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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알짬터독서토론한마당 원문보기 글쓴이: 최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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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서 론 독서요법의 연원과 정의 독서요법의 단계 어린이와 독서요법 독서요법의 목적과 기능 독서요법 인도자의 조건 |
독서요법의 대상자 독서요법의 주제 독서요법용 자료의 선정 독서요법의 실례 독서요법과 토론 결론 <참고문헌> |
<Abstract>1)
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amine the functions and characteristics of bibliotherapy. Bibliotherapy is the use of books and readings for the purpose of helping people solve the problems in life. It has been known useful not only for treating the existing emotional problems, but also for preventing the possible difficulties in growth and adjustment of children. In Korea bibliotherapy has rarely been either studied or practiced. Librarians can play a role as bibliotherapy leaders by selecting books for participating readers, helping them understand the content, and leading discussions and a variety of activities in various library settings. In this study it is illustrated how to form questions and lead a discussion for a bibliotherapy session and suggested that bibliotherapy be developed as one of specializations for librarians in Korea.
서 론
독서의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강조되었다. 단순한 읽는 즐거움을 넘어선 인생의 길잡이로서, 지혜의 보고로서, 하루하루의 삶의 지침으로서의 독서의 효과에 대한 금언, 일화, 경구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독서가 가진 중요한 기능들 중의 하나는 치료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독서를 체계적인 치료 도구의 하나로서 사용하는 독서요법에 대하여 살펴 보고자 한다. 독서요법은 서구사회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으나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자세히 소개된 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연구의 첫째 목적은 서구사회에서 시행되어 온 독서요법의 이론 및 일반적인 특성을 살펴보고, 특히 소설을 사용하여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독서요법의 적용방법과 사례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하는 것이다. 궁극적인 목적은 한국적인 실정에 맞는 독서요법의 모델을 수용하거나 개발하여, 구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하여 살펴 보는 것이다. 독서요법은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사용될 수 있고, 이에 관한 많은 문헌들이 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치료의 측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예방 혹은 순화의 차원에서, 보다 다양하게 독서요법을 사용할 수 있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문헌을 분석하는 것으로 한정하도록 한다.
독서요법의 연원과 정의
독서요법의 유래에 관하여 어떤 학자들은 바빌로니아 시대의 도서관에까지 그 역사적 연원을 찾고 있으나, 이십 세기 이후에 체계적인 학문의 한 분야로서, 임상효과를 지닌 치료 수단의 하나로서 발전된 것은 미국에서라고 할 수 있다. 루빈은 Samuel McChord Crothers가 1916년 <Atlantic Monthly>의 글에서 처음 bibliotherapy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리스어의 Biblion (book)과 Oepatteid (healing)에서 조합된 이 용어는 1941년 <Doland's Illustrated Medical Dictionary>에 처음으로 그 정의가 수록되었으며, 미국 도서관 협회는 1966년에 1961년판 <Webster's Third New International Dictionary>에 수록된 정의를 공식적으로 채택하였다고 한다. 주요한 사전의 정의를 보면 독서요법에 대한 보다 일반적인 견해를 엿볼 수 있는데, <Webster's Thirteenth Dictionary>에서는 “독서지도를 통해서 개인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안내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1981). 한편으로 <The American Heritage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에서는 “주의깊게 선택한 독서자료들을 가지고 개인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타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일종의 보조적인 심리 치료” (1992) 라고, 또한 <Random House Compact Unabridged Dictionary>에는 “치료에 부수되는 개선책으로서 독서를 사용하는 것” (1996) 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독서요법이 관련되어 있는 의학, 교육학, 심리학, 사회학 등의 전문 영역에서의 정의도 크게 다르지 않다. <Dictionary for Social Works> (1987) 에서는 독서요법을 “정서문제나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치료를 위하여 문헌과 시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독서요법이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 입원 및 통원환자들, 자기발전과 성장을 위하여 문헌을 읽기 원하는 건강한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독서요법을 실제로 연구, 시행하고 있는 몇몇 학자들의 정의도 앞서의 정의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팔구십 년대에 독서요법의 이론과 적용 양면에서 많은 공헌을 하고 있는 존 파르덱과 조앤 파르덱 부부는 독서요법을 간단하게 “치료에 책을 사용하는 기법”이라고 정의하였다. 모리스-밴은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요법을 “읽기를 통한 지도, 즉, 어린이들이 독서와 책의 토론을 통하여 성장기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라고 정의하였다. 스티븐스는 “책과 독서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 혹은 “책을 갖고 돕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여러 가지 견해를 종합하여 보면 독서요법은 일반적으로 독서를 심리 치료 등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주된 도구이기 보다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별히 루빈은 칠십년대 이전의 정의들을 섭렵한 후에 독서요법이라는 용어가 어떻게 정의되든지 직접적으로 의학과 연결되는 것은 지양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독서요법의 단계
독서요법은 보통 삼단계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1) 동일시 및 투영:독자는 책 속의 등장 인물, 상황 혹은 배경 등이 실제적인지, 개인적인지를 본다. 이 단계에서 인도자의 역할은 독자가 자기의 문제와 책 속의 등장 인물이 가진 문제 사이에서 비슷한 점들을 찾도록 도와 주고, 등장 인물의 동기를 해석하며, 여러 등장 인물들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2) 분출:앞서의 동일시의 결과로 독자는 다른 사람들도 자기와 유사한 문제나 질문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안도하게 될 수 있다. 이 단계는 독서요법에서 핵심적이며 독특한 역할을 하는데 말이나 다른 방법으로 독자들이 자기의 감정을 발산할 수 있도록 한다. 인도자는 독자가 책에 대하여 갖는 반응, 독자의 경험과 책 속에서 다루어지는 문제 사이의 유사 정도, 독자가 책 속의 이야기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적 경험 등을 상세히 관찰한다.
3) 직관 및 적용:독자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였는가, 질문에 답하였는가를 읽으면서 자신의 문제나 질문에 대한 새로운 직관을 얻을 수 있다. 독자는 그리고나서 무엇인가가 가능하며, 자신이 가졌던 해결책이 유일한 방책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읽게 된다. 이 단계에서 인도자는 독자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인식하고, 이야기의 의미에 관련시켜 추론하고 그것을 자신의 문제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인도한다. 독자는 결과적으로 새로운 직관을 개인적 발달에 적용시키게 된다.
그러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독서요법을 시도할 때에는 동일시와 분출의 처음 두 단계에서 그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한다. 어린이들은 대체로 감정의 발산 이후에 전통적인 치료의 관점에서 본 문제의 해결을 위한 직관에까지 이르지 못 한다고 한다6). 따라서 어린이들은 자신의 동일한 혹은 유사한 문제를 가진 책 속의 등장 인물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들이 어떻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가 보고, 인도자의 도움으로 자신의 문제에 대하여 가능한 해결책을 인식할 수 있도록 안내되는 것으로 마무리하여도 좋다.
어린이와 독서요법
이 연구는 특별히 어린이 혹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독서요법에 초점을 두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영재 학교 교사들인 모어, 닉슨, 빅커스는 독서요법이 “어린이들이 개인 생활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민감한 방법” 이라고 하였다. 파르덱 부부는 독서요법이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할 때 효과적인 신생의 치료기법이라고 하였다. 이들은 사서나 교사, 혹은 부모와 같이 이 분야에서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독서요법을 시행하는 것은 아직 논쟁의 여지가 있기는 하나, 고도의 치료기술을 갖지 않았어도 정도가 심하지 않은 적응문제를 갖는 사람들을 돕거나 성장과정에 필요한 요구를 갖는 어린이들을 돕는 것에 독서요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였다. 비전문인들이 독서요법을 시행할 때에는 앞서 논의한 독서요법의 삼단계를 다 거치는 것이 아니라, 동일시 및 분출의 두 단계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고,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에는 그것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어린이를 위하여 독서요법을 시행할 때에 무엇보다도 유념해야 할 것은 이것이 어떤 권위나 강제에 의하여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독서요법 대상자가 갖는 특정한 문제의 치료나 예방이라는 독서요법의 효과만을 강조하고, 치료 혹은 교육이라는 한 가지 명백한 목표만을 중시할 경우, 어린이가 장차 갖게 되는 일반적인 독서에 대한 관심이 약화되고, 독서의 즐거움이 박탈되는 부작용을 갖게 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어린이들 스스로가 책을 읽으면서 받아 들이고, 반응하고, 평가하고, 조직하며, 특성을 파악하는 등 본문과 상호 작용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강조하고, 더 나아가서 치료 혹은 예방의 효과까지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서요법의 목적과 기능
루빈은 1970년대 이전 학자들이 언급한 독서요법의 목적과 기능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1) 독자가 가져보지 못했거나 재생하고 싶어할 수도 있는 대리의 경험과 상황을 제공할 수 있다;
2) 독자가 감정적 및 지적인 직관을 얻을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3) 동일시, 보상 및 발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4) 자아의 가치를 증대하고 가치관을 확고히 할 수 있다;
5) 외부세계와의 연결 및 현실과의 접촉을 자극할 수 있다;
6)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심거리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7) 소외감을 없앨 수 있다;
8) 문화양식 및 행동양식을 확고히 할 수 있다.
위에 열거된 목적들은 반드시 독서요법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개개인이 자신의 관심과 취향에 따라 독서를 함으로써 그와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독서요법은 인도자가 개인 혹은 그룹의 독서요법 참여자들에게 가장 적합할 것으로 생각되는 방향으로 독서를 인도하는 조직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그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스티븐스는 독서요법의 잠재능력은 독자가 등장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소속감을 증대하고, 자신감을 높이게 되며, 자신의 동기와 요구에 대한 직관을 갖게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직관은 궁극적으로는 독자의 개인적, 사회적 적응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보다 중요한 것은 독서요법이 신체적 혹은 감정적 장애를 다룰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도구의 역할도 하지만 예방도구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성인들보다는 어린이들 혹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했을 경우에 더 효과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독서요법은 성장 단계의 어린이들이 그 대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의 깊은 접근이 필요하다. 모리스-밴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독서요법의 목적은 어린이들이 자아와 타인을 이해하고 자율적이 되어 학교, 가정 및 사회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독서요법은 어린이들이
1) 독서 혹은 이야기 듣기를 통해서 인간행태에 관한 직관력을 계발하도록 돕고;
2) 사회화의 과정을 돕고;
3)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개발하도록 돕고;
4) 스트레스가 없는 환경을 갖도록 돕고;
5) 상상력을 자극하도록 돕고;
6) 상황을 현실적으로 직면하도록 격려하고;
7) 문제를 의사소통할 수 있는 언어의 사고와 공감대를 얻도록 돕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린이를 위한 독서요법은 인식, 자신감 및 대인관계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되고 있다. 이같은 목적을 갖고 어린이들의 성장 및 개인적 적응에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돕는 면에서 부모나 교사와 같은 주변 인물들의 독서요법 인도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독서요법 인도자의 조건
슈로더스는 독서요법을 “숙련된 돕는 사람의 지도 아래 독자의 개성과 문헌 사이에 일어나는 역동적인 상호작용의 과정” 이라고 하며 (Shrodes in 1949 from Pardeck & Pardeck, 1993), 독서요법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인 책, 독자, 그리고 돕는 사람을 지적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돕는 사람, 즉, 독서요법을 행하는 사람을 독서요법 인도자라고 부르기로 한다. 구미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bibliotherapist라는 명칭은 독서요법사 혹은 독서치료사라고 번역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는 아직 그 이름이 확정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독서요법의 일반적 개념조차 인식되어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서나 교사, 혹은 부모들이 독서요법을 시행할 경우 아직은 다른 직종에서 사용하는 요법사나 치료사와 같은 이름을 사용하기 보다는 인도자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원만할 듯 하다. 나중에 독서요법을 위한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자격증 등의 제도가 마련되며, 직업적인 전문 치료사로서의 구별이 필요할 경우에 그 이름들을 사용하기 시작하여도 좋을 것 같다.
1940년대에 무어는 상식이 있고 어린이들의 복지에 따뜻한 개인적인 관심을 가진 누구라도 독서요법 인도자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이후의 여러 학자들도 의사, 심리학자, 상담가와 같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도서 및 그 밖의 정보자료에 대한 지식이 있고 독서요법 대상자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사서, 교사 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독서요법을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독서요법 인도자가 갖추어야 할 조건 중의 하나는 그 사람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에 상응하는 문헌을 선택하는 기술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16). 이 점에 있어서 사서들은 아주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사서들은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책들을 추천함으로써 그들을 돕는 과정에 이미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독서요법을 시행한다고 할 때에는 그 대상자에 대한 보다 개인적인 접촉과 관심, 그리고 기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일반적인 독서지도에서 처럼 단순히 책을 추천하고 권면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선 독서요법 대상자 개개인 혹은 그룹의 관심과 필요, 문제에 대하여 깊이 파악하고, 그들에게 맞는 자료를 선택하고, 그들이 그 책들을 읽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계의 작업으로서 토론 및 아래에 소개할 여러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독서요법 대상자들이 읽은 자료를 소화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독서요법의 인도자는 단순히 자료를 선택, 읽을 거리나 볼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의 전 과정의 동반자가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요법의 대상자
이 연구에서 처럼 그 관심을 어린이들 혹은 청소년으로 한정할 때, 누가 독서요법의 대상자가 될 것인가는 독서요법의 목적을 어느 정도까지 확대할 것인가에 따라 결정된다. 독서요법을 치료의 목적으로만 이용하려 한다면, 이미 어떤 노출된 장애상태로 인정된 지각, 정서, 신체 혹은 행동장애 등의 문제 및 그와 유사한 문제를 가진 것으로 밝혀진 어린이들 혹은 청소년들만이 그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독서요법을 죽음, 이혼, 성장기의 신체적, 심리적 갈등 등 일상생활의 어느 단계에서 자의로든 타의로든 부딪히게 되는 경험에서 비롯되는 충격을 극복하는 한편 예방하도록 도와 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본다면, 그 대상이 되는 어린이들 및 청소년들의 범위는 매우 확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의 이혼으로 인하여 심리적 충격을 받고 가정과 학교에서 유리되어 이미 비행의 단계로 나아간 어린이들이 있다면 그 문제의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 독서요법을 실시할 수 있다. 반면에 부모의 이혼을 똑같이 겪더라도 미리 그 심리적 충격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상담과 독서요법을 병행한다면 예방의 기능을 더 강조할 수 있다.
대상자들의 연령 면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생긴다. 예를 들어 파르덱 부부가 편성한 독서요법용 추천도서 서목 (1993) 을 보면 “변화하는 역할 모델”이라는 주제의 장에 수록된 92종의 서명 중에 상당수가 2-4세, 4-6세의 연령층에 할애되고 있다. 두세 살 되는 어린이들까지도 독서요법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어린이들의 집단에서도 감정의 분출 단계를 제외한 이전 단계까지의 독서요법이 적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디애나주의 베넷 러닝 센터에서 마련한 <Classroom Teacher's Manual for Bibliotherapy> (이하 <Manual>이라 약함) 는 5-6세의 어린이들로부터 고등학생까지 광범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독서요법을 시행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독서요법은 인도자와 어린이 (혹은 청소년) 일 대 일 개인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고, 여러 명의 그룹으로 할 수도 있다. 개인지도의 경우 인도자와 대상 어린이가 상호 긴밀한 관계를 이루고, 대상자는 자기의 문제와 필요가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며, 스스로 자아 성장의 필요를 느끼고 개인의 존재가 용납됨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고 한다. 반면에 그룹 독서요법의 경우 서로 관심, 문제, 경험이 같은 대상자들이 함께 함으로써 소속감, 유대감을 갖게 되고, 서로 자극하여 독서를 고무하고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다양성을 인정하게 되며, 상호관계 속에서 자아 인식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한다. 독서요법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토론은 그룹 상황에서 훨씬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궁극적으로는 그룹 인도가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성향과 문제에 따라 일 대 일 관계를 더 편안하게 여기는 대상자가 있기도 하므로 융통성 있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독서요법의 주제
어떤 주제에 독서요법을 적용할까의 문제는 독서요법의 목적을 얼마나 광범위하게 보는가에 달려 있다. 이 연구를 위하여 살펴 본 문헌에 수록되어 있는 서목들은 연구자들의 개인적인 관심과 실제적인 독서요법 시행의 경험에 의하여 선정된 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모어, 닉슨, 빅커스는 초등학교의 교사들로서 어린이들을 위한 독서요법용 서목에 생활의 대처, 죽음, 이질성, 이혼, 가난, 관계, 자아관 및 이야기 하기와 낭독이라는 여덟 가지의 주제를 포함하고 실제로 독서요법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파르덱 부부는 <Yong People with Problems>라는 저서에서 알콜과 약물 중독, 부모의 이혼과 별거, 감정 및 행동의 문제, 이사, 신체 장애, 임신과 낙태, 질병과 죽음, 성 인식, 형제 관계 및 계부모라는 열 한 가지의 주제로 서목을 분류하고 있다. 이 책은 이미 어떤 문제에 노출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요법을 다루고 있으므로, 수록된 주제들 또한 다소 심각한 인상을 준다. 특히 ‘감정 및 행동의 문제’라는 장에서는 문제 부모와 문제 아동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부모와 자녀 사이의 많은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들은 1993년의 저서에서는 변화하는 역할 모델, 복합 가정, 이혼과 별거, 아동 학대, 대리 보육, 입양 및 아동기의 두려움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한편 스티븐스는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서목에서 가족 관계, 책임, 이기심, 성격과 개성, 자율성, 용기, 새로운 가정과 친구들에 대한 적응, 병과 신체 장애의 인정, 입양아, 두려움, 타인의 용납, 자아의 용납, 신체적 특성, 및 죽음이라는 열 네 가지의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Manual>에서는 외모 (체격, 장애, 성장 및 발달), 감정 및 성격 (수줍음, 자아 개념, 남을 돌보기, 행동, 책임, 거짓말, 두려움, 협동, 우정, 죽음), 가족 관계 (가정내 문제, 별거와 이혼, 세대차, 사랑과 관심) 및 사회-경제적 문제 (인종 및 민족 관계, 전쟁과 평화, 이사, 부적응, 마약과 알콜) 등의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여러 연구자들이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다양하고 서로 일치되지 않으므로 독서요법을 처음 시도하는 인도자들은 혼돈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다양성 혹은 불일치성은 독서요법이 매우 다양한 측면에서 시도되어 왔고 효과를 보여 주어 왔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또한 각 주제에 수록된 도서들은 어떤 표준화된 도서 선정의 기준에 따라 선정된 것들이 아니라 독서요법 도서 선정의 일반적인 지침과 연구자들의 자의에 의하여 선정된 것이므로 다소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적, 사회 구조적, 학교 제도적으로 절대적인 차이가 있는 한국에서는 이 같은 주제들이나 각 주제에 포함된 도서들을 그대로 채용하여 쓰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최근 이혼, 청소년 흡연, 음주, 약물 사용, 학원 폭력, 성관념의 개방 등 불과 몇 년 사이에 큰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각종 사회 비리, 악성 범죄의 증가 (예를 들어 유괴, 아동의 성적 학대 등), 대형 사고 (예를 들어 삼풍 백화점 붕괴, KAL기 추락 등)의 빈발로 어린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죽음, 재해 등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겪게 되는 경우도 많아졌으므로 독서요법이 문제 해결 및 예방의 차원에서 그러한 주제들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이같이 다양한 주제로 독서요법을 시행하고자 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같은 주제를 한국 사회의 실정에 맞게 다루는 어린이용 혹은 청소년용 도서들이 폭 넓게 출판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도서의 종수와 질이 제한되어 있다 하더라도 사서들이 독서요법이라는 목표를 염두에 두고 보다 심층적, 분석적인 방법으로 도서를 선정하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양질의 어린이용, 청소년용 도서들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독서요법용 자료의 선정
독서요법을 위한 추천도서 서목을 편성하는 연구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어떤 특정한 상황에 놓인 한 사람에게 치료효과가 있는 책이 그와 동일한 상황의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효과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 내용에서 어떤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의 해결을 다루고 있다면 어떤 책이라도 독서요법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은 있다고 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일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특정한 어린이에게 얼마나 알맞은 책을 짝지어 줄 수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독서요법용 도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기준에 의하여 선정된다:
1) 책에서 다루는 주제 자체가 독자 (어린이 혹은 청소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와 한 가지 이상의 측면에서 관련이 될 것;
2) 독자의 특정한 요구나 문제에 적합한 a.현실적인 접근방법, b.납득할 만한 해결방법, c.호감을 주는 등장 인물들 (어린이 등장 인물이나 인성을 가진 등장 동물, 사물)이 있을 것;
3) 독자의 실제 연령 (책에 대한 흥미의 수준을 결정), 독자의 성숙도 (책의 등장인물들과 동일시할 수 있는 능력) 및 독서 능력 (표준화된 독서 능력 테스트와 학년에 의하여 결정됨)에 맞을 것;
4) 포맷이 적당할 것: 그림, 활자의 크기, 복본 여부 등.
교육학자 헤이즐 쌤플은 내용면에서 1)이야기의 구조; 2)작가가 다루고 있는 갈등과 그 결과; 3)등장 인물들과 작가가 그들을 어떻게 다루었는가; 4)등장 인물들의 목표; 5)등장 인물들이 표현하고 있는 의견과 사상; 및 6)작가의 독백 등을 주목하여 도서를 선정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준에 의하여 선정된 독서요법용 추천도서들이 반드시 행복한 결말을 맺는 것일 필요는 없다. 도리어 이른바 비극적인 결말, 기대하지 않던 결말을 맺게 되는 경우도 있으나 토론의 과정에서 독자들이 직접 다른 결말을 만들어 보고 그 스토리의 궤적을 바꾸어 보는 것과 같은 작업을 통해서 긍정적, 창의적 결론을 맺게 될 수도 있다. 등장인물의 비극적 종말을 대리 체험함으로써 독자들이 자신의 현재를 돌아볼 수 있고,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게 하는 효과를 갖는다면 그것으로 독서요법의 효과를 달성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독서요법용 자료에 영화와 같은 시청각 자료들을 포함시키자는 주장도 있다. 러셀은 1950년대에 이미 어린이들이 라디오, 영화, 텔레비젼과 같은 매체의 끊임없는 폭격에 의하여 과잉자극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1970년대에 루빈도 시청각 자료의 이용이 점차 확대되고 도서관이 미디어센터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데, 독서요법을 도서에만 한정시키는 것은 너무 편협한 시각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각종 비책자 자료 및 음악, 연극 등의 매체까지도 포함시키고 있다. 레너는 조금은 다른 측면에서 영화의 중요성에 관하여 피력하였다. 다소 길게 인용하자면, 그는 독서요법은 “타인에 대한 그들의 시대, 사회 및 자신들에 대한 예리한 관찰자로서의 동시대의 작가들의 영감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고 하였다. 즉, “작가들은 우리와 우리 사회의 가장 첨예한 문제들을 직시하는 능력을 갖고 충고할 자격이 있으며, 독자들은 그들의 작품을 잘 읽음으로써, 그리고 간접적인 경험을 가짐으로써, 그 안에 비추어진 문제를 통해 자신의 삶의 상황과 의미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도록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작가 뿐만이 아니라 영화 제작자들도 같은 능력 혹은 책임을 가진 것으로 보고, 독서요법을 위한 추천서목에 영화들까지도 포함시키고 있다. 컴퓨터의 영향력까지를 포함하여 시청각 자료의 보편성을 명백히 목격하는 1990년대에 이들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텔레비젼이나 영화는 책을 읽음으로써 독자 각각이 체험할 수 있는 상상의 세계를 제한하고, 독서 과정 동안에 이루어지는 독자의 개성과 책 사이의 상호작용을 대체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으므로 후일 “비디오요법”과 같은 분야의 연구가 필요할 때 포함시키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음악요법(music therapy)”나 “드라마 요법 (drama therapy)”, “시 요법 (poetry therapy)” 등 이미 자체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분야도 있으므로 여기서는 도서로 제한한 독서요법의 연구로도 충분할 것이다.
독서요법의 실례
독서요법의 실례로 파르덱 부부가 1990년 6~7세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6주 동안 진행한 그룹 토의의 사례를 살펴 보겠다. 이들은 학대를 경험한 적이 있고 제한된 독서 능력을 갖고 있는 어린이들이었다.
1) 1~2주:어린이들의 제한된 독서 능력 때문에 소설을 읽어 줌; 어린이들의 무반응, 어른에 대한 경계 태도, 제한된 언어 구사 상태를 보임.
2) 3주째:어린이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 학대 당한 경험이 있는 <Flying free>의 등장 인물에게 편지를 쓰게 함; 먼저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하고 인도자가 그들의 생각을 종이에 적어 편지를 씀.
3) 4주째:<Michael's story>를 읽어 줌; 어린이들이 행복, 슬픔, 분노의 감정을 나타내는 세 개의 가면을 만들어 소설을 읽을 때 등장 인물이 드러내는 감정에 해당하는 가면을 들게 함; 그것으로 감정의 동일시가 이루어짐.
4) 5~6주째:두 소설 속의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게 함; 5주째에 기록하여 6주째에 낭독함
이 6주간의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감정과 희생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되고, 동시에 자신의 동년배 어린이들과 어른들에 대한 대인 관계에 긍정적 태도와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독서요법을 시행함으로써 이와 같이 즉각적으로 태도의 변화와 같은 결과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는 반면에 긍정적이지만 잠재적인 결과를 갖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단기간의 독서요법 후에 대상자의 점진적인 변화와 발달을 주목하고 관찰하는 것도 독서요법 인도자의 소임이 될 수 있겠다.
독서요법과 토론
독서요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독서와 독서 이후의 토론이라고 한다. 치료자의 역할을 하는 것은 인도자가 아니라 책 그 자체로서 독자가 그것을 읽고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책과 상호작용하는 가운데에서 치료의 효과를 얻게 된다. 따라서 토론은 책의 내용을 독자가 충분히 소화하고 이해할 수 있게 인도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효과적인 토론을 위해 모어, 닉슨, 빅커스는 책을 읽고 난 후에 내용의 장별로 생각할 사항들과 관련 활동을 제안하고 있는데, 각각의 생각할 사항들은 단계적으로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원문적생각:책의 내용상 특정한 사항들을 기억하도록 도와 주는 문답들,
2)해석적생각:내용에 대한 추론과 인생 경험에 대한 적용을 도와 주는 문답들,
3)창의적생각:연극, 이야기, 시, 토론 등을 통하여 보다 높은 수준의 창의성을
고무하는 문답들,
4)비판적생각:학생들이 자기들이 읽은 것을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게 고무하는
문답들.
이같은 질문들로 생각을 정리한 후에는 그 책의 내용과 관련된 시각 예술, 글짓기, 연극, 음악, 사회 과학 및 과학 등의 과외 활동으로 다각적인 측면에서 깊이 있는 이해를 시도한다. 다음에서는 모어 등이 <사다꼬와 천 마리의 종이학> (Sadako and the thousand paper cranes, by Elenor Coerr. Putnam, 1977) 이라는 어린이 소설을 분석한 것을 인용하여 구체적인 적용 실례를 살펴 보기로 한다.
[요약]:사다꼬는 일본 히로시마의 자기 학교에서 가장 달리기를 잘 하는 선수가 되기를 꿈꾸었다. 자기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던 어느날 사다꼬는 현기증을 느낀다. 사다꼬는 그 상태가 비밀로 지켜질 줄 알았는데, 드디어는 현기증으로 학교에서 쓰러지고 말고, 원자폭탄의 방사능 노출로 인한 백혈병에 걸린 것으로 판명된다. 사다꼬가 병실에 있는 동안 가장 친한 친구가 종이로 접은 학을 한 마리 갖다 준다. 친구는 사다꼬에게 만약 천 마리의 종이학을 접을 수 있다면, 그녀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희망을 갖고 사다꼬는 오백 여 마리의 종이학을 열심히 접는다. 자기의 힘이 다 할 때까지 계속하면서, 그녀는 644번째의 종이학이 마지막이란 것을 알게 된다. 사다꼬의 반 친구들이 천 마리의 학을 접을 때까지 계속해 준다.
한 일본 소녀의 실화에 근거한 이 소설의 주인공은 진정한 용기와 지혜를 보여 준다. 히로시마 평화 공원에 있는 사다꼬의 동상은 전쟁으로 인한 상실과 허무함이 무엇인가를 세계 사람들에게 상기시켜 주고 있다. (많은 어린이 소설들이 우정, 희망, 죽음 등의 복합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구 문헌들의 속성상 한국의 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므로 이 연구에서는 일본인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의 적용 사례를 들기로 하였다.)
[핵심 단어] 죽음 -- 질병; 두려움 -- 두통; 오봉 -- 어두움 -- 현기증; 아픔 -- 방사능; 신사(神社) -- 기모노 -- 평화 기념일; 눈물 -- 기적 -- 시험; 슬픔 -- 백혈병 -- 병원; 짱 -- 고통 -- 환자들. (이 핵심 단어들은 거미줄과 같은 모양으로 서로 연결되어, 내용에서 서술하고 있는 사다꼬와 그녀의 주변 환경들을 요약해 주고 있다.)
[단계별 생각에 의한 질문의 보기들]
1) 원문적 생각:
a. 사다꼬가 현충일 아침에 관찰한 행운의 징조 두 가지는 무엇인가?
b. 사사끼 선생이 사다꼬를 특별히 자랑스러워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c. 사다꼬는 죽기 전까지 몇 마리의 종이학을 접었는가?
2) 해석적 생각:
a. 사다꼬의 성격 중 어떤 면이 자기의 병을 감당하는데 도움을 주었는가?
b. 사다꼬는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도움을 받았다. 당신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도움을 준 이야기가 있다면, 이야기해 보라.
3) 창의적 생각:
a. 날개에 시구를 적은 종이학을 만들어 보라. 교실 천장에 종이학들을 매달아 보라.
b. <안네의 일기>의 요약을 읽고 안네와의 인터뷰를 기획해 보라. 안네와 사다꼬가 세계를 향해 평화에 관해서 비슷한 메시지를 갖고 있는가 설명해 보라.
c. 종이 찢어 붙이기, 진흙 및 다른 재료들을 갖고 독자적으로 기념비를 만들어 보라.
4) 비판적 생각:
a. 사다꼬는 왜 나쁜 소식을 들었을 때 그렇게 본능적으로 귀를 막는 반응을 보였는가?
b. 왜 사다꼬는 종이학을 접음으로써 자기의 병세를 조절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는지 평가하라.
c. 원자폭탄을 투하하기로 결정한 책임자들에 관하여 연구해 보라. 그것의 필요성에 관하여 토론 시간을 마련해 보라.
[과외 활동]
1) 시각 예술:
a. 종이 접기 전문가를 반에 초청하여 시범을 보이게 한다. 일본에서는 행운과 장수의 상징인 종이학이나 거북이를 접어 본다.
b. 종이학으로 교실 벽화를 만들어 세계 평화의 소망을 실어 본다.
2) 글짓기:
a. 사다꼬처럼 일기를 쓴다. 자신과 가족, 병에 관한 생각을 적어 본다.
b. <사다꼬와 천 마리의 종이학>의 서평을 써 본다.
3) 연극:
a. <사다꼬와 천 마리의 종이학>에 근거한 가면극을 창작해 본다.
b. 이야기의 일부를 각색하여 사다꼬처럼 독백을 해 본다. 각각 선택한 것에 목소리를 바꿈으로써 사다꼬의 느낌을 전할 수 있다.
4) 음악:
a. “We are the world”라는 노래를 들어 본다. 평화와 세계의 이해를 강조하는 비슷한 노래를 만들어 본다.
b. 전쟁의 허무함과 평화의 소중함에 관한 랩송을 만들어 본다.
5) 사회:
a. 전쟁 후에 일본의 생활은 많은 면이 변화되었다. 특히 어떤 면이 변화했는가 연구해 본다.
b. 일본에서 학은 행운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동물이나 곤충이 행운을 상징한다고 보는지 연구해 본다.
6) 과학:
a. 원자에너지를 맨 처음 사용한 것은 부정적이었다. 원자력의 긍정적인 이용에 관하여 연구해 본다.
b.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 대한 폭탄의 후유증과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영향력을 비교해 본다. 일본에서 얻은 정보가 체르노빌 사고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 (Mohr, Nixon, Vickers, 1991에서 발췌).
결 론
지금까지 연구 문헌을 중심으로 독서요법의 제반 특성과 적용 실례를 살펴 보았다. 독서요법은 사서들이 지금까지 해 오던 독서 지도를 보다 개인적으로, 조직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어린이들 및 청소년들이 직면한 문제를 예방하거나 해결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독서요법이 아직까지 크게 주목을 받거나 체계적으로 시행된 적이 없다. 이 연구는 한국의 도서관에서 독서요법 인도자로서의 사서의 전문성을 새롭게 계발하려는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초중고 각급 학교에서 학교 도서실을 설치하고 전문 사서 교사를 두고 있는 학교의 수도 극히 미미한 현 상황에서, 그리고 독서 지도가 인성 계발이나 취미의 고양이라는 측면보다 논술 시험을 대비한 하나의 기능으로 인식되어 급조된 독서 지도사가 일반화되는 현실에서 사서가 어린이들 혹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독서요법 인도자의 역할을 하고자 할 때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 1998년부터는 중고교 및 특수 학교에 학생들의 생활지도나 진로 선택에 전문 상담교사제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하니, 기존의 사서 교사들이 전문 상담 교사와의 협력 하에 독서요법을 시행하는 것, 혹은 공공 도서관의 사서들이 지역의 각급 학교와의 협조 하에 독서요법을 시행하는 것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또한 병원 도서실, 특히 어린이 전문 병원의 사서들도 의사, 간호사, 카운슬러들과의 협력 하에 독서요법을 시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실정에 맞는 독서요법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서들이 독서요법의 효용을 인식하고, 각 도서관의 관종 및 특성에 맞는 목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독서요법의 대상자의 선정은 사서가 독자적으로 독서요법을 시행할 것인가, 학교, 공공 기관과의 협력하에 시행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또한 시행 장소는 도서관 혹은 협력 기관 중 대상자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인 곳이 좋다. 도서의 선정을 위해서 사서들은 일반적인 독서 지도를 위한 경우에서보다 더 심층적, 분석적인 독서를 해야 한다. 사회적, 가정적으로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부딪히게 되는 문제는 참으로 다양한데 비하여 그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도서들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도서 선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연구에서는 연구자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독서요법의 이론을 대략적으로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다. 독서요법이 아직 한국의 실정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므로 보다 깊이 있는 이론의 전개와 실제적인 적용 가능성을 위한 차후의 연구가 필요하다.
독서요법의 이론과 적용
윤 정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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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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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서 론 독서요법의 연원과 정의 독서요법의 단계 어린이와 독서요법 독서요법의 목적과 기능 독서요법 인도자의 조건 |
독서요법의 대상자 독서요법의 주제 독서요법용 자료의 선정 독서요법의 실례 독서요법과 토론 결론 <참고문헌> |
<Abstract>1)
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amine the functions and characteristics of bibliotherapy. Bibliotherapy is the use of books and readings for the purpose of helping people solve the problems in life. It has been known useful not only for treating the existing emotional problems, but also for preventing the possible difficulties in growth and adjustment of children. In Korea bibliotherapy has rarely been either studied or practiced. Librarians can play a role as bibliotherapy leaders by selecting books for participating readers, helping them understand the content, and leading discussions and a variety of activities in various library settings. In this study it is illustrated how to form questions and lead a discussion for a bibliotherapy session and suggested that bibliotherapy be developed as one of specializations for librarians in Korea.
서 론
독서의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강조되었다. 단순한 읽는 즐거움을 넘어선 인생의 길잡이로서, 지혜의 보고로서, 하루하루의 삶의 지침으로서의 독서의 효과에 대한 금언, 일화, 경구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독서가 가진 중요한 기능들 중의 하나는 치료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독서를 체계적인 치료 도구의 하나로서 사용하는 독서요법에 대하여 살펴 보고자 한다. 독서요법은 서구사회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으나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자세히 소개된 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연구의 첫째 목적은 서구사회에서 시행되어 온 독서요법의 이론 및 일반적인 특성을 살펴보고, 특히 소설을 사용하여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독서요법의 적용방법과 사례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하는 것이다. 궁극적인 목적은 한국적인 실정에 맞는 독서요법의 모델을 수용하거나 개발하여, 구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하여 살펴 보는 것이다. 독서요법은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사용될 수 있고, 이에 관한 많은 문헌들이 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치료의 측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예방 혹은 순화의 차원에서, 보다 다양하게 독서요법을 사용할 수 있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문헌을 분석하는 것으로 한정하도록 한다.
독서요법의 연원과 정의
독서요법의 유래에 관하여 어떤 학자들은 바빌로니아 시대의 도서관에까지 그 역사적 연원을 찾고 있으나, 이십 세기 이후에 체계적인 학문의 한 분야로서, 임상효과를 지닌 치료 수단의 하나로서 발전된 것은 미국에서라고 할 수 있다. 루빈은 Samuel McChord Crothers가 1916년 <Atlantic Monthly>의 글에서 처음 bibliotherapy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리스어의 Biblion (book)과 Oepatteid (healing)에서 조합된 이 용어는 1941년 <Doland's Illustrated Medical Dictionary>에 처음으로 그 정의가 수록되었으며, 미국 도서관 협회는 1966년에 1961년판 <Webster's Third New International Dictionary>에 수록된 정의를 공식적으로 채택하였다고 한다. 주요한 사전의 정의를 보면 독서요법에 대한 보다 일반적인 견해를 엿볼 수 있는데, <Webster's Thirteenth Dictionary>에서는 “독서지도를 통해서 개인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안내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1981). 한편으로 <The American Heritage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에서는 “주의깊게 선택한 독서자료들을 가지고 개인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타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일종의 보조적인 심리 치료” (1992) 라고, 또한 <Random House Compact Unabridged Dictionary>에는 “치료에 부수되는 개선책으로서 독서를 사용하는 것” (1996) 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독서요법이 관련되어 있는 의학, 교육학, 심리학, 사회학 등의 전문 영역에서의 정의도 크게 다르지 않다. <Dictionary for Social Works> (1987) 에서는 독서요법을 “정서문제나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치료를 위하여 문헌과 시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독서요법이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 입원 및 통원환자들, 자기발전과 성장을 위하여 문헌을 읽기 원하는 건강한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독서요법을 실제로 연구, 시행하고 있는 몇몇 학자들의 정의도 앞서의 정의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팔구십 년대에 독서요법의 이론과 적용 양면에서 많은 공헌을 하고 있는 존 파르덱과 조앤 파르덱 부부는 독서요법을 간단하게 “치료에 책을 사용하는 기법”이라고 정의하였다. 모리스-밴은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요법을 “읽기를 통한 지도, 즉, 어린이들이 독서와 책의 토론을 통하여 성장기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라고 정의하였다. 스티븐스는 “책과 독서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 혹은 “책을 갖고 돕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여러 가지 견해를 종합하여 보면 독서요법은 일반적으로 독서를 심리 치료 등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주된 도구이기 보다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별히 루빈은 칠십년대 이전의 정의들을 섭렵한 후에 독서요법이라는 용어가 어떻게 정의되든지 직접적으로 의학과 연결되는 것은 지양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독서요법의 단계
독서요법은 보통 삼단계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1) 동일시 및 투영:독자는 책 속의 등장 인물, 상황 혹은 배경 등이 실제적인지, 개인적인지를 본다. 이 단계에서 인도자의 역할은 독자가 자기의 문제와 책 속의 등장 인물이 가진 문제 사이에서 비슷한 점들을 찾도록 도와 주고, 등장 인물의 동기를 해석하며, 여러 등장 인물들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2) 분출:앞서의 동일시의 결과로 독자는 다른 사람들도 자기와 유사한 문제나 질문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안도하게 될 수 있다. 이 단계는 독서요법에서 핵심적이며 독특한 역할을 하는데 말이나 다른 방법으로 독자들이 자기의 감정을 발산할 수 있도록 한다. 인도자는 독자가 책에 대하여 갖는 반응, 독자의 경험과 책 속에서 다루어지는 문제 사이의 유사 정도, 독자가 책 속의 이야기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적 경험 등을 상세히 관찰한다.
3) 직관 및 적용:독자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였는가, 질문에 답하였는가를 읽으면서 자신의 문제나 질문에 대한 새로운 직관을 얻을 수 있다. 독자는 그리고나서 무엇인가가 가능하며, 자신이 가졌던 해결책이 유일한 방책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읽게 된다. 이 단계에서 인도자는 독자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인식하고, 이야기의 의미에 관련시켜 추론하고 그것을 자신의 문제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인도한다. 독자는 결과적으로 새로운 직관을 개인적 발달에 적용시키게 된다.
그러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독서요법을 시도할 때에는 동일시와 분출의 처음 두 단계에서 그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한다. 어린이들은 대체로 감정의 발산 이후에 전통적인 치료의 관점에서 본 문제의 해결을 위한 직관에까지 이르지 못 한다고 한다6). 따라서 어린이들은 자신의 동일한 혹은 유사한 문제를 가진 책 속의 등장 인물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들이 어떻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가 보고, 인도자의 도움으로 자신의 문제에 대하여 가능한 해결책을 인식할 수 있도록 안내되는 것으로 마무리하여도 좋다.
어린이와 독서요법
이 연구는 특별히 어린이 혹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독서요법에 초점을 두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영재 학교 교사들인 모어, 닉슨, 빅커스는 독서요법이 “어린이들이 개인 생활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민감한 방법” 이라고 하였다. 파르덱 부부는 독서요법이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할 때 효과적인 신생의 치료기법이라고 하였다. 이들은 사서나 교사, 혹은 부모와 같이 이 분야에서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독서요법을 시행하는 것은 아직 논쟁의 여지가 있기는 하나, 고도의 치료기술을 갖지 않았어도 정도가 심하지 않은 적응문제를 갖는 사람들을 돕거나 성장과정에 필요한 요구를 갖는 어린이들을 돕는 것에 독서요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였다. 비전문인들이 독서요법을 시행할 때에는 앞서 논의한 독서요법의 삼단계를 다 거치는 것이 아니라, 동일시 및 분출의 두 단계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고,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에는 그것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어린이를 위하여 독서요법을 시행할 때에 무엇보다도 유념해야 할 것은 이것이 어떤 권위나 강제에 의하여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독서요법 대상자가 갖는 특정한 문제의 치료나 예방이라는 독서요법의 효과만을 강조하고, 치료 혹은 교육이라는 한 가지 명백한 목표만을 중시할 경우, 어린이가 장차 갖게 되는 일반적인 독서에 대한 관심이 약화되고, 독서의 즐거움이 박탈되는 부작용을 갖게 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어린이들 스스로가 책을 읽으면서 받아 들이고, 반응하고, 평가하고, 조직하며, 특성을 파악하는 등 본문과 상호 작용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강조하고, 더 나아가서 치료 혹은 예방의 효과까지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서요법의 목적과 기능
루빈은 1970년대 이전 학자들이 언급한 독서요법의 목적과 기능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1) 독자가 가져보지 못했거나 재생하고 싶어할 수도 있는 대리의 경험과 상황을 제공할 수 있다;
2) 독자가 감정적 및 지적인 직관을 얻을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3) 동일시, 보상 및 발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4) 자아의 가치를 증대하고 가치관을 확고히 할 수 있다;
5) 외부세계와의 연결 및 현실과의 접촉을 자극할 수 있다;
6)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심거리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7) 소외감을 없앨 수 있다;
8) 문화양식 및 행동양식을 확고히 할 수 있다.
위에 열거된 목적들은 반드시 독서요법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개개인이 자신의 관심과 취향에 따라 독서를 함으로써 그와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독서요법은 인도자가 개인 혹은 그룹의 독서요법 참여자들에게 가장 적합할 것으로 생각되는 방향으로 독서를 인도하는 조직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그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스티븐스는 독서요법의 잠재능력은 독자가 등장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소속감을 증대하고, 자신감을 높이게 되며, 자신의 동기와 요구에 대한 직관을 갖게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직관은 궁극적으로는 독자의 개인적, 사회적 적응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보다 중요한 것은 독서요법이 신체적 혹은 감정적 장애를 다룰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도구의 역할도 하지만 예방도구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성인들보다는 어린이들 혹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했을 경우에 더 효과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독서요법은 성장 단계의 어린이들이 그 대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의 깊은 접근이 필요하다. 모리스-밴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독서요법의 목적은 어린이들이 자아와 타인을 이해하고 자율적이 되어 학교, 가정 및 사회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독서요법은 어린이들이
1) 독서 혹은 이야기 듣기를 통해서 인간행태에 관한 직관력을 계발하도록 돕고;
2) 사회화의 과정을 돕고;
3)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개발하도록 돕고;
4) 스트레스가 없는 환경을 갖도록 돕고;
5) 상상력을 자극하도록 돕고;
6) 상황을 현실적으로 직면하도록 격려하고;
7) 문제를 의사소통할 수 있는 언어의 사고와 공감대를 얻도록 돕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린이를 위한 독서요법은 인식, 자신감 및 대인관계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되고 있다. 이같은 목적을 갖고 어린이들의 성장 및 개인적 적응에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돕는 면에서 부모나 교사와 같은 주변 인물들의 독서요법 인도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독서요법 인도자의 조건
슈로더스는 독서요법을 “숙련된 돕는 사람의 지도 아래 독자의 개성과 문헌 사이에 일어나는 역동적인 상호작용의 과정” 이라고 하며 (Shrodes in 1949 from Pardeck & Pardeck, 1993), 독서요법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인 책, 독자, 그리고 돕는 사람을 지적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돕는 사람, 즉, 독서요법을 행하는 사람을 독서요법 인도자라고 부르기로 한다. 구미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bibliotherapist라는 명칭은 독서요법사 혹은 독서치료사라고 번역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는 아직 그 이름이 확정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독서요법의 일반적 개념조차 인식되어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서나 교사, 혹은 부모들이 독서요법을 시행할 경우 아직은 다른 직종에서 사용하는 요법사나 치료사와 같은 이름을 사용하기 보다는 인도자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원만할 듯 하다. 나중에 독서요법을 위한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자격증 등의 제도가 마련되며, 직업적인 전문 치료사로서의 구별이 필요할 경우에 그 이름들을 사용하기 시작하여도 좋을 것 같다.
1940년대에 무어는 상식이 있고 어린이들의 복지에 따뜻한 개인적인 관심을 가진 누구라도 독서요법 인도자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이후의 여러 학자들도 의사, 심리학자, 상담가와 같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도서 및 그 밖의 정보자료에 대한 지식이 있고 독서요법 대상자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사서, 교사 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독서요법을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독서요법 인도자가 갖추어야 할 조건 중의 하나는 그 사람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에 상응하는 문헌을 선택하는 기술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16). 이 점에 있어서 사서들은 아주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사서들은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책들을 추천함으로써 그들을 돕는 과정에 이미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독서요법을 시행한다고 할 때에는 그 대상자에 대한 보다 개인적인 접촉과 관심, 그리고 기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일반적인 독서지도에서 처럼 단순히 책을 추천하고 권면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선 독서요법 대상자 개개인 혹은 그룹의 관심과 필요, 문제에 대하여 깊이 파악하고, 그들에게 맞는 자료를 선택하고, 그들이 그 책들을 읽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계의 작업으로서 토론 및 아래에 소개할 여러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독서요법 대상자들이 읽은 자료를 소화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독서요법의 인도자는 단순히 자료를 선택, 읽을 거리나 볼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의 전 과정의 동반자가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요법의 대상자
이 연구에서 처럼 그 관심을 어린이들 혹은 청소년으로 한정할 때, 누가 독서요법의 대상자가 될 것인가는 독서요법의 목적을 어느 정도까지 확대할 것인가에 따라 결정된다. 독서요법을 치료의 목적으로만 이용하려 한다면, 이미 어떤 노출된 장애상태로 인정된 지각, 정서, 신체 혹은 행동장애 등의 문제 및 그와 유사한 문제를 가진 것으로 밝혀진 어린이들 혹은 청소년들만이 그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독서요법을 죽음, 이혼, 성장기의 신체적, 심리적 갈등 등 일상생활의 어느 단계에서 자의로든 타의로든 부딪히게 되는 경험에서 비롯되는 충격을 극복하는 한편 예방하도록 도와 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본다면, 그 대상이 되는 어린이들 및 청소년들의 범위는 매우 확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의 이혼으로 인하여 심리적 충격을 받고 가정과 학교에서 유리되어 이미 비행의 단계로 나아간 어린이들이 있다면 그 문제의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 독서요법을 실시할 수 있다. 반면에 부모의 이혼을 똑같이 겪더라도 미리 그 심리적 충격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상담과 독서요법을 병행한다면 예방의 기능을 더 강조할 수 있다.
대상자들의 연령 면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생긴다. 예를 들어 파르덱 부부가 편성한 독서요법용 추천도서 서목 (1993) 을 보면 “변화하는 역할 모델”이라는 주제의 장에 수록된 92종의 서명 중에 상당수가 2-4세, 4-6세의 연령층에 할애되고 있다. 두세 살 되는 어린이들까지도 독서요법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어린이들의 집단에서도 감정의 분출 단계를 제외한 이전 단계까지의 독서요법이 적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디애나주의 베넷 러닝 센터에서 마련한 <Classroom Teacher's Manual for Bibliotherapy> (이하 <Manual>이라 약함) 는 5-6세의 어린이들로부터 고등학생까지 광범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독서요법을 시행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독서요법은 인도자와 어린이 (혹은 청소년) 일 대 일 개인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고, 여러 명의 그룹으로 할 수도 있다. 개인지도의 경우 인도자와 대상 어린이가 상호 긴밀한 관계를 이루고, 대상자는 자기의 문제와 필요가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며, 스스로 자아 성장의 필요를 느끼고 개인의 존재가 용납됨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고 한다. 반면에 그룹 독서요법의 경우 서로 관심, 문제, 경험이 같은 대상자들이 함께 함으로써 소속감, 유대감을 갖게 되고, 서로 자극하여 독서를 고무하고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다양성을 인정하게 되며, 상호관계 속에서 자아 인식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한다. 독서요법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토론은 그룹 상황에서 훨씬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궁극적으로는 그룹 인도가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성향과 문제에 따라 일 대 일 관계를 더 편안하게 여기는 대상자가 있기도 하므로 융통성 있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독서요법의 주제
어떤 주제에 독서요법을 적용할까의 문제는 독서요법의 목적을 얼마나 광범위하게 보는가에 달려 있다. 이 연구를 위하여 살펴 본 문헌에 수록되어 있는 서목들은 연구자들의 개인적인 관심과 실제적인 독서요법 시행의 경험에 의하여 선정된 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모어, 닉슨, 빅커스는 초등학교의 교사들로서 어린이들을 위한 독서요법용 서목에 생활의 대처, 죽음, 이질성, 이혼, 가난, 관계, 자아관 및 이야기 하기와 낭독이라는 여덟 가지의 주제를 포함하고 실제로 독서요법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파르덱 부부는 <Yong People with Problems>라는 저서에서 알콜과 약물 중독, 부모의 이혼과 별거, 감정 및 행동의 문제, 이사, 신체 장애, 임신과 낙태, 질병과 죽음, 성 인식, 형제 관계 및 계부모라는 열 한 가지의 주제로 서목을 분류하고 있다. 이 책은 이미 어떤 문제에 노출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요법을 다루고 있으므로, 수록된 주제들 또한 다소 심각한 인상을 준다. 특히 ‘감정 및 행동의 문제’라는 장에서는 문제 부모와 문제 아동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부모와 자녀 사이의 많은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들은 1993년의 저서에서는 변화하는 역할 모델, 복합 가정, 이혼과 별거, 아동 학대, 대리 보육, 입양 및 아동기의 두려움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한편 스티븐스는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서목에서 가족 관계, 책임, 이기심, 성격과 개성, 자율성, 용기, 새로운 가정과 친구들에 대한 적응, 병과 신체 장애의 인정, 입양아, 두려움, 타인의 용납, 자아의 용납, 신체적 특성, 및 죽음이라는 열 네 가지의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Manual>에서는 외모 (체격, 장애, 성장 및 발달), 감정 및 성격 (수줍음, 자아 개념, 남을 돌보기, 행동, 책임, 거짓말, 두려움, 협동, 우정, 죽음), 가족 관계 (가정내 문제, 별거와 이혼, 세대차, 사랑과 관심) 및 사회-경제적 문제 (인종 및 민족 관계, 전쟁과 평화, 이사, 부적응, 마약과 알콜) 등의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여러 연구자들이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다양하고 서로 일치되지 않으므로 독서요법을 처음 시도하는 인도자들은 혼돈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다양성 혹은 불일치성은 독서요법이 매우 다양한 측면에서 시도되어 왔고 효과를 보여 주어 왔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또한 각 주제에 수록된 도서들은 어떤 표준화된 도서 선정의 기준에 따라 선정된 것들이 아니라 독서요법 도서 선정의 일반적인 지침과 연구자들의 자의에 의하여 선정된 것이므로 다소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적, 사회 구조적, 학교 제도적으로 절대적인 차이가 있는 한국에서는 이 같은 주제들이나 각 주제에 포함된 도서들을 그대로 채용하여 쓰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최근 이혼, 청소년 흡연, 음주, 약물 사용, 학원 폭력, 성관념의 개방 등 불과 몇 년 사이에 큰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각종 사회 비리, 악성 범죄의 증가 (예를 들어 유괴, 아동의 성적 학대 등), 대형 사고 (예를 들어 삼풍 백화점 붕괴, KAL기 추락 등)의 빈발로 어린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죽음, 재해 등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겪게 되는 경우도 많아졌으므로 독서요법이 문제 해결 및 예방의 차원에서 그러한 주제들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이같이 다양한 주제로 독서요법을 시행하고자 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같은 주제를 한국 사회의 실정에 맞게 다루는 어린이용 혹은 청소년용 도서들이 폭 넓게 출판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도서의 종수와 질이 제한되어 있다 하더라도 사서들이 독서요법이라는 목표를 염두에 두고 보다 심층적, 분석적인 방법으로 도서를 선정하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양질의 어린이용, 청소년용 도서들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독서요법용 자료의 선정
독서요법을 위한 추천도서 서목을 편성하는 연구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어떤 특정한 상황에 놓인 한 사람에게 치료효과가 있는 책이 그와 동일한 상황의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효과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 내용에서 어떤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의 해결을 다루고 있다면 어떤 책이라도 독서요법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은 있다고 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일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특정한 어린이에게 얼마나 알맞은 책을 짝지어 줄 수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독서요법용 도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기준에 의하여 선정된다:
1) 책에서 다루는 주제 자체가 독자 (어린이 혹은 청소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와 한 가지 이상의 측면에서 관련이 될 것;
2) 독자의 특정한 요구나 문제에 적합한 a.현실적인 접근방법, b.납득할 만한 해결방법, c.호감을 주는 등장 인물들 (어린이 등장 인물이나 인성을 가진 등장 동물, 사물)이 있을 것;
3) 독자의 실제 연령 (책에 대한 흥미의 수준을 결정), 독자의 성숙도 (책의 등장인물들과 동일시할 수 있는 능력) 및 독서 능력 (표준화된 독서 능력 테스트와 학년에 의하여 결정됨)에 맞을 것;
4) 포맷이 적당할 것: 그림, 활자의 크기, 복본 여부 등.
교육학자 헤이즐 쌤플은 내용면에서 1)이야기의 구조; 2)작가가 다루고 있는 갈등과 그 결과; 3)등장 인물들과 작가가 그들을 어떻게 다루었는가; 4)등장 인물들의 목표; 5)등장 인물들이 표현하고 있는 의견과 사상; 및 6)작가의 독백 등을 주목하여 도서를 선정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준에 의하여 선정된 독서요법용 추천도서들이 반드시 행복한 결말을 맺는 것일 필요는 없다. 도리어 이른바 비극적인 결말, 기대하지 않던 결말을 맺게 되는 경우도 있으나 토론의 과정에서 독자들이 직접 다른 결말을 만들어 보고 그 스토리의 궤적을 바꾸어 보는 것과 같은 작업을 통해서 긍정적, 창의적 결론을 맺게 될 수도 있다. 등장인물의 비극적 종말을 대리 체험함으로써 독자들이 자신의 현재를 돌아볼 수 있고,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게 하는 효과를 갖는다면 그것으로 독서요법의 효과를 달성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독서요법용 자료에 영화와 같은 시청각 자료들을 포함시키자는 주장도 있다. 러셀은 1950년대에 이미 어린이들이 라디오, 영화, 텔레비젼과 같은 매체의 끊임없는 폭격에 의하여 과잉자극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1970년대에 루빈도 시청각 자료의 이용이 점차 확대되고 도서관이 미디어센터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데, 독서요법을 도서에만 한정시키는 것은 너무 편협한 시각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각종 비책자 자료 및 음악, 연극 등의 매체까지도 포함시키고 있다. 레너는 조금은 다른 측면에서 영화의 중요성에 관하여 피력하였다. 다소 길게 인용하자면, 그는 독서요법은 “타인에 대한 그들의 시대, 사회 및 자신들에 대한 예리한 관찰자로서의 동시대의 작가들의 영감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고 하였다. 즉, “작가들은 우리와 우리 사회의 가장 첨예한 문제들을 직시하는 능력을 갖고 충고할 자격이 있으며, 독자들은 그들의 작품을 잘 읽음으로써, 그리고 간접적인 경험을 가짐으로써, 그 안에 비추어진 문제를 통해 자신의 삶의 상황과 의미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도록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작가 뿐만이 아니라 영화 제작자들도 같은 능력 혹은 책임을 가진 것으로 보고, 독서요법을 위한 추천서목에 영화들까지도 포함시키고 있다. 컴퓨터의 영향력까지를 포함하여 시청각 자료의 보편성을 명백히 목격하는 1990년대에 이들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텔레비젼이나 영화는 책을 읽음으로써 독자 각각이 체험할 수 있는 상상의 세계를 제한하고, 독서 과정 동안에 이루어지는 독자의 개성과 책 사이의 상호작용을 대체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으므로 후일 “비디오요법”과 같은 분야의 연구가 필요할 때 포함시키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음악요법(music therapy)”나 “드라마 요법 (drama therapy)”, “시 요법 (poetry therapy)” 등 이미 자체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분야도 있으므로 여기서는 도서로 제한한 독서요법의 연구로도 충분할 것이다.
독서요법의 실례
독서요법의 실례로 파르덱 부부가 1990년 6~7세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6주 동안 진행한 그룹 토의의 사례를 살펴 보겠다. 이들은 학대를 경험한 적이 있고 제한된 독서 능력을 갖고 있는 어린이들이었다.
1) 1~2주:어린이들의 제한된 독서 능력 때문에 소설을 읽어 줌; 어린이들의 무반응, 어른에 대한 경계 태도, 제한된 언어 구사 상태를 보임.
2) 3주째:어린이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 학대 당한 경험이 있는 <Flying free>의 등장 인물에게 편지를 쓰게 함; 먼저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하고 인도자가 그들의 생각을 종이에 적어 편지를 씀.
3) 4주째:<Michael's story>를 읽어 줌; 어린이들이 행복, 슬픔, 분노의 감정을 나타내는 세 개의 가면을 만들어 소설을 읽을 때 등장 인물이 드러내는 감정에 해당하는 가면을 들게 함; 그것으로 감정의 동일시가 이루어짐.
4) 5~6주째:두 소설 속의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게 함; 5주째에 기록하여 6주째에 낭독함
이 6주간의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감정과 희생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되고, 동시에 자신의 동년배 어린이들과 어른들에 대한 대인 관계에 긍정적 태도와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독서요법을 시행함으로써 이와 같이 즉각적으로 태도의 변화와 같은 결과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는 반면에 긍정적이지만 잠재적인 결과를 갖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단기간의 독서요법 후에 대상자의 점진적인 변화와 발달을 주목하고 관찰하는 것도 독서요법 인도자의 소임이 될 수 있겠다.
독서요법과 토론
독서요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독서와 독서 이후의 토론이라고 한다. 치료자의 역할을 하는 것은 인도자가 아니라 책 그 자체로서 독자가 그것을 읽고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책과 상호작용하는 가운데에서 치료의 효과를 얻게 된다. 따라서 토론은 책의 내용을 독자가 충분히 소화하고 이해할 수 있게 인도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효과적인 토론을 위해 모어, 닉슨, 빅커스는 책을 읽고 난 후에 내용의 장별로 생각할 사항들과 관련 활동을 제안하고 있는데, 각각의 생각할 사항들은 단계적으로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원문적생각:책의 내용상 특정한 사항들을 기억하도록 도와 주는 문답들,
2)해석적생각:내용에 대한 추론과 인생 경험에 대한 적용을 도와 주는 문답들,
3)창의적생각:연극, 이야기, 시, 토론 등을 통하여 보다 높은 수준의 창의성을
고무하는 문답들,
4)비판적생각:학생들이 자기들이 읽은 것을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게 고무하는
문답들.
이같은 질문들로 생각을 정리한 후에는 그 책의 내용과 관련된 시각 예술, 글짓기, 연극, 음악, 사회 과학 및 과학 등의 과외 활동으로 다각적인 측면에서 깊이 있는 이해를 시도한다. 다음에서는 모어 등이 <사다꼬와 천 마리의 종이학> (Sadako and the thousand paper cranes, by Elenor Coerr. Putnam, 1977) 이라는 어린이 소설을 분석한 것을 인용하여 구체적인 적용 실례를 살펴 보기로 한다.
[요약]:사다꼬는 일본 히로시마의 자기 학교에서 가장 달리기를 잘 하는 선수가 되기를 꿈꾸었다. 자기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던 어느날 사다꼬는 현기증을 느낀다. 사다꼬는 그 상태가 비밀로 지켜질 줄 알았는데, 드디어는 현기증으로 학교에서 쓰러지고 말고, 원자폭탄의 방사능 노출로 인한 백혈병에 걸린 것으로 판명된다. 사다꼬가 병실에 있는 동안 가장 친한 친구가 종이로 접은 학을 한 마리 갖다 준다. 친구는 사다꼬에게 만약 천 마리의 종이학을 접을 수 있다면, 그녀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희망을 갖고 사다꼬는 오백 여 마리의 종이학을 열심히 접는다. 자기의 힘이 다 할 때까지 계속하면서, 그녀는 644번째의 종이학이 마지막이란 것을 알게 된다. 사다꼬의 반 친구들이 천 마리의 학을 접을 때까지 계속해 준다.
한 일본 소녀의 실화에 근거한 이 소설의 주인공은 진정한 용기와 지혜를 보여 준다. 히로시마 평화 공원에 있는 사다꼬의 동상은 전쟁으로 인한 상실과 허무함이 무엇인가를 세계 사람들에게 상기시켜 주고 있다. (많은 어린이 소설들이 우정, 희망, 죽음 등의 복합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구 문헌들의 속성상 한국의 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므로 이 연구에서는 일본인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의 적용 사례를 들기로 하였다.)
[핵심 단어] 죽음 -- 질병; 두려움 -- 두통; 오봉 -- 어두움 -- 현기증; 아픔 -- 방사능; 신사(神社) -- 기모노 -- 평화 기념일; 눈물 -- 기적 -- 시험; 슬픔 -- 백혈병 -- 병원; 짱 -- 고통 -- 환자들. (이 핵심 단어들은 거미줄과 같은 모양으로 서로 연결되어, 내용에서 서술하고 있는 사다꼬와 그녀의 주변 환경들을 요약해 주고 있다.)
[단계별 생각에 의한 질문의 보기들]
1) 원문적 생각:
a. 사다꼬가 현충일 아침에 관찰한 행운의 징조 두 가지는 무엇인가?
b. 사사끼 선생이 사다꼬를 특별히 자랑스러워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c. 사다꼬는 죽기 전까지 몇 마리의 종이학을 접었는가?
2) 해석적 생각:
a. 사다꼬의 성격 중 어떤 면이 자기의 병을 감당하는데 도움을 주었는가?
b. 사다꼬는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도움을 받았다. 당신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도움을 준 이야기가 있다면, 이야기해 보라.
3) 창의적 생각:
a. 날개에 시구를 적은 종이학을 만들어 보라. 교실 천장에 종이학들을 매달아 보라.
b. <안네의 일기>의 요약을 읽고 안네와의 인터뷰를 기획해 보라. 안네와 사다꼬가 세계를 향해 평화에 관해서 비슷한 메시지를 갖고 있는가 설명해 보라.
c. 종이 찢어 붙이기, 진흙 및 다른 재료들을 갖고 독자적으로 기념비를 만들어 보라.
4) 비판적 생각:
a. 사다꼬는 왜 나쁜 소식을 들었을 때 그렇게 본능적으로 귀를 막는 반응을 보였는가?
b. 왜 사다꼬는 종이학을 접음으로써 자기의 병세를 조절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는지 평가하라.
c. 원자폭탄을 투하하기로 결정한 책임자들에 관하여 연구해 보라. 그것의 필요성에 관하여 토론 시간을 마련해 보라.
[과외 활동]
1) 시각 예술:
a. 종이 접기 전문가를 반에 초청하여 시범을 보이게 한다. 일본에서는 행운과 장수의 상징인 종이학이나 거북이를 접어 본다.
b. 종이학으로 교실 벽화를 만들어 세계 평화의 소망을 실어 본다.
2) 글짓기:
a. 사다꼬처럼 일기를 쓴다. 자신과 가족, 병에 관한 생각을 적어 본다.
b. <사다꼬와 천 마리의 종이학>의 서평을 써 본다.
3) 연극:
a. <사다꼬와 천 마리의 종이학>에 근거한 가면극을 창작해 본다.
b. 이야기의 일부를 각색하여 사다꼬처럼 독백을 해 본다. 각각 선택한 것에 목소리를 바꿈으로써 사다꼬의 느낌을 전할 수 있다.
4) 음악:
a. “We are the world”라는 노래를 들어 본다. 평화와 세계의 이해를 강조하는 비슷한 노래를 만들어 본다.
b. 전쟁의 허무함과 평화의 소중함에 관한 랩송을 만들어 본다.
5) 사회:
a. 전쟁 후에 일본의 생활은 많은 면이 변화되었다. 특히 어떤 면이 변화했는가 연구해 본다.
b. 일본에서 학은 행운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동물이나 곤충이 행운을 상징한다고 보는지 연구해 본다.
6) 과학:
a. 원자에너지를 맨 처음 사용한 것은 부정적이었다. 원자력의 긍정적인 이용에 관하여 연구해 본다.
b.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 대한 폭탄의 후유증과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영향력을 비교해 본다. 일본에서 얻은 정보가 체르노빌 사고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 (Mohr, Nixon, Vickers, 1991에서 발췌).
결 론
지금까지 연구 문헌을 중심으로 독서요법의 제반 특성과 적용 실례를 살펴 보았다. 독서요법은 사서들이 지금까지 해 오던 독서 지도를 보다 개인적으로, 조직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어린이들 및 청소년들이 직면한 문제를 예방하거나 해결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독서요법이 아직까지 크게 주목을 받거나 체계적으로 시행된 적이 없다. 이 연구는 한국의 도서관에서 독서요법 인도자로서의 사서의 전문성을 새롭게 계발하려는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초중고 각급 학교에서 학교 도서실을 설치하고 전문 사서 교사를 두고 있는 학교의 수도 극히 미미한 현 상황에서, 그리고 독서 지도가 인성 계발이나 취미의 고양이라는 측면보다 논술 시험을 대비한 하나의 기능으로 인식되어 급조된 독서 지도사가 일반화되는 현실에서 사서가 어린이들 혹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독서요법 인도자의 역할을 하고자 할 때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 1998년부터는 중고교 및 특수 학교에 학생들의 생활지도나 진로 선택에 전문 상담교사제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하니, 기존의 사서 교사들이 전문 상담 교사와의 협력 하에 독서요법을 시행하는 것, 혹은 공공 도서관의 사서들이 지역의 각급 학교와의 협조 하에 독서요법을 시행하는 것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또한 병원 도서실, 특히 어린이 전문 병원의 사서들도 의사, 간호사, 카운슬러들과의 협력 하에 독서요법을 시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실정에 맞는 독서요법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서들이 독서요법의 효용을 인식하고, 각 도서관의 관종 및 특성에 맞는 목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독서요법의 대상자의 선정은 사서가 독자적으로 독서요법을 시행할 것인가, 학교, 공공 기관과의 협력하에 시행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또한 시행 장소는 도서관 혹은 협력 기관 중 대상자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인 곳이 좋다. 도서의 선정을 위해서 사서들은 일반적인 독서 지도를 위한 경우에서보다 더 심층적, 분석적인 독서를 해야 한다. 사회적, 가정적으로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부딪히게 되는 문제는 참으로 다양한데 비하여 그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도서들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도서 선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연구에서는 연구자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독서요법의 이론을 대략적으로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다. 독서요법이 아직 한국의 실정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므로 보다 깊이 있는 이론의 전개와 실제적인 적용 가능성을 위한 차후의 연구가 필요하다.
독서요법의 이론과 적용
윤 정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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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서 론 독서요법의 연원과 정의 독서요법의 단계 어린이와 독서요법 독서요법의 목적과 기능 독서요법 인도자의 조건 |
독서요법의 대상자 독서요법의 주제 독서요법용 자료의 선정 독서요법의 실례 독서요법과 토론 결론 <참고문헌> |
<Abstract>1)
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amine the functions and characteristics of bibliotherapy. Bibliotherapy is the use of books and readings for the purpose of helping people solve the problems in life. It has been known useful not only for treating the existing emotional problems, but also for preventing the possible difficulties in growth and adjustment of children. In Korea bibliotherapy has rarely been either studied or practiced. Librarians can play a role as bibliotherapy leaders by selecting books for participating readers, helping them understand the content, and leading discussions and a variety of activities in various library settings. In this study it is illustrated how to form questions and lead a discussion for a bibliotherapy session and suggested that bibliotherapy be developed as one of specializations for librarians in Korea.
서 론
독서의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강조되었다. 단순한 읽는 즐거움을 넘어선 인생의 길잡이로서, 지혜의 보고로서, 하루하루의 삶의 지침으로서의 독서의 효과에 대한 금언, 일화, 경구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독서가 가진 중요한 기능들 중의 하나는 치료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독서를 체계적인 치료 도구의 하나로서 사용하는 독서요법에 대하여 살펴 보고자 한다. 독서요법은 서구사회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으나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자세히 소개된 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연구의 첫째 목적은 서구사회에서 시행되어 온 독서요법의 이론 및 일반적인 특성을 살펴보고, 특히 소설을 사용하여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독서요법의 적용방법과 사례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하는 것이다. 궁극적인 목적은 한국적인 실정에 맞는 독서요법의 모델을 수용하거나 개발하여, 구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하여 살펴 보는 것이다. 독서요법은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사용될 수 있고, 이에 관한 많은 문헌들이 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치료의 측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예방 혹은 순화의 차원에서, 보다 다양하게 독서요법을 사용할 수 있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문헌을 분석하는 것으로 한정하도록 한다.
독서요법의 연원과 정의
독서요법의 유래에 관하여 어떤 학자들은 바빌로니아 시대의 도서관에까지 그 역사적 연원을 찾고 있으나, 이십 세기 이후에 체계적인 학문의 한 분야로서, 임상효과를 지닌 치료 수단의 하나로서 발전된 것은 미국에서라고 할 수 있다. 루빈은 Samuel McChord Crothers가 1916년 <Atlantic Monthly>의 글에서 처음 bibliotherapy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리스어의 Biblion (book)과 Oepatteid (healing)에서 조합된 이 용어는 1941년 <Doland's Illustrated Medical Dictionary>에 처음으로 그 정의가 수록되었으며, 미국 도서관 협회는 1966년에 1961년판 <Webster's Third New International Dictionary>에 수록된 정의를 공식적으로 채택하였다고 한다. 주요한 사전의 정의를 보면 독서요법에 대한 보다 일반적인 견해를 엿볼 수 있는데, <Webster's Thirteenth Dictionary>에서는 “독서지도를 통해서 개인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안내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1981). 한편으로 <The American Heritage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에서는 “주의깊게 선택한 독서자료들을 가지고 개인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타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일종의 보조적인 심리 치료” (1992) 라고, 또한 <Random House Compact Unabridged Dictionary>에는 “치료에 부수되는 개선책으로서 독서를 사용하는 것” (1996) 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독서요법이 관련되어 있는 의학, 교육학, 심리학, 사회학 등의 전문 영역에서의 정의도 크게 다르지 않다. <Dictionary for Social Works> (1987) 에서는 독서요법을 “정서문제나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치료를 위하여 문헌과 시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독서요법이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 입원 및 통원환자들, 자기발전과 성장을 위하여 문헌을 읽기 원하는 건강한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독서요법을 실제로 연구, 시행하고 있는 몇몇 학자들의 정의도 앞서의 정의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팔구십 년대에 독서요법의 이론과 적용 양면에서 많은 공헌을 하고 있는 존 파르덱과 조앤 파르덱 부부는 독서요법을 간단하게 “치료에 책을 사용하는 기법”이라고 정의하였다. 모리스-밴은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요법을 “읽기를 통한 지도, 즉, 어린이들이 독서와 책의 토론을 통하여 성장기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라고 정의하였다. 스티븐스는 “책과 독서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 혹은 “책을 갖고 돕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여러 가지 견해를 종합하여 보면 독서요법은 일반적으로 독서를 심리 치료 등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주된 도구이기 보다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별히 루빈은 칠십년대 이전의 정의들을 섭렵한 후에 독서요법이라는 용어가 어떻게 정의되든지 직접적으로 의학과 연결되는 것은 지양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독서요법의 단계
독서요법은 보통 삼단계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1) 동일시 및 투영:독자는 책 속의 등장 인물, 상황 혹은 배경 등이 실제적인지, 개인적인지를 본다. 이 단계에서 인도자의 역할은 독자가 자기의 문제와 책 속의 등장 인물이 가진 문제 사이에서 비슷한 점들을 찾도록 도와 주고, 등장 인물의 동기를 해석하며, 여러 등장 인물들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2) 분출:앞서의 동일시의 결과로 독자는 다른 사람들도 자기와 유사한 문제나 질문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안도하게 될 수 있다. 이 단계는 독서요법에서 핵심적이며 독특한 역할을 하는데 말이나 다른 방법으로 독자들이 자기의 감정을 발산할 수 있도록 한다. 인도자는 독자가 책에 대하여 갖는 반응, 독자의 경험과 책 속에서 다루어지는 문제 사이의 유사 정도, 독자가 책 속의 이야기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적 경험 등을 상세히 관찰한다.
3) 직관 및 적용:독자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였는가, 질문에 답하였는가를 읽으면서 자신의 문제나 질문에 대한 새로운 직관을 얻을 수 있다. 독자는 그리고나서 무엇인가가 가능하며, 자신이 가졌던 해결책이 유일한 방책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읽게 된다. 이 단계에서 인도자는 독자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인식하고, 이야기의 의미에 관련시켜 추론하고 그것을 자신의 문제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인도한다. 독자는 결과적으로 새로운 직관을 개인적 발달에 적용시키게 된다.
그러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독서요법을 시도할 때에는 동일시와 분출의 처음 두 단계에서 그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한다. 어린이들은 대체로 감정의 발산 이후에 전통적인 치료의 관점에서 본 문제의 해결을 위한 직관에까지 이르지 못 한다고 한다6). 따라서 어린이들은 자신의 동일한 혹은 유사한 문제를 가진 책 속의 등장 인물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들이 어떻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가 보고, 인도자의 도움으로 자신의 문제에 대하여 가능한 해결책을 인식할 수 있도록 안내되는 것으로 마무리하여도 좋다.
어린이와 독서요법
이 연구는 특별히 어린이 혹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독서요법에 초점을 두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영재 학교 교사들인 모어, 닉슨, 빅커스는 독서요법이 “어린이들이 개인 생활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민감한 방법” 이라고 하였다. 파르덱 부부는 독서요법이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할 때 효과적인 신생의 치료기법이라고 하였다. 이들은 사서나 교사, 혹은 부모와 같이 이 분야에서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독서요법을 시행하는 것은 아직 논쟁의 여지가 있기는 하나, 고도의 치료기술을 갖지 않았어도 정도가 심하지 않은 적응문제를 갖는 사람들을 돕거나 성장과정에 필요한 요구를 갖는 어린이들을 돕는 것에 독서요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였다. 비전문인들이 독서요법을 시행할 때에는 앞서 논의한 독서요법의 삼단계를 다 거치는 것이 아니라, 동일시 및 분출의 두 단계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고,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에는 그것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어린이를 위하여 독서요법을 시행할 때에 무엇보다도 유념해야 할 것은 이것이 어떤 권위나 강제에 의하여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독서요법 대상자가 갖는 특정한 문제의 치료나 예방이라는 독서요법의 효과만을 강조하고, 치료 혹은 교육이라는 한 가지 명백한 목표만을 중시할 경우, 어린이가 장차 갖게 되는 일반적인 독서에 대한 관심이 약화되고, 독서의 즐거움이 박탈되는 부작용을 갖게 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어린이들 스스로가 책을 읽으면서 받아 들이고, 반응하고, 평가하고, 조직하며, 특성을 파악하는 등 본문과 상호 작용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강조하고, 더 나아가서 치료 혹은 예방의 효과까지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서요법의 목적과 기능
루빈은 1970년대 이전 학자들이 언급한 독서요법의 목적과 기능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1) 독자가 가져보지 못했거나 재생하고 싶어할 수도 있는 대리의 경험과 상황을 제공할 수 있다;
2) 독자가 감정적 및 지적인 직관을 얻을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3) 동일시, 보상 및 발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4) 자아의 가치를 증대하고 가치관을 확고히 할 수 있다;
5) 외부세계와의 연결 및 현실과의 접촉을 자극할 수 있다;
6)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심거리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7) 소외감을 없앨 수 있다;
8) 문화양식 및 행동양식을 확고히 할 수 있다.
위에 열거된 목적들은 반드시 독서요법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개개인이 자신의 관심과 취향에 따라 독서를 함으로써 그와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독서요법은 인도자가 개인 혹은 그룹의 독서요법 참여자들에게 가장 적합할 것으로 생각되는 방향으로 독서를 인도하는 조직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그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스티븐스는 독서요법의 잠재능력은 독자가 등장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소속감을 증대하고, 자신감을 높이게 되며, 자신의 동기와 요구에 대한 직관을 갖게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직관은 궁극적으로는 독자의 개인적, 사회적 적응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보다 중요한 것은 독서요법이 신체적 혹은 감정적 장애를 다룰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도구의 역할도 하지만 예방도구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성인들보다는 어린이들 혹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했을 경우에 더 효과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독서요법은 성장 단계의 어린이들이 그 대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의 깊은 접근이 필요하다. 모리스-밴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독서요법의 목적은 어린이들이 자아와 타인을 이해하고 자율적이 되어 학교, 가정 및 사회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독서요법은 어린이들이
1) 독서 혹은 이야기 듣기를 통해서 인간행태에 관한 직관력을 계발하도록 돕고;
2) 사회화의 과정을 돕고;
3)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개발하도록 돕고;
4) 스트레스가 없는 환경을 갖도록 돕고;
5) 상상력을 자극하도록 돕고;
6) 상황을 현실적으로 직면하도록 격려하고;
7) 문제를 의사소통할 수 있는 언어의 사고와 공감대를 얻도록 돕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린이를 위한 독서요법은 인식, 자신감 및 대인관계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되고 있다. 이같은 목적을 갖고 어린이들의 성장 및 개인적 적응에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돕는 면에서 부모나 교사와 같은 주변 인물들의 독서요법 인도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독서요법 인도자의 조건
슈로더스는 독서요법을 “숙련된 돕는 사람의 지도 아래 독자의 개성과 문헌 사이에 일어나는 역동적인 상호작용의 과정” 이라고 하며 (Shrodes in 1949 from Pardeck & Pardeck, 1993), 독서요법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인 책, 독자, 그리고 돕는 사람을 지적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돕는 사람, 즉, 독서요법을 행하는 사람을 독서요법 인도자라고 부르기로 한다. 구미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bibliotherapist라는 명칭은 독서요법사 혹은 독서치료사라고 번역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는 아직 그 이름이 확정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독서요법의 일반적 개념조차 인식되어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서나 교사, 혹은 부모들이 독서요법을 시행할 경우 아직은 다른 직종에서 사용하는 요법사나 치료사와 같은 이름을 사용하기 보다는 인도자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원만할 듯 하다. 나중에 독서요법을 위한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자격증 등의 제도가 마련되며, 직업적인 전문 치료사로서의 구별이 필요할 경우에 그 이름들을 사용하기 시작하여도 좋을 것 같다.
1940년대에 무어는 상식이 있고 어린이들의 복지에 따뜻한 개인적인 관심을 가진 누구라도 독서요법 인도자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이후의 여러 학자들도 의사, 심리학자, 상담가와 같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도서 및 그 밖의 정보자료에 대한 지식이 있고 독서요법 대상자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사서, 교사 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독서요법을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독서요법 인도자가 갖추어야 할 조건 중의 하나는 그 사람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에 상응하는 문헌을 선택하는 기술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16). 이 점에 있어서 사서들은 아주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사서들은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책들을 추천함으로써 그들을 돕는 과정에 이미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독서요법을 시행한다고 할 때에는 그 대상자에 대한 보다 개인적인 접촉과 관심, 그리고 기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일반적인 독서지도에서 처럼 단순히 책을 추천하고 권면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선 독서요법 대상자 개개인 혹은 그룹의 관심과 필요, 문제에 대하여 깊이 파악하고, 그들에게 맞는 자료를 선택하고, 그들이 그 책들을 읽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계의 작업으로서 토론 및 아래에 소개할 여러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독서요법 대상자들이 읽은 자료를 소화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독서요법의 인도자는 단순히 자료를 선택, 읽을 거리나 볼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의 전 과정의 동반자가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요법의 대상자
이 연구에서 처럼 그 관심을 어린이들 혹은 청소년으로 한정할 때, 누가 독서요법의 대상자가 될 것인가는 독서요법의 목적을 어느 정도까지 확대할 것인가에 따라 결정된다. 독서요법을 치료의 목적으로만 이용하려 한다면, 이미 어떤 노출된 장애상태로 인정된 지각, 정서, 신체 혹은 행동장애 등의 문제 및 그와 유사한 문제를 가진 것으로 밝혀진 어린이들 혹은 청소년들만이 그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독서요법을 죽음, 이혼, 성장기의 신체적, 심리적 갈등 등 일상생활의 어느 단계에서 자의로든 타의로든 부딪히게 되는 경험에서 비롯되는 충격을 극복하는 한편 예방하도록 도와 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본다면, 그 대상이 되는 어린이들 및 청소년들의 범위는 매우 확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의 이혼으로 인하여 심리적 충격을 받고 가정과 학교에서 유리되어 이미 비행의 단계로 나아간 어린이들이 있다면 그 문제의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 독서요법을 실시할 수 있다. 반면에 부모의 이혼을 똑같이 겪더라도 미리 그 심리적 충격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상담과 독서요법을 병행한다면 예방의 기능을 더 강조할 수 있다.
대상자들의 연령 면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생긴다. 예를 들어 파르덱 부부가 편성한 독서요법용 추천도서 서목 (1993) 을 보면 “변화하는 역할 모델”이라는 주제의 장에 수록된 92종의 서명 중에 상당수가 2-4세, 4-6세의 연령층에 할애되고 있다. 두세 살 되는 어린이들까지도 독서요법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어린이들의 집단에서도 감정의 분출 단계를 제외한 이전 단계까지의 독서요법이 적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디애나주의 베넷 러닝 센터에서 마련한 <Classroom Teacher's Manual for Bibliotherapy> (이하 <Manual>이라 약함) 는 5-6세의 어린이들로부터 고등학생까지 광범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독서요법을 시행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독서요법은 인도자와 어린이 (혹은 청소년) 일 대 일 개인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고, 여러 명의 그룹으로 할 수도 있다. 개인지도의 경우 인도자와 대상 어린이가 상호 긴밀한 관계를 이루고, 대상자는 자기의 문제와 필요가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며, 스스로 자아 성장의 필요를 느끼고 개인의 존재가 용납됨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고 한다. 반면에 그룹 독서요법의 경우 서로 관심, 문제, 경험이 같은 대상자들이 함께 함으로써 소속감, 유대감을 갖게 되고, 서로 자극하여 독서를 고무하고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다양성을 인정하게 되며, 상호관계 속에서 자아 인식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한다. 독서요법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토론은 그룹 상황에서 훨씬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궁극적으로는 그룹 인도가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성향과 문제에 따라 일 대 일 관계를 더 편안하게 여기는 대상자가 있기도 하므로 융통성 있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독서요법의 주제
어떤 주제에 독서요법을 적용할까의 문제는 독서요법의 목적을 얼마나 광범위하게 보는가에 달려 있다. 이 연구를 위하여 살펴 본 문헌에 수록되어 있는 서목들은 연구자들의 개인적인 관심과 실제적인 독서요법 시행의 경험에 의하여 선정된 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모어, 닉슨, 빅커스는 초등학교의 교사들로서 어린이들을 위한 독서요법용 서목에 생활의 대처, 죽음, 이질성, 이혼, 가난, 관계, 자아관 및 이야기 하기와 낭독이라는 여덟 가지의 주제를 포함하고 실제로 독서요법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파르덱 부부는 <Yong People with Problems>라는 저서에서 알콜과 약물 중독, 부모의 이혼과 별거, 감정 및 행동의 문제, 이사, 신체 장애, 임신과 낙태, 질병과 죽음, 성 인식, 형제 관계 및 계부모라는 열 한 가지의 주제로 서목을 분류하고 있다. 이 책은 이미 어떤 문제에 노출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요법을 다루고 있으므로, 수록된 주제들 또한 다소 심각한 인상을 준다. 특히 ‘감정 및 행동의 문제’라는 장에서는 문제 부모와 문제 아동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부모와 자녀 사이의 많은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들은 1993년의 저서에서는 변화하는 역할 모델, 복합 가정, 이혼과 별거, 아동 학대, 대리 보육, 입양 및 아동기의 두려움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한편 스티븐스는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서목에서 가족 관계, 책임, 이기심, 성격과 개성, 자율성, 용기, 새로운 가정과 친구들에 대한 적응, 병과 신체 장애의 인정, 입양아, 두려움, 타인의 용납, 자아의 용납, 신체적 특성, 및 죽음이라는 열 네 가지의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Manual>에서는 외모 (체격, 장애, 성장 및 발달), 감정 및 성격 (수줍음, 자아 개념, 남을 돌보기, 행동, 책임, 거짓말, 두려움, 협동, 우정, 죽음), 가족 관계 (가정내 문제, 별거와 이혼, 세대차, 사랑과 관심) 및 사회-경제적 문제 (인종 및 민족 관계, 전쟁과 평화, 이사, 부적응, 마약과 알콜) 등의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여러 연구자들이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다양하고 서로 일치되지 않으므로 독서요법을 처음 시도하는 인도자들은 혼돈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다양성 혹은 불일치성은 독서요법이 매우 다양한 측면에서 시도되어 왔고 효과를 보여 주어 왔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또한 각 주제에 수록된 도서들은 어떤 표준화된 도서 선정의 기준에 따라 선정된 것들이 아니라 독서요법 도서 선정의 일반적인 지침과 연구자들의 자의에 의하여 선정된 것이므로 다소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적, 사회 구조적, 학교 제도적으로 절대적인 차이가 있는 한국에서는 이 같은 주제들이나 각 주제에 포함된 도서들을 그대로 채용하여 쓰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최근 이혼, 청소년 흡연, 음주, 약물 사용, 학원 폭력, 성관념의 개방 등 불과 몇 년 사이에 큰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각종 사회 비리, 악성 범죄의 증가 (예를 들어 유괴, 아동의 성적 학대 등), 대형 사고 (예를 들어 삼풍 백화점 붕괴, KAL기 추락 등)의 빈발로 어린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죽음, 재해 등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겪게 되는 경우도 많아졌으므로 독서요법이 문제 해결 및 예방의 차원에서 그러한 주제들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이같이 다양한 주제로 독서요법을 시행하고자 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같은 주제를 한국 사회의 실정에 맞게 다루는 어린이용 혹은 청소년용 도서들이 폭 넓게 출판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도서의 종수와 질이 제한되어 있다 하더라도 사서들이 독서요법이라는 목표를 염두에 두고 보다 심층적, 분석적인 방법으로 도서를 선정하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양질의 어린이용, 청소년용 도서들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독서요법용 자료의 선정
독서요법을 위한 추천도서 서목을 편성하는 연구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어떤 특정한 상황에 놓인 한 사람에게 치료효과가 있는 책이 그와 동일한 상황의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효과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 내용에서 어떤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의 해결을 다루고 있다면 어떤 책이라도 독서요법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은 있다고 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일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특정한 어린이에게 얼마나 알맞은 책을 짝지어 줄 수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독서요법용 도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기준에 의하여 선정된다:
1) 책에서 다루는 주제 자체가 독자 (어린이 혹은 청소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와 한 가지 이상의 측면에서 관련이 될 것;
2) 독자의 특정한 요구나 문제에 적합한 a.현실적인 접근방법, b.납득할 만한 해결방법, c.호감을 주는 등장 인물들 (어린이 등장 인물이나 인성을 가진 등장 동물, 사물)이 있을 것;
3) 독자의 실제 연령 (책에 대한 흥미의 수준을 결정), 독자의 성숙도 (책의 등장인물들과 동일시할 수 있는 능력) 및 독서 능력 (표준화된 독서 능력 테스트와 학년에 의하여 결정됨)에 맞을 것;
4) 포맷이 적당할 것: 그림, 활자의 크기, 복본 여부 등.
교육학자 헤이즐 쌤플은 내용면에서 1)이야기의 구조; 2)작가가 다루고 있는 갈등과 그 결과; 3)등장 인물들과 작가가 그들을 어떻게 다루었는가; 4)등장 인물들의 목표; 5)등장 인물들이 표현하고 있는 의견과 사상; 및 6)작가의 독백 등을 주목하여 도서를 선정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준에 의하여 선정된 독서요법용 추천도서들이 반드시 행복한 결말을 맺는 것일 필요는 없다. 도리어 이른바 비극적인 결말, 기대하지 않던 결말을 맺게 되는 경우도 있으나 토론의 과정에서 독자들이 직접 다른 결말을 만들어 보고 그 스토리의 궤적을 바꾸어 보는 것과 같은 작업을 통해서 긍정적, 창의적 결론을 맺게 될 수도 있다. 등장인물의 비극적 종말을 대리 체험함으로써 독자들이 자신의 현재를 돌아볼 수 있고,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게 하는 효과를 갖는다면 그것으로 독서요법의 효과를 달성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독서요법용 자료에 영화와 같은 시청각 자료들을 포함시키자는 주장도 있다. 러셀은 1950년대에 이미 어린이들이 라디오, 영화, 텔레비젼과 같은 매체의 끊임없는 폭격에 의하여 과잉자극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1970년대에 루빈도 시청각 자료의 이용이 점차 확대되고 도서관이 미디어센터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데, 독서요법을 도서에만 한정시키는 것은 너무 편협한 시각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각종 비책자 자료 및 음악, 연극 등의 매체까지도 포함시키고 있다. 레너는 조금은 다른 측면에서 영화의 중요성에 관하여 피력하였다. 다소 길게 인용하자면, 그는 독서요법은 “타인에 대한 그들의 시대, 사회 및 자신들에 대한 예리한 관찰자로서의 동시대의 작가들의 영감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고 하였다. 즉, “작가들은 우리와 우리 사회의 가장 첨예한 문제들을 직시하는 능력을 갖고 충고할 자격이 있으며, 독자들은 그들의 작품을 잘 읽음으로써, 그리고 간접적인 경험을 가짐으로써, 그 안에 비추어진 문제를 통해 자신의 삶의 상황과 의미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도록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작가 뿐만이 아니라 영화 제작자들도 같은 능력 혹은 책임을 가진 것으로 보고, 독서요법을 위한 추천서목에 영화들까지도 포함시키고 있다. 컴퓨터의 영향력까지를 포함하여 시청각 자료의 보편성을 명백히 목격하는 1990년대에 이들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텔레비젼이나 영화는 책을 읽음으로써 독자 각각이 체험할 수 있는 상상의 세계를 제한하고, 독서 과정 동안에 이루어지는 독자의 개성과 책 사이의 상호작용을 대체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으므로 후일 “비디오요법”과 같은 분야의 연구가 필요할 때 포함시키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음악요법(music therapy)”나 “드라마 요법 (drama therapy)”, “시 요법 (poetry therapy)” 등 이미 자체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분야도 있으므로 여기서는 도서로 제한한 독서요법의 연구로도 충분할 것이다.
독서요법의 실례
독서요법의 실례로 파르덱 부부가 1990년 6~7세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6주 동안 진행한 그룹 토의의 사례를 살펴 보겠다. 이들은 학대를 경험한 적이 있고 제한된 독서 능력을 갖고 있는 어린이들이었다.
1) 1~2주:어린이들의 제한된 독서 능력 때문에 소설을 읽어 줌; 어린이들의 무반응, 어른에 대한 경계 태도, 제한된 언어 구사 상태를 보임.
2) 3주째:어린이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 학대 당한 경험이 있는 <Flying free>의 등장 인물에게 편지를 쓰게 함; 먼저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하고 인도자가 그들의 생각을 종이에 적어 편지를 씀.
3) 4주째:<Michael's story>를 읽어 줌; 어린이들이 행복, 슬픔, 분노의 감정을 나타내는 세 개의 가면을 만들어 소설을 읽을 때 등장 인물이 드러내는 감정에 해당하는 가면을 들게 함; 그것으로 감정의 동일시가 이루어짐.
4) 5~6주째:두 소설 속의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게 함; 5주째에 기록하여 6주째에 낭독함
이 6주간의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감정과 희생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되고, 동시에 자신의 동년배 어린이들과 어른들에 대한 대인 관계에 긍정적 태도와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독서요법을 시행함으로써 이와 같이 즉각적으로 태도의 변화와 같은 결과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는 반면에 긍정적이지만 잠재적인 결과를 갖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단기간의 독서요법 후에 대상자의 점진적인 변화와 발달을 주목하고 관찰하는 것도 독서요법 인도자의 소임이 될 수 있겠다.
독서요법과 토론
독서요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독서와 독서 이후의 토론이라고 한다. 치료자의 역할을 하는 것은 인도자가 아니라 책 그 자체로서 독자가 그것을 읽고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책과 상호작용하는 가운데에서 치료의 효과를 얻게 된다. 따라서 토론은 책의 내용을 독자가 충분히 소화하고 이해할 수 있게 인도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효과적인 토론을 위해 모어, 닉슨, 빅커스는 책을 읽고 난 후에 내용의 장별로 생각할 사항들과 관련 활동을 제안하고 있는데, 각각의 생각할 사항들은 단계적으로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원문적생각:책의 내용상 특정한 사항들을 기억하도록 도와 주는 문답들,
2)해석적생각:내용에 대한 추론과 인생 경험에 대한 적용을 도와 주는 문답들,
3)창의적생각:연극, 이야기, 시, 토론 등을 통하여 보다 높은 수준의 창의성을
고무하는 문답들,
4)비판적생각:학생들이 자기들이 읽은 것을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게 고무하는
문답들.
이같은 질문들로 생각을 정리한 후에는 그 책의 내용과 관련된 시각 예술, 글짓기, 연극, 음악, 사회 과학 및 과학 등의 과외 활동으로 다각적인 측면에서 깊이 있는 이해를 시도한다. 다음에서는 모어 등이 <사다꼬와 천 마리의 종이학> (Sadako and the thousand paper cranes, by Elenor Coerr. Putnam, 1977) 이라는 어린이 소설을 분석한 것을 인용하여 구체적인 적용 실례를 살펴 보기로 한다.
[요약]:사다꼬는 일본 히로시마의 자기 학교에서 가장 달리기를 잘 하는 선수가 되기를 꿈꾸었다. 자기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던 어느날 사다꼬는 현기증을 느낀다. 사다꼬는 그 상태가 비밀로 지켜질 줄 알았는데, 드디어는 현기증으로 학교에서 쓰러지고 말고, 원자폭탄의 방사능 노출로 인한 백혈병에 걸린 것으로 판명된다. 사다꼬가 병실에 있는 동안 가장 친한 친구가 종이로 접은 학을 한 마리 갖다 준다. 친구는 사다꼬에게 만약 천 마리의 종이학을 접을 수 있다면, 그녀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희망을 갖고 사다꼬는 오백 여 마리의 종이학을 열심히 접는다. 자기의 힘이 다 할 때까지 계속하면서, 그녀는 644번째의 종이학이 마지막이란 것을 알게 된다. 사다꼬의 반 친구들이 천 마리의 학을 접을 때까지 계속해 준다.
한 일본 소녀의 실화에 근거한 이 소설의 주인공은 진정한 용기와 지혜를 보여 준다. 히로시마 평화 공원에 있는 사다꼬의 동상은 전쟁으로 인한 상실과 허무함이 무엇인가를 세계 사람들에게 상기시켜 주고 있다. (많은 어린이 소설들이 우정, 희망, 죽음 등의 복합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구 문헌들의 속성상 한국의 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므로 이 연구에서는 일본인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의 적용 사례를 들기로 하였다.)
[핵심 단어] 죽음 -- 질병; 두려움 -- 두통; 오봉 -- 어두움 -- 현기증; 아픔 -- 방사능; 신사(神社) -- 기모노 -- 평화 기념일; 눈물 -- 기적 -- 시험; 슬픔 -- 백혈병 -- 병원; 짱 -- 고통 -- 환자들. (이 핵심 단어들은 거미줄과 같은 모양으로 서로 연결되어, 내용에서 서술하고 있는 사다꼬와 그녀의 주변 환경들을 요약해 주고 있다.)
[단계별 생각에 의한 질문의 보기들]
1) 원문적 생각:
a. 사다꼬가 현충일 아침에 관찰한 행운의 징조 두 가지는 무엇인가?
b. 사사끼 선생이 사다꼬를 특별히 자랑스러워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c. 사다꼬는 죽기 전까지 몇 마리의 종이학을 접었는가?
2) 해석적 생각:
a. 사다꼬의 성격 중 어떤 면이 자기의 병을 감당하는데 도움을 주었는가?
b. 사다꼬는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도움을 받았다. 당신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도움을 준 이야기가 있다면, 이야기해 보라.
3) 창의적 생각:
a. 날개에 시구를 적은 종이학을 만들어 보라. 교실 천장에 종이학들을 매달아 보라.
b. <안네의 일기>의 요약을 읽고 안네와의 인터뷰를 기획해 보라. 안네와 사다꼬가 세계를 향해 평화에 관해서 비슷한 메시지를 갖고 있는가 설명해 보라.
c. 종이 찢어 붙이기, 진흙 및 다른 재료들을 갖고 독자적으로 기념비를 만들어 보라.
4) 비판적 생각:
a. 사다꼬는 왜 나쁜 소식을 들었을 때 그렇게 본능적으로 귀를 막는 반응을 보였는가?
b. 왜 사다꼬는 종이학을 접음으로써 자기의 병세를 조절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는지 평가하라.
c. 원자폭탄을 투하하기로 결정한 책임자들에 관하여 연구해 보라. 그것의 필요성에 관하여 토론 시간을 마련해 보라.
[과외 활동]
1) 시각 예술:
a. 종이 접기 전문가를 반에 초청하여 시범을 보이게 한다. 일본에서는 행운과 장수의 상징인 종이학이나 거북이를 접어 본다.
b. 종이학으로 교실 벽화를 만들어 세계 평화의 소망을 실어 본다.
2) 글짓기:
a. 사다꼬처럼 일기를 쓴다. 자신과 가족, 병에 관한 생각을 적어 본다.
b. <사다꼬와 천 마리의 종이학>의 서평을 써 본다.
3) 연극:
a. <사다꼬와 천 마리의 종이학>에 근거한 가면극을 창작해 본다.
b. 이야기의 일부를 각색하여 사다꼬처럼 독백을 해 본다. 각각 선택한 것에 목소리를 바꿈으로써 사다꼬의 느낌을 전할 수 있다.
4) 음악:
a. “We are the world”라는 노래를 들어 본다. 평화와 세계의 이해를 강조하는 비슷한 노래를 만들어 본다.
b. 전쟁의 허무함과 평화의 소중함에 관한 랩송을 만들어 본다.
5) 사회:
a. 전쟁 후에 일본의 생활은 많은 면이 변화되었다. 특히 어떤 면이 변화했는가 연구해 본다.
b. 일본에서 학은 행운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동물이나 곤충이 행운을 상징한다고 보는지 연구해 본다.
6) 과학:
a. 원자에너지를 맨 처음 사용한 것은 부정적이었다. 원자력의 긍정적인 이용에 관하여 연구해 본다.
b.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 대한 폭탄의 후유증과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영향력을 비교해 본다. 일본에서 얻은 정보가 체르노빌 사고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 (Mohr, Nixon, Vickers, 1991에서 발췌).
결 론
지금까지 연구 문헌을 중심으로 독서요법의 제반 특성과 적용 실례를 살펴 보았다. 독서요법은 사서들이 지금까지 해 오던 독서 지도를 보다 개인적으로, 조직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어린이들 및 청소년들이 직면한 문제를 예방하거나 해결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독서요법이 아직까지 크게 주목을 받거나 체계적으로 시행된 적이 없다. 이 연구는 한국의 도서관에서 독서요법 인도자로서의 사서의 전문성을 새롭게 계발하려는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초중고 각급 학교에서 학교 도서실을 설치하고 전문 사서 교사를 두고 있는 학교의 수도 극히 미미한 현 상황에서, 그리고 독서 지도가 인성 계발이나 취미의 고양이라는 측면보다 논술 시험을 대비한 하나의 기능으로 인식되어 급조된 독서 지도사가 일반화되는 현실에서 사서가 어린이들 혹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독서요법 인도자의 역할을 하고자 할 때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 1998년부터는 중고교 및 특수 학교에 학생들의 생활지도나 진로 선택에 전문 상담교사제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하니, 기존의 사서 교사들이 전문 상담 교사와의 협력 하에 독서요법을 시행하는 것, 혹은 공공 도서관의 사서들이 지역의 각급 학교와의 협조 하에 독서요법을 시행하는 것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또한 병원 도서실, 특히 어린이 전문 병원의 사서들도 의사, 간호사, 카운슬러들과의 협력 하에 독서요법을 시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실정에 맞는 독서요법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서들이 독서요법의 효용을 인식하고, 각 도서관의 관종 및 특성에 맞는 목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독서요법의 대상자의 선정은 사서가 독자적으로 독서요법을 시행할 것인가, 학교, 공공 기관과의 협력하에 시행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또한 시행 장소는 도서관 혹은 협력 기관 중 대상자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인 곳이 좋다. 도서의 선정을 위해서 사서들은 일반적인 독서 지도를 위한 경우에서보다 더 심층적, 분석적인 독서를 해야 한다. 사회적, 가정적으로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부딪히게 되는 문제는 참으로 다양한데 비하여 그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도서들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도서 선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연구에서는 연구자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독서요법의 이론을 대략적으로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다. 독서요법이 아직 한국의 실정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므로 보다 깊이 있는 이론의 전개와 실제적인 적용 가능성을 위한 차후의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