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inger/Songwriter의 의미
싱어 송라이터, 대중음악의 작가주의
|||| 김미영 | 가슴 ||||
'싱어 송라이터'의 개념의 출발은 참으로 그 기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 전의 일이다. 그러나 이 노래하고 작곡하는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지시로서 이 용어가 채택되고 사용된 것은 밥 딜런 이후일 것이다. 사실 중세의 음유시인들, 민스트럴(minstrel)의 전통은 서구의 대중문화사에 면면히 흘러오고 있었고, 그의 가장 현대적인 적용이 아마도 싱어 송 라이터일 것이다. 밥 딜런 이전에도 랜디 뉴먼과 캐롤 킹과 같은 아티스트가 있었으나, 틴 팬 앨리(Tin Pan Alley)의 하나의 제도화된 곡들의 양산 시스템 속에서는 밥 딜런과도 같은 노랫말과 멜로디와 보컬 스타일 모두에서 자필 사인 증명과도 같은 특질은 존재하지는 않았다.
또한 폭넓게 적용되는 싱어 송라이터에는 비틀즈와도 같은 밴드들이 모두 포함되기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싱어 송라이터가 함의하고 있는 바는 단순히 작곡 능력과 작사 능력을 빗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하는 하나의 스타일에 대한 지칭이며 어느 특정한 태도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싱어 송라이터라 함은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에 걸쳐 전성기를 맞이하였고, 또 이 때에 정립된 개념을 따르는 것이다.
싱어 송라이터는 기타 또는 피아노의 반주에 맞추어 혼자 연주하고 노래하는 양식을 흔히들 따른다. 물론 요즘에는 기타 한 대와 피아노 한 대 대신에 백밴드를 쓰는 것도 허용된다. 하지만 밴드에 기반한 록큰롤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포크나 어쿠스틱 스타일에 보다 더 밀접하게 기반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개인적인 공연의 스타일이라는 것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밥 딜런이 어쿠스틱 포크 스타일에서 포크 록으로 음악적 스타일의 변화를 맞이하였을 때 많은 싱어 송라이터 뮤지션들이 록 스타일의 접목을 새롭게 시도하였다. 즉, 음악적 스타일의 기본 바탕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만 다양한 양상들이 또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싱어 송라이터에게 중요한 것은 노래 자체이다. 그리고 이 노래들이 극히 개인적인 지평에서 상대적으로 더 넓은 지평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들이다. 그들에게는 특정한 오케스트레이션이나 일정한 양식으로서의 퍼포먼스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들려주는 노랫말들에는 아주 다양한 표현들이 있다.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들로부터 프로테스트 송에 이르기까지 온갖 관심사들이 여과없이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싱어 송라이터인 밥 딜런과 레너드 코헨은 시집이나 소설들을 발표하기도 하였으며, 그들의 문학적 역량은 대중음악사를 넘어서는 것이다. 레너드 코헨의 경우는 대중음악의 씬 안에 들어오기 이전에 이미 그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은, 확고한 위치에 선 시인이었다. 그래서 문학과 가장 깊은 연관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바로 싱어 송라이터의 개념이다.
또한 이들의 사회참여의식은 자신들의 개인적 관심사가 사회적 관심사들과 맞닿아 많은 작업의 결실을 맺게 되었고, 이것 역시 싱어 송라이터의 개념 정립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싱어 송라이터들의 곡작업이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자기만족적인 부분들을 위한 것도 있다는 것이 비판이 되어오기도 했지만 하나의 사랑을 위한 발라드에도 그 노래를 낳게 한 환경적, 시대적 요인이 있으며, 모든 노래들이 프로테스트 송이 될 필요는 없다.
비평가들은 한때 싱어 송라이터들이 사회를 개혁해주기를 바랬다. 그것은 아마 60년대 후반 플라워 무브먼트와 우드스탁을 전후한 시대의 가장 낭만적인 생각들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그것은 비평가들이 스스로 믿고자 했던 예술의 위대한 힘의 실현을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하나의 사회적 힘으로 해석하려고 했던 것이며, 그것은 아마도 음악 씬의 가장 변경에 위치한 비평가들의 예나 지금이나 변치않는 음악과 음악인에 대한 순진한 기대일 것이다. 그러나 싱어 송라이터의 개념의 개화와 싱어 송라이터들의 성장에는 이러한 비평가들의 많은 기대가 작용하였던 것은 분명하다.
또한 특이한 것은 이러한 싱어 송라이터의 1인 체제를 기본으로 한 작업 스타일과 자신의 역량만 뒷받침되면 가능한 형식으로 인해 다른 어떤 음악 장르보다 여성 아티스트의 비율이 높다. 패티 스미스나 자니 미첼, 리키 리 존스, 아니 디프랑코, 크리스틴 허쉬, 캐롤 킹, 리즈 페어, 수잔느 베가, 트레잇 채프먼, 에이미 만, 나탈리 머천트, 빅토리아 윌리엄스, 토리 에이모스, 조안 바에즈, 주얼 등 이 싱어 송라이터의 음악사에서 간과할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여성 뮤지션들이다.
60년대 싱어 송라이터들은 대중들의 기호와 상관없이 직접 음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는데, 직접 노래를 쓰고 노래를 시작하면서 여러 클럽 등지에서 라이브를 펼쳐나가면서 서서히 자신들의 기반을 만들어나갔다. 이들의 외모와 이미지는 대중 스타로서의 대중음악인에 대해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다소 달랐으며, 이러한 상업적 요인들로부터 거리를 둔 요소들이 싱어 송라이터에 대한 또 하나의 특징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런 점들은 확실히 요즘과 같은 비주얼 중심의 시대와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작용했던 뮤지션에 대한 상업적 고려들에 대한 언급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싱어 송라이터에 속하는 뮤지션들은 대부분 백인이고, 중산층 출신에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 분류는 다분히 상식적인 측면에서 통용되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싱어 송라이터에 대해 기대하는 최소한의 요건이기도 하다. 실제로는 이 범주와는 전혀 상관없는 뮤지션들이 더 많지만 지식인 사회에 대한 대중음악 씬의 하나의 선호를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차라리 이들이 원하는 이러한 범주에 속하지 않는 더욱 훌륭한 뮤지션들이 많다. 톰 웨이츠나 트레이시 채프먼 등은 명백하게 이 분류에 반하고 있는 아티스트이며, 그리고 이들은 싱어 송라이터의 분류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아티스트들이다.
지역적으로는 LA와 뉴욕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분류도 있다. 자니 미첼의 경우 LA를 중심으로 활동했는데, 그녀야말로 싱어 송라이터의 개념을 만들었던 아티스트이다. 그녀는 기타와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사운드로, 흔히들 이 싱어 송라이터 장르에서 기대하게 되는 주제들과 보컬 스타일을 만들었다. 최근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자니 미첼은 이제 재즈와의 다양한 변주로 여전한 창의적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싱어 송라이터의 범주에 속하는 많은 뮤지션들에게는 비전이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 비전들에는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한 통찰이 있고, 세상을 하나로 묶어주는 시선이 있다. 이러한 비전은 진실로 재능을 가진 뮤지션들에게만 주어진 것이며, 이러한 비전들이 여기 싱어 송라이터들에게는 다양한 양식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비전을 가진 뮤지션들 중에는 포크의 음유시인이라는 수사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상징적 존재인 밥 딜런과 캐나다 출신의 가장 매력적이며, 가장 삶에 대한 명료한 직관을 들려주는 레너드 코헨이 있다. 또한 여기에는 밴드를 통한 공동 작업을 통해 훌륭한 작업을 하다가 개인적인 비전으로 인해 솔로로 전향하여 더욱 만개한 뮤지션들이 있다.
60년대 밴드 뎀(Them) 출신의 밴 모리슨은 67년에 솔로로 등장하여 '주류 뮤지션의 앨범 중에 가장 상업적으로 타협하지 않은 가장 훌륭한 앨범'이라고 평가받은 Astral Weeks를 발매했다. 그의 음악적 뿌리들은 실로 블루스에 두고 있지만 이 앨범의 포크와 재즈의 기묘한 통합은 그의 음악적 비전이 다다른 곳이라 할 수 있다. '밥 딜런을 제외한다면 그의 세대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뮤지션'이라고 평가되는 닐 영은 66년에 버팔로 스프링필드를 결성하여 활동하다가, 백밴드 크레이지 호스와 함께 솔로 활동을 펼쳤고, 크로스비, 스틸스 & 내쉬에서도 활동했다(최근에 다시 크로스비, 스틸스, 내쉬 & 영의 새로운 앨범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닐 영의 솔로 활동은 수십장의 앨범에 이르는 결과물을 넘어선 상징적인 것이었다. 90년대에는 그런지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던 닐 영이야말로 가장 하드록킹한 싱어 송라이터일 것이다. 50년대 아트 가펑클과 함께 톰과 제리를 결성하여 후에 재결성한 사이먼 앤 가펑클로 포크 팝의 대중적인 신기원을 이루었던 폴 사이먼 역시 솔로 경력으로 자신의 비전을 실현한 뮤지션이다. 그의 음악적 실험성은 아프리카 음악에 대한 탐구인 Graceland와 브라질 음악에 대한 탐구인 The Rhythm Of Saints로 이어졌고, 그는 가장 재능있는 작곡가 중의 한 사람으로 여전히 활동 중이다.
이러한 여러 싱어 송라이터들의 개인적 비전들이 바로 싱어 송라이터의 개념을 낳게 했다. 자니 미첼과 밥 딜런이 싱어 송라이터를 장르나 개념으로 확립시킨 것이 아니라 6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자필 사인의 음악을 들려주는 다양한 스타일의 아티스트들이 싱어 송라이터의 개념을 발전시켜왔던 것이다. 이러한 음악사적 싱어 송라이터 작가군에는 알 스튜어트, 팀 버클리(그리고 그의 아들 제프 버클리), 캐롤 킹, 잭슨 브라운, 제임스 테일러, 그리고 비운의 젊은 작가 닉 드레이크 등이 포진하고 있다.
그리고 80년대에 다시 한번 싱어 송라이터에 사람들이 주목하게 만든 두 명의 여성 아티스트 트레이시 채프먼과 수잔느 베가가 등장하였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젊은 아티스트들이, 대중음악의 작가주의를 믿는 젊은이들이 기타 하나를 메고, 또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자신의 노래에 자신의 삶과 시선을 싣고 있다. 결코 없어지지 않을 음악적 스타일이며, 다른 모든 장르의 텃밭으로 존재하는 스타일이다. 인터넷에는 다양한 싱어 송라이터에 관한 사이트가 있으며, (협의의) 여러 싱어 송라이터에 대한 정보와 명단을 올리고 있는 http://singer-songwriter.com 등의 사이트들이 있다.
첫댓글 좋은 자료입니다. 밴 모리슨과 존 막을 듣다가 저는 재즈로 넘어갔어요. 지금은 팝과 재즈를 함께 듣습니다. 저는 음악에 관해서라면 매우 행복했던 시기에 태어났지요. 앨피를 사야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60/70년대는 지금의 음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성과 증폭성이 뛰어났지요.
가슴이라는 웹진인데 여기와 잘 맞는 느낌이라 빌려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