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고 12기 시작합니다.
이번 기수 주제어는 [상남자들]입니다. (feat. 상할머니 미스 마플)
사람들 자주 쓰는 말로는 '쿨 가이'라고도 하고 '차도남'이라 불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
국어사전에서는 ‘진짜 남자’, ‘남자 중의 남자’라고 뜻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전적 의미와는 큰 관계가 없고, 이번 기수에 범죄 소설 및 하드보일드 소설들을 읽기 때문에 상남자라는 주제어를 택했습니다.
추리소설이나 탐정 소설(detective story)
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게 셜록 홈스나 푸아로입니다. 하지만 이런 류의 소설들은 1930년대까지만 전성기를 누렸고, 이후에는 ‘탐정-영웅-명철한 사고 기계’에 의한 ‘사건의 해결’보다는 범죄 세계의 실제를 실감나게 묘사하거나 아예 범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하드보일드와 범죄 소설이 인기를 끕니다.
‘비정한 도시를 살아가는 한 마리 고독한 짐승...’
캐릭터로 대표될 수 있는 하드보일드적 요소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나 느와르 영화들에 많이 녹아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하드보일드적 세계관과 캐릭터에 익숙해져 있는 셈인데요, 하드보일드의 대표 작가이면서 문학적으로도 훌륭한 평가를 받는 레이먼드 챈들러와 대실 해밋의 소설을 읽어보겠습니다. 이어서 고전 추리 소설의 대표적 작가인 크리스티 여사의 미스 마플 시리즈 중 두 권을 거쳐, 범죄 소설로 탁월한 성취를 일군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와 루스 렌들의 소설을 읽습니다. 마지막으로 홈스의 창조자 아서 코난 도일의 일생을 소재로 다룬 줄리언 반스의 작품을 읽습니다.
여러분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를 어떤 세계라고 인식하시나요?
고전 탐정 소설의 주인공들은 머리가 좋아서 앉은 자리에서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래서 ‘추리 기계’라고도 부르고, ‘안락의자 탐정’이라고도 부릅니다. 아무리 잔혹한 범죄가 만연한 세상이라 하더라도 그들은 그 세계에서 한 발짝 물러난 초연한 태도를 취하며, 범죄를 자신의 지적 만족감을 채워주는 흥미진진한 수수께께처럼 다룹니다. 당연히 돈이나 여성의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습니다. 반면 하드보일드와 범죄 소설의 인물들은 그들 자신이 비정하고 속물적인 세계의 일부입니다. 사건과 음모에 휘말려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 사건 해결(또는 범죄)의 대가로 얼마의 이익을 취하는 것, 이런 것들이 이들에게는 사건의 깔끔한 해결(혹은 참회)을 통해 사회정의를 회복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또는 이익을 취하기 위해 이들은 교활하고 폭력적인 행동, 때로는 비열한 행동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들의 세계 인식은 자신을 포함한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필연적으로 고독하고 심적 방황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사회 신뢰 수준이 무척 낮다는 기사는 더 이상 놀랍지도 않습니다. 사람을 만날 때, 특히 누군가 친절하게 대한다면, 우리는 먼저 상대의 의도를 의심부터 하는 데 익숙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웠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사탕준다고 따라가지 말라고요. 이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하고 쓸데없이 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 같지 않은 가르침도 널리 퍼져 있습니다.
앞서 우스개처럼 쓴 표현이지만 ‘비정한 세상을 살아가는 한 마리 고독한 짐승’은 바로 우리들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대중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상남자 캐릭터가 각광받고, <신세계> 같은 느와르 영화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이유이기도 할테죠.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하드보일드와 범죄 소설들을 읽어보려합니다. 그리고 소설 속 인물들이 세상을 대하고 또 살아가는 방식에서 어떤 미덕을 발견할 수 있는지, 그 미덕은 과연 현실 사회에서 발휘 가능한 현실적인 것인지 등에 대해 함께 얘기나눠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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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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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레이먼드 챈들러 <기나긴 이별>(The Long Goodbye) 북하우스
7월 29일 대실 해밋 <말타의 매>(The Maltese Falcon) 황금가지
8월 12일
애거서 크리스티 <살인을 예고합니다>(A Murder Is Announced)
+ <깨어진 거울>(The Mirror Crack'd from Side to Side) 황금가지
8월 26일 루스 렌들 <활자 잔혹극>(A Judgment in Stone) 북스피어
9월 16일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Selected Stories) 민음사
10월 7일 줄리언 반스, <용감한 친구들 1.2>(A Judgment in Stone) 다산책방
기간 : 2015년 7월 ~ 2014년 10월 (총 6회, 격주 수요일)
장소 : 북카페 물푸레 (http://cafe.daum.net/mulpurecafe)
신청 및 문의 : 진행자 시로군 이메일(leesiro@hanmail.net) / 전화(010-5154-1871)
정원 : 책을 읽고 싶은 사람 누구나, 10명 내외
참가비 : 9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