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좋아해.
어느 밤에 소녀가 문득 중얼거렸다.
옅어진 육체만큼이나 작은 소리였다.
그러나 바람이 멈추고, 달이 뜨고,
주변에 소음이라고는 없이
고요한 허공이었기 때문에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큰 소리였다.
허공의 아이들, 김성중
너는 나의 옷자락이고 머릿결이고 물결이고
나를 헤집던 사정없는 풍속이었다
네가 나의 등을 떠민다면
나는 벼랑에도 뛰어들 수 있었다
된바람, 서덕준
한 때 그는 J의 눈을 그윽히 들여다보며
네 눈 속에는 세상이 다 들어있어, 했었다.
J의 손을 잡으려 들며 네 손은 봄볕보다 따뜻해, 했었다.
J의 목덜미에 손을 집어 넣으려 하며
이보다 더 보드라운 건 없을거야, 했었다.
죽을 때까지 네 편이야, 했었다.
J이야기, 신경숙
두 눈을 감듯 떠오르는 얼굴을 내리닫고
침을 삼키듯 목 끝까지 올라온 그리움을 삼키고
입술 밖을 몇 번인가 서성이다 차마 하지 못하고
끊긴 전화, 도종환
거절당할 수록 쌓여가는 집착
펼쳐보고, 뒤집어보고, 돌려봐도,
당신은 퇴고할 수 없는 나의 밑 줄
리아트리스, 김분홍
사랑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 수 있는 사이가 되어도 말할 것이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사랑한다 말할 것이다.
날마다 사랑한다 말할 것이다.
로맨스가 필요해, 정현정
그 때 나는 내 속에 그토록 많은 슬픔이 묻어있는 줄 몰랐다
조금만 몸을 기울여도
내 속에 있는 서글픔들이 몸 밖으로 엎질러질 것같았다
푸른 노트, 기형도
첫댓글 너무 좋아브러
좋다
서덕준 ,, ㅜㅜ
너무좋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