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한 여름밤의 꿈
[페이지] F01
韓日(한일) 셰익스피어 演劇際參加作品(연극제참가작품)
한 여름밤의 꿈
셰익스피어 原作(원작)
주백 編譯(편역)
김응수 演出(연출)
劇團(극단) <가갸> (구.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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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해설
초기의 셰익스피어 희극에서는 로맨스(중세설화)적인 소재와 코메디 (현실풍자) 적인 소재를 번갈아
시도한 바 있다. 이제 이 두 소재는 교차성장 하여 유기적으로 결합한 로맨틱 코메디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위대한 희극 "한 여름 밤의 꿈"이 창작 되었다. 재료는 종전의 그것들이면서 그 구조는 전혀
딴 판이다. 셰익스피어의 극이 하나의 줄거리로 전개 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이 극은 네개의
줄거리로 전개 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이 극은 네개의 줄거리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또는 하나의
줄거리의 틀안에 세 개의 스토리가 평행하여 교차 전개된다고 볼 수도 있다. 아테네 공작 더시어스와
히톨리더와의 결혼이 그 틀이 되고 아테네 교외의 숲에서 요정의 왕 내외 사이에 빚어지는 줄거리와
아테네의 두쌍의 젊은 남녀의 사랑의 분규와 공작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소인극을 준비하는
줄거리가 교차 전개된다. 여기서 작가는 또 하나의 집념인 몽환과 현실이라는 개념 또는 가상과 실재를
대담하게 대조시켜 이 두 요소의 대립은 그의 후기의 비극들의 내적 본질을 이루는 이중영상, 상식적인
인생관 자연과 일치시키는 능력들과 표리의 관계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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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편역의 목적은 시대의 현대화와 무대의 한국화 그리고 등장인물의 수를 줄이기 위한 작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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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사람
환웅 (오베론) 만신
웅녀 (티타니아) 곰족의 화신
초랭이 (퍼크) 만신의 어릿광대
귀동 (리생더) 청년1
말동 (데미트리우스) 청년2
꽃님 (허어미아) 처녀1
추님 (헬레나) 처녀2
왕초 (퀸시) 거지1
꺼벙이 (바텀) 거지2
두꺼비 (풀루우트) 거지3
얌전이 (그 밖에) 거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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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막
(첫째 날 숲 속)
(개막, 음악 조명 들어온다. 그믐달이 어스름한 숲 속 환웅과 웅녀가 사랑의 춤을 추고 있다. 음악,
조명 그리고 남 녀 뒤엉키고 꼬이고 뒤틀려서 사뭇 선정적이고 거칠어서 토속적이다. 음악, 나간다.
실타래가 풀리듯 서서히 춤의 동작을 멈춘다.)
[환웅] 무릇 생명을 잉태하는 땅의 여신이며 그늘인 곰족의 화신이여! 네 번의 천과 아홉번의 백,
그리고 아흔 아홉 번의 낮과 밤이 바뀌어도 얼어붙은 대지가 향기로운 꽃와 입김으로 녹아 새로운 봄의
탄생이 어김이 없듯 그대 모습은 진주이슬처럼 언제나 맑고 아름답구려! 그대 곰의 탈을 벗고 내
여인될 날도 이제 머지 않았으니 사흘의 낮과 밤이 바뀌면 초생달이 떠오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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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녀] 삼라만상의 빛이시며 하늘이신 황웅이시여! 당신의 은혜로 제가 탈을 벗게 되었으니 어찌
다시 입겠으며 발을 씨었으니 어찌 다시 더럽힐 수 있겠읍니까 은의 활같은 초생달님도 우리의 인연을
축복해 마지않을 것 입니다.
[환웅] 밤이 깊었으니 이제 돌아가도록 하오 황금빛 수레를 탄 태양이 동녘하늘을 밝히우기 전에..
[환웅] (허공에 대고) 여봐라 게 있느냐
[초랭이] 예 주인님! 초랭이 대령이옵니다.
[환웅] 네번의 천과 아홉번의 백 그리고 아흔 아홉 번째의 해에 살고있는 땅위의 모든 생명들이
생육하고 번성하여 이 땅위에 충만토록 봄의 노래를 들려주도록 하라
[초랭이] 예이 풍악을 울려라!
(환웅, 웅녀, 초랭이 퇴장)
[막] 1막
[장] 1장
같은 날 같은 장소
(꽃님이 짜증내며 등장, 뒤를 따라 귀동이 급히 등장)
[귀동] 꽃님이 왜그래 안색이 좋지 않아 이제 한창
[페이지] 003
봄이 무르익어 가는데 마치 채 피우지도 못하고 사그러지는 비 맞은 꽃봉오리 같은 표정을 하고
[꽃님] (흐느끼며) 그래요, 저는 봄을 잃은 여자예요 제 가슴속엔 주룩주룩 가을비가 내리는 것
같아요
[귀동] (위로한다) 충분히 젖은 땅은 오랜 가움에도 마르지 않은 법이야 그리고 마른땅에 핀
꽃일수록 향기는 아름다워
[꽃님] 사랑은 아름답다고 하지만 이렇게 많은 고통이 따를 줄은----
[귀동] 그 수많은 소설이나 역사 책에서도 진정한 사랑이 순순히 진행된 예는 없었던 것 처럼 우리의
사랑도
[꽃님] 세상 사람들은 왜 그렇게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가문이 어떻고 재산 정도가
어떻고
[귀동] 그것은 꽃님이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만큼 아름답기 때문이야
[꽃님] 말동씨가 또 나를---
[귀동] 그 녀석 애비는 꽃님이 부모를 유혹하고 그 녀석은 꽃님이를 귀찮게 구는 모양이지 하지만 네
마음만 변치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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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님] 당신은 마치 남의 일처럼 얘기 하는 군요
[귀동] 당신의 고통을 덜어 줄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할거야
[꽃님] 그럼 우릴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는 곳으로 가요
[귀동] 도망친다고 모든 것이 해결 되는게 아니잖아
[꽃님] 하지만 더 이상
[귀동] 좋아, 젊어서 미망인이 되신 고모님이 한 분 시골에 계시는데 생활은 풍족하지만 아이가 없어
늘 쓸쓸해 하셨어 내가 가면 무척 반겨 주실거야. 더구나 당신처럼 예쁜 아가씨와 함께라면---
[꽃님] 정말요?
[귀동] 오늘 밤은 그냥 이대로 돌아가서 추님이와 말동이가 눈치채지 않도록 어울리고 내일 밤 이
자리로 다시 나오라고
[꽃님] 걱정마세요 사랑의 여신이 계시다면 그 분의 영혼에 걸고 맹세하겠어요 사랑하는 낭군님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전설속의 아내처럼 당신을 기다리겠어요
[귀동] 그럼 약속 잊지마 잠깐 저기 추님이가 이리로 오고있어 난 그럼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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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님 등장)
[꽃님] 이 어두운 밤을 헤매는 넌 예쁜 추님씨로구나
(히히덕 거린다)
[추님] 입은 비뚫어 졌어도 껌은 똑바로 씹으랬다고 너무 잘난 척 하지마 너야말로 여기서 무슨
음모라도 꾸미고 있니 (쳐다본다)
[꽃님] 뭘 그렇게 넋빠지게 훑어보니
[추님] 감기가 옮는 것 처럼 몸맵시도 옮을 수 있다면 네 매력을 송두리째 내게 옮기고 싶어 너만
보면---
[꽃님] 걱정마 네 곁에서 내가 사라질테니
[추님] 만약 이 세상 모든 것이 내것이라면 말동씨만 빼놓고 모두 다 널 주어도 아깝지 않을거야 네
눈에는 남자 홀리는 특별한 마력이라도----
[꽃님] 홀려? 아무리 눈을 찌뿌려도 말동씬 내가 좋다는구나
[추님] 너의 찌뿌린 눈이 내 웃는 모습 보다 더 매력있다니 (하늘을 보며) 오! 하늘의 신
환웅이시여! 당신은 왜 모든 여성에게 똑같은 아름다움을 베푸시지 않으셨나요
[꽃님] 그뿐아냐 싫다고 욕을 하고 등을 떼밀어도 너의 사랑하는 그대는 나만 쫓아 다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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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님] 말동씬 내가 다가 갈수록 더욱 멀어져만 가는데---
[꽃님] 그 사람 바보처럼 그러는 것은 내 탓은 아니야
[추님] 그게 바로 네 아름다움 때문이야
[꽃님] 하지만 안심하라구 당분간 귀동씨와 난 우리 부모님이 결혼을 승낙하실때까지 너희들 앞에
나타나지 않을거야 내일밤 이 곳에서 귀동씨와 만나서 멀리 떠나기로 약속했어 너에게도 사랑의 여신이
축복하길 빌겠어 (퇴장)
[추님] 왜 사람들은 같은 크기의 행복을 갖지 못하는 걸까 나도 꽃님이 만큼 예쁘다고 소문이 났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말동씨는 그렇게 생각해 주질 않는걸 나도 말동의 장점만을 동경하고 있나봐
그러기에 사랑의 신은 장님이요 어린애라고 했던가 만물의 빛이시며 하늘이신 환웅께서도 곰족의 화신
웅녀와 범족의 화신 범녀사이를 방황하지 않았던가 그래 말동씨가 꽃님의 눈에 이끌려 넋을 잃듯이
어서 말동씨를 찾아서 그들이 함께 사랑의 도피처를 찾아 떠난다고 알려야지 그래서 말동씨의 치사를
받아야 해 (퇴장)
[페이지] 007
[막] 1막
[장] 2장
같은 날 같은 장소
(왕초, 꺼벙이, 두꺼비, 얌전이, 각설이 타령을 읊으며 등장)
"얼씨구씨구 들어간당 허 저얼씨구 씨구 들어어 간당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공 또 왔당
앉은고리는 ---?
[꺼벙이] 쉬-잇 쉬-잇 이놈에 자석이 이래배도 정승판서의 후레 아들 놈으로 태어나 평양감사를
마다하고 각설이로 나섰네
[모두들] 지리궁 잘이한다 찬물동이나 마셨는지 시원시원 잘이한다
[왕초] 여러분들을 이렇게 밤이 깊은 야밤에 갑자기 모여 주십사 한 것은 잘 알고 계시다시피 거지왕
김덕삼 영감님의 생후 일곱번째 맞는 결혼식 날 축하연에 여흥을 돋기 이해 약간의 순서를 마련코자
부심하던차---
[꺼벙이] 대충 넘어가고 본론만 얘기하쇼
[얌전이] 헌데 우리가 할 여흥이 뭔지 알고나 얘기해야 할게 아니요
[왕쵸] 좋아요 우리의 여흥이란 슬프디 슬픈 희극 긋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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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사랑하면서도 서로 헤어져야 하는 두 청춘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장한몽이라는 거요
[두꺼비] 옳거니 이순앤가 하는 여자가 한강다리 아래로 뛰어 내리는 그것 아니요?
[얌전이] 형님 그것 재미 있겠는데요
[꺼벙이] 헤헤 벼룩도 낯짝이 있지 우리 주제에 굿은 무슨 굿
[왕초]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우리 모두 각설이 생활 십여년은 넘즉하니 잘 들 해낼거요
영감님 눈 밖에 나면 이 생활도 모두 끝장이니 신중히 합시다.
[두꺼비] 배역은 정해 놓았소
[꺼벙이] 누가 뭐래도 배역은 마음에 들어야 하든지 말든지 하지
[왕초] 그럼 지금부터 호명할테니 대답하시오 꺼벙이! 김중배!
[꺼벙이] 김중배라니 심수일 아버지요?
[왕초] 김 중배는 이 수일로부터 그의 애인 심 순애를 강탈하는 중년 갑부요, 장안의 멋쟁이지
[꺼벙이] 멋들어지게 잘만 하면 장안의 치마두른 잡것들은 모두---
[페이지] 009
[두꺼비] 나는 누고요?
[왕초] 당신은 심 순애!
[두꺼비] 심순애라니 난 여자역은 할 수 없소 이렇게 수염난 여자 봤오? 그런 배역은 충무로
스타다방의 미스김 같이 예쁘고 얌전한 새약시가 더 어울릴거야
[왕초] 가발 쓰면 되니 그런 염려 놓으시고 목소리만 작고 부드럽게
[꺼벙이] 가발 쓰고 한다면 내게 이 순애역을 맡기쇼 아! 사랑하는 수일씨! 당신없는 세상---
[왕초] 그만둬! 넌 김 중배야 두꺼비 당신이 심 순애고
[꺼벙이] 기차통을 삶아 먹겠다 웬 소리는 그렇게 질러대요 저런 떡 두꺼비같은 심 순애를 하하---
[얌전이] 나는 뭐요?
[왕초] 마스크가 얌전하고 기생 오래비같이 잘 생겼으니 당신이 이수일이 제격이오
[꺼벙이] 잠깐, 이수일은 내가 해야돼 얌전인 너무 이미지가 빈약하잖소? 자 보라구 "그래서
김중배가 내미는 다이아먼드에 두 눈이 뒤집혔단 말이지?"
[두꺼비] 거참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 뛰기는 혼자 다 해
[페이지] 010
먹으쇼
[왕초] 자! 자! 조용 이제 배역은 끝났고 아까도 얘기 했지만 모두들 한번 잘 해봅시다 그날 알만한
영감님 들은 모두 온다는데 그 양반들 비위를 거슬렸다간 이 느릇도 그만이니까
(갑자기 그믐달이 구름에 가리워 어두워진다)
[모두들] 이게 웬 궤변이냐 갑자기 깜깜 해졌으니진작 조명등 갈아 끼우잖고! 여긴 무대가 아니야
숲이야 숲!
(이때 초랭이 나타나서 야광 장난감으로 겁을 준다)
[모두들] 저건 또 뭐야? 도깨비다 아니다 유. 에프. 오 다. (퇴장)
[페이지] 가-001,, 0A0010
[막] 2막
[장] 1장
둘째날 같은 장소
(초랭이 등장)
[초랭이] 산 넘어 골짝 넘어 덤불 뚫고 찔래 뚫고 마당 넘어 담 넘어 물과 불을 지나서 어디에나
가보세 달님보다 더 빨리 난 이 숲속의 주인이신 환웅어른의 어릿관대 초랭이 (재주 부린다.) 모든
사람이 오장과 육부거늘 이 숲속의 유쾌한 장난 꾸러기는 오장 칠부, 초상난데 춤추기 등! 장난보가
하나 더 붙었다든가? (재주 피운다) 하지만 주인님을 항상 기쁘게 헤드리지
(환웅, 웅녀 등장)
[환웅] 배은망덕한 곰족같으니 탈을 벗었으니 어찌 다시 입을 수 있겠는냐 하지 않었더냐
[웅녀] 나를 완전한 자유로 문을 열개하신 주인님이시여 어인 말씀이옵니까
[환웅] 발을 씻었으니 어찌 다시 더럽힐 수 있겠느냐 하지 않았더냐? 하루 하루 인간의 형상을
더하더니 그대 달콤한 입술로 인간 남정네들을 유혹하려 한다니
[웅녀] 억울하옵니다. 물을 불이라 말씀하시며 불을 물이라 할수 있겠읍니까? 밤이 깊어 별빛 마져
잠든 밤에
[페이지] 가-002,, 0A0020
이 숲속의 마을 처녀들과 희롱하시던 분은 바로 당신이 아니셨던가요?
[환웅] 흙을 보고 나무라 할수 없듯 나무를 흙이라 말 할 수는 없는 법, 그대는 아랫마을 목동들과
보리 피리를 불며 놀지 않았더냐?
[웅녀] 다섯 번 천년전 이 곳을 떠나 다시 찾아오신 것은 저 숱한 처녀들을----
[환웅] 오! 그대의 고운 입술에서 어떻게 그런말을
[웅녀] 초 여름이 접어들면서 달이 떠오르면 산에서 계곡에서 숲에서 시냇가에서 산들부는 바람은
저와 손을 맞잡고 춤을 추며 즐거워하는것을 그때마다 꼭 나타나서 흥을 망쳐놓곤 하니 보람없는 것을
안 산들 바람은 바다에서 도시에서 습한 안개를 뿜어다가 이 숲속에 쏟아놓은 까닭을 이제야 알게
되었나이다. 다섯번 천년 전 부터 지속되온 우리들의 언쟁과 불화가 모두 이 떠문이에요.
[환웅] 화근은 그대에게 있도다, 웅녀여 회개하도록 하라. 누구도 만물의 빛이며 하늘이신 날 거역할
수는 없느니라.
[웅녀] 이만 물러가겠나이다 (퇴장)
[환웅] 마음대로 하려므나 하지만 이 숲속을 헤어나진 못할것이니--- 여봐라! 게 있느냐
[초랭이] 초랭이 대령이옵니다.
[페이지] 가-003,, 0A0030
[환웅] 넌 기억하고 있겠지, 태양이 떠오르는 저 동쪽 끝에 사랑에 실연당한 영왕이 손수 가꾸어 온
사랑의 꽃을 눈에 만 스쳐도 검은 꽃가루는 사랑을 심어주고 하얀 꽃가루는 사랑을 풀어주는 신비스런
꽃이니라. 자, 빨리 서둘러 그 마력의 꽃들을 가져 오도록 하라
[초랭이] 예이 번개가 이 땅 덩어리를 휩쓰는 것보다 빨리 다녀 오리다 (퇴장)
[환웅] 내 그 꽃으로 웅녀의 자는 눈에 뿌려 주리라, 그녀가 눈을 뜨면 여우든 늑대든 장난꾸러기
원숭이든 처음 보는것에 사랑에 빠져들게 되리라 마치 발정난 암캐처럼
(추님, 말동 등장)
[환웅] 아니 누가 오고있나 젊은 연인들이군 어디 저들의 사랑 애기를 엿들어 볼까 난 저들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까
[말동] 날 더이상 쫓아다니지 말라구 이런다고 널 사랑하게 되지는 않아, 도대체 꽃님씨와 귀동이는
어디로 간 걸까 내가 등산을 온 것은 널 따라 온게 아니라 꽃님일 보호라러 온거야 제발 내 앞에서 썩
꺼져
[추님] 당신은 절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요
[페이지] 가-004,, 0A0040
제 가슴은 강철처럼 뜨겁고 진실하나 당신의 심장은 얼음처럼 차가운 자석이예요. 그 커다란 자석 앞에
전 한 발자국도 움직일수가 없어요
[말동] 네가 끌려 온 거지 내가 널 끈것은 아니야 난 널 좋아 하지도 좋아 할수도 없어
[추님] 그렇지만 전 말동씨가 더욱 좋아지는 것을 어떻게 해요. 전 당신의 노예예요. 때리면
때릴수록 더 잘보이도록 아첨하는 당신 마음대로 해요. 전 당신 곁에만 있으면 돼요
[말동] 내 영혼 마져 널 거부하고 있는걸 정말이지 널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난다구
[추님] 전 당신 곁에 있지 않으면 항상 불안해요
[말동] 넌 도무지 처녀로서의 수치감 같은것도 갔고 있지 않군, 그렇게 함부로 네 몸을 맡기다니
더구나 이런 밤에
[추님] 당신은 나의 밝음이예요. 말동씨를 보고 있노라면 밤도 대낮처럼 밝아져요 당신은 이 세상
모든 것이예요.
[말동] 정말 어쩔 수 없는 여자로군, 추님일 떼어 놓고 도망쳐 숨어버릴테다. 그래서 들 짐승들이 널
마음대로 하도록
[추님] 아무리 사나운 짐승도 당신처럼 가혹하지 않아요
[페이지] 가-005,, 0A0050
[말동] 그만둬, 난 가겠어 (퇴장)
[추님] 여자의 자존심같은 건 눈꼽만큼도 생각해 주지 않는군 당신 같은 남자는 만 천하 여성들의
지탄을 받아야 돼, 여성은 구애를 받아야지 구애를 할 수는 없어 하지만 난 당신을 놓칠 순 없어
(퇴장)
[환웅] 잘 가거라 숲 속의 아가씨여 사내가 이 숲 속을 떠나기전에 네가 달아나는 쪽이 디고 사내가
널 쫓도록 하여주리라 가엾은 내 후손이여
(초랭이 등장)
[환웅] 그 마력의 꽃은 가져왔겠지?
[초랭이] 예이, 여기 있사옵니다.
[환웅] 수고가 많았도다 그걸 이리다오 그리고 내말을 잘 듣고 실수 없도록 하여라 지금 웅녀는
동굴속에서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을테니 난 잠자고 있는 그녀의 눈위에 이 사랑의 꽃가루를 뿌려주리라
그 동안 넌 이 숲속을 샅샅이 뒤져서 등산복을 입은 젊은 연인들을 찾아, 그 청년의 눈에 이 꽃가루를
뿌리도록 하여라 아릿다운 처녀가 그 청년에게 사랑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자 첫 닭이 울기전에 일을
끝내고 돌아오록 하라.
[초랭] 예이, (퇴장)
[페이지] 가-006,, 0A0060
(환웅, 만족하듯 퇴장)
(꽃님이 귀동이 등장)
[귀동] 이봐 꽃님이 숲속을 헤매다가 이제 지친 모양이군 헌데 사실은 말야 이 숲 속을 빠져나갈
길을 모르겠어. 오늘밤은 그믐이 돼서 달이 너무 어둡다구 좀 쉬었다 가지 곧 날이 밝으면 나아질테지
[꽃님] 그렇게 해요. 어디 누울 만한 곳을 만들어 보아요
[귀동] 한 뼘의 잔디 폭이면 충분해 우리 두사람의 베게가 되줄수 있어. 마음도 하나 자리도 하나
가슴은 두개지만 진실은 오직 하나니까
[꽃님] 안돼요. 제발 저만큼 떨어져서 자요. 가까이 오는 건 싫어요
[귀동] 아 내 순수한 마음을 믿지 못하는군, 내 마음은 꽃님이와 한 마음 한뜻이야, 우리 두 가슴은
이미 하나의 맹세로 맺어졌어, 곁에 누워도 헛된 짓은 않을테니 두려워마
[꽃님] 말씀이 교묘하시군요. 저도 당신이 못된짓을 하리라고 생각지 않아요 그러나 사랑과 예의를
위한다면 저만큼 가서 누우세요. 결혼전의 순결한 남녀에게 알맞을 만큼 거리를 두고 가 누우세요.
이제 됐어요. 마음 변하지 말고 잘 자요.
[페이지] 가-007,, 0A0070
[귀동]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저 하늘과 우리를 눕게 하신 땅, 그리고 우리를 밝혀주는 달에
맹세하겠어.
(초랭이 등장)
[초랭이] 숲속을 온통 뒤져도 등산복 차림의 연인은 찾아 볼 수 없으니 큰일 났군, 주인님 성화가
대단하실 텐데 이게 누구야 옷차림을 보아 주인님이 말씀하신 그 청년이 분명하렸다. 주인님 말씀대로
라면 이 청년이 어떤 처녀를 울리고 있으렸다. 옳지 저 습하고 더러운 땅바닥에 곤히 잠들고 있는 저
처녀로군. 가엾어라 요 무정한 사내 곁에 눕지도 못하고 저만큼 떨어져 누워있으니 하지만 네 녀석이
잠을 깨어 났을땐 세상이 달라질 거다. 사랑에 미쳐 안식을 잃으렸다. (뿌린다) 난 이만 물러갈테니
잠을 꺼어다오
(추님, 말동 등장)
[추님] 저기 있어요. 날 어떻게 해도 좋으니
[말동] 더이상 따라오면 가만 두지 않겠어, (퇴장)
[추님] 아! 난 바보처럼 쫓아만 다니다가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겠어, 지금 어디 있는지 몰라도
꽃님이는 행복한 계집이야 저게 누구야 어 귀동씨 아니야 저렇게 땅바닥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나,
귀동씨!
[페이지] 가-008,, 0A0080
일어나세요.
[귀동] (잠을 깬다) 오 추님이 달빛처럼 눈부인 추님이 당신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거야,
그런데 말동이는 어디로 갔지? 돈 많은 아버질 믿고 거만떠는 촌놈이 치사한 녀석 내손에 죽어 마한 놈
[추님] 그러지 마세요. 말동씨가 당신 애인을 쫓아 다닌다고 나쁠건 없지 않아요. 꽃님인 당신만을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귀동] 꽃님이와 사랑, 천만에 난 그애와 지루하게 보낸 시간들이 이제 후회 막굽이야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은 바로 당신 추님이야
[추님] 갑자기 무슨 말씀이에요, 절 놀리시지 말아요 아 무슨 팔자가 이 모양이지, 전 당신을 점잖은
분으로 보았는데 절 조롱하시다니, 한남자에게 거절당하고 또 이렇게 다른 남자에게는 놀림감이 되다니
(퇴장)
[귀동] 다행히 추님이는 꽃님이를 보지 못한거로군 그래 넌 거기서 자구 영영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다오 글쎄 단 맛이 싫어지면 위장에 지독한 염증을 가져 오는 법이지 (퇴장)
[꽃님] (잠을 깨면서) 사람 살려요! 귀동씨! 절 도와줘요 뱀이 가슴위로 얼른 떼어줘, 아이 무서워
이게 무
[페이지] 가-009,, 0A0090
슨 꿈일까 귀동씨 절 좀 봐요. 이렇게 가슴이 떨려 귀동씨 아니 어디로 갔지 들리지 않아요. 귀동씨
대답해 봐요. 아니 이 근처에 없나 찾아봐야지 (퇴장)
[막] 2막
[장] 2장
같은날 같은 장소
(각설이들 각설이 타령하며 등장)
[왕초] 쉬잇 쉬-잇 다들 모였소, 대사는 다들 외웠겠지
[두꺼비] 웬놈의 잔소리가 많은지 난 이대로는 못하겠소
[꺼벙이] 저 순애씨가 칼로 찔러 자살하는 장면 말씀인데 모처럼 영감님 결혼식 분위기 싸늘하게
하는것 아니오 그러니 김중배인 내가 붙잡고 말리는 것으로 고칩시다. 거 예쁜 여자를 거기거 죽게
내버려 둔다는 것도 사내 체면에 말이 아니고 아깝기도 하고
[왕초] 당신이 감독도 하고 글도 쓰고 배우도 하고 통반장 다 해먹으슈
[얌전이] 그것은 이렇게 합시다.굿하기 전에 구경꾼 들에게 우리가 칼을 사용하기는 하나 진짜
상처를 내는 칼이 아니라고
[두꺼비] 그것 좋은 생각이오 거기다 좀 더 확실하게 이사람은 심 순애 역 이지만 사실은 두꺼비라고
말야
[페이지] 가-010,, 0A0100
즉 평소에 이 착한 두꺼비는 흉기같은걸 갖고 다닌 적이 없으니 염려 놓으시라고
[꺼벙이] 그럼 해설은 이렇게 하지 (변사조로) 친애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얌전이] 거 좋습니다요.
[왕초] 이제 문제는 영감님 댁 대청마루 안으로 어떻게 달님을 모샤오느냐? 그리고 다리를 어떻게
설치 하느냐? 그것이 문제요. 아시다시피 한강 다리 위헤서 그믐달이 애처롭게 비치던 날 밤 이수일과
심순애는 슬프디 슬픈 사랑을 읊지 않았소
[두꺼비] 가만 달력 좀 보게 우리가 굿하는 날 밤 무슨 달이 뜨는가 보세
[왕초] 음 그날 밤은 분명히 초생달이 뜨지
[두꺼비] 그럼 창문을 열어놓고 굿을 하면 되겠구먼
[얌전이] 그럼 한강 다리는 어쩌구요
[꺼벙이] 그거야 가져올 순 없고 네가 이수일 역을 내게 넘겨주고 다리가 되어주면 잘 되겠지
[왕초] 자넨 김중배야 차라리 자네가 김중배역을 나한테 맡기고 다리가 되어주면 만사 문제 없겠군
[꺼벙이]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난 배역에 불만이 많아요 내 체력이나 지성미를 보더라도
왕초가 분명히 실수
[페이지] 가-011,, 0A0110
한거요
[두꺼비] 사실 불만은 나도 많아
[얌전이] 실제 나오는 사람은 많은데
(모두들 배역 문제로 떠들썩)
[초랭이] 아니 요 걸렁뱅이 같은 녀석들이 뭘가지고 이렇게 성호하고 있나, 우리 웅녀님이 주무시는
곳 가까이서 아니 이 친구들이 굿을 하나 좀 구경이나 하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나도 한축 끼어 볼까나
[왕초] 자 이젠 시작합시다. 이 수일과 심 순애가 이별하는 장면부터 이 수일 나오구 심순애 나와요
[얌전이] 놓아라 놓아라 이 더러운 손,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드렇게도 탐이 나더란 말이냐
철석같이 굳게 언약한 우리들의 맹세를 그렇게도 헌신짝처럼 내 던지다니 놓아라 놓지 않으면 이
떨어진 구둣발로 네 가슴팍을 차 버리겠다 (망설인다)
[꺼벙이] 이 때다 차라 차 (다가서서 두꺼비를 차버린다)
[두꺼비] 아이쿠 나 죽네 (쓰러져서 못일어선다)
[왕초] (대신 나서서) 수일씨! 백번 천번이라도 이 멍든 가슴팍을 짓밟아 주세요 수일씨
[꺼벙이] 자 왔다 왔어, 짓밟아 어서
[얌전이] (눈치보며 망설인다.)
[페이지] 가-012,, 0A0120
[꺼벙이] (나서서) 에이 받아라 (왕초를 짓밟는다)
[왕초] 아이쿠나 죽나 (쓸어진다)
[꺼벙이] 수일씨 수일씨!
[얌전이] 놔라 단벌 고학생 이 낡은 옷이 떨어질까 두렵다
[꺼벙이] 수일씨 (옷을 짝 찢는다)
(왕초, 두꺼비 일어나서 꺼벙일 말린다)
[왕초] 이봐 꺼벙아 내 차례가 올때까지 저 쪽에 나가있어.
(꺼벙이 한 쪽으로 퇴장한다)
[초랭이] 이런 괴상한 굿은 처음 봤는데 신극인가? 저놈뒤를 따라가 봐야지
[왕초] 자 계속해?
[얌전이] 자 말해 보아라 김중배의 잠자리가 그렇게도 달콤하드란 말이냐 아니면 김중배의 아흔 아홉
칸 짜리 기와집이 탐나드란 말이냐 에-이
(때릴려고 한다)
(이때 꺼벙이 나귀탈을 쓴채 뛰어들며)
[꺼벙이] 야 이 간사한 계집아 날 배신하고 젊은 저놈하고 놀아나다니 (모두들 놀라서 대답이 없다)
[꺼벙이] 왜 대답을 못하느냐 이 년놈들아 (하고 대든다)
(모두들 놀라서)
[페이지] 가-013,, 0A0130
[얌전이] 아이구 형님 나 살려요 귀신이야!
[두꺼비] 이건 뭐야
[왕초] 도망치자 도깨비다
(모두들 산산히 흩어져 도망친다)
[꺼벙이] 왜 모두들 도망갈까 날 골려줄 생각이다 이거지 하지만 나 없인 죽었다 깨도 그 굿은 못해
김중배 없는 장한몽 보았느냐
[초랭이] 슬슬 저 녀석들을 따라가 볼까
(모두들 퇴장 조명 나간다)
[막] 2막
[장] 3장
같은 날 같은 장소
[환웅] 지금 쯤 웅녀는 수면의 늪에서 깨어나 처음 만난 생명에게 사랑을 속삭이고 있으리라
(초랭이 등장)
[초랭이] 주인님! 주인님!
[환웅] 어찌 되었느냐? 네 숨 넘어 가는걸 보니 무슨 재미나는 일이 생겼더냐
[초랭이] 글쎄 제 말씀좀 들어 보십시요. 웅녀께서 웬 괴물한테 거의 미치다시피 되었읍니다. 제가
놀던 비렁뱅이 같은 놈들이 굿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그중 제일 꺼벙한 녀석이 굿 진행상 덤블속으로
기어 들어오는 걸 보고
[페이지] 가-014,, 0A0140
그녀석 머리빡에 당나귀탈을 씌워버렸읍니다. 그런데 이녀석 나 설 차례가 되자 살금살금 굿 판에
나타나자 모두 놀란 토끼처럼 질겁을 하며 달아나고 이 나귀녀석은 제 꼴도 모르고 숲 속을 헤매다가
웅 웅녀님과 딱 마주쳐 그만 웅녀님께서 그 녀석에게 홀딱 반하신 모양입니다.
[환웅] 그것 의외로 잘 된 일이로다, 그건 그렇고 네 하명대로 네 할일은 끝냈겠지
[초랭이] 마침 자고 있는 두 남녀를 발견하고 분부대로 그 청년 눈에 꽃가루를 뿌렸읍니다. 남자가
깨어나면 그 여자를 보고 말겁니다.
(이때 말동이 꽃님이 등장)
[환웅] 가만 내가 말한 젊은이들이로다
[초랭이] 여자는 그 여잔데 남자는 틀리는 뎁쇼
[말동] 꽃님이 널 사랑하는 내 마음을 왜 이렇게 몰라주지
[꽃님] 지금은 단지 입으로만 욕하지만 이보다 더하게 된지도 몰라요. 빨리 대답해 주세요. 내가
잠자고 있는동안 귀동씨가 슬그머니 도망칠리 없고 그걸 믿을 바엔 말동씨가 우리 귀동씨를 숨겼다고
믿는게 오히려 나아 그러고 보니 안색이 험상궂게 보이는데 귀동씰 당신이 어떻게 했죠
[말동] 아냐 전혀 모르는 일이야 난 네가 좋아서 온 밤을
[페이지] 가-015,, 0A0150
새우며 널 따라 온거야 꽃님이 (겁탈하러 든다)
[꽃님] 이 짐승같은 자! (퇴장)
[말동] 꽃님이! 꽃님이! 지나치게 화내는군, 저렇게 허둥대는 여자는 따라가 보았자 소용이 없겠군,
이대로 누워서 부족한 잠이나 싫건 자고 보자. (눕는다)
[환웅] 이건 크나 큰 네 실수로다 진실치 못한 젊은이를 진실케 하기는 커녕 진실한 애인마져 들뜨게
해 버렸음에 틀림이 없도다
[초랭이] 이제는 운명의 여신에 맡겨야죠
[환웅] 이놈 초랭아, 냉큼 바람처럼 달려가 추님이라는 처녀를 찾아 오도록 하라 그 여잔 상사병으로
얼굴은 파리해지고 사랑의 허탈에 소중한 젊은 피까지 말리고 있다. 어서 그녀를 찾아 이리로
데려오도록 하라 그 동안 난 이 젊은 친구를 붙잡아 두리라
[페이지] 나-001,, 0B0010
[초랭이] 예이 화살보다 빨리 분부 거행 하겠읍니다.
[환웅] 자, 동쪽 끝 해뜨는 나라의 실연당한 여왕이 가꾼이 검은 꽃 가루의 마력을 맛보아라, 눈을
뜰 때 그녀가 곁에 있으면 넌 사랑의 갈증을 애원하게 되리라
[초랭이] 주인님, 지금 그 처녀가 이리로 오고 있읍니다. 마침 제가 실수를 한 청년과 애인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읍니다. 참말로 인간들은 왜들 그렇게 어리석을까
[환웅] 조용히 하라, 소란떠는 바람에 저 청년이 잠에서 깨어나질 않느냐
[초랭] 그럼 두 사람이 동시에 한 여자에게 애걸하게 되겠네요, 거 참 가관입니다요, 저는 만사가
뒤죽박죽 되는 것을 제일 좋아하거든요
(귀동이, 추님이 등장)
[귀동] 왜 당신을 조롱삼아 애걸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 맹세가 당신에게 조롱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니 내 가슴속을 열어 보일수도 없고 내 진실을 믿지 않는다니
[추님] 점점 조롱하시는 솜씨가 뛰어나시는군요
[페이지] 나-002,, 0B0020
꽃님이에게 하실 말씀을 저한테 하고 계신것 아니예요
[귀동] 그녀한테 맹세했을땐 난 분별이 없었오.
[추님] 지금도 당신은 분별이 있는 것은 아니예요. 그애를 버리려고 하는 것을 보니
[귀동] 천만에 그녀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말동이야 그 친구는 당신을 버렸어
[말동] (눈을 뜨며) 오! 추님씨 당신의 눈을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 저 반짝이는 수정도 오히려
흐린 편이야 무르익은 저 입술 맞단 두개의 앵두같이 군침을 돌게 하는군
[추님] 아 분해! 아 망측해! 당신들이 공모해서 절 조롱감으로 삼는군요 이 가엾은 처녀의 눈에
눈물을 짜게 하다니 (흐느낀다)
[귀동] 말동아, 그러지마! 넌 꽃님씨를 사랑하고 있잖아 그걸 난 잘알고 있어 어서 꽃님씨에 대한 내
사랑은 너한테 양보하지.
[추님] 모욕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당신들은 너무하는군 절 이렇게 앞에두고 그따위
[말동] 이봐! 귀동아 꽃님씨는 네가 맡아야 해 그동안 내잘못을 용서해 다시는 네 애인을 귀찮게
[페이지] 나-003,, 0B0030
않을테니
[귀동] 추님씨 저건 입에 침도 바르지 않는 거짓말같아요
[말동] 함부로 남의 진실을 모독하지마
(꽃님이 등장)
[말동] 저기 네 애인이 오고 있잖아
[꽃님] 귀동씨! 여기 있었군요, 이 어두운 밤이 네 눈의 기능을 빼앗아 가고 귀만이 더욱더 예민해져
당신의 음성이 날 이리로 오게 했어요, 왜 날 혼자두고 가버리셨죠?
[귀동] 내가 갔남? 사랑이 떠났지
[꽃님] 사랑이 떠나다뇨
[귀동] 사랑이 추님씨 한테 날아 갔단 말이지 아름다운 추님씨! 저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보다 더
아름다운 그대의 두눈, 아름다운 당신은 내 마음을 알리 없지
[꽃님] 왠일이세요, 설마
[추님] 당신까지 날 놀릴셈이군요 이제 모든 걸 알겠어 세 사람이 공모하여 이런 웃기는 장난을 꾸며
가지고 날 못살게 할 작정이었군! 이 인정머리없는 꽃님아 어린시절 소꼽동무 시절의 천진난만한
추억도 꿈많던 학교 시절의 우정도,
[페이지] 나-004,, 0B0040
서로의 바늘로 하나의 꿈을 수 놓았던 그 소중한 추억들을 이제 산산히 부셔버릴 생각이냐? 이 못난
남자들과 합세해서 말이야 용서할 수 없어
[꽃님] 내가 할 소릴 네가 하고 있어 지금 난 조롱당하고 있는 느낌이야
[추님] 귀동씰 사주해서 날 쫓아 다니게 하고 조금전만해도 날 발길로 차 따돌린 말동씨 까지도 내
눈이 수정보다 어떡고 입술이 단 앵두보다 어떻고 이 모두가 네가 시켜서 한짓일거야 안 그러면 왜
갑자기 이 두 남자가 동시에 날 사랑한다고 미쳐서 날뛰니, 넌 두 남자에게서 사랑을 받고 행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난 비참하게도 한 남자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사랑을 구걸하는 쪽이지만 그렇다고
너까지---
[꽃님] 얘는 점점 모를 소리만 하고 있어
[추님] 잘들 한다 서투른 연극은 집어 치워! 그렇게 시치미를 떼고 서도 눈짓을 해가며 등위에서
낄낄대며 웃겠지 그럼 잘들 있어 내게도 실수는 있으니
[귀동] 내 사랑, 내 생명, 내 영혼, 가지 말고 내 말들어
[페이지] 나-005,, 0B0050
[추님] 잘들 하시는군!
[꽃님] 그만좀 해 둬 추님일 그렇게 조롱하지 마!
[말동] 꽃님이 말을 못듣겠다면 내가 폭력을 써서라도 그만두지 않겠어
[귀동] 자네 폭력은 꽃님이 말보다 못해 난 추님일 사랑해
[말동] 당연하지만 내가 저 녀석보다 널 더 사랑해
[귀동] 정 그렇다면 저리 가서 그걸 증명 해 봐!
[말동] 좋다! 가자
[꽃님] 귀동이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귀동] 비켜!
[말동] 괜히 그래보시는군! 얼마든지 따라오는 시늉을 해 보렴, 너 같은 녀석이 어디
[귀동] 놓아! 요 암고양이 같은
[꽃님] 왜 이렇게 난폭해졌어
[귀동] 저리키벼! 이 쓰디 쓴 탕약같은 넌 독한 독약같은 년 내 눈앞에서 없어져!
[꽃님] 농담이지
[추님] 아무렴! 농담이겠지
[귀동] 이놈! 대장부 일언을 지키겠다
[말동] 보아하니 여자의 손이 널 붙들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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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을 믿지 못하겠다
[귀동] 그럼 날더러 꽃님일 치고 밀치란 말이냐? 밌긴 하지만 그렇게는 못한다.
[꽃님] 밉다구요? 나는 꽃님이 당신은 귀동이가 아니에요? 정말로 제가 싫어요
[귀동] 아무렴 내 목숨을 걸고 단언 하지 이젠 다시 보기싫어 난 지금 추님이가 좋아!
[꽃님] 아 분해요 사랑에 도둑년 좀 보게 넌 밤에와서 내 사랑하는 애인의 심장을 빼돌렸구나
[추님] 잘 한다 넌 예의도 염치도 없이 이제는 나오는데로 지껄이는군!
[꽃님] 흥 그게 말하고 싶었구만! 그리고 네 날씬한 키 풍체를 자랑 하시지 내가 작고 딸딸막 하다고
귀동씨 사랑에 더욱 더 키만 커졌군요 장대 같은 계집애야! 내 키가 얼마나 작단 말이냐
[추님] 이봐요! 두 남자들! 날 조롱해도 좋지만 이애가 손대지 못하도록 말려줘 난 겁장이야
이애보다 키는 크지만 저 애를 못당해!
[꽃님] 키가 크다고? 또 키타령이야? 내 키가 작아도 내 손톱으로 네 눈을 후빌정도는 된다고
[페이지] 나-007,, 0B0070
(대든다)
[추님] 꽃님아! 그렇게 심하게 굴지마 난 널 항상 사랑한다고 난 언제나 네 비유를 건드리지 않았어
다만 말동일 좋아한 나머지 네가 귀동이와 멀리 달아나려고 한다고 얘길 했을 뿐이야 그래서 말동인 널
쫓아왔고 난 연정에 못이겨 말동일 쫓아온거야 이젠 더 이상 어리석지 않을거야! 쫓아다니지도
않을거야 날 가게 내버려둬
[꽃님] 제발 가려므나
[귀동] 이봐 추님이 무서워 할것없어 꽃님이가 너에게 나쁜짓은 못할테니
[말동] 물론이지 네가 꽃님이 편을들더라도 안돼지
[추님] 아 저애는 성내면 지독스런 계집애야 키는 작아도 학교 시절에 저앤 날 가만두지 않았어
[꽃님] 또 키시비군, 두 사람은 가만히 보고있어 그렇지 않으면 나도 가버리겠어
[귀동] 옳지! 꺼져버려요 도토리 같은거 키 작아지는 약초라도 데려먹었나
[말동] 까불지 마라 역성 들어봤자 추님인 그따위 애정표시 경멸할 거다.
[귀동] 봐라! 꽃님이가 날 붙잡지 않고 있다 용기가 있거든
[페이지] 나-008,, 0B0080
우리 사랑의 승부를 결투로 정하자
[말동] 따라 오라고? 난 너와 나란히 갈테다
[꽃님] 이 소동은 모두 너 때문이다 어딜 가려고 달아나지 마!
[추님] 난 널 믿지 않아 싸움이라면 네가 더 날쌔지만 다리는 내가 더 길어, 그만 가겠어 (달아난다)
[꽃님] 어이가 없군 못참아 (뒤따라 간다)
[환웅] 이 모든 소란이 초랭이 네놈 때문이로다
[초랭이] 주인님! 이건 제 태만이 아니고 약간의 실수입니다요
[환웅] 잔소리 많구나 저 자들이 결투할 장소를 찾고 있으니 어릿광대 넌 서둘러서 밤의 안개를
둘러치고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을 거두어라 그리고 성난 두 젊은이를 길을 잃게 하고 서로 만나지
못하도록 하여야 되니라
[초랭이] 주인님! 심려마옵소서 새벽의 여신이 이밤을 기웃거리기 전에 실행토록 하겠읍니다
[환웅] 그렇구나 밤의 여인을 실은 수레가 떠나기 전에 일을 마쳐야 하느니라 어서 (퇴장)
[초랭이] 요리조리 저 녀석들을 끌고 다니자꾸나
[페이지] 나-009,, 0B0090
두 사람을 오랫동안 서로 떼어놓으면 마침내 납덩이 같은 무거운 잠이 그자들 눈꺼플 위에 살그머니
깃들게 되겠지 그리고 사랑의 마술을 풀어주는 이 하얀 꽃가루를 뿌려주리라 두쌍의 연인들은 어리석은
소동에서 벗어나 다시 그들의 도시로 돌아가겠지 자! 시작이다
[귀동] 이놈! 어디있느냐 말동아
[초랭이] 여기다! 여기
[귀동] 좋다! 곧 가마
[초랭이] 좋다! 따라오너라
[말동] 귀동아! 이 비겁한 도망자야 말해봐 덤블속에라도 대가리를 쳐 박고 숨어있느냐
[초랭이] 비겁한 놈! 내게는 감히 덤비질 못하고 덤블 상대로 싸울거냐 너같은것은 주먹이 아니라
회초리 맞좀 봐라
[말동] 내 말소리 나는 쪽으로 따라와
[귀동] 그 녀석은 늘 앞질러가서 도전 하지만 곧 사라지고 없어 그 녀석은 나보다 훨씬 빠르고
가벼운 녀석이야 난 도저히 그 놈을 잡을수가 없어 아무튼 여기서 좀 쉬어야겠군 (눕는다) 오 친절한
태양이여 어서 밝아오라 희미한 새벽 빛이라도 난 그놈을 찾아내어
[페이지] 나-010,, 0B0100
이 분통을 풀어야지 (잠이든다)
[초랭이] 하하하 요 겁장이야 왜 따라오지 않느냐
[말동] 너야말로 용기가 있다면 요리조리 피해 달아나지 말고 정정당당히 맞서봐! 그래 어디있냐?
[초랭이] 이리 오너라 여기다
[말동] 여전히 날 속이는군 이 댓가를 톡톡히 갚아주마 아이 고단해 날 밝을때까지 두고보자 이
차디찬 바닥이라도 누워서 쉬어볼까 (잠이든다)
[추님] 오 길고 지루한 밤이 어서 지나가고 환한 낮이 오면 빨리 이 숲을 빠져나가고 싶은데 그 동안
내 눈을 감겨주는 잠이라도 잘 수 있으면 아! (눕는다)
[초랭이] 아직 겨우 세명인가 한명만 더 오면 두쌍이 되는구나 옳치 저기로 오는구나
[꽃님] 이렇게 갑갑하고 심난한것은 생전 처음이야 이슬에 젖고 가시에 찔리고 이젠 더 걸을 수가
없어 하지만 귀동이 에게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다면 오 맙소사 하나님 그를 보살펴 주소서 (쓰러진다)
[페이지] 나-011,, 0B0110
[초랭이] 야 색골들야 대지위에 곤히 잠들어라 네놈들 눈에 사랑에 마술을 풀어주는 하얀 꽃가루를
부려주마 눈이 뜨면 한 남자에 한 여자씩 총각은 자기처녀를 도로찾고 처녀는 원하는 남자를 얻고 만사
끝장이다
(웅녀, 꺼벙이를 끌고 다닌다. 뒤따라 환웅 등장)
[환웅] 오 초랭이 너로구나 이 멋드러진 꼴좀 보아라 사랑에 넋이 빠진 웅녀가 바보스럽고 밉살그런
당나귀를 애무하는 저 추태를 보아라
[웅녀] 자 이 잔디밭에 앉으세요 당신의 사랑스러운 뺨에 뽀뽀해 드릴께요 그리고 이 예쁜 귀에 꽃을
꽂아 드릴까요
[꺼벙이] 손을 이리 좀 빌리게
[웅녀] 무슨 용무이신지요
[꺼벙이] 아냐 아냐 내 머리 좀 긁어줘 글쎄 이발을 하러 가야겠는걸 이래뵈도 난 여간 민감한
당나귀라서 내 얼굴 근처에 몹시 수염이 자란것 같구먼
[웅녀] 노래도 불러드릴까요
[꺼벙이] 옳지! 그래 난 노래를 좋아한다고 자 땡그랑
[페이지] 나-012,, 0B0120
땡 해보구려
[웅녀] 시장하실 텐데 뭘좀 드릴까요
[꺼벙이] 당근이나 두어개 가져다 주시오 입이 심심하니 색깔 좀 잘난것으로 슬슬 졸리는구먼
[웅녀] 제 팔에 안겨서 포근히 주무세요 아 사랑스러워 정말 미칠것 같군
(둘다 잠이든다)
[환웅] 새벽이 찾아 오는군 이제 이 보기 흉한 웅녀의 망녕을 풀어 주어라 그리고 나귀탈을 쓴 저
녀석 머리박을 벗겨줘라 잠에서 깨어나면 그들 일행과 함께 이 숲을 떠나 도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오늘밤에 꿈같은 일들이 저들에겐 멋진 추억이 될 것이로다. 우선 웅녀에게 하얀 꽃 가루를 뿌려
주어라
[웅녀] (깨어나며) 오 만인의 신이시여 나의 주인님 환웅 어른이시여 밤새 몹슬 꿈에 쫓겼어요
당나귀 같이 생긴녀석이 밤새 귀찮게 굴었지요
[환웅] 저기 누워있는 것이 그자가 아니더냐?
[웅녀] 아니 이럴 수가 이꼴만 봐도 구역질이 나
[페이지] 나-013,, 0B0130
저 낮짝
[환웅] 여봐라 초랭아 저 나귀 머리박을 벗겨 주도록 하라 그리고 이 숲속이 모든 요정들에게 춤을
추도록 하라 이 밤이 지나면 우리들의 인연을 축복하리라 덤불에서 날아오는 새들처럼 경쾌하게 얼씨구
절씨구 춤을 추어라.
(모두들 춤추며 퇴장)
[페이지] 나-014,, 0B0140
[막] 종막
셋째 날 같은 장소
(조명 새벽녘처럼 밝아진다)
(각설이들 타령과 함께 등장)
[왕초] 쉬 잇 쉬 잇 어떻게 된거야 꺼벙한 친구는 도깨비가 물어 갔나 꼴도 보이지 않으니 좀 찾아봐
[얌전이] 어젯밤 외박하고 들어오지 않았답니다
[두꺼비] 그 친구 끝까지 말썽깨나 피우는군 이러다간 오늘밤 영감님 결혼식 축하연에 참석도 못하는
것 아니요 차라리 다른 친구로 바꿉시다
[왕초] 생긴 것은 꺼벙해도 재능은 있는 친구야 이 바닥에선 그래도 그 친구만큼 김 중배역을 해낼
친구가 없오
[얌전이] 진작- 그 길로 나갔으면 지금쯤 출세 했을거요
(이때 꺼벙이 잠에서 깨어나)
[꺼벙이] 거 잘 보았네 사람볼 줄 아는구만 역시 없으니까 내 가치가 인정되는군
[두꺼비] 낮도깨비처럼 어디서 불쑥 나왔지
[꺼벙이] 모두들 내 말좀 들어보쇼 내 지금부터 이상한
[페이지] 나-015,, 0B0150
얘길 하겠는데 무슨 얘긴지 묻지는 말고---
[왕초] 어젯밤 외박하더니 무슨 일을 저질렀군
[꺼벙이] 글쎄 그것이 웬 영문인지 나도 모르겠는데 아릿다운 선녀가 날 담쟁이 덩굴처럼 꼭
끼어안고 머리도 빗겨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뽀뽀도 하고 당근도 주는데
[얌전이] 당근요 거 이상한 꿈인데요 선녀가 왜 하필 당근을 줘요
[두꺼비] 이 친구 완전히 돌았군 넋빠진 소리 그만 지꺼리고 오늘 연습이나 정신차려 잘하라구
(꺼벙이 귀를 잡아 당긴다. 꺼벙이 시끄럽게 설친다. 이때 귀동, 말동, 꽃님, 추님, 깨어나서
반사적으로 서 있는 곳을 떠나려고 움직인다. 꺼벙이 얼떨결에 그들을 난폭하게 붙잡는다)
[꺼벙이] 굿거리가 곧 시작되는데 어딜 가려고 하오 그냥 앉아요 형님 관객이 도망치기 전에 빨리
시작하시오
[왕초] (얼떨결에 큰 소리로) 만장하신 신사숙녀 여러분 저희들의 굿을 구경하러 아니 결혼식을
축하하러 오신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읍니다. 만약에 여러분이 비위에 거슬린다면 굿이 곧 저희들
[페이지] 나-016,, 0B0160
의 소신이외다 여러분의 비위를 거슬리려고 한 것은 아니고
[꽃님] 저 사람 지금 무슨 얘기해요
[귀동] 성난 망아지 뛰는 격이군 한다고 말이 아니고 규격이 맞아야 해
[왕초] 서투른 솜씨를 보이자는 것이며 저희들은 악의를 가지고 온 것이나 그렇게 생각 말아 주시고
저희들 본의인 즉 여러분을 즐겁게 하고자 온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을 실망케 할 생각은 추호도 없죠
지금 배우들이 등장하겠읍니다 (꺼벙이, 얌전이 등장 이수일과 심순애의 이별의 장면을 마임으로
엮는다) 혹시나 이 묵굿을 이상히 여기시고 계실지 모르겠으나 전후가 명백해 질 때 까지 당분간
이상히 여기고 계셔도 좋습니다.
(묵극이 진행된다. 그러나 끝내 순조로이 진행되지 못하고 모두들 어우러져 난장판이 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