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비슷한 시기에 나와 플래그십 모델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국산 최고급 세단이지만 전통적 의미의 ‘맞수’는 아니었다. 배기량과 가격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제네시스는 배기량 3.3ℓ와 3.8ℓ, 체어맨W는 3.6ℓ와 5.0ℓ를 주력으로 삼고 있었다. 각각 다른 엔진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가격대 역시 체어맨W는 5950만∼1억200만원, 제네시스는 4129만∼5944만원이었다. 가장 비싼 제네시스 모델이 가장 싼 체어맨W 모델보다 저렴하다. 이에 현대차와 쌍용차 모두 경쟁 상대를 수입차에 두었을뿐 서로를 경쟁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체어맨W가 3200cc 모델을 내놓으면서 제네시스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쌍용차가 체어맨W의 3200cc 모델을 지난 1일 출시한 것이다. 가격 역시 체어맨W 3200cc 프레스티지급이 5490만원, 제네시스 3300cc VIP 팩이 5520만원으로 엇비슷한 수준이다. 이로써 체어맨W와 제네시스는 동급 모델을 갖추게 됨으로써 국내 5000만원대 대형차 시장에서 피말리는 경쟁을 벌이게 됐다. 하지만 대형차를 구매하려는 고객들로서는 제네시스와 체어맨W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체어맨W, 제네시스 아성에 도전장
두 차는 태생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체어맨W는 전형적인 쇼퍼드리븐(chauffeur-driven·운전기사 운전) 자동차로 뒷좌석 오너 자리의 비중이 높다. 각종 편의장치 역시 뒷좌석에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다. 또한 지금까지 구축돼 온 체어맨W의 브랜드 형상 역시 중년의 기업 오너가 타는 럭셔리카였다. 디자인에서도 중후한 멋이 나며 자연스러운 몸집을 강조해 권위가 뿜어져 나오도록 했다.
이에 비해 제네시스는 필요에 따라 오너가 직접 운전하거나 쇼퍼드리븐카로 이용할 수 있는 복합적인 성격을 지녔다. 디자인 역시 중후함과 동시에 세련미와 역동적인 모습을 부각시켰다. 앞면 모습은 전형적인 대형 세단이지만 옆모습은 스포츠카의 라인에 근접해 있다.
타깃으로 삼는 고객층에서도 차이가 발견된다. 체어맨W의 고객층은 ‘대한민국 CEO’에 맞춰져 있다. 최고경영자(CEO)와 기업 오너, 사회지도층 저명인사 등 VIP인사들이 대상인만큼 마케팅 전략도 이들에게 집중돼 있다.
이에 비해 제네시스는 고급문화를 즐기며 사회적으로 성공한 30대 중반∼40대 후반의 오피니언 리더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마케팅전략도 전문직 종사자, 고소득 자영업자, 기업체 중역을 대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기본 성능에서는 제네시스 우세
차량의 기본 성격과 컨셉트에 맞게 크기는 체어맨W가 크다. 체어맨W는 길이, 폭, 높이가 5100, 1895, 1495㎜다. 이에 비해 제네시스의 크기는 4975, 1890, 1480㎜로 체어맨W에 비해 조금씩 작다. 특히 길이 면에서 제네시스는 5m가 안되지만 체어맨W는 3200cc급에서도 5m를 여유 있게 넘는다. 실내 공간에서 체어맨W가 그만큼 여유가 있다.
엔진성능은 제네시스가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제네시스의 엔진출력은 262마력이다. 엔진토크 역시 32.2㎏·m로 높은 편이다. 체어맨W는 225마력에 엔진토크 30.2㎏·m로 제네시스에 비해 조금 낮다. 배기량 면에서 제네시스가 143cc 더 크기 때문에 나는 차이로 볼 수 있다.
체어맨W에는 벤츠실린더에 쌍용차의 자체기술이 결합된 실키6-XGI3200 엔진이 탑재됐으며 제네시스에는 현대차가 자체기술로 개발한 V6 람다엔진이 장착됐다.
연비 면에서는 차체 크기가 다소 큰 체어맨W가 제네시스에 뒤진다. 체어맨W는 공인 연비 8㎞/ℓ인데 비해 제네시스는 10㎞/ℓ다. 제네시스의 람다엔진이 보다 효율적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엔진 성능만으로 제네시스가 체어맨보다 뛰어난 차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가격이 비싼 고급 세단의 경우 다양한 편의장치가 장착되기 때문에 중량이 무거워져 엔진 효율은 물론 연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차중량은 제네시스가 1715㎏이고 체어맨W는 1950㎏이다. 체어맨W가 235㎏이나 무거운 것.
변속기는 제네시스가 6단, 체어맨W가 7단 자동변속기다. 벤츠에서 가져온 체어맨W의 7단 변속기가 앞선 방식이다. 변속이 7단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고속에서의 승차감이나 주행시 안정감은 체어맨W가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상징성, 권위에선 체어맨이 앞서
체어맨W 3200cc 모델은 5000cc와 3600cc 모델에 적용되던 벤츠 7단 자동 변속기를 비롯해 하만카돈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운전자통합 정보시스템(DIS), 8인치 음성인식 내비게이션, 무릎 에어백, 터치 센싱 타입의 스마트키 등의 안전 사양 및 고급 편의 사양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또한 전동 조절식 페달, 뒷좌석 파워&파워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무단 전자제어 서스펜션(IECS), 운전석 요추 마사지 시트, 19인치 W급 타이어&알루미늄휠 등 고급사양이 적용돼 있다.
제네시스에 장착된 첨단 사양도 체어맨W에 뒤지지 않는다. 제네시스에는 레이더 센서를 이용해 엔진 및 브레이크를 스스로 제어하여 차간 거리를 제어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곡선로 주행 시 스티어링휠의 선회 각도를 센서가 인식해 전조등의 조사 방향을 조정하는 어댑티브 헤드 램프, 멀티미디어, 공조장치, 차량정보 등의 모든 정보를 조작할 수 있는 첨단 운전자 통합정보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결국 체어맨W는 상징적인 부분에서 돋보인다면 제네시스는 효율과 내실을 기한다고 할 수 있다. 체어맨W는 최고급 편의장치와 크기, 묵직한 멋 등이 두드러지며 제네시스는 탄탄한 기본기와 엔진성능을 최적화한데 강점이 있다.
국내 최초로 1억원이 넘는 차로 출시 초기부터 관심을 모았던 체어맨W는 지난달까지 4745대가 팔려나갔다. 지난 2월 말 출시 이후 초고유가로 대형차 기피현상이 일었음에도 꾸준히 700대 이상씩 판매되는 저력을 보인 것이다.
제네시스 역시 지난 1월 출시 이후 8월까지 2만1310대가 팔리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현대차가 4년여간의 연구개발기간에 총 5000억원을 투입한 만큼 해외에서의 평가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