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바닥 수필>
사투리속에 묻은 추억들과 우리 혼
권다품(영철)
우리매치로 촌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어릴 때 꼴 배러 댕기고, 소 먹이로도 댕기고....
또, 거름도 디비고, 한창 농번기에는 가정실습(농번기 때 4~5일정도 학교대신 가정을 도우는 기간)이라 캐 가지고, 모내기도 하고, 논두름도 하고, 나락 타작 보리 타작도 해야지 예, 곰배(흙덩이를 부수기위해 나무로 망치처럼 만든 농기구)도 뚜디려야 되고, 논도 매야 되고, 보리밭은 또 수시로 매야 하고, 그지 예?
그라다가 나이가 들다 보이, 누구는 공부한다꼬 나가고, 누구는 집이 가난해서 돈벌로 나가고 ....
어떤 아가씨는 고무 공장이다 와이사추 맨드는 공장이다 댕기다가,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해가 서울이다 부산이다 전국 각지로 흩어지기도 하고, 그지 예?
그렇게 객지에서 살다가 한 번씩 고향 내려올 때 한 번 보이소.
이~야, 차도 좋고, 입은 옷 보마, 세련되게 잘 입고 오더라 그지 예?
좋은 차 몰고 오고, 좋은 옷 입으이 끼네 어디가 달라도 다른 기, 사람이 태가 딱 나뿌더라 아입디꺼 와?
도시 본토배기들이라 캐도 그만큼 세련되게 몬 입을기다 싶을 때도 있더라꼬 예.
우짜다가 보이 촌에서 태어나서 그렇지, 우리 촌에서 자란 사람들이 미적 감각이 대단한 기지 싶더라꼬 예.
그런데예~, 쪼매이 조심시럽게 하는 말입니다마는, 차 좋고, 옷 좋고, 공부 많이하고 다 좋은 데 예~, 나는 고향 내려올 때나, 우리 고향 사람들끼리는, 우리가 어릴 때 소믹이러 댕기고, 깔래할 때 쓰던 그 사투리 쓰는 기 어떻겠노 싶더라꼬예.
고향 사투리!
우리 정감도 묻었지마는, 추억들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말 아입니꺼?
사투리는 예, 없어져뿌마 안 되는 기라예.
사투리 이거 예, 절대 아무따나 생각할 끼 아이라예.
억수로 중요한 우리 문화 유산이라서 진짜 보호해야 되는 기라 예.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어학자들이 안 캅니꺼.
"그 지역의 말에는 그 지역 사람들이 살아온 혼이 고스란히 무르녹아서 담겨있다." 카더라꼬 예.
또, 문학에서는 사투리 없으마 문학이 안 되고예.
드라마에서 보이소.
서울 사람은 서울말을 쓸 때 맛이 나고, 경상도, 전라도 사람들은 자기 지방 말을 쓸 때 맛이 나더라 아입디꺼.
물론, 촌놈 소리 안 듣고 싶고, 그 지역 사람들 설에 살라카마 그 지역 말을 써야하는 수야 안 있겠습니꺼?
게중에는 사투리 쓴다꼬 무식한 사람인 줄 알고 사람을 은근히 무시하는 무식한 사람도 있기는 있는 갑더라꼬 예.
그런 사람은 지가 무식해서 그런 기라꼬 예.
그러이 끼네 그런 사람한테는 바로 무시 들어 가뿌이소.
사투리 쓴다꼬 무식한 거 절대 아이거든 예.
자기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 대한 사랑이 있는, 참 의식있는 사람이라 예.
바꿔 말하마, 서울말 쓴다꼬 꼭 많이 배운 것도 아이라는 말도 되겠지예?
그 지역에 오래 살다보이 그 지역 말이 입에 익어서 지도 모르게 나온다 카마, 그기야 또 우짜겠습니꺼, 그지예?
내 아는 사람도 미국 오래 살미 한국말을 잘 안쓰다 보이 한국말을 쫌 잊어 먹을 때도 있기는 있는 갑더라꼬 예.
그럴 수도 안 있겠습니꺼?
그런데예~, 쪼매마 신경쓰고, 한국 나와서 다시 한국 말 쓰다보이 금방 다시 되살아난다 카더라꼬 예.
말이라 카는 기 안 쓰마 잊아뿌고, 다시 쓰마 기억나고 .....
고향말도 예, 잊아뿐 것 같지마는, 잊어뿔라 캐도 완전히는 안 잊아 뿌리거든 예.
우리 정서에 지워지지 않게 차곡차곡 쌓여서, 금방 다시 기억나고, 또 금방 다시 입에 익는 기라 예.
우리 인간한테는 예, 태어나면서 가슴에 딱 자리잡아가 안 지야지는 정서가 있다카네 예.
아무리 그 각박한 도시에서 살고는 있지만,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예, 그 어떤 화려한 네온으로도, 그 비싼 양주로도 잘 안 지워지는, 우리 시골 사람들만의 은은하면서도 순수한 정서가 그대로 깔려 있다 카더라꼬 예.
공부 마이 한 박사들 말이라 예.
그 박사들이 괜히 박사겠습니꺼 어데?
언뜻 생각하기에는, 그 정서들이 고향을 떠나 살다보마 싹 지야져 뿌고 없어지뿔 것 같지예?
살다 보마 언뜻언뜻 고향 생각이 나고, 고향 말만 들어도 은은하게 다시 되살아나는 그런 순수한 정서가, 우리 가슴 속에 그대로 살아있다 카네 예.
"어이, 니 우짠 일이니? 밥은 먹었어? 너도 이제 나이 티가 시실(슬슬) 나기 시작하네!"처럼, 꼭 그렇게 사투리에다 서울 억양을 묻혀야 촌에 사는 친구의 기를 죽일 수 있을까 예?
"이야~, 니 연락도 없디마는 우짠 일고? 밥은 뭈나? 내 따
로 온나. 아무리 바빠도 우리 저짜 가가 소주는 한 잔 해야 안 되겠나!"
이런 우리 어릴 때부터 쓰던 고향 말, 좋다 아입니꺼!
정이 흐른다 아입니꺼?
돼지 껍디기 꾸바놓고 소줏잔 따루면서 함빡 웃을 때는 이런 사투리가 딱 제격 아이겠습니꺼?
다른 사람은 우째 생각하는 지 몰라도 예, 나는 이런 기 고향 사람들의 정서지 싶더라꼬 예.
객지에 살다가 고향 와가 꼭 그 '얄궂은 서울말'로 티를 내야 촌사람들 기가 죽을 까예?
나는예, 그런 친구 보이끼네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친구가 아인 거 같꼬, 뭔가 거리감이 쫌 생기는 것 같꼬....
내만 그런강 예?
어릴 때 우째 살았는지, 저 집에 숟가락이 몇 갠 지, 공부는 우째 했는 지, 또, 사람 됨됨이는 어떤지, 친외가 집안 내력까지 다 아는 고향 친구한테, 폼 잡으마 뭐 하겠습니꺼?
소주나 막걸리 놓고 한 잔 할 때, 그 술잔에서 추억이 나온다 아입니꺼!
그런 사투리 속에 첫사랑이 나오는 사람도 있을 끼고, 그지예?
그기 바로 우리 고향 사람한테서만 나올 수 있는 '정의 맛' 아이겠습니꺼?
물론, 공식적인 자리에서야 표준말 써야지 예.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사투리 쓰면 안 된답니더.
그라고 이거는 예,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예~, 어릴 때 쓰던 그 고향 사투리 쓰마 예, 도시에서 묻은 그 삭막함이나 도시의 찌든 때들도, 쪼매~씩 쪼매~씩 안 빠지겠나 싶더라 그 삭막함이나 도시의 때들이 빠진 자리에는 고향의 그 순수함들이 자리 안 잡겠나 싶고 예.
이기 내 혼자만의 생각이겠습니꺼?
2013년 2월 25일 낮 1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