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갤럭시노트11
안녕하십니까, 서장금이라 하옵니다.
소인은 조선조 궁녀로 나라의 녹봉을 받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궁녀의 수는 많게는 600(영조 때)에 이르고, 적게는 300 정도였습니다.
흔히들 생각하는 궁녀는 대개 저를 생각하시지만
사실 궁녀란, 궁에서 일하는 사람 중 여자인 사람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의녀가 안 들어간다는 말도 있어서 의녀 관련 말 삭제!)
저는 오늘 그 많은 궁녀 중
내인에 대해 설명할 겁니다.
김여시. 당신도 이제 내인이니 제가 잘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내가 선배니까 널 두고 이름 부르는 겁니다.
또래 궁인들 끼리는 서로를 어떻게 불렀을까요?
1. 야, 김여시.
2. 저기요.
3. 있잖아요.
4. 여시님
5. 김씨 내인
정답은 5. 김씨 내인.
혹은 내인 대신 항아를 붙이기도 합니다.
월궁 항아(달에 사는 선녀)라고 들어는 보셨는지?
*나인은 내인의 사투리 정도로,
한자어를 알기 어려운 신분인 궁녀들이 내인을 나인으로 잘 못 발음하기 시작하면서 굳어진 명칭.
ㅇ(성)항아님이라고도 했다.
혹은 나이가 많은 내인을 부를 때에
ㅇ씨 형님 이라고도 했다.
그럼 생각시는 누굴까?
어린 아이들이 막 궁에 들어오면 모두 생각시로 불렀을 것만 같지만
아닙니다.
생각시는 생을 매는 각시라는 뜻으로,
(원 안에 보이는 저 머리가 새앙머리.)
특히 지밀, 침방, 수방의 아기 나인들을 이르는 말입니다.
다른 곳에서 일하는 아기 나인들은 그냥 각시라고 불렀습니다.
민가에서 처럼 머리를 그냥 길게 땋아 늘어뜨렸으니까요.
아니면 아기항아님이라고 부르거나요.
지밀, 침방, 수방을 특별히 생각시라고 부르는 데서
김여시 눈치 좀 챘지요?
궁녀들 사이에는 위계가 존재했습니다.
(지밀들 앞에만 서면 쭈그러드는....수라간 내인들...)
1. 지밀
2. 침방
3. 수방
3. 세수간
4. 생과방
5. 소주방
6. 예답방
1. 지밀.
왕족의 바로 지척에서 갖은 수발을 드는 것이 일입니다.
궁중의 대소잔치가 있을 때, 경연, 제례 등 말입니다,
그때 곁에서 왕족을 보호, 보필하고
사회(?)를 보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사배를 올릴 때 구령을 붙여주는 등이요.
일종의 비서직이라고나 할까요.
왕족을 모시다보니,
예의범절을 잘 익혀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주 어릴 때 약 4,5세
입궁을 합니다.
입궁은 주로 아는 사람의 소개를 통해 들어옵니다.
궁녀가 대부분 다 그렇지만 특히 지밀은 더더욱 인맥 빨 받습니다.
단, 입궁하자마자 일에 투입되진 않습니다.
애잖아요?
보통 이런 경우, 전각의 주인, 이를테면 대비마마 같은 분이 어린 아이를 자식처럼 대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주로 어릴 때에는 재롱을 부리는 일을 합니다.
그것도 일이라면요...그리고 스승 상궁이 붙어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일어서는 법, 걷는 법부터 다시 차근차근 궁중예법에 맞게 가르치죠.
그러고 나서 약 15년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내인 생활을 하게 됩니다.
지밀에 들어오면 큰방 상궁이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일종의 권력 집단에 들어가는 것이라 경쟁이 치열합니다.
(장옥정 : 지밀 출신 최고 아웃풋)
뭐, 간혹 장옥정을 롤 모델로 들어오는 순진한 애들이 있긴 한데...
그건 로또맞은 사람이 로또집에서 나오자마자 벼락 맞고 살아남아, 또 로또를 사서 2등 당첨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일어는 나는데....너는 아니라는 이야기야.
(정색)
그렇다고 이 집단의 신분이 더 높지는 않았습니다.
궁녀들 중 양인이 있으면 안 되니까 다 노비거든요.(예외는 있을 수 있음)
여시가 상상하는 사노비 말고
(이런 사람들 ㄴㄴ)
공노비(국가 소유의 노비) 중에서 뽑았습니다.
궁에 들어와야 하니 신분이 확실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는 사람(친척이 상궁인 경우)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더구나 아까 설명했듯이,
왕의 권력=궁에서 일하는 사람 수
이므로 신하들은 궁인들이 적기를 바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만약 양인 하나라도 뽑는 날에는...
온 신하들이 다 뒤집어집니다.
"즈언하, 니가 감히 양인을 궁인으로 뽑아? 나라를 말아먹고도 남을 이 임금놈아!"
골치아픈 왕은 굳이 저런 난리를 겪고 싶지 않았음...
고로 지밀은 다 인맥빨로 들어온다.
2. 침방
한장으로 설명을 끝내본다.
이곳은 침방.
즉, 왕의 옷부터 이불까지 모든 천으로 된 것을 제작하는 곳.
솜씨가 조선에서 제일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거의 신 급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었다고 한다.
3. 수방
이런 걸 했음.
궁중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자수는 다 이곳에서 담당.
ㄷㄷㄷ
자수는 단순히 옷에 무늬를 새겨넣는 작업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머니, 흉배, 용포, 병풍까지 모두 수를 놓았다.
(조선왕실준이종정도 자수 병풍)
위의 침방과 수방은 모두 숙련된 궁인들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입궁 나이가 대략 6,7세 가량.
어릴 때부터 훈련을 거듭하여, 은퇴 즈음에는 거의 신의 경지에 다다르는 것....
4. 세수간
세숫물과 목욕물을 가져다 주는 곳. 요강, 타구(침 뱉는 것), 매우(변기)....등의 시중도 든다.
그리고 수건도 이쪽 담당.
그리고 여기에서는 독특하게도
가마를 매는 것, 앞뒤에 서서 호위하는 것을 거행하고, 인원이 부족할 경우 생과방, 소주방, 세답방에서 채운다.
평상시 손님을 대접하고, 전각의 청소도 담당.
(돈 벌기 힘드네...)
5. 생과방
디저트를 만드는 곳.
평상시 왕이 먹을 음료, 과자를 만드는데, 잔치 음식의 다과도 여기서 만든다.
안소주방 인원이 부족할 경우 수라상 차리는 걸 돕기도 한다
(두근두근 나 일하는 곳)
6. 소주방
안, 밖 소주방으로 나누어 져 있는 부서.
안소주방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라간임.
아침저녁 수라를 만드는 곳.
외소주방은 잔치 음식 만드는 곳.
맛이 아주 좋구나.
6-1. 퇴선간
부수적인 기구인데 지밀 내인 중에 선발되어서 일하는 곳이 퇴선간이라고 있었음.
여기는 왕이 밥 먹을 때까지 밥 식지 말라고 데우는 곳.
기타 식사와 관련 된 자질구레한 일을 여기서 함.
7. 세답방.
여기가 바로 빨래방...
세탁하고 다듬이 방망이로 때리고, 다리미질, 염색까지 여기서.
7-1. 복이처
세답방 내인 중에서 선출해서 침실에 불때고, 등불 밝히고 하는 일을 담당.
다들 쉬운 일 하는 곳은 없음.
그럼 궁녀들은 언제 일하고 언제 쉬었을까?
주 5일제? 주 6일제?
격일 근무
한달이 30일이라 치면, 약 15일만 일하는 것.
단, 지밀은 1주야, 즉 1주일을 밤낮 번갈아 일하는 교대 근무.
그럼 일을 안 하는 동안에는 무엇을 했을까?
연애....?
우선 각자 방에서 취미생활을 했음.
방은 둘, 셋이서 같이 썼는데 각 방마다 각심이(궁녀의 노비)가 딸려 있어서 그 사람들이 가사일(청소, 빨래, 밥 등)을 대신 해 줌.
각심이는 나라에서 보장해 주는 일종의 복지임.
밥은 또 나라에서 다 대어 줌. 내수사라는 궁중 기관에서 가끔 고기도 줬다고 함.
대신 궁중에서 술은 마시면 안 됨.
술 ㄴㄴ해.
담배는 가능^^
단, 담배를 피우려면 우선 선배들의 허가가 있어야 함.
그 허가가 뭐냐하면...
담배 계속 피우기. 선배가 그만 하라 할 때까지.
이거 못 이기면 평생 못 피우는 거...ㅠㅠ
궁녀들의 취미생활
생각시들은 글씨 공부를 하고, 경전을 읽음(막 대학 이런 거는 아니지만 그래도 소소하게 교양삼아...)
다회치기를 가장 많이했다고 함.
실을 꼬아서 끈을 만드는 데 노리개에도 쓰이고 하여튼 많이 쓰였다고 함.
약간 투잡, 부업 느낌이었던 듯.
[사진:조선조궁중풍속연구 55p]
(일본 쓰애끼들 또 훔쳐갔냐)
그 외에 투호 같은 놀이도 하였음.
근데 매우 바빠서 딱히 이런 날이 많지는 않았다고 함.
같이 방을 쓰는 사람들 끼리 방동무, 붕우 라고 불렀는데
간혹 우정(혹은 사랑)의 표시로 붕자(朋字)를 엉댕이에 문신하기도 했다고 함
한국인에게 젤 중요한 밥은 근무날에는 근무지에서 먹고, 이때 먹는 밥은 왕이 물린 밥, 안 먹은 반찬등을 먹었고
그게 부족하면 따로 안소주방에서 밥을 받아 온다고 함.
근무 안 하는 날에는 음식재료를 대주는 곳(내수사)에서 받아서 밥 먹음
이 밥은 방자가 해줌
목욕은 방안에서 방자가 가져온 통에서 하고 다 하면 밖으로 통을 내가는 식
복지는 좋지만 왕이랑 같이 일하면 갑질 쩔기도 했을 듯...
임금님 작작 드.시.라.구.요.
행.사.그.만.하.시.라.구.요.
근데 한 달에 15일만 일하면 월급이 적을 까봐 걱정됨.
그래서 찾아봄.
아기 나인들, 생각시들이 4되를 받음.
1700년대 쌀 1말이 1냥이고
1냥은 2~3만원 쯤 함.
궁 안에서 숙식하며 근무를 하니까 월급의 대부분을 저축할 수 있었고
상궁쯤 되면 어느정도 재산을 모아서 은퇴 뒤 살 집을 마련할 수 있었음.
(정조때 어느 상궁이 강에 배 띄워서 기생들 부르고 파뤼 여는 바람에 이게 문제가 된 적이 있을 정도...개부자 됨)
(이건 내 생각이랑 좀 다른데...)
....어째 지금이 더 살기 안 좋은 거 같지만 일단 넘어가자...
(나도 궁녀 취직할래!!!)
은퇴는 언제 하느냐면
죽어서 은퇴...
는 아니고
나이가 들어서 더는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궁을 나가고
그 외에 상전이 죽었을 때에도 출궁을 했음.
이 경우, 아직 나이가 어린 궁녀라면 간혹 다른 전각에서 스카웃을 해서
다시 궁으로 돌아가기도 했음.
-준비한 건 여기까지.-
나도 언젠가...! 아주 큰 기와집을 사서 거기서 살 겁니다.
내인에 관한 대략적인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좀 더 자세히 썰을 풀고 싶지만
임금이 또 밥달라고 하네요.
참고도서: 신명호[궁녀]
김용숙[조선조 궁중 풍속연구]
첫댓글 너무 재밌다~~~!
개존잼
넘 체계적이야
재밌당
재밌다ㅜ나도 궁녀할래
존잼+! 고마워
꾸루잼
그 시대 한남과 결혼해서 종 취급받으면서 사는 것 보다 궁녀로 사는 게 낫겠다. 같이 종 취급이라도 임금님 하인이 낫지.
와 완전재밌엌ㅋㅋㅋㅋ근데 침방 수방 진짜 멋있다
우와 존잼이야 지금보다 근무환경이 더 좋은것같기도
고객이 왕인 편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