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배우고, 오랜기간 알아온 뒤 어제와 같은 날은 없었습니다.
KLPGA 대회를 하루 앞두고 열린 프로암대회에 용케 참가할 기회가 있어
일동레이크CC에 갔습니다.
기대와 의욕에 차서.
전날 연습장에서의 느낌도 그럴싸 했고요.
일찍 도착해 드라이빙 레인지를 찾아 선수들 틈에 끼어 이것저것 쳐봤는데 역시 느낌은 OK.
근래 라운드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난 세컨드 샷 미스만 없으면 이븐도 생각했습니다.
샷건 방식으로 진행된 첫 홀에서 드라이브는 새내기 정연주 선수가 미소를 머금고 엄지 손가락을 보여줄 정도로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잘 나갔습니다.
다른 동반자들은 첫홀부터 멀리건을 받았지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이상적인 체격에 좋은 스윙, 예쁜 얼굴까지 겸비한 정연주 선수와 좋은 리듬을 유지할 요량이었습니다.
그러나 걱정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그리 길지도 않은 어프로치샷을 날렸는데 그린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슬라이스가 난 것입니다.
"또 이것이냐!" 입에서 비명이 나왔습니다.
간신히 파를 세이브했지만 두번째 홀에서도 드라이브나 페어웨이우드를 빼고는 제대로 된 샷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기 안됐는지 정선수가 한마디 하더군요.
너무 일찍 히프를 턴하려다 보니 팔이 제대로 따라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히팅이 되어 그런것 같다고.
저도 그렇게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저도 알고 있는 이것이 연습장에선 되는데 필드에선 고질병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요. 한 홀에서 세번씩이나 벙커에 들어가고.
보기가 너무 안타까와 외면했던 짓거리를 제가 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스코어에 대한 욕심은 버리고 어떻게든 고질병을 고쳐보겠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환절기 감기처럼 꽤 얼마간은 지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좋은 날씨에 운동 한번 잘했다'며 얼굴을 웃고 있었습니다.
그래 놓곤 페이스북엔 "두번 다시 골프얘기를 입에 옳리기 싫다. 왜? 빌어먹을 골프라는 괴물 다시 사랑하나 봐라. 못된 골프!"라고 올렸습니다.
속이 좀 후련한 것 같기도 했지요.
아 그런데 멀리 샌프란시스코의 최박사가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방 거사님 혼나셨다 봅니다. USGA 광고 한편이 생각납니다.
She loves me.
She hates me.
She loves me
She hates me.
애증이 반복되는 골프와 나,
그렇게 미국 골프협회 광고는 우리의 심금을 울리고 있습니다.
오늘 당장 안 볼 것 같은 그녀,
내일 당장 금새 보게 될 것입니다.
That's golf!
Cheer up!"
그제서야 제가 못난 골퍼로 추락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말 다시 골프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