 앞 경비실 (밤)
정문 닫아놓고 TV 보고 있던 경비원, 밖에서 누가 톡톡 두드리는 소리에.. 빗물 때문에 밖이 안 보이고.
문을 열어보면 비에 젖은 강철이 서 있다.
경비원 : 출입시간 지났습니다. 환자면 응급실로..
강철 : (카드를 내미는, 공손한) 이거 좀.. 전해주십쇼.
경비원 : (...?)
강철 : (가라앉은 눈빛) 흉부외과 오연주씨한테요.
경비원이 포스트 잍에 <흉부외과 레지던트 오연주> 메모를 써서 카드에 붙이며 힐끔 보면
빗속으로 사라지는 강철이 보이고.. F.O - F.I
C#6 한강대교 (밤)
자막 - 4시간 후.
6회 69씬 中 비가 쏟아지고 있고...
난간에 서 있는 강철.. 난간을 잡은 손을 놓고.. 그대로 낙하하는..
C#7 강물 속 (밤)
밤의 강물 속. 떨어진 강철이 기포를 일으키며 어둠 속으로 깊이 가라앉는.
C#8 골목길 (밤)
강철이 죽음을 맞이하는 동시간. 비가 내리는 골목길.
우비를 입은 경찰 둘이 손전등을 비추며 증거를 찾기 위해 수색 중이다.
그 앞, 쓰레기 더미 위에 버려두고 갔던 강철의 권총이 보이고..
어둠 속에서 갑자기 색이 흐려지더니... 마치 스케치처럼 선만 남고.. 이어서 사라져버린다.. (C.G)
뒤늦게 경찰이 손전등을 쓰레기 더미에 비추면 이미 권총은 없고..
C#9 수술실 (밤)
성무의 수술 계속 진행 중인 의료진들 등 뒤로..
증거 제출을 위해 따로 놔둔 비닐 봉투 안의 피 묻은 탄환, 색이 흐려지더니..
똑같이 스케치 선만 남고 이어서 사라져버리는.. (C.G)
C#10 연주집 연주방 (밤)
반쯤 열린 문으로 거실 불빛이 새어 들어오는 연주의 방.
옷걸이에 입혀 벽에 걸어둔, 2회에서 강철이 사줬던 연주의 원피스,
똑같이 색이 흐려지더니.. 이내 선만 남고 사라져버린다. (C.G)
F.O - F.I
C#11 레지던트 숙직실 (아침)
자막 - 8시간 후
6회 68씬에서 이어지는 <오연주씨>라고 적힌 카드의 겉봉을 보는 연주.
김간호사 : (카드를 책상 위에 올려놓는) 여기 놓을게요.
연주 : 이걸 누가..
김간호사 : 저도 모르겠어요 저 없을 때 온 거라서. (하고 나가는)
연주 : ......
연주, 떨리는 손으로 꺼내면 편의점에서 파는 평범한 카드.
카드를 열어보는 연주의 모습에서..
잠시 후 컷 튀면, 카드는 바닥에 떨어지고, 달려 나가는 연주의 모습만.
바닥에 떨어진 카드의 <맥락에 맞는 엔딩> 이라는 문장이 보이고.. 모니터에는 강철의 마지막 모습이 떠있고..
C#12 한강대교 (아침)
인도를 달려오는 연주.
강철이 뛰어내렸던 곳, 난간으로 뛰어가 아래를 내려다보나 아침 햇살 받으며 무심히 흐르는 강물.
강철은 흔적도 없고..
시간경과.. 출근길 차들로 붐비는 대교.
난간에 기대 주저앉아 고개 숙인 연주의 모습 멀리 보이고.. 울고 있는 건 지 알 수 없다.
F.O - F.I
C#13 중환자실 (낮)
자막 - 일주일 후
수선이 호흡기 쓴 성무를 지켜보고 있다. 애증, 연민이 담긴 눈빛.. 측은하게 내려다보다 눈물, 손수건으로 찍는데..
성무의 눈가가 움찔하는 듯...
수선 : (...? 혹시나 들여다보는데)
성무 : (눈을 겨우 뜬다)
수선 : (?!) 어머, 어머, (깜짝 놀라 간호사를 크게 부르는) 여기, 여기 좀 와 봐요!! 눈 떴어요!!
간호사, 의사들이 뛰어오는 모습에..
C#14 성무집 마당 (밤)
담벼락 쪽에 서서 형사가 연주와 수봉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형사 : 집 주변에 CCTV가 열대나 있는데 찍힌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손가락으로 CCTV 가리키며) 단 하나도요.
연주/수봉 : (....!)
C#15 회상 - 성무집 앞 (밤)
6회 8씬과 같은 장면. 강철이 서서 집을 올려다보고 있는.
담장 위 CCTV가 대문 앞을 찍고 있는데.. 부감으로 찍히는 CCTV 영상으로는 강철이 없다.
형사 : (E) 어디로든 들어갔으면 안 찍힐 수가 없는데요 없어요.
C#16 성무집 마당 (밤)
형사 : 권총도 아직 못 찾았구요. 그리고 이건 정말 이상한데요. 수술 중에 빼낸 탄환이 없어졌습니다.
연주/수봉 : (!!)
형사 : 누가 빼돌린 거 같은데 아무래도... 혹시 병원 안에 의심 가는 사람 없으세요?
연주 : (티 안내려 애쓰는) 글쎄요...
형사 : 사건이 좀 요상한데요. (핸드폰 울리자 꺼내며) 뭐 아버님이 깨어나셨다니까 곧 밝혀지겠죠. 가장 확실한 증인이시니까요.
(받으며 자리 이동하는) 여보세요. 어 찾아봤어? 얌마 다 뒤지랬지 어디까지 찾았어?
수봉 : (그 사이 연주에게 어쩌냐는 눈짓 강하게)
연주 : ......
C#17 중환자실 (밤)
마스크 쓰고 누운 성무의 앞에 연주와 수봉이 와 있다.
연주 : (낮게) 아빠.. 제 말 들리세요..?
성무 : (들린다는 뜻으로 눈을 깜빡하는)
연주 : 아빠... 잘 들으세요. 강철이.. (꺼내기 힘든 말.. 입 밖으로 도저히 안 나오고)
수봉 : (끼어들어) 선생님, 강철이 자살했습니다.
성무 : (.....!!)
연주 : (막상 그 말을 귀로 직접 듣자 감당이 안 되고.. 시선 돌리는)
수봉 : 선생님을 총으로 쏘고 한강에 투신하는 장면이 만화에 그대로 올라왔습니다. 대화 내용까지 전부 다요.
성무 : (눈빛은 마구 흔들리고)
수봉 : 벌써 편집부에서도 봤으니까 경찰에 얘기하겠죠. 그래서 저희들이 입을 맞춰서 사건을 덮어야 될 거 같아요.
만화 내용을 설명 못하면 복잡해질 거 같고.. 그래서 누나랑 상의를 했는데요..
연주 : (고개 숙인 채) ......
F.O - F.I
C#18 뉴스 영상 + 포털회사 웹툰 부서 (오전)
자막 - 2주일 후.
직원들이 TV 앞에 모여 수군거리며 뉴스 보고 있다.
앵커 : 지난 3일 발생한 만화작가 오성무씨의 피습사건은 오씨 본인의 자살 기도로 최종 결론이 났다고 경찰이 밝혔습니다.
오성무씨는 지난 7년간 연재한 작품의 마지막 회를 남겨두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건 당일에도 만취 상태로 엔딩을 결정 못하고 고민하다가...
박팀장과 여자 상사, 의혹이 남는 듯 고개 저으며 뭐라 수군거리고..
C#19 뉴스 영상 + 버스 정류장 (아침)
출근길, 등교길에 핸드폰으로 웹툰을 보는 시민들 모습에..
여기자 : (E) 한편 오성무 작가의 웹툰은 사건 발생 이주일 만인 어제 오후 최종회가 공개됐는데요, 충격적인 결말로 현재까지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최종회에서는 주인공 강철이 오성무 작가 본인과 똑같은 설정의 작가를 찾아가
총을 쏘는 등 현실과 비슷한 내용으로 흘러...
강철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뜨악한 표정이 되는 사람들, ‘뭐야 이거?’ ‘뭐야 죽었어?’ ‘아 씨 뭐야?’ 하며 놀라는 컷컷..
C#20 사무실 + 거리 + 카페 + 집 침실 등 (낮 또는 밤)
다양한 공간에서 핸드폰과 태블릿 등으로 만화의 마지막 회를 보는 사람들, 각각의 표정 컷들에.
황당, 경악, 충격, 화가 나서 마구 떠들고, 머리를 헝클고, 방을 빙빙 돌고..
온갖 다양한 분노의 리액션들.
집 마당에서 만화책 서른 세권을 열 받아 불태우는 남자.. 우는 여고생도 있고..
그 중에는 자기 사무실에서 모니터로 보고 어이없는 표정의 박교수도 있다.
남기자 : (E) 최종회 공개 이후 예상을 벗어난 결말에 화난 독자들의 항의 댓글과 전화가 폭주해
업무가 하루 종일 마비되었으며...
영상 여기저기 댓글이 자막과 다양한 목소리들과 함께 뜬다.
키보드 두드리거나, 핸드폰으로.. 댓글 다는 다양한 손들 교차하며..
<이게 무슨 개 같은 결말이냐? 범인은 없고 주인공은 자살하고 끝나? 이런.. XXX!!>
<자신 없으면 애초에 시작을 말지! 7년을 기다렸더니만 진범이 없어? 강철만 빡치냐 나도 빡친다>
<연재하기 싫다고 막 갈겨쓰기냐? 강철이 왜 살인을 해! 작가는 지가 만든 캐릭터도 까먹냐? 캐릭터 붕괴, 최악의 막장 결말!>
<해피엔딩으로 끝내도 될 걸 왜 굳이 강철을 죽이고 자해까지 하시나요?
왜 본인 우울증을 우리한테 전염시키죠? 정말 이해가 안가네요>
<이딴 만화에 보냈던 찬사가 아깝다!!! 잃어버린 내 7년을 돌려줘!>
<자기 무능력을 가리기 위해 교활하게 수를 부린 최악의 엔딩..!
병원에 누워있다니 더 욕은 못하겠고 오성무 작가는 이제 은퇴하시오!>
<강철 오빠 살려내요 ㅠㅠ 왜 이래요 우리한테? 우울해서 잠이 안와요>
<두말하기 싫다! 강철 살려내라!! 부활 안 시키면 내가 가서 총 쏜다!!>
C#21 박교수 방 (저녁)
박교수, 멍하니 모니터 보고 있는데 석범이 퇴근하며 서류 들고 들어온다.
석범 : 교수님.
박교수 : ......
석범 : 여기 사인 좀.. (서류 내미는)
박교수 : ...... (사인하며) 너 약속 있냐.
석범 : 아니요?
박교수 : 그럼 술이나 한잔 하러 가자. (서류 주며 일어나는)
석범 : 술이요..?
박교수 : 아 기분 드..럽네. 만화 하나가 기분 참 엿같이 만드는구만. (하며 양복 집어 들고 한숨 쉬며 앞서 나가는)
F.O - F.I
C#22 카페 (낮)
자막 - 한 달 후
아이스커피 마시며 이야기 중인 연주, 박팀장, 영화 관계자.
박팀장 : 선생님은 벌써 퇴원을 하셨다고.
연주 : 네. 집으로 옮기셨어요. 병원을 워낙 싫어하셔서요.
박팀장 : 그래도 치료를 제대로 받으셔야죠. 아직 조심하셔야..
연주 : 제가 같이 지내고 있어요. 휴가를 내서요.
박팀장 : 아 그러세요? 어유~ 너무 고생하시네요.
연주 : (웃으며) 아녜요 오랜만에 좋아요. 아빠랑 같이 지내서.
박팀장 : 네에.. (하고 본론 들어가는) 아시죠..?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시끄럽습니다.
강철 부활시키기 서명운동까지 하는 거 들으셨어요?
연주 : 그래요..? (미소) 전 요즘 인터넷에 들어가질 않아서..
박팀장 : 진짜 맘고생은 여기 서피디님이 하셨죠. 사실 영화가 젤 큰 문제죠.
영화관계자 : (한숨 쉬며) 진짜 큰일입니다. 이게 묘하게 김빠져 버려서요. 이미 죽은 주인공인데 영화에서 활약해봤자,
이건 뭐 볼 마음이 사라진 거죠. 차라리 열린 결말이었으면 뭐 시나리오로 바꿔볼 건덕지가 있죠.
악당 잡다 죽은 것도 아니고 자살이니 이건 뭐..
연주 : (할 말 없어 어색한 미소만)
박팀장 : 그래서 말인데요.. 선생님도 회복되셨으니까.. 생각이 좀 달라지지 않으셨는지.
연주 : (고개 젓는) 아니요..
박팀장 : 전혀 뭐 다시 수정하실 생각은
연주 : (O.L) 은퇴하시겠대요.
박팀장/영화 : (움찔, 당황해 서로 시선 교환)
연주 : 연세도 많으시고.. 그동안 워낙 무리하셨으니까 이해해주세요.
박팀장 : 이해는 합니다 당연히 이해는 하죠,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셨으면. 근데 혹시 셜록 홈즈 얘기 아세요?
셜록 홈즈 작가 코난 도일도요, 평생 홈즈 얘기 쓰는 게 너무 지겨워서 한번은 홈즈를 소설 속에서 죽여버렸거든요.
근데 영국 전체가 난리가 난겁니다. 완전히 공공의 적이 되서 죽도록 비난에 시달리다 결국엔 홈즈를 도로 살려냈어요.
천하의 코난 도일도요.
연주 : ......
박팀장 : (마지막 설득) 죽었다고만 안 하면 됩니다. 몇 커트만 더 그리시면 돼요. 그냥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열린 결말이요~
그래야 영화도 힘을 받고요. 딱 몇 커트만 더 그려주시면
연주 : 안 하실 거예요.
박팀장/영화 : (표정)
연주 : 다시는 안 그리실 거예요. 못 그리시고요. 상상하시는 것보다 아빠가 그동안 훨씬 더 힘든 일이 많으셨어요.
그래서 저도 설득 못하겠어요. 죄송해요.
박팀장 : (희망이 없자 얼굴 구겨지는) .... (커피를 갑자기 원샷하더니) 하.. 연주씨. 솔직히 너무 속상합니다 진짜..!
이건 뭐 멋있는 죽음도 아니고, 감동적인 죽음도 아니고, 어떻게 이렇게 주인공이 불명예스럽게 비참하게 말예요..!
전 며칠 동안 잠이 안 오더라고요.
연주 : ...... 만화.. 잖아요.
박팀장 : (표정)
연주 : 만화 주인공인데 뭘 그렇게.. (하고 자신이 한 달 내내 스스로 주입하려 애썼던 말을 하는)
감정이입하지 마세요. 만환데요. 금방 잊으실 거예요. (미소)
C#23 카페 앞 (낮)
연주가 카페를 나온다.
카페 창 너머로 낭패인 박팀장과 영화관계자, 자기들끼리 심각하게 얘기하는데
연주, 애써 모르는 척 걸어가는 모습에..
C#24 성무집 거실 (낮)
연주, 들어와 성무 침실 쪽으로 가며.
연주 : 아빠 저 왔어요. (하는데)
성무 : (E) 나 화장실에 있다.
연주 : (멈칫, 화장실 앞으로 오며) 박팀장님 지금 만나고 왔어요.
C#25 성무집 화장실 + 성무집 거실 (낮)
성무, 씻고 옷을 갈아입고 있는.
성무 : 뭐라 그래?
연주 : 미련을 못 버리는 거죠. 영화 때문에 더요.
성무 : .....
연주 : 제가 잘라서 얘기했어요. 이제 포기할 거예요.
성무 : 잘했다.
성무, 거울을 문득 보는. 런닝 사이로 가슴의 뚜렷한 수술자국이 거울에 비치고..
성무, 잠시 거울을 물끄러미.. 낙인처럼 남은 수술자국을 만져보는.
씬/7 성무의 작업실 (낮)
5씬 中. 첫 장면으로 돌아와서.
연주, 작업실의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액자를 접어 박스에 넣어 정리하는데.
이때 초인종이 울리자 돌아보는.
씬/8 성무집 마당 (낮)
6씬 中 수봉이 급히 들어오는데 연주가 버릴 책 들고 현관에서 나오는.
수봉 : (낮게) 누나..!
연주 : (땀 닦으며) 짐 가지러 벌써 온 거야? 아직 다 정리 못했는데.
수봉 : (급히 다가와) 누나. 경찰서에서 전화 왔어요.
연주 : (멈칫)
수봉 : 부패 정도로 봐서 죽은 지 한 달 정도 된 거 같다고 하거든요. 해초에 걸려서 이제 발견됐대요.
연주 : (표정)
수봉 : 죽은 시기도 그렇고 발견 장소도 한강대교에서 멀지 않고.. 인상착의도..
연주 : (표정)
수봉 : 아무래도 강철 맞는 거 같아요.
연주 : (....!!)
씬/9 성무집 거실 (낮)
성무가 아직 불편한 거동으로 지팡이를 짚고 화장실에서 거실로 나오다가
창밖으로 연주와 수봉이 허둥지둥 대문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본다.
성무, ....??
씬/10 수봉의 경차 안 (낮)
수봉이 운전하고 연주가 조수석에 타고 있다. 둘 다 초조해 정신이 없는..
수봉 : 진짜면 어떡하죠..?
연주 : ......
수봉 : 연락 달라고 부탁해놓긴 했지만 만약에 진짜면.. 시신을 인계받을 수도 없잖아요,
이게 누구라고 말을 해요? 그냥 연고 없는 변사체로 놔둬야지 우리가 나서서 묻어줄 수도 없고..
연주 :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눈을 감는)
씬/11 시체 안치소 복도 (낮)
수봉과 연주가 경찰1의 안내로 병원 내 시체 안치실로 따라가는.
경찰1 : 박경위님 후배라고 하셨죠?
수봉 : 네.. 네. (어정쩡하게 대답하는)
경찰1 : 이쪽으로 오시죠. (문을 열고 들어가는)
연주/수봉 : (...!)
씬/12 시체 안치실 (낮)
연주와 수봉, 흰 천이 덮인 침대 앞에 서는..
경찰1,2가 마스크를 쓴 채.
경찰1 : 오래되고 날이 더워서 부패가 아주 심합니다. 보시기 힘들텐데요.
수봉 : (두려워 덜덜 떨고)
연주 : ......
경찰1 : 충격이 되실 거 같으면 서류로 확인하시는 게
연주 : 전 의사예요. 괜찮아요 보여주세요.
경찰1 : 아 네.. (하고 흰 천을 걷는다. ** 시신 보여줄 필요 없습니다. 물에 팽창돼 찢어지고 갈라진 구두 끝 정도면 될 듯)
연주 : (!)
수봉 : (!! 보자마자 바로 우웩! 구역질을 하며 방 끝으로 도망가는)
연주 : (시선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급하게 살피는)
경찰1 : 옷을 확인해보세요. 마지막 날에 입었던 옷이..
연주 : 아니에요.
수봉 : (구석에 박혀서 계속 구역질하다 그 말에 돌아보는)
연주 : 반지를 꼈잖아요. 아니에요.
수봉 : (..?!)
경찰1 : 실종된 날 반지 안 낀 게 확실해요?
연주 : (고개를 젓는) 아니에요. 우리가 찾는 사람, 절대 아니에요. (신념처럼 강하게 부인하는 모습에)
씬/13 성무집 거실 (저녁)
디졸브로.. 성무, 식탁에 앉아 저녁 먹고 있다.
연주가 국 대접을 들고 와 성무에게 주고 물잔 들고 맞은편에 앉는.
성무 : 넌. 안 먹어?
연주 : 지금 생각이 없어요. 이따 배고프면 먹을게요.
성무 : 그렇게 밥 때를 맨날 멋대로. 되겠냐?
연주 : (웃으며) 그러게요. 병원 일 하면서 습관이 됐어요.
성무 : ...... (먹다가 불쑥) 낮에 수봉이랑 어디 갔다 왔냐.
연주 : (멈칫)
성무 : 장 보러 갔다는 거 핑계 같던데.
연주 : ..... (둘러대 봤자 소용없을 것 같은, 담담한 척, 시선 못 마주치면서 반찬 깨작거리며)
익사체가 발견됐다고 전화가 와서요. 근데 아니었어요.
성무 : (...!)
연주 : 왜 안 나올까요..? 한 달이 넘어가는데.
성무 : ......
연주 : 아무래도 강철이 죽으면서 만화 속으로 돌아간 거 같아요. 그런 거겠죠..? 하긴 만화 캐릭터니까 그게 맞겠죠.
성무 : 잘 모르겠다 나도.
연주 : 궁금한 게 있는데요.. (결국 고개 들고) 만화에서 끝이라고 나오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성무 : (표정)
연주 : 그 세상은 그냥 거기서 끝나는 건가요..? 아니면 우리는 모르지만 그들끼리는 잘 살고 있는 건가요..?
성무 : .....
연주 : 동화책 엔딩은 항상 똑같잖아요.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근데 진짜로 늙을 때까지 잘 살다 죽었을까요 아니면 동화책이 끝나는 순간 그냥 거기서 멈췄을까요.
성무 : ..... 연주야. 너도 딴 사람들처럼 내가 뭔가 그려서 강철을 살려내길 바라냐?
연주 : (바로)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러실 이유 없어요.
성무 : 못 하는 이유가 있고 안 하는 이유가 있다.
연주 : (....?)
성무 : 지난주에 경찰이 왔었다. 너 집에 없을 때.
씬/14 회상 몽타주
C#1 성무집 거실 (낮)
지팡이를 짚고 선 성무. 형사가 성무의 액정 태블릿을 책상에 놓으며 뭐라 이야기하는..
성무 : (E) 내 태블릿을 가져왔더라. 모텔에 버렸던 건데.
C#2 모텔방 (3회 23, 28씬에 이어지는)
성무가 강철이 트럭에 받히는 씬을 그리는 컷.
강철의 독백 <당신 누구야..?>가 뜨는 컷.
성무, !!!! 완전히 겁먹고 펜을 떨어뜨리는 컷. 공포와 광기에 차서 태블릿을 바닥에 내던지는 컷.
신발장의 소화기를 꺼내 태블릿을 마구 내리치는 컷.
C#3 모텔 복도 (밤 - 아침)
액정이 깨진 태블릿을 밖에 던져놓는 성무, 문을 쾅 닫아버리는 컷.
아침 청소도구 끌고 지나가던 청소부, 태블릿을 뭔가 하고 집어 드는 컷.
C#4 모텔 옥상 (5회 37씬 中)
강철이 갑자기 바닥에 튀어나오고..
그 뒤로 잡동사니 더미에 중에 청소부가 갖다놓은 액정 태블릿, 밝은 빛을 쏘더니 바로 꺼지는.
씬/15 성무집 거실 (저녁)
성무 : 경찰이 모텔에 가서 단서랍시고 확보한 모양이야. 수사 종료됐다고 갖다 주더라.
연주 : 그래요..? 전 몰랐네요.
성무 : 막상 그걸 다시 받으니까.. (하고) 그 놈을 살려줄까 싶더라.
연주 : (...?!)
씬/16 회상 - 성무집 거실 (밤)
6회 36, 39씬 中
강철이 총을 쏘는 장면, 성무가 쓰러지고.. 강철, 총을 내리는 모습에..
성무 : (E) 그 놈은 나를 명중 못 시켰어. 1센티 오차도 없게 쏘는 놈인데.. 즉사를 못 시켰어. 안 시킨 거지.
씬/17 성무집 거실 (저녁)
성무 : 강철은 내가 제일 잘 안다 어떤 놈인지.
연주 : (자기도 모르게 성무의 말에 간절한 기대의 눈빛)
씬/18 회상 - 성무의 작업실 (밤)
성무, 태블릿을 비어있던 책상에 내려놓고 지팡이를 내려놓으며 힘들게 앉는.
성무 : (E) 내가 살아날 여지를 남겨줬으니 나도 여지를 줘야 되나 싶었다. 근데.
마지막 회 파일을 끌어다 놓은 성무. 마지막 컷 아래의 <끝>이라는 단어를 지우려고 하는데..
성무 : (E) 지워지질 않더라.
성무 : (다시 해보는데 전혀 안 먹히고)
씬/19 성무집 거실 (저녁)
연주 : (...!!)
성무 : 그래서 관뒀다.
연주 : 왜.. 안 되죠..?
성무 : 글쎄.. (자조적인) 그놈이나 나나 서로 배신을 해서.. 이제 완전히 어긋난 건지. 느낌이 그래.
이제 다시는 내 그림은 안 먹힐 거 같다.
연주 : ..... (낙담한 걸 표 안내려 시선 떨구며) 그렇군요...
성무 : 못 그리는 이유는 그거고 안 그리는 이유는 너 때문이고.
연주 : (멈칫)
성무 : 니가 왜 자꾸 그리 끌려 들어갔는지 아냐..?
연주 : 아니요..
성무 : 난 이제 알았다. 마지막에 너한테 유서를 남긴 거 보고 깨달았지.
만화 주요인물이 된 거야 니가. 아마.. 여주인공쯤 되겠지.
연주 : (....!)
성무 : 그러니까 여기서 끝나야지. 넌 진짜 사람인데. 넌 내 딸인데. 니 엄마 딸이고. 안 그러냐?
연주 : ......
성무 : (대답 기다리듯)
연주 : ...... (고개 숙이며) 네.
성무 : 더블유는 그냥 그게 끝인 거다. (다시 젓가락 들어 밥을 먹는)
연주 : ......
연주, 싱크대에 서서 저녁 설거지를 하고 있다. 성무는 없고.
더 묻고 싶었던 말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연주 : (E) 그런데... 끝이라는 건 어떤 걸까요..? 윤소희가 시신을 발견해서 장례식이라도 치러줬을까요.. 아니면..
씬/20 강물 속 (밤)
6회 70씬 中. 깊은 어둠 속을 부유하는 강철의 시신..
연주 : (E) 지금도 차가운 물속을 떠다니고 있을까요.. 영원히.. 끝도 없는 시간을 홀로 외로이..
씬/21 성무집 거실 (저녁)
한 순간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 엔딩씬에 매일이 괴롭고...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긴 한숨을 내쉬고 다시 그릇 씻는..
F.O - F.I
씬/22 공항 전경 (저녁)
자막 - 두 달 후. (** 만화 속에서 두 달이 먼저 흘러갔기 때문에 이제 현실과 만화 속 계절이 같아진 상황입니다. 8월 한여름)
씬/23 공항 출국장 (저녁)
성무의 친구 둘(6회에 등장했던)이 여권과 비행기 티켓을 들고 배낭 차림으로 떠들며 걸어오는.
성무친구1 : (돌아보며) 야 성무야,
뒤에서 따라오는 가벼운 차림의 여권 든 성무. 마음의 짐을 다 내려놓은 기분 좋은 표정에 가뿐한 동작으로..
성무친구1 : 시간 남았는데 우리 커피 한잔 하고 들어가자.
성무 : 들어가셔 마셔 임마. 줄 길어.
성무친구1 : 그럴까?
성무 : (이때 핸드폰이 오자 받는) 여보세요. 어 도착했다. 이제 들어가려고.
씬/24 레지던트 숙직실 (저녁)
연주, 서서 성무와 통화 중인.
연주 : 조심하시구요. 도착하시면 바로 전화 주세요. 일곱 시간 쯤 걸리죠..?
아 참 아빠 술 절대 안 돼요 한모금도 안돼요 아시죠? 제가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확인할거예요. 약 빼먹지 마시구요.
이때 퇴근차림의 박교수가 문을 열고 들여다보자.
연주 : (? 뭔 일인가하며 얼른) 네 네. 잘 다녀오세요 아빠. 전화 꼭 하세요. (끊는) 네 교수님.
박교수 : 아버지 어디 가시냐?
연주 : 아.. 태국에요.
박교수 : (찡그리며) 벌써 장거리 여행을 하신다고? 안 좋은데.
연주 : 말려도 소용없어서요. 그리고 여행은 아니고 휴양 차.. 거기 친구 분이 사세요.
박교수 : (훑어보는) 넌 머리 감았구나 그래도.
연주 : 에? (뭔 소린가 하고 당황해 머리를 만지는)
박교수 : 뭐 입고 왔어 오늘? (하고 가운 젖혀서 입은 걸 확인하는)
연주 : (뒤로 주춤) 왜 이러세요?
박교수 : (마음에 안 드는 듯 찌푸리며) 나와. 밥 사줄께.
연주 : (? 웬일인지) 아녜요 괜찮습니다 저 배가 안 고파서.
박교수 : (듣지도 않고 나가며) 5분 내로 로비로 나와. 입술 좀 바르고 향수 뿌리고.
연주 : (황당)
씬/25 레스토랑 (저녁)
고급 레스토랑.
연주가 황당해하며 웨이터를 따라 예약자리로 가는 박교수를 따라가며.
연주 : 교수님 이건 좀 그런데요 예고도 없이 갑자기 소개팅을 하라고
웨이터 : (자리를 안내하고)
박교수 : (앉으며) 넌 대타랬지. 예고 받고 뛰는 대타도 있냐?
연주 : 전 대타하고 싶은 생각 없는데요.
박교수 : 애인 없잖아? 다 체크했는데 애인은 다 없대. 근데 머리는 너만 감았어. 그래서 니가 대타 된 거야. 운 좋은 줄 알아.
(하고) 앉아 왜 멀대같이 서 있어?
연주 : (하는 수 없이 앉는)
박교수 : 너 소개팅 얼마 만이냐?
연주 : (생각해보는) 소개팅이요..? 글쎄요.. 한 육개월 넘었나..
박교수 : (혀를 차며) 이러니.. (하고) 야 니 아버지가 딸이 하도 불쌍해서
만화 끝나기 전에 니 이름으로 로맨스 왕창 집어넣어 주셨나보다.
연주 : (그 말에) ...... (아직도 여전히, 태연해질 수가 없는)
박교수 : 그런 거 아니냐? 대리만족이라도 하라고?
연주 : ...... 그러셨나 봐요. (미소만)
박교수 : 어 오네. (손짓하는)
입구에서 30대 후반의 작달막 땅땅한 아저씨가 반갑게 인사하며 들어오는.
연주 : (! 식겁하는)
박교수 : (부러 더) 미남이지?
연주 : 미남이요?
박교수 : 체격 봐라 딴딴한 게 남자잖아.
연주 : 다이어트가 절실해 보이는데요.
박교수 : 사법연수원 1등으로 졸업한 수재야 임마. 원래 키와 미모와 두뇌는 절대 같이 갈 수가 없는 거야.
셋 중에 하나라도 1등인 게 어디야?
연주 : .... (중얼) 셋 다 1등인 남자도 있을 수 있죠.
박교수 : 누구? (하다) 나?
연주 : (어이없는)
소개팅남 : 선배님! (활기차게 와서 인사하는)
박교수 : 앉아. 여기는 오연주씨. 우리 흉부외과 레지던트고.
소개팅남 : (씩씩하게) 안녕하십니까 박호영입니다!
연주 : (하는 수 없이 미소) 안녕하세요.
소개팅남 : 으아~ 간만에 미녀를 보니 눈이 확 트이는데요 하하하하. (신이 난)
박교수 : 넌 은근 눈이 낮아서 소개시켜주기 좋아. 참 겸손해요 애가.
소개팅남 : 그런가요? 하하하하~ (호탕하게 웃으며 자기들끼리 신난)
연주 : (무념무상. 이때 핸드폰 문자가 오는)
석범의 목소리와 함께. <야. 머리 감은 게 로또냐 꽝이냐?>
씬/26 레스토랑 화장실 (저녁)
연주, 핸드폰을 걸며 들어오는.
석범 : (E) 여보세요.
연주 : (바로) 꽝인데,
석범 : (E) 꽝이지? 그럴 줄 알았어~
연주 : 근데 갑자기 정신이 확 드는 거 있지. 오늘 이 소개팅을 기점으로 앞으로 달려야겠다는 전의가 막 불타오른다.
그래, 그동안 나 이런 생활을 너무 멀리 했어.
석범 : (E) 맞어 너 요새 너무 효녀 심청이만 하더라.
연주 : 꽝이 로또가 될 때까지 달려보겠어. 야 너도 할당량이 있어, 앞으로 한 달 동안 매주 한명씩 소개팅이다.
석범 : (E) 야 씨 뭐 맡겨놨냐? 한 달에 네 명을 어떻게 대냐? 요즘에..
이때 갑자기 석범의 소리가 웅웅거리며 잘 안 들리는... 물속에서 듣는 소리처럼 왜곡된 소리로...
연주 : (...?) 여보세요? 소리가 왜.. (하는데 물결이 철썩거리는 소리가 나는 듯 하더니
연주의 얼굴에 갑자기 물이 확 튀면서, 놀라 눈을 확 감는)
씬/27 강물 속 (밤)
어두운 밤의 강물 속. 풍덩.. 소리와 함께... 화면 위에서부터 기포와 함께 가라앉는 연주.
연주, 핸드폰을 손에 쥔 채 갑갑함을 느끼며 눈을 떴다가.. 자신이 난데없이 물속에 빠졌다는 걸 깨닫고, ...!!!!
연주, 기겁하고 몸부림을 치며 올라가보려는데 어림도 없고... 물결에 떠밀리며 몸부림치며 방향을 돌리다가... !!!!
연주, 갑자기 몸짓이 사라지며... 뭔가를 보는..
어둠 속에서도 똑똑히 보이는, 물속을 부유하는 강철.
매일 밤 잠 못 들게 했던, 결코 잊을 수 없는 엔딩 씬. 연주, 바로 그 안에 있다.
연주, ...!!!!
급히 그쪽으로 가려하는데 손에 닿지 않고 물결에 밀리며 도리어 강철과 멀어지고...
어느새 숨이 가빠 더는 못 견디겠다고 생각한 순간,
씬/28 레스토랑 화장실 (저녁)
연주의 놀란 눈빛에서 빠지면... 물이 뚝뚝 머리카락 끝에서 떨어지고... 숨 가빠 헐떡거리면서..
카메라 더 빠지면 완전히 온 몸이 완전히 젖은 연주, 거울 앞에서 통화하던 그 자리에 서 있다. 물에 젖은 핸드폰을 손에 든 채.
거울을 통해 물이 뚝뚝 떨어지는 자신을 보는 연주. 이건 진짜다... 지금 본 건 환영이 아니라 진짜 강철이다..!
씬/29 레스토랑 (저녁)
화장실로 가던 여자 손님,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은 연주가 불쑥 나오자 ‘엄마야!’ 하며 깜짝 놀라고.
연주, 곧바로 자리로 향하는.
서빙하던 웨이터, 식사하던 테이블의 손님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연주가 지나가자 모두 놀라서 쳐다보고..
박교수와 소개팅남이 한참 신나서 이야기 중이다.
소개팅남 : 어 저도 봤는데요 거기 나오는 오연주가 그럼..
박교수 : 딸이라니까. 딸 이름 쓰신 거지.
소개팅남 : (신기해하며) 어~ 그렇구나~
박교수 : (허세떠는) 천운이지. 살리기 어려웠는데 신의 손이라 불리는 명의를 만났거든. 나 아니었으면
(하다 오는 연주를 보고 깜짝 놀라는) 야 너..!
소개팅남 : (돌아보고 깜짝 놀라고) 어?
연주, 헐떡거리며 다가와.
박교수 : 너 뭐야 그 꼴이 그게.
연주 : 핸드폰 좀 빌려주세요..!
박교수 : 아니 그게 뭐냐고 지금.
연주 : 핸드폰 좀!!
소개팅남 : (놀라 얼른 자기 핸드폰을 주는) 여깄습니다, 여기요,
연주 : (급히 인터넷 들어가는)
박교수 : 어디서 물벼락을 맞았어? 화장실 수도 터졌냐?
연주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도 않고.. 바로 더블유의 마지막 회를 확인하는.
마지막 컷, 핸드폰으로 확인하면.. 여전히 조금 전 봤던 그 장면 그대로..
이때 엔딩컷 아래 <끝>이라는 글자,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지는 (C.G)
연주, ....!!!!!
이어서.. <끝>이 사라진 곳에 새로운 글자가 떠오른다. (C.G) <계속>
연주, ....!!!!!!
소개팅남 : 연주씨 무슨 일이예요?
연주 : (애써 단념했던 희망이 갑자기 폭발하는, 핸드폰을 던지듯 주고 뛰어나간다)
박교수 : 얌마 어디 가?
그 사이 웨이터가 수건을 급히 들고 나와 내미는데 연주, 바로 제치며 밖으로 뛰어 나가버리는.
레스토랑 안의 모든 사람들, 뭔가 싶은 표정.
씬/30 거리 (저녁)
연주, 다급히 어디론가 뛰어간다. 빌딩들을 두리번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들 다 쳐다보지만 아랑곳없고...
씬/31 만화가 오피스텔 (저녁)
30대의 여자 작가가 쓰는, 레이스와 앤틱가구로 꾸며진 예쁜 작업실.
눈이 엄청 큰 캐릭터들의 파스텔 톤 순정만화 포스터들이 여기저기 붙어있고..
다기세트와 쿠키가 간식으로 놓여있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여자 작가와 여자 문하생, 그리고 한 구석에 이런 분위기에 어울리지도 않는 수염 난 수봉이 앉아 작업 중이다.
여자작가 커피잔 들고 수봉에게 다가와.
여자작가 : (들여다보며) 수봉아. 눈을 좀 더 크게 해야겠다.
수봉 : (놀라며) 눈을 더 크게요? 그럼 눈이 얼굴에 반이 넘는데요.
여자작가 : (웃으며) 니가 아직도 적응이 안됐구나. 눈이 얼굴에 반이 정상이야.
수봉 : (표정)
이때 초인종이 울리고..
여자작가 : 내가 나갈게. 누구세요. (하며 현관으로 가는)
수봉 : (고개를 저으며 중얼) 어떻게 얼굴에 눈만 있어..
여자작가 : (문 열며 친절한) 누구세요 (하다 움찔, 경계의 목소리 변하며) 누구세요?
연주 : (E) 박수봉씨 여깄죠?
수봉 : (그 소리에 돌아보는데)
물에 빠진 생쥐 꼴의, 숨을 헐떡거리는 연주가 작가를 밀치며 들어온다.
수봉 : (??!)
여자작가 : 어머 누구세요?
수봉 : (눈 똥그래져서) 누나?! 그 꼬라지가..
연주 : 나 좀 봐. (하고 팔을 확 잡아채 끌고 나가는)
수봉 : 어 어 왜 이래요? (끌려나가는)
씬/32 오피스텔 복도 (저녁)
수봉 : 누나 여길 왜.. (하다 움찔, 놀라며) 나왔어요? 시체..?
연주 : 아니, 강철 좀 살려줘...!
수봉 : 네?
연주 : 살려줘...! 살릴 수 있을 거 같아...!!
수봉 : 그게 뭔 소리예요?
연주 : 시간이 흘러 간 게 아니야!! 멈춰있었어, 끝이라는 게.. 마지막 씬에서 멈춘 거였어..!!
지금도 그냥 거기 강물 속에 있어 그대로..!!
수봉 : 그걸 어떻게 알아요?
연주 : 내가 봤으니까...!! 좀 전에 내 눈으로..!! 물속에 들어가서!!
수봉 : (! 입을 딱 벌리고)
씬/33 성무집 거실 (밤)
급히 불을 켜며 빈 집에 들어오는 연주, 바로 작업실로 뛰어들어가고..
수봉이 정신없어하며 핸드폰 받으며 들어오는.
수봉 : (어리벙벙, 얼떨떨) 아 네 네. 저도 지금 봤는데요 모르겠습니다. 아직 선생님하고 통화를 못해서..
편집부에서 바꾼 건 아니라는 거죠?
씬/34 포털 회사 웹툰 사무실 (밤)
텅 빈 사무실. 당직 여직원이 전화 받으면서 아래에 달린 댓글들을 읽고 있다.
옆의 사무실 전화들 여기저기 계속 울려대고..
여직원 : 전 모른다니까요. 제 담당도 아니라서. 박팀장님은 휴가 가셨구요. 문의전화 계속 오고 댓글이 달리는데 어떡하죠?
통화하는 사이 댓글, 자막으로.. 옆에 쭉쭉 올라오는
<끝이 아니고 계속이라니! 내가 잘못 본 건 아니죠? 대박!> <드디어 작가 정신 차렸냐? 제발 강철 좀 살려내~!>
<다음 회 기대합니다! 더 이상 막장 전개는 그만..>
<작가님 완쾌하셨나보네요~ 남들 다 욕 해도 저는 작가님 믿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화이팅~>
씬/35 성무집 거실 (밤)
수봉 : 근데 연재를 계속 하실리가 없는데.. 그게 선생님도 태국에 가셨거든요. 아뇨 아직 통화는 안 된다니까요.
연주, 성무의 태블릿을 들고 나오며 책상을 덮어놓은 흰 천을 확 걷고 태블릿을 수봉의 책상에 쾅 내려놓는다.
수봉 : 새벽에 도착하시니까요 내일 아침에 알려드리든지.. 네 네. (끊는)
연주 : 아빠 쓰시던 거, 고쳐서 갖다놨거든. 이걸로 그리면 되지 않을까?
수봉 : 정말 선생님이 아니라구요?
연주 : 아빠 지금 비행기 안에 계셔. 그럴 리가 없어. 그리고 지울 수도 없다고 하셨다고..!
수봉 : 그럼 저절로 지워졌단 말이에요? 왜?
연주 : 나도 몰라.
수봉 : 아니 난 이해가 안 가는데요? 끝났잖아요, 저번처럼 맥락 없이 죽이려고 한 게 아니라
주인공이 스스로 의지로 죽었다고요, 근데 왜 안 끝나요?
연주 : 아직은 끝날 수 없는 다른 이유가 생긴 거겠지. (하며 전원 켜는)
수봉 : 끝날 수 없는 다른 이유요? 뭐요?
씬/36 한강대교 (밤)
같은 시간. 사이클을 타고 대교를 지나가는 20대 남자 둘.
뒤에 타고 있던 남자, 스쳐가다 뭔가 발견하고 멈추는.
남자1 : 야 잠깐만..!
남자2 : (앞서 가다가 멈추고 돌아보는)
남자1 : 저기 누가 있잖아.
난간 쪽 어둠 속에 누군가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둠 속에 검은 남자의 형체로만 보이고..
남자1 : 왜 저기 있지? 저거.. 뛰어내리려는 거 아냐..?
남자2 : 에이 설마.. 야 빨리 가자 늦었어. (하고 도로 출발하는)
남자1 : (가려다가... 찜찜해서 자전거를 세워놓고 그쪽으로 가는)
검은 남자의 시선으로..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선.. 강철이 뛰어내렸던 곳이다.
남자1 : (E) 저기요..
남자1이 다가오는 모습이 검은 남자의 시선으로 보이고..
남자1 : 왜 거기 계세요 위험한데. 혹시 뭐.. (가까이 다가오다 깜짝 놀라는) 어?!!
남자의 얼굴이 없다. 그냥 검은 형체일 뿐. (검은 실루엣으로만 표현됐던 만화 속 진범의 형체와 일치합니다)
남자1, 혼비백산해서 놀라 뒤로 물러나는데
얼굴 없는 검은 남자, 확 검은 손을 뻗어 남자1의 멱살을 거칠게 잡는데서.
씬/37 성무집 거실 (밤)
수봉 : (짐작을 못하고) 아직 끝나면 안 되는 이유가 뭔데..
연주 : 수봉아! 이유가 지금 중요한 게 아니라, 강철을 살려내는 게 중요한 거야! 이건 주인공을 살려내라는 뜻이라고..!
이유는 그 다음 문제야!
수봉 : (...!)
연주 : 스스로 살아날 수 없으니까 더 진행이 안 되는 거야..! 살아날 의지도 없고...! 그러니까 살리는 거까지는 꼭 우리가 해야 돼.
(책상 위 빈 종이를 찾아 급히 대충 그림 그리는) 시간이 흘러간 게 아니고 마지막 회 그 순간에서 끝난 거니까, 뭐든 가능해,
봐봐, 첫 장면에 배를 띄우면 돼. 경찰 보트, 경찰 보트가 마침 그때 한강대교 밑을 지나가는 거야.
수봉 : (표정에)
씬/38 상상 - 한강 (밤)
한강대교 부근. 한강경찰대 보트 한대가 요란한 모터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한강대교 밑으로 향하는..
연주 : (E) 배에 잠수부가 타고 있는 것도 그려..!
보트 안에 잠수부 둘이 타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씬/39 성무집 거실 (밤)
연주 : 잠수부가 바로 뛰어들면 구할 수 있어..! 죽었다고 확인 된 게 없잖아 뛰어든 후 모습만 있지..!
그러니까 깨우면 돼, 숨이 붙어있었다고 치면 되는 거라고!
수봉 : (몰아 부치자 정신없는) 잠깐 잠깐 잠깐만요..! 그걸 나보고 그리라고요?
연주 : 너 밖에 없어, 그릴 수 있잖아.
수봉 : (펄쩍) 아니요, 안될 걸요~ 이건 선생님 작품인데. 난 비슷하게는 그려도 똑같이는 못해요.
선생님 태국에 도착하시면 전화해서
연주 : (O.L) 아빠는 안 하셔.
수봉 : (표정)
연주 : 아빠는 절대 안하실 거야 나 때문에. 내가 또 끌려들어갈까봐.
수봉 : (그 말에 퍼뜩) 아 맞아 지금처럼...! (젖은 연주를 가리키며) 지금도 벌써 또 물속까지 갔다 온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리면 안 되는 거 아녜요? 저번에도 탈옥범으로 빠져나온 건데 괜히 혹시 또
연주 : (버럭) 지금 그런 게 문제냐고...!!
수봉 : (표정)
연주 : 내 말 못 알아듣겠어? 지금 다른 건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그래, 아빠를 쏜 것도 맞고, 용서하기 힘든 죄를 지은 것도 맞고, 이렇게 저주같은 만화는 그만 끝나야 되는 것도 맞고,
내가 또 거기 끌려가면 안 되는 것도 맞고, 다 맞는데, 그치만 아빠는 살아계시잖아! 다 나으셨다고!! 친구들하고 놀러가셨어!
너도 나도, 다 멀쩡하게, 아무 일 없었던 것 처럼 잘 살고, 사람들은 잠깐 화내봤자 그만이야, 어차피 만화캐릭턴데 뭐,
근데 강철만 저 차가운 물속에서, 살인범이라고 자책하면서, 벌써 두 달이 넘게 혼자 거기서, 그건 너무 하잖아..!
(눈물이 고이는)
수봉 : (표정)
연주 : 일단 살려내 달라고...! 제발 부탁이니까..!!!
수봉 : ..... (결국 자리에 앉는다) 하 씨.
연주 : (....!)
수봉 : 내가 그린다고 될 거 같지 않아요. 난 선생님이 아닌데.
연주 : 3년이나 같이 그렸잖아. (태블릿 가리키며) 그리고 이건 아빠 거고. 여기서 모든 일이 시작된 거니까.
수봉 : (한숨 쉬며) 해보죠 뭐. (하고 펜을 쥐는)
씬/40 강물 속 (밤)
6회 70씬 中 부유하는 강철의 시신.. 얼핏 움직이는 듯 하나 아니고.. 물결에 밀려 멀어지는...
씬/41 성무의 작업실 (밤)
그림을 그리는 수봉을 서성거리며 지켜보는 연주. 젖은 채 돌아다녀 오한이 들어 떨리는 걸 견디며..
벽시계 분침이 넘어가며 9시에서 10로 넘어가고.
이미 그림 다 그리고 팔짱 끼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수봉.
연주, 여전히 안정 못하고 서성거리며..
수봉 : (갑자기 일어나는) 안돼요.
연주 : (....!)
수봉 : 다 그리고 한 시간이 넘었는데 아무 일도 없잖아요. 잘 되가는 거면 뭔가가 변하잖아요. 저절로 다음 장면이 그려지던지.
연주 : .....
수봉 : 난 안 될 거라고 했죠. 내 작품이 아니잖아요. 나는 그냥 보조지.
아무나 비슷하게만 그려도 되는 거면 팬픽으로도 벌써 살아났게요.
연주 : ......
수봉 : 선생님 연락 오면 얘기해 봐요.
연주 : (실망) 아빠는 안 그리실 거야. 오늘 일을 알면 더..
수봉 : 방법이 없다니까요. 선생님이 직접 그리는 거 외엔. (하고) 아... 진 빠지네. 뭐 먹을 거 없나? (주방으로 가는)
연주 : 아빠는 절대 안 하신다고. (소파에 털썩 앉는. 한껏 솟았던 기대가 꺼지면서 맥 빠져) .....
수봉, 싱크대를 뒤지면 라면이 몇 개 나오고..
수봉 : 누나도 라면 먹어요? 라면 끓일 건데. (대답이 없자 자기가 두개 뜯고)
수봉, 냄비에 물 담고 불 켜고 하다가 멈칫... 뭔가 생각이 하나 떠오르는..
수봉, 골똘히 뭔가 생각하다가.
수봉 : 누나..? (도로 거실로 나가는)
연주 : (이마 감싸고 앉아서) 라면 안 먹어..
수봉 : 누나.. 혹시 기억해요..?
연주 : (고개 드는)
수봉 : 내가 아주 예전에 선생님한테 들었던 거 같은데.. 더블유 말예요.. 누나가..
연주 : (....?)
연주, 듣는 표정 줌인되며 암전된다.
씬/42 구치소 면회실 (새벽)
완전한 어둠 속. 적막 속에 구둣발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며 희미한 불빛이 어디선가..
바닥에 볼을 붙인 채 쓰러져 깊이 잠든 연주가 보인다.
차가운 바닥을 지나가는 구둣발 소리가 아주 가까이 다가오자 움찔..
소리, 다시 멀어지는 듯 하더니.. 다시 빠르게 다가오는 소리.
이어서 강한 불빛이 연주의 얼굴을 확 비추는...!
불빛에 퍼뜩 깨는, 눈도 제대로 못 뜨고 고개를 드는 연주. (앞씬과 다른 옷입니다)
여기가 어딘지, 누가 쏘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손전등을 비추며 들여다보던 누군가, 갑자기 호루라기를 요란하게 부는.
연주 : (??!)
경찰2 : 여기 있다!!!!
연주 : (뭐지???)
경찰2 : (호루라기 불며) 탈주범이 여기 있다!!! 여기!!
연주 : (벌떡 일어나는)
경찰2 : 손들어!! (총을 빼들고 소리치는)
연주 : (기겁을 하며 얼결에 손을 들고)
바로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고 면회실 복도의 형광등이 차례로 들어오고..
환한 형광등 불빛 아래 그제야 주변이 보이고...
낯익은 장소. 면회실 유리벽 밖에서 연주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경찰.
구치소 면회실 차가운 바닥에 좀 전의 옷차림 그대로 앉아있는 연주.
경찰2 : 꼼짝 마!! 움직이지도 마!!
연주 : (...???!!)
순식간에 유리벽 양쪽, 면회실 밖과 안쪽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경찰들. 연주에게 총을 겨누며 둘러싸는...
연주, ....!!!! 마침내 상황이 파악된.. 놀랐던 표정이... 비로소 환해지며...
포위된 채 눈앞에 총구를 잔뜩 두고도 기쁜 표정을 감추기 힘들다.
씬/43 한강 (밤)
연주의 상상과 똑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해상경찰보트가 모터소리 요란하게 강 중심으로 나아가다가.
해상경찰 : (위를 가리키며) 어.. 저게 뭐죠? 어 저... (하다 놀라며) 어 사람 떨어졌어!!
씬/44 강물 속 (밤)
의식을 잃고 어두운 물 속으로 가라앉는 강철..
이때 수면 위에서 경찰보트의 서치라이트 불빛이 물속으로 들어오고...
잠수부 둘이 포말을 일으키며 나타나 강철에게 다가가.. 강철의 양팔을 붙들고 빠르게 위로 솟구치는.
씬/45 펜트하우스 침실 (새벽)
퍼뜩 눈을 뜨는 강철. 자신의 침대에 누워있다. 젖은 옷은 갈아입혀져 있고.. 아직도 머리는 채 마르지 않은.
창가에 서서 통화하는 소희의 뒷모습이 보이고...
강철 : (!!!)
소희 : (나지막하게 얘기하는) 다친 덴 없대요. 모르죠 저도.. 깨면 물어볼께요. 지금 오실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일단 제가 얘기 좀 해보고.. (하다가 강철이 확 돌려세우는 바람에) ?!
강철 : (놀란 눈빛으로 살아있는 소희를 보는)
소희 : (...?)
강철 : (소희가 살아있는 걸 믿을 수 없다)
소희 : (핸드폰에 대고) 깼어요. 다시 전화드릴게요. (끊는) 어떻게 된 거야?
강철 : ......
소희 : 설명을 해. 한강에는 왜 갔어? 거기서 왜 떨어졌어? 누가 떠민 거지?
강철 : (표정)
소희 : 거기에 왜 갔냐고 한밤중에 뜬금없이~!
강철 : 어떻게 된 거야..?
소희 : 내가 지금 묻고 있잖아 어떻게 된 거냐고.
강철 : 오늘이 며칠이지..?
소희 : (표정)
강철 : 오늘 하루가 어떻게 됐었지? 지금 뭐가 어디서부터
소희 : 왜 이래? 기억도 안 나? (걱정되서) 갑자기 없어졌잖아, 오연주 면회 다녀오고 나서..
오연주 탈옥해서 모두 난리가 났었는데 너도 갑자기 없어졌다고, 하루종일. 어디 갔나 찾아도 전화도 안 받고,
그러다 경찰이 연락이 왔어, 니가 한강에서 떨어졌다고.
강철 : (....!!)
소희 : 왜 그 시간에 한강에 가서 갑자기 떨어졌냐고? 무슨 일이야 대체?
강철 : (표정)
이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도윤이 다급히 들어오는.
도윤 : 소희야 연락 받았어? 오연주 말이야 (하다 강철이 깬 걸 보고) 깼구나!
강철 : (!) 오연주 뭐..?
도윤 : 어떻게 된거야? (오는데)
강철 : 지금 오연주가 뭐라고 했어?
도윤 : 오연주가 잡혔다고.
강철 : (표정)
소희 : (놀라) 잡혔어?!
도윤 : 지금 전화 왔어. 도로 붙잡혔다고.
소희 : 다행이다~! 그 여자 땜에 우리가 다 뒤집어쓰게 생겼었는데..! 어디서?
도윤 : 구치소 안에 있었대.
소희 : (기막힌) 뭔 소리야 그게..? 안에 있었는데 못 찾았다고?
강철 : (....!!! 바로 침탁위의 차키를 집어 들고 나가는)
소희 : 어딜 가?
도윤 : 어어 강대표 어디 가? (쫓아가는)
씬/46 전용 엘리베이터 (새벽)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경호원1이 나오는데 강철이 바로 나온다.
경호원1 : 어 대표님, 어떻게 되신.. 진짜 큰일 나실 뻔 했습니다. (하는데)
강철 : (경호원1을 제치고 바로 들어가는)
도윤 : (쫓아 나오며) 어딜 가게!
강철 : 오연주 면회 신청 좀 해줘 지금 만나야 돼 (바로 문을 닫는)
도윤 : 뭐? 시간이 몇신데 면회를...!! 어 어 같이 가! (이미 늦은) 아 이런..
씬/47 도로 (새벽)
차도 없는 새벽. 강철의 슈퍼카가 쏜살같이 달리고 있다.
씬/48 강철의 차 안 (새벽)
강철, 빠르게 운전하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그림이 그려졌다는 걸 깨달은..
운전하며 급히 라디오 뉴스 채널을 찾는다. 음악이 나오다 뉴스로 바뀌고.
아나운서 : (E) 어제 오후 서울 구치소를 탈출해 소동을 빚었던 용의자 오씨가 조금 전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오씨는 이미 시내로 도주한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구치소 내에 숨어 있다 검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긴급체포 후 현재 중부경찰서로 이송 중이며, 밤샘 조사를 할 것으로...
강철 : (그 말에 바로 경찰서 쪽으로 방향을 요란하게 꺾는다)
씬/49 호송버스 안 (새벽)
다시 4205 번호가 박힌 수의를 입고 손에 수갑까지 채워진 연주. 옆에 여경들이 지키고 있고..
낯익은 수의가 심지어 반갑기까지 하다. 새삼 내려다보는데..
이때 버스가 끽 소리와 함께 덜컹하고 서는.
연주, ??
씬/50 도로 (새벽)
호송버스와 그 앞을 가던 경찰차가 강철의 차에 막혀 급히 선.
경찰차, 사이렌을 울리며 경찰들 내리는데 강철도 내리고.
호송버스 문이 열리며 버스 안 경찰도 내다보는.
경찰3 : (강철을 알아보고) 어,
강철 : 수고하십니다. (바로 오는)
경찰3 : 아 강대표님. 소식 듣고 오신겁니까? 중부경찰서로 이송중입니다. 그리 오시면
강철 : 미안한데, 여기서 잠시만 얘기할게요. (하며 버스로 가는)
경찰3 : (막아서며) 잠깐요, 안 됩니다. 경찰서에서 정식으로 면회를
씬/51 호송버스 안 (새벽)
밖에서 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연주, 뭔가 하는데.
경찰4가 결국 문을 열어주자 강철이 바로 올라탄다.
연주 : (!!)
강철 : 딱 5분만 얘기할게요. (하며 올라오다 연주와 시선 마주치는, ..!!!)
연주 : (표정)
경찰3 : (밖에서) 대표님 이러시면 진짜 공무집행 방해고
강철 : 3분이면 됩니다. (하며 연주에게 오는)
경찰3 : 하... (어쩔 수 없이 경찰4와 뭐라 얘기하며 무전하고)
강철 : (믿을 수 없는 표정, 연주를 응시하며 다가오고)
연주 : (강철이 살아있는 걸 눈으로 확인하며, 심장이 터질 듯한)
강철 : (다가와) 자리 좀 비켜주실래요.
여경 : .... (경찰4와 시선 주고받고는 하는 수 없이 일어나 뒤 칸으로 가는)
강철 : ......
연주 : (떨리는 마음 감추며) 괜찮아요..?
강철 : (표정)
연주 : (5회, 강철의 말을 흉내 내며) 한강에 투신한 사람의 뒤가 궁금했는데 괜찮아 보이네요.
강철 : 어떻게..
연주 : 어떻게 살아났냐구요? 대표님이 한강대교에서 떨어질 때
마침, 정말 우연찮게도 경찰 보트가 그 밑을 지나가고 있었거든요.
강철 : (표정)
연주 : 거기다 또 정말 우연찮게도 그 보트에는 잠수부가 두 명이나 타고 있었구요.
그래서 떨어지자마자 잠수부가 뛰어들어 구해낸 거죠. 숨이 멎기 직전에.
강철 : (.....!)
연주 : 정말 천운이죠. 어떻게 그런 행운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강철 : 당신 아버지...
연주 : 살아 계세요.
강철 : (....!)
연주 : 거긴 벌써 두 달이나 지났고 다 나아서 여행 가셨어요.
강철 : .....!
연주 : ......
강철 : 설마.. 당신 아버지가 나를..
연주 : 아빠가 아니라 내가 살려낸 거예요.
강철 : (....!)
연주 : (물집이 잔뜩 잡히고 빨갛게 부어오른 손가락을 보여주며 자랑스럽게) 내가 살려냈어요.
그니까 이제 나한테 세 번이나 목숨 빚 진 줄 알아요.
강철 : 당신이 어떻게..
연주 : (농담처럼) 궁금해요? 궁금하면 내 말에 먼저 답을 해요. 그럼 알려줄게요.
강철 : (그제야 받아주는) 아까부터 계속 내 말 따라하는데
연주 : 인생의 목표가 없어졌으면 다른 목표를 세우면 돼요. 물에 뛰어들어 죽을 생각하지 말고.
세상에 어떻게 목표가 복수밖에 없어요?
강철 : (표정)
연주 : 살아서 뭘 해야겠는지 모르겠으면 내가 지금 당장 할 일을 알려줄게요. 날 여기서 빼내주세요.
지난번처럼 그런 식의 탈옥 말구요. 합법적으로. 정당한 방식으로요.
그래야 앞으로 대표님 만나러 올 때마다 쫓겨 다니지 않죠.
강철 : (.....!)
연주 : 생명의 은인이라면서 지금까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어요?
아, 달랑 원피스 한 장 사줬죠, 그것도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요. 잘 알고 있죠? 본인이 얼마나 배은망덕한지.
그러니까 지금부터 빚을 갚아요. 대표님 모든 능력을 발휘해서 날 구해줘요. 능력 있잖아요.
강철 : ......
연주 : 내가 어떻게 살려냈는지 궁금하면, 그거부터 해내요. 구치소 나가게 되면 대답해줄게요.
강철 : ......
연주 : (미소)
강철 : ..... 탈옥범을 나보고 빼내라고..? 그게 쉬운 일 같아요?
연주 : 쉽지 않으니까 발바닥에 땀나게 뛰라구요. 딴 생각하지 말고.
강철 : ......
이때 경찰3이 올라온다.
경찰3 : 대표님. 시간 더 끄시면 정말 곤란합니다.
강철 : .... 갑니다.
연주 : 그리고... 지금부터 당신 인생은 아빠 작품이 아니에요. 그건 끝났어요. 완전히.
강철 : (....!)
연주 : 지금부터는 우리가 같이 만드는 속편이라고 생각해요.
강철 : (....!)
연주 : 난 아빠 취향하고 달라요. 난 살인사건, 스릴러, 복수, 총싸움, 이딴 거 정말 싫어하거든요.
내 취향은요 (하고) 달달한 로맨스물이에요.
강철 : ......
연주 : (장난스런 미소)
강철 : ......
경찰3 : (결국 와서 강철의 팔짱을 끼는) 내려가시죠.
강철 : (뒷걸음질로 끌려가며 연주를 계속 응시하며)
연주 : (수갑 찬 손을 보여주며 빨리 해결하라는 압박주는, 장난스레)
강철 : ...... (그러나 웃지도 않고... 시선을 못 떼며... 내려가는)
씬/52 도로 (새벽)
끌려 내려온 강철, 경찰들이 모두 나와 지켜보고 있자..
강철 : 미안합니다. (그제야 사과하는)
경찰3 : 아침에 중부경찰서로 오시면 됩니다.
강철 : 네 그러죠.
경찰3 : (인사하고 경찰차에 타는)
경찰차가 앞서서 출발하고.. 버스가 그 뒤를 따르는..
씬/53 호송 버스 안 + 도로 (새벽)
차가 출발하자 연주, 갑자기 참을 수 없는 피로가 쏟아진다.
두 달 만에 비로소, 처음으로 푹 단잠을 잘 수 있을 거 같은 기분..
수의에 수갑 찬 꼴로 편안한 미소가 입가에 떠오르고.. 편안히 기대는..
한편 그대로 서서 멀어지는 버스를 바라보고 있는 강철. 연주의 말을 떠올리고 있다. 속편이라는 말. 다시 시작된 세 번째의 생.
그 사이 등 뒤로 하늘은 이미 뿌옇게 밝아오기 시작하고.. 제 7 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