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애애(期期艾艾)
말을 더듬으면서 같은 음을 반복하여 말하는 것으로,
말을 더듬을지언정 다듬어 말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期 : 기약할 기
期 : 기약할 기
艾 : 쑥 애
艾 : 쑥 애
출전 :
사기(史記) 장승상열전(張丞相列傳) 주창전(周昌傳)
세설신어(世說新語)
이 성어는 유방(劉邦)을 도와 한(漢) 나라를 세우는데
공을 세운 장군인 주창(周昌)과 삼국지(三國志)에서
촉(蜀)나라를 멸망시킨 위(魏)나라의 뛰어난 장수(將帥)인
등애(鄧艾)의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중국 한(漢)나라 때의 장군인 주창(周昌)은
강직한 성격으로 거침없이 바른말을 했기 때문에
소하와 조삼을 비롯하여 모든 신하가
그에게 몸을 굽혀 두려워했다.
주창은 일찍이 고제(高帝; 유방)가 한가롭게 쉬고 있을 때
어떤 일을 말씀드리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마침 고제가 척희(戚姬; 애첩)를
끌어안고 있어서 주창은 뒤돌아 달아났다.
고제가 뒤쫓아 와 붙잡더니 주창의 목을 타고
올라 앉아 물었다. "나는 어떤 임금이냐?"
주창은 고개를 곧추세우고 말했다.
"폐하께서는 걸 임금이나
주 임금과 다를 바 없는 폭군입니다."
황제는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 일로 해서
주창을 더욱 꺼리게 되었다.
고제가 정부인 여후(呂后)가 낳은 태자를 폐하고
총애한 척부인(戚夫人)의 아들인
여의(如意)를 황태자로 세우려 하자,
신하들이 강력히 반대했지만
고제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었다.
하지만 유후(留侯; 장량)의 계책으로
이러한 계획을 이루지 못했다.
이때 주창은 조정에서 이 문제에 관하여
강경하게 간언한 적이 있으므로
고제(유방)는 그에게 생각을 물었다.
주창은 말더듬이인 데다
격앙돼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다.
"신은 입으로는 잘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분명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태자를 폐위시키려고 하시지만
단연코 신은 폐하의 명령을 받들지 않겠습니다."
고제는 흔연히 웃었다.
여기서 '기(期)'자를 되풀이하여
말함으로써 '期期'라는 말이 나왔다.
또한 중국의 삼국시대
촉(蜀)나라를 멸망시킨 위(魏)나라의
뛰어난 장수(將帥)인 등애(鄧艾)도 말더듬이였는데,
말할 때 '애애(艾艾)'를 되풀이 하였다는 이야기도
'세설신어(世說新語)'에 전해진다.
삼국지연의에서는 등애를 이렇게 소개한다.
사마의(司馬懿)가 위(魏)나라의 군권을 장악하고
승상이 되자 하후연의 아들 하후패가
촉(蜀)나라 강유(姜維)에게 투항해 왔다.
이때 하후패가 강유에게 위나라의
두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면서 그들의 소개했다.
또 한 사람은 지금 연리(掾吏)로 있는
의양 사람 등애(鄧艾)로, 자는 사재(士載)입니다.
등애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었는데,
평소 큰 뜻을 품어 높은 산이나 큰 연못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세히 살피며
어느 곳이 군사를 주둔하기에 좋은지,
군량은 어디에 쌓아두어야 하며
어느 지점에 군사를 매복할지를 지적하곤 했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등애를 하나같이 비웃었으나
오직 사마의만은 그의 재주를 기이하게 여겨
군사 기밀에 관여하게 했습니다.
등애는 본래 말을 더듬어 보고를 할 때마다
'애, 애'하니, 한번은 사마의가 우스갯소리로
"경은 말할 때마다 애애(艾艾)'하니
대체 여기 애(등애)가 몇이나 있단 말인가?" 했다.
등애가 그 말에 대답하기를
"사람들이 봉(鳳)이여! 봉이여! 하지만
실상 봉새는 한 마리인 것과 같습니다"고 했답니다.
應聲曰: 鳳兮鳳兮, 故是一鳳.
(...)"
주창이 말한 '期期'와 등애가 말한 '艾艾'가 합해져서
말을 더듬는 것을 가리키게 되었다.
청산유수 속사포급 말을 쏟아내는 이들은
"입이 머리보다 빠르기 때문"일까?
차라리 말을 더듬을 망정
'다듬어' 말하는 리더가 아쉽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