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하네요 김옥춘 그러하군요. 산 오르다 보면 답답하던 마음도 풀리고 졸망졸망했던 마음도 넉넉해지고 그러하군요. 산 오르며 땀 흘리다 보면 단추 풀듯 마음도 열려 어색했던 사람에게 반가운 미소도 짓게 되고 그러하군요. 높은 산일수록 내 깊은 시름까지 잠시라도 잊게 하니 산 높을수록 세상사 떨구어 놓는다는 말 그 말 앞에 단지 산만 보고 간다고는 하지만 위로받고 싶은 맘 있었다 싶네요. 2002.8.1 | 외로움 김옥춘 채우는 것은 술잔이오 비우는 것은 마음이라 마시는 것은 술이오 토하는 것은 외로움이라 달아오르는 얼굴에 마비되는 가슴이여 술에 취하고 사랑에 가슴 아파라 껍질만 남은 가슴은 서러워 눈물 닦는다. 2002.8.19 |
가을 김옥춘 낙엽으로 손 놓을 이별이 눈을 붉힌다. 벌겋게 달아오르는 얼굴 노랗게 겁먹은 얼굴 이별을 앞둔 순간순간이 숨 가쁘다. 벌건 당황스러움 노란 두려움이 입술처럼 타들어 간다. 2002.9.16 | 명절은 김옥춘 일만 하는 며느리 며느리에게 명절은 쓸쓸하다. 가족일까? 일꾼일까? 자식만 기다리던 부모 부모에게 명절은 쓸쓸하다. 가족일까? 남일까? 부모 형제 만나러 오는 아들 아들에게 명절은 쓸쓸하다. 사랑일까? 의무일까? 며느리로 살다 다니러 오는 딸 딸에게 명절은 쓸쓸하다. 부모일까? 내 모습일까? 2002.9.22 |
밤 김옥춘 삶은 밤 깨무니 가을 운동회 냄새가 났다. 깎은 밤에서는 향 냄새나겠지? 알밤 송이에서는 가을 냄새나겠지? 삶은 밤 먹고 옛 동무 그립다. 깎은 밤 먹으면 부모 생각날까? 알밤 떨어 모으면 자식 생각날까? 2002.9.27 | 산 김옥춘 나무 위는 산이다 아름답고 맑고 깨끗한 나무 아래는 쓰레기산이다 유리 조각에 과일 껍질에 비닐조각들 바위 위는 바위산이다. 부드럽고 웅장하고 아름다운 바위 아래 틈은 쓰레기장이다 바람이 몰아넣고 사람이 밀어 넣고 추락위험 접근금지다. 2002.10.13 |
산으로 가야지 김옥춘 뱅글뱅글 돌려 꼬아 놓아 답답한 가슴 산으로 보내야지 삐쭉삐쭉 마르고 뒤틀려 쓰라린 가슴 산으로 보내야지 꼬깃꼬깃 접히고 구겨져 두려운 가슴 산으로 보내야지 산에 나를 두고 오고 내 안에 산을 가져와야지 가슴 내리러 산에 가야지 2002.11.22 | 말하는 손가락 김옥춘 두렵니? 응! 뭐가? 마음이 자꾸 나와! 마음에 자물쇠 채워줄까? 응! 손가락에도 채워 줘! 왜? 손가락이 자꾸 말을 해! 2003.2.10 |
봄 김옥춘 연둣빛 눈물 뚝뚝 흘리며 그대 오는군요 생명의 빛에 눈물이 납니다. 연둣빛 실타래처럼 그대 오는군요 고운 바람결에 추위를 느낍니다 그립던 그대 오시는데 난 서럽습니다 그대 빛나는 만큼 서러워 따가운 햇살에도 몸을 떱니다. 2003.3.1 | 목련꽃 활짝 피는 날 김 옥 춘 자유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그대는 내가 서는 거리거리마다 함께 서고 멈출 때마다 나를 응시합니다. 회색빛 봄날 기운찬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점들 하나하나에도 목련꽃 대신 그대가 찍히고 그대를 피워갑니다. 그대를 향한 마음 간절한 채 마비된 가슴에 그대도 응어리로 굳어갑니다. 내 영혼을 마비시킨 그대여 목련꽃 활짝 피는 날 나를 풀어주소서 2003.3.28 |
비야! 김옥춘 비야!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도 그립게 하는 비야! 사랑하는 사람 있어도 외롭게 하는 비야! 비야! 2003.4.18 | 기도 김옥춘 오늘도 일상이길 일상의 기쁨이 있길 오늘도 일상이길 일상의 평화가 있길 오늘도 일상이길 일상의 향기가 있길 오늘도 일상이길 일상의 건강이 있길 오늘도 일상이길 일상의 기도로 시작한다. 2003.5.28 |
웃어만 주어도 김옥춘 가족이 아니어도 좋다. 친구가 아니어도 좋다. 사랑이 아니어도 좋다. 이웃이 아니어도 좋다. 부를 때 고개만 돌려주어도 부를 때 대답만 해주어도 가족처럼 든든하고 친구처럼 사랑처럼 편안하고 이웃처럼 고마울 때가 있다. 사랑스러운 눈빛 아니어도 좋다. 걱정하는 마음 아니어도 좋다. 서로 믿는 마음 아니어도 좋다 진정한 배려가 아니어도 좋다. 눈 마주쳤을 때 단 한 번 웃어만 주어도 커다란 위로가 될 때가 있다 2003.8.5 | 이제 가을이다. 김옥춘 이제 누구도 오늘을 여름이라 하지 않는다. 이제 누구도 여름이 길다고 하지 않는다. 이제 누구도 더위가 무섭다고 하지 않는다. 이제 누구도 가을이 아득하게 멀다고 하지 않는다. 이제 나도 오늘이 청춘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제 나도 인생이 길다고 하지 않는다. 이제 나도 중년이 내 모습이 아니라고 하지 않는다. 이제 길지 않았던 여름처럼 길지 않은 가을이 가고 있다. 이제 길지 않았던 청춘처럼 길지 않은 중년이 가고 있다. 2003.9.4 |
산이여! 받아주시겠습니까? 김옥춘 과일 껍질은 썩어 거름이 되니 나무에 주고 가잔다. 밥알은 새와 다람쥐가 먹으니 양식으로 남기고 가잔다. 충분히 조심해서 산불 날 염려 전혀 없으니 담배는 맑은 공기 마시며 피우고 가잔다. 경치 좋고 사람 좋으니 정으로 피우는 불은 찌개만 끓이지 산불 날 염려 전혀 없단다. 산에 잔치하러 왔으니 귀한 음식 산과 함께 나누고 찌개 국물 남김없이 주고 가잔다. 산이여! 그대를 사랑하는 산을 찾는 사람들이 주고 가는 것들이 사랑의 선물이라고 합니다. 기쁘게 받아주시겠습니까? 2003.9.9 | 도둑맞았어요 김옥춘 매일매일 하늘이 울었어요. 매일매일 찌푸린 하늘이 매일매일 울었어요. 곡식과 과일 그리고 채소도 울었어요. 배가 고팠대요. 햇살 먹고 싶어 울었대요. 햇살 도둑맞은 날 하늘이 울었어요. 햇살 도둑맞아서 식물들이 가난해졌대요. 식물들이 가난해져서 농부가 가난해졌대요. 흐린 하늘처럼 농부 찌푸리더니 하늘 따라 울었어요. 추석 장을 보는 날 나는 울었어요. 지갑 손에 꼭 쥐었는데 지갑 속 돈을 도둑맞았어요. 산 것 별로 없는데 지갑 속 돈이 가난해져서 카드를 빌렸어요. 햇살 도둑맞아서 하늘이 울 땐 몰랐어요. 햇살이 도둑맞아서 농민이 울 땐 몰랐어요. 그 햇살이 내 것이었는지 몰랐어요. 추석 장을 보고 계산대에서 알았어요. 도둑맞았던 것이 나의 햇살이었어요. 2003.9.10 |
사랑은 변덕쟁이 김옥춘 변덕쟁이 금방 좋다고 하고 금방 싫다고 하는 변덕쟁이 내가 좋아하는 만큼 너도 날 좋아하는 것 느끼고 싶다고 말해도 되는데 변덕쟁이 금방 보고 싶다고 하고 금방 보기 싫다고 하는 변덕쟁이 내가 보고 싶어 하는 만큼 너도 날 보고 싶어 하는지 알고 싶다고 말해도 되는데 변덕쟁이 금방 사랑한다고 하고 금방 밉다고 하는 변덕쟁이 내가 사랑하는 만큼 너도 날 사랑하는 것을 믿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해도 되는데 변덕쟁이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없다더니 백 송이의 장미와 향수에 더 감격하고 눈물을 흘리는 변덕쟁이 한마디의 말을 위해 밤을 새운 번뇌보다 나를 위해 땀 흘려 일하고 날 기쁘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나보다 더 설렜을 마음이 정말 고맙다고 그냥 말해도 되는데 사랑은 변덕쟁이 더 설레고 싶어 더 사랑받고 싶어 변덕을 부린다. 2003.9.14 |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김옥춘 아침에 깨어나 맑은 공기에 날 생각한다면 가장 기쁜 순간에 날 생각한다면 가장 아름다운 것을 보고 날 생각한다면 산의 정상에 선 순간 날 생각한다면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날 생각한다면 일에 열중한 바쁜 시간에 문득 날 생각한다면 행복감이 넘칠 때 날 생각한다면 말해주세요. 사랑한다고 이 세상에서 힘들고 지쳤을 때는 작은 인연 하나도 감사하게 되지만 기쁘고 행복할 때는 자신만 보일 테니까 당신과 늘 함께이어야만 행복한 순간 내 생각이 날 테니까 행복한 순간 날 생각한다면 내게 말해주세요. 사랑한다고. 나 행복한 순간마다 당신을 생각할게요. 2003.9.15 |
사랑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든다. 김옥춘 사랑은 아침에 눈 뜨는 것을 즐겁게 한다. 사랑은 얼굴에 기쁨의 미소를 그린다. 사랑은 전화벨 소리를 좋아하게 한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게 하고 체중을 가볍게 한다. 사랑은 발걸음을 가볍고 경쾌하게 한다. 사랑은 잠드는 시간을 아깝게 한다. 사랑은 손잡는 것을 좋아하게 한다 사랑은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게 한다. 사랑은 차 마시는 것을 즐기게 한다. 사랑은 꽃을 사게 한다 사랑은 향수를 사게 한다. 사랑은 선물을 사게 한다. 사랑은 이성의 옷 가게를 서성이게 한다. 사랑은 눈빛을 빛나게 한다. 사랑은 힘이 생기게 한다. 사랑은 일하고 싶게 한다. 사랑은 긍정적이게 하고 적극적이게 한다. 사랑은 표현하고 싶게 하고 수다쟁이를 만든다 사랑은 감사할 줄 알게 한다. 사랑은 행복한 감정을 가지게 한다. 사랑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사랑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든다. 2003.9.20 | 가을이어서 김옥춘 가을엔 가을이어서 네가 그립다 겨울엔 겨울이어서 네가 그립다 여름엔 여름이어서 네가 그립다 봄엔 봄이어서 네가 그립다 사시사철 네가 그리운 것을 나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네가 그립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너를 사랑한다. 2003.9.23 |
예쁜 가을날 김옥춘 하늘이 예뻐서 바람이 예뻐서 햇살이 예뻐서 그대가 더 예뻐 보입니다. 그대가 고와서 하늘이 바람이 햇살이 더 고와 보입니다. 맑은 가을빛에 내 마음 물들었나 봅니다. 그대가 하늘이 햇살이 바람이 더욱 예뻐 보입니다. 고운 그대에게 내 마음 홀렸나 봅니다. 가을 하늘이 가을 햇살이 가을 바람이 고운 그대가 고운 미소를 만듭니다. 2003.10.8 | 네가 있어 김옥춘 네가 있어 아침이 열린다. 네가 있어 눈 뜨는 아침이 두렵지 않다. 네가 있어 오늘이 있다. 네가 있어 내일을 꿈꾸며 오늘을 살 수 있다. 네가 있어 몸을 움직인다. 네가 있어 일이 즐겁고 몸이 가볍다. 네가 있어 먹는 일이 즐겁다. 네가 있어 욕구불만으로 먹던 음식을 즐거움으로 먹는다. 네가 있어 밤이 포근하다. 네가 있어 잠자는 일이 편안한 휴식이 되었다. 2003.10.30 |
잎새비 김옥춘 지난봄 산엔 봄비가 내렸습니다. 지난봄 산엔 꽃비도 내렸습니다. 지난여름 산엔 소낙비가 내렸습니다. 지난여름 산엔 폭포수도 내렸습니다. 며칠 전 산엔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오늘 운악산엔 잎새비가 내렸습니다. 바스락 달그락 와르르 노을빛 잎새비는 너울거리는 춤사위로 내려와 외로움 흔들어 눈물 한 방울 만들어 놓았습니다. 내일 가을비 온다는데 오늘 운악산 잎새비 쏟아지는 소리는 숲을 잠재웠습니다. 조용해진 운악산엔 잎새비 내리는 소리가 쌓여갔습니다. 2003.11.3 | 내 맘 알고 있니? 김옥춘 내 눈에 담은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건 너였어. 내 가슴에 품은 것 중에 가장 커다란 건 너였어. 내 손에 쥔 것 중에 가장 따뜻한 건 너였어. 내가 맡은 향기 중에 가장 향기로운 건 너였어. 내 마음에 간직한 것 중에 가장 소중한 건 너였어. 내가 가진 믿음 중에 가장 변치 않을 사랑은 바로 너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널 사랑해. 2003.11.19 |
사랑은 미성숙 김옥춘 하루에 열두 번을 이별을 하고도 네 이름 부를 때마다 가슴 떨린다. 하루에 열두 번을 눈물을 흘리고도 떠오르는 네 모습에 미소 짓는다. 하루에 열두 번을 마음을 닫아걸고도 보고 싶어 네 이름을 부른다. 하루에 열두 번을 사랑이 아니라고 절망하고도 난 오늘 너를 위해 꽃을 사고 싶다. 2003.11.21 | 찬 바람이 불면 김옥춘 찬 바람이 불면 찬 바람이 불면 여름내 키워 가으내 말린 낙엽을 태우고 싶습니다. 찬 바람이 불면 찬 바람이 불면 외로움 키워 말라버린 가슴에 모닥불처럼 사랑을 지피고 싶습니다. 찬 바람이 불면 찬 바람이 불면 손 꽁꽁 얼어도 낙엽 냄새나는 옛 동무 생각에 웃음이 납니다. 찬 바람이 불면 찬 바람이 불면 손 다 녹이고 어깨 다 내려도 고생만 하신 부모 생각에 가슴이 시립니다. 찬 바람이 불면 찬 바람이 불면 천 원에 4개 하는 붕어빵을 나도 모르게 사 들고 바쁜 걸음을 걷습니다. 찬 바람이 불면 찬 바람이 불면 추위만큼이나 뜨거운 것이 가슴에 뭉클거리며 돌아다닙니다. 2003.11.22 |
비 온다. 김옥춘 비 온다. 내 님 공치는 날이다. 비 온다. 내 님 술 마시는 날이다. 비 온다. 내 님 쉬는 날이다. 비 온다. 내 님의 마음 쓸쓸해질까 봐 걱정이 되는 날이다. 이젠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2003.12.17 | 어머니의 행복 김옥춘 할머니 만두가 최고라고 손자들이 노래를 합니다. 할머니는 손자들에게서 힘을 얻어 기쁨으로 만두를 빚었습니다. 맛있다고 먹는 아들이 며느리가 손자가 딸이 오늘따라 마냥 예쁩니다. 맛있다는 말이 어머니를 더욱 행복하게 했습니다. 2003.12.21 |
새해에는 김옥춘 새해에는 만나게 하소서 누구를 만나든 마음을 다해 만나게 하소서 새해에는 튼튼하게 하소서 누구라도 아픔 없이 튼튼하게 하소서 새해에는 웃게 하소서 누구를 보든 환하게 웃게 하소서 새해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누구라도 가슴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새해에는 눈물 흘리게 하소서 누구라도 두 손 모아 감사의 기도 올리며 기쁨의 눈물 흘리게 하소서 새해에는 넘치게 하소서 누구를 만나든 어떤 일을 하든 행복도 사랑도 넘치게 하소서 2003.12.29 | 다시 김옥춘 다시 짝사랑을 하고 싶어. 다시 너 하나만을 바라보고 싶어. 다시 너만 기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어. 다시 짝사랑을 하고 싶어. 다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눈 한 번 마주치는 것에도 감사하는 짝사랑을 하고 싶어. 2004.1.6 |
처음처럼 김옥춘 사랑을 막 시작했을 때 우리 언제나 고운 미소로 서로의 마음을 꽃처럼 피워냈었지 사랑을 막 시작했을 때 우리 언제나 고운 눈빛으로 서로에게 용기를 주었었지 사랑을 막 시작했을 때 우리 언제나 고운 말로 서로 축복했었지 사랑을 막 시작했을 때 우리 언제나 서로 보듬어 지친 마음 쓸어주었었지. 사랑을 막 시작했을 때 우리 언제나 고운 마음으로 손을 잡고 의지를 키웠었지 사랑을 막 시작했을 때 우리 언제나 가슴 설레며 사랑한다고 말했었지 우리 사랑을 막 시작했을 때처럼 언제나 겸손해지자. 언제나 믿음을 갖자. 언제나 너그러워지자. 언제나 웃자. 2004.1.12 | 축복과 은총 김옥춘 신만이 우리에게 축복과 은총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너의 사랑스러운 말 너의 사랑스러운 눈빛 너의 사랑스러운 미소 너의 사랑스러운 입맞춤 너의 사랑스러운 껴안음이 내겐 가장 큰 축복이요 가장 큰 은총이다 2004.1.12 |
우리 그냥 웃자. 김옥춘 처음엔 우리 그냥 웃었지. 아무런 욕심도 바램도 없었으니까. 처음엔 그냥 웃는 게 우리의 인사였어. 다음엔 우리 기뻐서 웃었지. 욕심도 없이 바램도 없이 그냥 웃어주는 서로의 마음이 고마워 기뻐서 웃었지 그땐 입맞춤이 우리의 인사였어. 이젠 우리 사랑스러워 웃는다. 가끔 눈 흘기고 가끔 화내는 삐침까지 사랑스러워 가슴 아리도록 웃는다. 이젠 가슴속에 쏙 품어 포근히 끌어안는 게 우리의 인사다. 앞으로는 우리 처음처럼 웃자 사실 우리 나만을 바라봐 달라고 나만을 사랑해 달라고 투정 부리며 찌푸리고 흘려버린 눈물이 웃음을 자꾸 뺏어 간다. 앞으로는 다시 처음처럼 그냥 웃자 눈 마주칠 때마다 쑥스러워서 웃었던 그때처럼 그냥 웃자. 2004.1.15 | 경고 김옥춘 매일 청춘 아니란다. 정신 차리란다. 허송세월하지 말란다. 하루하루를 정성으로 살아야 후회 없을 거라고 경고처럼 세월 묻은 흰 머리카락이 숨어들어 삐죽삐죽 고개를 내민다. 흰 머리카락 뽑겠다고 거울을 본다. 이제 나를 보라고 이제 나를 다스려 길지 않은 인생에 겸허해지라고 후회를 남기지 말라고 세월 묻은 흰 머리카락 숨어들었나 보다. 2004.1.19 |
복조리 김옥춘 건강만 일어 당신께 드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어요. 그래서 기도를 합니다. 기쁨만 일어 당신께 드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어요. 그래서 기도를 합니다. 희망만 일어 당신께 드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어요. 그래서 기도를 합니다. 존경만 일어 당신께 드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어요. 그래서 기도를 합니다. 사랑만 일어 당신께 드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어요. 그래서 기도를 합니다. 돈만 일어 당신께 드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어요. 그래서 일자리 많아지라고 기도를 합니다. 복만 일어 당신께 드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어요. 그래서 기도를 합니다. 간절한 기도로 복조리를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4.1.21 | 네게 주고 싶은 것 김옥춘 내가 네게 주고 싶은 것은 매일 아침 향기로운 커피 한 잔 내가 진짜로 주고 싶은 것은 커피가 아닌 향기로운 하루야! 내가 네게 주고 싶은 것은 하루 세끼 정갈한 밥상 내가 진짜로 주고 싶은 것은 맛있는 음식이 아닌 건강과 존경이야! 내가 네게 주고 싶은 것은 매일 아침 바싹 마른 속옷과 양말 그리고 편안하고 멋진 옷 한 벌 내가 진짜로 주고 싶은 것은 깨끗하고 멋진 옷이 아닌 하루의 건강과 하루의 상쾌함이야! 내가 네게 주고 싶은 것은 매 순간 사랑한다는 말 내가 진짜로 주고 싶은 것은 나의 사랑이 아닌 누구에게나 언제나 사랑받는 너의 하루야! 내가 네게 주고 싶은 것은 매일 밤 팔베개 내가 진짜로 네게 주고 싶은 것은 팔베개로 주는 휴식이 아닌 너의 수고로움으로 빛났을 하루에서 얻어지는 행복감이야! 내가 네게 주고 싶은 것은 장미꽃 한 바구니 내가 진짜로 네게 주고 싶은 것은 많은 장미가 아닌 풍요롭고 고운 미소를 만들어내는 편안하고 기쁜 하루야! 오늘 하루도 기쁘고 풍요롭고 향기롭고 존경받고 건강하고 상쾌하고 사랑받고 행복하길 내 손으로 내 미소로 내 몸으로 기도를 한다. 2004.2.7 |
겁보의 사랑 김옥춘 지금만 함께이면 되는데 겁보는 평생 행복하지 못할까 봐 미리 걱정을 한다. 지금만 사랑하면 되는데 겁보는 살다가 사랑이 변할까 봐 미리 걱정을 한다. 지금만 웃으면 되는데 겁보는 내일을 위해서 오늘 화를 내고 찡그린다. 겁보는 사랑하는 사람 옆에 있어도 겁만 내다가 이별을 한다. 너와 나는 겁보다. 2004.2.11 | 발렌타인데이 김옥춘 달콤함이 너를 닮았어. 부드러움이 너를 닮았어. 따뜻함이 너를 닮았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게 너를 닮았어. 초콜릿 받아줄 거지? 내 맘속엔 온통 너뿐이야. 그래서 너를 닮은 초콜릿으로 내 마음을 전한다. 사랑해! 그리고 언제나 행복하길 바란다. 2004.2.13 |
산 김옥춘 내게 너만 한 친구 있을까? 언제 찾아가도 거기 그대로 있어 주는 너 네가 있어 난 언제나 행복하다. 내게 너만 한 친구 있을까? 어떤 고민을 가져가도 스스로 마음 비울 수 있게 견딜 만큼의 고통을 준비하는 너 네게 다녀온 지금 난 평화롭다. 내게 너만 한 친구 있을까? 내 몸 구석구석 독을 다 빼내고 맑은 기로 채워주는 너 너와 함께한 날들만큼 겸손과 감사의 마음을 배운다. 내게 너만 한 친구 있을까? 언제나 거기 가면 언제나 같은 모습인 듯 다른 표정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해 놓는 너 네게 갈 계획들로 잠을 설칠 내일도 난 행복할 것이다. 2004.2.16(15일 민주지산에 다녀와서) | 2월에 봄비가 내리면 김옥춘 2월에 봄비가 내리면 산마루엔 포근하게 나뭇가지마다 눈이 쌓인다. 2월에 봄비가 내리면 산마루엔 내 마음의 그리움처럼 소리 없이 눈이 쌓인다. 2월에 봄비가 내리면 설레임으로 그리움으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마음은 산마루에 가 있다. 2월에 봄비가 내리면 산마루엔 그리움이 내린다. 그리움이 쌓인다. 2004.2.21 |
봄비 내린 날 눈꽃이 피었다. 김옥춘 솜일까? 솜사탕일까? 포근할 것만 같고 사르르 녹을 것만 같았다. 나뭇잎 떠난 뒤 찬바람에 하늘을 휘저으며 울던 나뭇가지에 하얗게 포근한 모양으로 눈이 쌓였다. 초록이 숨 거두고 난 뒤 내 가슴처럼 말라버린 풀잎에도 하얗게 사랑스러운 모양으로 눈이 쌓였다. 솜일까? 솜사탕일까? 하얗게 쌓인 모양이 신기해서 하얗게 쌓인 모양이 꽃보다 아름다워서 눈꽃이라 부르나 보다 여린 눈꽃 질까 봐 바람도 쉬어 가고 산새도 노래를 멈추었다. 눈 내리는 가느다란 소리만 커다랗게 산을 채우고 하늘을 울렸다. 산 아래 봄비 내리는 날 산 위엔 하얗게 눈꽃이 피었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눈꽃의 아름다움이 신기하게도 그대로이기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마음 신기하게도 그대로이기에 나그네는 어린 시절 달콤하게 사르르 녹던 솜사탕 같은 마음으로 눈꽃에 녹아내렸다. 2004.2.23(22일 백덕산에 다녀와서) | 웃어줄래? 김옥춘 웃어줄래? 난 네가 웃는 게 좋아 네가 행복한 것 같아서 좋아! 웃어줄래? 난 네가 웃어야 기분이 좋아 네가 웃어야 행복해져! 웃어줄래? 넌 웃을 때 가장 사랑스러워 널 더 많이 사랑하고 싶어! 웃어줄래? 네가 웃지 않으면 난 웃을 수가 없어 난 아마도 너의 거울인가 봐! 웃어줄래? 나를 위해 그리고 너를 위해. 2004.2.27 |
3월에 눈이 왔어요 김옥춘 3월에 내린 눈이 자동차를 거북이로 만들었어요. 천둥 치며 내린 눈이 자동차를 겁쟁이로 만들었어요. 3월에 내린 큰 눈 백 년 만에 처음이라 신호등 빨간 불에도 겁 모르던 자동차들까지 길에 갇힌 채 벌건 눈만 깜박였어요. 2004.3.4 | 이제 기도하렵니다. 김옥춘 내 마음 진실해야 내 마음 정갈해야 기도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내 마음에 욕심이 없어야 내 마음에 미움이 없어야 기도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내 기도에 믿음이 있어야 내 기도에 감사하는 마음 있어야 기도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기도해야겠습니다. 정성으로 나를 다스리는 것이 나를 가꾸는 것이 기도임을 이제 알겠습니다. 기도는 기도하는 내가 이루어 내는 작아도 큰 기적입니다. 이제 기도하렵니다. 기도는 나에 대한 나의 믿음이며 희망입니다. 2004.3.4 |
잊혀진 계절 김옥춘 만날 때마다 꽃처럼 기쁨이 얼굴에 피었던 그때 그때가 우리에겐 사랑이 싹트는 계절이었어 생각만으로도 폭풍우처럼 열정이 가슴을 뒤흔들었던 그때 그때가 우리에겐 사랑이 꽃피는 계절이었어 날마다 조금씩 닮아가면서 처절히 싸우고 질투했던 그때 그때가 우리에겐 사랑이 여무는 계절이었어 어느 순간 무표정으로 눈 마주칠 수 없었을 때 그때 그때부터 우리에게 사랑은 잊혀진 계절이야 우리에겐 잊혀진 계절이 너무나 길어 봄처럼 사랑의 계절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어 다시는 잊혀지지 않을 사랑의 계절 2004.3.7 | 차 한 잔 김옥춘 하루가 아침처럼 맑으라고 하루 동안 아침 햇살처럼 웃으라고 찻잔 가슴으로 데워 매일 아침 당신을 위한 차 한 잔을 준비합니다. 아침에 드리는 차 한 잔은 당신을 위한 기도입니다. 당신의 하루가 가족을 위한 수고였다고 하루의 수고가 보람차라고 찻잔 가슴으로 데워 매일 저녁 당신을 위한 차 한 잔을 준비합니다. 저녁에 드리는 차 한 잔은 당신에게 드리는 감사의 기도입니다. 2004.3.8 |
민들레 피었어요 김옥춘 민들레 피었어요 노랗게 피었어요 낮게 피었어요 작게 피었어요 민들레 웃었어요 노랗게 웃었어요 낮아도 기죽지 않고 작아도 숨지 않고 민들레 환하게 웃었어요 꽃피우지 못한 사랑 염려하지 말라고 웃어보라고 고개 떨구고 걷는 내게 웃어주었어요. 2004.3.23 | 봄 햇살에 안긴 산과 들 김옥춘 예쁘다 참 예쁘다. 땅이 들어 올린 초록이 예쁘고 나뭇가지마다 내미는 연두가 예쁘다. 예쁘다 참 예쁘다. 햇살인 양 매달린 노랑이 예쁘고 설레는 분홍이 예쁘고 푸근한 하양이 예쁘다. 예쁘다 참 예쁘다. 커다랗게 숨을 몰아 입 벌려 내쉴 수밖에 없다. 낮은 목소리로 땅이 꺼져라 외칠 수밖에 없다. 예쁘다 참 예쁘다 따스한 봄 햇살에 안긴 산이 들이 행복해 보인다. 2004.3.28 |
봄비 소리 김옥춘 먼지 털어내는 소리로 봄비 내린다. 토도독 톡 토도독 톡 마음 떨어내는 소리로 봄비 내린다. 투두둑 툭 투두둑 툭 가문 봄날 뽀얀 먼지에 빗방울 자국 동그랗게 찍힌다. 빗방울이 빗방울을 지운다. 임 그리운 날 뽀얀 분가루에 눈물 자국 주루룩 그린다. 눈물이 눈물을 지운다. 먼지 털어낸 세상이 그리움 떨어낸 가슴이 맑다. 봄비 소리 더 맑다. 2004.3.30 | 빗방울은 음악가 김옥춘 빗방울은 음악가 연주를 한다. 빗방울은 음악가 세상을 두드려 연주를 한다. 세상은 타악기 악기가 된다. 세상은 타악기 빗방울이 두드리면 음악이 된다. 빗방울은 지금 연주 중이다. 사람들은 지금 감상 중이다. 빗방울은 음악가 자연과 사물을 두드려 소리를 낸다. 빗방울은 음악가 쉼표처럼 가슴까지 두드려 사랑을 부른다. 2004.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