咸明洙 前 海參총장 등 50여 명 참석
6월29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네거리 광화문 빌딩 앞에서는 서해교전전사자추모본부(cafe.daum.net/pkm357) 주최로 6·29 서해교전 전사자 추모행사가 시작되었다. 추모행사장에는 추모행사를 알리는 현수막과 분향소, 6·29 서해교전 및 NLL 관련 전시물 등이 설치됐다.
모인 사람들은 50여 명. 주로 인터넷상에서 활동하는 밀리터리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한 젊은이들이었다. 젊은 여성들도 10여 명 눈에 띄었다. 해군 출신의 중년들, 咸明洙(함명수) 前 해군참모총장, 조선 王孫 이석씨 등의 모습도 보였다. 서해교전에서 전사한 한상국 중사의 미망인도 자리를 같이했다.
「『靑孀(청상)』이란 바로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앳된 모습이 채 가시지 않은 그녀는 1부 추모행사가 끝난 후 의자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흐느껴 울었다. 그를 위로하던 황종배 본부장 등 추모본부 관계자도 결국은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쳤다.
본부장 황종배씨는 추모행사 취지문에서 『우리 모두가 태극 戰士(전사)들의 善戰(선전)에 환호하고 있을 때에도 우리의 목줄을 노리는 무리들이 존재하고 있었고, 이러한 무리들의 흉계는 참수리 357의 용사들에 의하여 좌절되었다』면서 『그들은 우리에게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무엇을 준비하여야 하는지를 알려주셨던 것』이라고 故人(고인)들을 추모했다.
이어 6·29 서해교전 당시 상황보고, 戰死 장병 여섯 분의 略歷(약력) 및 戰功(전공) 보고, 추모본부 활동 경과 보고, 추도사 등이 있었다. 2부 행사에서는 추모행사장에 전시된 사진들을 보면서 NLL문제와 서해교전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추모본부의 전경웅씨는 1959년 북한조선연감에 실린 지도, 1962년 UN司-북한 군사정전위원회 회담 당시 북한 측이 제시한 지도 등의 내용을 설명해 가면서 NLL의 「非法性」을 주장하는 북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전씨는 MBC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을 통해 NLL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북한 측에 동조하는 듯한 보도를 하면서 남북 공동어로구역 설정의 필요성을 주장한 데 대해 「왜곡보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에녹」이라는 인터넷 ID를 사용하는 추모본부 관계자는 『우리는 국가나 유관단체 등에서 추모행사를 가질 경우 뒤에서 조용히 돕고 싶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아 결국 우리가 나서게 된 것』이라면서 『우리 모두 직장생활을 하는 평범한 젊은이들인데다가, 생각을 같이하는 네티즌들만으로 행사를 준비하다 보니 마음처럼 많은 사람들을 모으지는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기자가 『작년 月刊朝鮮 8월호에 서해교전 직후 교전의 원인을 우리 꽃게잡이 어선들의 越線(월선) 조업에 있는 것처럼 몰아갔던 MBC의 보도행태를 비판한 기사를 썼다가 MBC에게서 명예훼손소송을 당했다』고 밝히자 무척 반가워 했다.
애써 언론사 기자들의 카메라 세례를 피해 가며 헌화, 분향을 하는 한 중년 부인이 있었다. 그는 『애 아빠가 고위공직자다. 혹시 내 얼굴이 언론에 나갈 경우 남편에게 불이익이 있을까 봐 걱정스럽다』면서 『나라를 위해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니 어떻게 된 세상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래도 나라가 너무 걱정스럽고, 서해교전에서 전사한 장병들이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워 나왔다』고 말했다. 6월21일 있었던 6·25 국민대회 때는 아들을 데리고 나왔었다는 그는 인터넷 등을 통해 오늘 추모행사 장소를 알아보던 끝에 인터넷 독립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장소를 알아냈다고 했다.
『참수리 357호를 DJ집 앞에 전시하자』
행사장 한편에서 추모본부는 서해교전 당시 침몰되었다가 인양되어 평택 2함대사령부에 전시 중인 참수리 357호를 용산전쟁기념관으로 이전, 전시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받고 있었다.
추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에 맞서 NLL을 지키다 산화한 참수리357 장병들의 勇戰(용전)을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참수리 357호를 용산전쟁기념관에 전시해야 한다』면서 『이런 너무도 당연한 일을 위해 서명운동까지 벌여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추모본부의 다른 관계자는 『높은 데 있는 사람들이 내심 서해교전이 국민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기를 바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대학생 김지훈씨는 『DJ와 그 지지자들은 「6·15 남북공동성명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고 주장하는데, 그게 얼마나 헛소리인지 보여 주는 의미에서 참수리 357호를 동교동 DJ집 앞에 전시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95년 제대할 때까지 참수리 359호를 타고 연평도, 대청도 해역에서 근무했다는 프리랜서 사진작가 한상일씨는 『서해교전 때 침몰한 참수리 357호와는 작전을 여러 번 같이 했었다』고 회상했다.
행사가 끝난 후 추모본부장 황종배씨는 『서해교전 전사자 추모와 효순·미선 추모 범대위 행사를 비교하는 얘기가 많아 더 부담스러웠다. 그럴수록 순수하게 행사를 치르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지나가던 시민들이 많이 호응해 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다들 직장생활하는 몸으로 지난 6개월 동안 추모행사를 준비하느라 힘들었다』면서 『조금 쉬었다가 10월경 다시 한 번 추모행사를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