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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사 가을산책 요새 답사 출발 시간이 거의 오후 2시20분으로 고정되었답니다. 정수 유치원 끝나고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랍니다. 오늘은 유치원복 입은 채로 차에 올랐습니다. 샌드위치를 만들었거든요. 차에서 먹으며 시간을 아꼈답니다.. 봉선사..참 예쁜 이름이지요? 아마 '울밑에선 봉선화야...' 이런 노래 때문에 더 여리게 보일 수도 있어요.. 맞습니다. 아주 예쁜 절이지요
봉선사에서 가장 먼저 맞아주는 곳이 부도밭입니다.
"입구에 설명받지 않는 사람은 들어오지 마세요" 라고 쓰여
있네요.. 독립운동가이자 대장경의 한글 번역을 주도한 운허스님의 부도가 있답니다. 근래 부도치고는 규모와 정성이 대단합니다.
그리고 눈에 띄는 비가 하나 있답니다. 운허당의 사촌이자 근세기의 천재인 이광수의 추모비가 서 있답니다. 소설가, 언론인, 민족운동가, 계몽사상가에다가 친일파란 오명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요.. 원래 선구자는 불행할 수밖에 없나봅니다. 특히 줄을 잘못서면 더욱 그래요. 서정주씨가 친일운동하고 나서 나중에 인터뷰에서 "해방이 그렇게 빨리 올줄 몰랐어." 해방 후 이광수는 그런 고단한 삶을 사촌형인 운허스님에게 맡기고 불교에 심취하며, 경전해석에 여생을 바칠려고 했답니다. 반성도 할 겸.... 그러나 친일파인 이광수를 북한군이 가만히 놔뒀을라구요? 6.25 때 .. 납북되어 어떻게 죽었는지 모릅니다. 비문을 보니 아내와 아들 딸이 생사도 모르는 남편과 아버지를 위해 비를 세웠답니다. 그 애절한 정은 이해가 갑니다. 비문엔 인간본연의 자유사상이니..안창호의 인격혁신운동에 심취했고..종교적신앙이 대단했느니.... 적혀있는데...그러나 일제시대 이광수의 말 한마디 때문에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징용에 끌려가 죽고 정신대에서 끌려가 능멸당했는지.....생각해 보았는지요?
여느 사찰처럼 커다란 나무가 입구에 버티고 있습니다. 불법을 수호하는 금강역사차럼 가지팔이 올라가 있네요.. 높이가 20미터에 허리 둘레만 12미터랍니다. 나이는 500살입니다요..와-
입구에 거울이 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라는 의미겠지요? 정수야..거울보면 뭐라고 할지...뻔하지요 " 거울아 거울아..누가 제일 예쁘니?" "정수..그럴줄 알았어" 혼자서 원맨쑈를 하고 있어요.
절 입구에 약수터가 있습니다. 부처님을 뵙기전에 감로수 한잔 마시고 시작해야지요?. 봉선사의 약수는 물 맛 좋기로 소문이 났답니다..우리나라 100대 약수중에 하나라니까요 물이 워낙 많아서...이렇게 긴 바가지로 퍼 마신답니다. 그런데.. 저는 똥푸는 바가지가 자꾸 떠오르니... 죄인인가 봐요..
성수도 한 잔....물을 마신 것인지..콧물을 마신 것이지..원
요새 가뜩이나 얼굴이 지저분한데..하필 저 곳에 서 있는지 모르겠어요. '불우이웃에게..빛을'..봉선사 어린이회 포교국 모델 정확하게 찾았어요.
요사채 들어가는 문인가 봐요..담쟁이 넝쿨이 참 예쁘더군요.
댓돌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고무신을 보면... 참 정갈한 느낌이 든답니다.
사자의 콧등을 사마귀가 간지럽히다니...
봉선사는 고려때까지만해도 자그마한 절이었답니다.그런데 근처에 세조의 능인 광릉이 들어섰잖아요. 그러면서 하루아침에 왕실을 지키는 원찰이 된 겁니다. 세조의 비이자 독실한 불교신자인 정희왕후가 크게 중창한 것이지요. 봉선사란 절 이름도...'선왕의 능을 받들어 모신다.(奉護先王之陵)'는 뜻이 담겼답니다. 명종때 문정황후 또한 대단한 불자지요. 불교증흥정책을 펴면서 강남의 봉은사를 선종우두머리 사찰로, 그리고 봉선사를 교종의 우두머리 사찰로 지정하여 전국 사찰을 총 관장했습니다. 승과고시인인 교종시가 열린 곳도 바로 봉선사랍니다. 그 후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국전쟁의 비운을 겪으면서...봉선사도 폐허가 됩니다. 운허스님은 대장경의 한글 번역을 시도하고 대중교화에 전력을 다합니다. 그래서 현판도 대웅전이라고 하지 않고 '큰법당'이란 한글을 달고 있습니다. 한글이 참 단아합니다. '한글도 저렇게 묵직한 기교를 부릴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랍니다.
방적당의 모습입니다. 궁궐 건물 같지 않습니까? 문살도 특이하구요. 지금은 강의를 듣는 강원으로 쓰고 있습니다.
몇 년전에 스님과 수녀님이 이 툇마루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답니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더군요. 대감집 머슴같지 않아요?
솔솔 가을바람이 불고 청량한 소리가 하늘을 울리네요. 마음껏 흐느껴라..물고기야..
이 탑에는 부처님의 사리가 봉안되었다고 합니다. 아마 인도에서 가져왔겠지요? 경복궁의 갈항리 탑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합니다. 탑 난간석을 넘고 있어요.. 아마 이승엽이 홈런 신기록 때리면 운동장에 뛰어 들어 갈지도 몰라요.
대웅전뒤에 이렇게 돌탑이 쌓여 있어요.
내용 무
관음전에 피아노가 있어요 . 절집에 피아노가 있어 좀 이상하더라구요.
설법전의 지붕이 많이 상했습니다...
딱딱한 지붕도 살아 있음을 보여 주고 있어요.
봉선사 역시 정원을 잘 가꾸었더군요. '보고 가는 꽃밭 '...단순한 글이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정원이 예쁘지요.봉선사의 자랑입니다.
무슨 꽃인지 가르쳐 주시겠어요?
연뿌리 맞나요? 방적당 마루에 말리고 있더군요. 정수 유치원에서 내일 나뭇잎 5개를 구해오라고 했대요. 그런데 고른 나뭇잎이..바로 이겁니다. 이거 잘라가면 스님한테 부지깽이로 맞겠지요 . 운하당건물이 없어 졌어요. 다시 지을려고 하나봐요. 그 공사판은 정수,성수의 놀이터가 되었어요. 모래를 보니 남해 상주해수욕장이 생각나는가 봅니다.
노가다가 따로 없네..
이곳엔 유명한 동종이 있어요. 정희왕후가 세조의 명복을 빌기 위해 조성했는데 높이가 2.3미터 지름이 1.5미터. 쌍룡이 거대한 종의 무게를 안고 있어요. 보물 397호랍니다. 아주 웅장하고 치밀합니다. 당대 문호인 강희맹의 명문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석이 기둥에 붙어 있어요.
정교하게 가는 선으로 보살입상이 그려져 있는데 구성과 조각은 조선의 조각사를 대표한답니다. 띠의 파도문양을 보세요. 꿈틀거리는 생명력...빨려 들어갈 것 같습니다.
나른한 오후...
정수가 넘어져 무릎에 상처가 났어요. 그래도 아프지 않는가 봐요. 아빠가 "호" 하니까 "이제 다 나았어.."
성수도 여자친구가 생겼어요. 여자 친구는 정숙한데.. 성수는 터프하지 않아요? 정우성....
강아지만 보면 사족을 못쓰는....성수.. 결국 뽀뽀까지 했어요.
봉선사 바깥에는 이렇게 예쁜 연못이 있답니다. 한때 연꽃이 무진장 피었을 겁니다.
예쁜지요? 그리고 푸짐합니다.
쌀이 이렇게 예쁜지 몰랐어요..
오솔길을 잘도 뛰어다니더군요. 달려라 하니..
다리 아프다고..유모차에 함께 올랐어요. 장난꾸러기들... 저녁무렵 스님이 산책을 합니다. 정수가 스님께 인사를 합니다. "스님 안녕하세요?" 그럼 스님은 정수에게 합장을 합니다. "아빠..왜 스님이 나한테 기도를 하지?"
그렇게 뛰어 놀았으니... 졸릴만 하지요?.
집에 도착해보니...이렇게 골아 떨어졌어요. 정수와 성수.. 자리가 뒤바뀐 것이 아닐까?
이렇게 봉선사 가을 산책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어딜 갈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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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쥔장님의 글과 사진이 넘 좋아서 울딸 유치원도 땡땡이 치고 둘이서 봉선사행 데이트를 즐겼슴다..부도밭 한켠 춘원비 앞에 있던 눈이 부시도록 붉은 단풍나무가 아른거리네여..광릉숲의 싱그러운 가을내음도 여즉 코끝에서 흠흠~ 평일이라 정말 고즈넉하게 풍경소리 한가득 맘에 담았습니다 (^^)
아기자기 소담한 정원 입구의 빨간 꽃은 다알리아 였어여..어렸을 때 울집 마당에 많이 있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다시 봤어여..꽃말은 감사, 화려함 이라네여..
봉선사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쌀이 이렇게 예쁜지 몰랐어요. 했는데, 쌀이 아니고 벼입니다. 벼가 익어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