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코디네이터 성승욱이라고 합니다.
저는 성북센터에서 얼마전 있었던 일을 글로 쓰고자 합니다.
저번 주 초쯤인가…….
오전부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나는 '바우처 결제가 안 되는데 어떻게 해야 될까요?'라는 식의 내용을 미리 생각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예상과는 달리, 활동보조인 설**씨가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승인이 결정되었다고 연락을 받았다는 것,
그 소식을 받자마자 나에게 제일 먼저 연락하고 싶었다는 것과 나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싶었다는 것이
통화의 내용이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설**씨와 나는 이상하리만큼 기분이 좋았다.
왜?
왜일까?
무엇이 우리의 기분을 "UP" 시킨 것일까?
간단하다. 산재신청 승인이 그 이유이다.
사건의 과정을 살펴보면 이렇다.
활동보조인 설**씨는 올해 48년생이며 1년이 조금 넘게 이 일을 하고 있다.
10월 중순 장애여성 조**씨의 가사보조 중 - 내용물이 담겨 있는 통을 들다가 - 허리를 크게 다쳤다.
대부분의 활동보조인들이 그렇듯이 설**씨도 허리를 다쳤기 때문에 일을 못한다고 사무실에 얘기를 했고
본인 돈으로 병원에 입원을 했다.
산재보험을 가입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시 나는 업무 파악을 다하지 못하고 있던 때라서 별 생각 없이 설**씨 병문안을 갔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상태가 심각했다.
상태도 상태였지만 더욱 더 나의 마음을 복잡하게 한 점은 어떤 누군가로부터 ‘설**씨는 이미 예전에 허리 수술을 했었고
나이도 60세가 넘었기에 산재신청을 하더라도 승인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거의 대부분의 활동보조인들이 50세를 넘긴 중년 여성들이다.
물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허리 등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산재신청을 지속적으로 함으로서 활동보조인들의 노동조건을 알려내고 이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것이 정당하고
옳은 것이 아닌가?
무엇보다 산재보험은 노동자가 노동과정에서 재해를 당했을 경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각설하고, 나는 산재신청을 머뭇거리는 설**씨에게 강력하게 산재보험 신청을 하라고 요청했다.
산재신청 과정은 내가 최대한 지원을 하겠다고……. 그리고 산재신청은 본인을 위해서, 더 나아가 이 땅의 활동보조인의
건강권을 위해서 해야 한다고…….
산재신청을 하면 중개기관이 노동부 감사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일단 차치하고서…….
그 결과 노동부의 까다로운 조사를 받았지만(이들은 원래 하는 짓이 이런 게 아닌가?) 설**씨는 이번 달 5일 산재신청
승인이란 성과물을 쟁취했다.
물론 아직 휴업급여과 요양비 청구를 못해서 실질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는 않다.
이것들은 다음 주 내로 설**씨와 내가 청구할 예정이다.
또 다른 성과물은 설**씨가 이번 주 토요일 활동보조인 송년회 때 활동보조인들에게 산재신청을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설**씨의 성격을 봤을 때 큰 변화임이 확실하다.
나 스스로도 중간 중간 공백기는 있었으나 활동보조인으로 9년째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겪으면서 우리 활동보조인들의 너무나 열악한 노동환경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들은 설**씨의 산재승인을 그저 부럽게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활동보조인들이 일하다 다쳐도 산재신청은 커녕 중개기관의 눈치를 보든지 그리고 산재신청 방법을
알지 못하든 지의 이유로 인하여 본인 돈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병원을 다니고 있지 않은가?
우리들은 결코 천사의 마음으로 장애인을 돌보거나 돌보는 착한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들은 시간 당 6,225원이라는 최저임금을 받고 노동하는 노동자이다.
우리들에게 착한 사람들,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달콤한 말로 포장된 장막을 스스로 깨뜨리고,
일하는 사람 즉 본인이 노동자임을 자각하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으로 이 활동보조서비스와
나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만이 우리들은 중개기관과 복지부를 상대로 우리의 노동권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성승욱 : 010 - 8664 - 2564, blxks2564@gmail.com
첫댓글 정말 잘된결과입니다. 설**선생님 추은날씨 건강하시고 빠른쾌유를 기원합니다.
성승욱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건강조심하세요.
짝짝짝,,, 수고하셨습니다.
물론 잘 되었지만...산재승인이 된 것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올리는 일은 왠지 씁쓸하네요...장애인을 보조하는 일을 봉사가 아닌 노동으로 인식했으면 하는게 제가 활동보조인들에게 가장 바라는 바입니다. 장애인과 중개기관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 우리 활동보조인을 먼저...
참 잘되었네요, 두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노동부는 노동자편이라고 믿고 싶구요.
산재처리도 노동부에서 근로자를 도와서 처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그간에도 받고 있었습니다.
수고 하셨어요, 파이팅~~~
감사합니다~^^ 물론...노동부에는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사람도 있겠죠...그러나 쌍용차, 유성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드러났다시피 현 사회체제의 일반은 결코 노둥자들의 체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권리를 요구 하는 것인데도 승인에 기뻐해야 하다니....
무지한 활보인들에게 좋은 이야기 알려주셔서 감사하네요. 이런 이야기 많이 알려야지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노동권을 요구하고 당연하게 보장받아야 됨에도 불구하고...여전히 활동보조인의 수준은 여기에도 한참이나 미치치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저는 대부분의 활동보조인이 50대 이후의 중년여성이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우리 활동보조인의 노동권을 배제하고 기만하는 요인들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아야 될 것 같습니다...그게 보건복지부에만 국한될 문제는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