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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스코핑에 입문하기로 작정하면서 마음 속으로 정한 총예산은 3백만원이었다. 미리 주판알을 튕겨본 것은 아니고 주머니사정이 3백만원이 한계였다. 그러나 막상 시장조사를 시작해보니 3백만원 가지고는 택도 없겠다는 생각이 등었다. 가장 큰 이유는 망원경이었다. 디지스코핑의 핵심인 망원경 즉 필드스코프 가격의 벽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300만원 가지고는 웬만한 필드스코프와 접안렌즈 하나 사고나면 끝이었다. 다른 보조장비들을 구입할 수 없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마누라에게 "차카게 살겠다"고 아양 아닌 아양성 SOS를 보내 1백만원을 추가 확보할 수 있었다. 예산이 4백만원으로 늘었으나 갈 길이 멀었다.
왕초보의 장비구입기 1편~3편에서 상세히 밝혔듯이 쌍안경, 스마트폰어댑터, 쌍안경어댑터, 중고 스마트폰 노트3, 리모트컨트롤, 지향성 마이크, 트라이포드와 헤드 등을 구입히는데 약 1백2십만원이 투자됐다. 남은 총알은 2백8십만원.
이 돈으로 구입할 수 있는 망원경(접안렌즈 포함)으로는스와로브스키(SWAROVSKI,오스트리아)의 STM 65HD, STM80HD, STS65HD, STS80HD가 있다.
코와(KOWA, 일본)에선 TSN774가 접안렌즈의 선택에 따라 3백만원 안쪽에 구입할 수 있는 유일한 필드스코프였다.
니콘(NIKON, 일본)에선 ED82와 ED III가 후보에 올랐다.
자동차를 아는 남자들의 로망은 'PORSCHE'라고 한다. 반면 카메라를 조금이라도 다뤄본 남자에겐 'LEICA'에 대한 로망이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라이카에 대한 로망은 니콘 FM2로 사진을 찍던 35년 전부터 가져 왔다.
하지만 현재 시판되는 라이카 필드스코프는 '내 총알 사정거리'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 있었다.
집참새김동현 선생님은 LEICA APO-TELEVID 77 망원경과 20배 접안렌즈를 사용하고 있었다. 대여장비라 했다. 에코삽홀씨 소유로 나도 몇 번 대여해 사용한 적이 있었다. 직접 사용해 보니 필드스코프 초보자인 내게도 'LEICA'는 역시 포스가 있어 보였고,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었다. 하지만 언감생심..... LEICA APO-TELEVID 77은 단종 모델인데다가 몇 년째 중고거래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내놓지를 않는 것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새들의 아기자기한 면을 담기 좋아하는 집참새김동현 선생님은 "초보자이니 스와로브스키의 근접 촬영거리가 잛은 STM 65HD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 가격도 과하지 않고 여기에 20배 접안 렌즈만 구해서 붙이면 금상첨화라는 것이다. 김선생님 말대로 하면 2백20만~2백40만 사이에서 필드스코프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로망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국내에서 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과거에 이베이를 통해 여러가지 잡동사니를 구입해본 경험을 살려 이번엔 라이카를 찾아 '상품의 바다' 이베이를 뒤지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검색어를 두들겨 가며 이베이를 뒤지던 중 나는 눈에 번쩍 띄이는 페이지를 발견했다.
상품명 LEICA APO-TELEVID 77 Spotting Scope with 32x WA Eyepiece - Straight. 내가 찾던 바로 그 물건이었다. 접안렌즈는 20배가 아닌 32배였지만 20배 접안은 단종되고 32배로 교체됐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미국에서 바다 건너 온다는 부담감과 물건을 보지도 않고 이베이에서 판매자(셀러)에게 매긴 신용도만 보고 구입한다는 리스크가 있었지만, 하룻밤 고민 끝에 '질렀다'.
관세와 수입대행료, 운임, 안전보험료 포함해도 내 예산 안쪽의 가격이었기 때문에 매력이 있었다. 여기에 과거 이베이 구입에서 크게 낭패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용기를 냈다.
바다 건너온 APO77. 가격대에 비해 포장이 너무 허술해 약간 신경질이 났다.
이 물건이 도착하기까지 보름이 넘게 걸렸다. 김동현 선생님께 부탁해 APO77용 스마트폰 어댑터도 미리 제작해 놨다.
매일 손꼽아 기다렸다. 조바심이 났다. 이베이의 보험에 들어있어 경제적 손실은 걱정 없었지만 혹시 물건이 안올까봐 그게 더 걱정이었다.
드디어 도착한 나의 로망. LEICA APO-TELEVID 77 Spotting Scope with 32x WA Eyepiece - Straight가 도착하던 날 밤, 만원짜리 지폐를 거실 에어컨에 붙여놓고 방 안에서 연습샷을 날려봤다. 거리는 약 10m. 접안렌즈는 32배.
수공으로 제작한 APO77용 원통형 어댑터를 접안렌즈 위에 부착한 모습. 여기에 노트3 어댑터를 끼우면 된다.
노트3 1배 줌.
노트3 2배 줌.
노트3 3배 줌.
노트3 4배 줌.
이렇게 해서 꿈의 LEICA와 인연을 맺게 됐다. 모든 물건엔 임자가 따로 있다던데, 이 녀석과 나는 앞으로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을까? 장마가 온다지만 서둘러 탐조 계획를 잡아본다.
이제 조복(鳥福)만 남았다.^^
첫댓글 좋은장비영입을 축하드립니다. 이베이에서 라이카는 관세와 운송료까지 총 얼마가 들었나요?
만원지폐에 저런 문구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냥 지나치는 일상이 너무 많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