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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그리비즈니스의 수직적 통합을 이룬 이후 농민은 더 이상 농민일 수 없었다. 그들은 단지 애그리비즈니스에 종속된 새로운 농노라는 지위를 가질 뿐이었다. 은행부터 종자회사 비료회사 제초제등 화학회사와 곡물 유통회사, 사료회사, 도축회사 등 모든 것을 소유하여 하나의 계열을 만든 애그리비즈니스가 지배하는 농촌에서의 농민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농노는 영농자금을 얻기 위해 은행에 가면 어떤 종자를 써야만 대출이 된다는 말을 듣고, 어떤 비료를 구입할 것인지 어떤 제초제를 사용할 것인지 수확이 끝나면 누구에게 판매할 것인지에 대한 영농계획을 제출해야만 하는데 그 은행이 소속되어 있는 계열사 제품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그 은행에서 대출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자신의 땅에서 수확한 작물을 그들에게 판매할 때의 가격은 물론 농민이 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수확해서 파종기에 대출받은 돈을 갚을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미국 정부의 농업지원금을 포함해도 겨우 생존할 수 있는 지경에 처한 그들은 서서히 잠식되어 결국은 자신의 토지를 그들에게 빼앗기게 된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인구의 70퍼센트였던 농민이 이제 1퍼센트도 되지 않는 현실을 대규모영농이 정착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 스스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1990년 말 미 농무장관에게 제출된 보고서에 "애그리비즈니스가 농촌공동체의 경제기반을 무너뜨리고, 농촌을 유령촌으로 만들면서 미국의 소농을 파괴한 데 따른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다" 라고 쓸 수 밖에 없었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상원의원 톰하킨은 애그리비즈니스에 대한 조사에서 미 4대 정육업체가 소도살량의 84퍼센트, 돼지도축량의 64퍼센트, 시리얼시장의 89퍼센트를 점유하고 있으며, 1989년 카길은 미곡물창고 적재용량의 40퍼센트를 지배하고, 몬산토 노바티스 다우케미컬 듀폰 등 4대회사가 미국 옥수수 종자의 75퍼센트 콩종자의 60퍼센트를 장악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애그리비즈니스가 공장형 가축생산을 시작하였는데 밀집 사육시 가축의 10퍼센트 정도가 특히 닭은 28퍼센트가 스트레스로 사망한다고 농무부 보고서는 그 현장이 얼마나 열악한 지 보여준다. 동물이 죽어나가는 현실에서 그 주변 환경에 대한 폐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가축생산공장이 들어선 주변 농민들이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일이 빈발하자 조지 부시 정부는 가축폐기물이 주변 지형이나 지하수를 오염시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가축소유기업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정 자체를 폐기하였다.
손해배상을 요구하지 못하게 한 조지 부시의 정책은 온 국민을 공장식 가축생산의 피해자로 만들었다. 열악한 우리 속에 밀집하여 살게 되면서 전염병 발생으로 가축이 떼죽음 당하자 무차별적으로 항생제를 주사해서 생산되는 항생제 총량의 70퍼센트를 가축에세 쓰고 있으니 미국 국민은 고기가 아니라 항생제를 먹게 되었다, 또한 소 한 마리당 사람 24명에 맞먹는 배출하는 분뇨도 항생제와 엄청난 양 때문에 비료로 재사용되지 못하고 미국에서만 일년에 2조7000억 파운드의 분뇨가 태평양 바다에 버려진다.
2003년 미국 납세자들은 미 농무부 곡물 보조금으로 1000억불을 지원했는데 그 중 70퍼센트가 거대 기업농 10퍼센트에게 돌아갔다. 또한 애그리비즈니스의 로비로 1996년 농업법이 개정되었는데 농지를 놀릴 권한을 농부에게 빼앗았다. 식량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 있는 것은 애그리비즈니스 기업의 이익이다.
농민이 농사를 안 지으면 애그리비즈니스가 농부에게 관여할 기회 자체가 박탈된다. 기회 박탈은 기업의 이익 창출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것을 의미하기에 최악의 경우가 된다. 휴경을 하는 이유는 지력을 회복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농사로는 더 이상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농토를 놀릴 수 없다는 것은 시장가격에 따른 농민의 선택권을 빼앗아 간 것이다.
식량이 포화상태가 되어 가격이 하락한다면 휴경을 하고, 그래서 농산물이 부족하게 되어 가격이 오르면 농사를 지으면 된다. 그런데 가격이 하락해도 농사를 지어야만 한다면 농사물 가격은 더욱 하락하고 땅값도 덩달아 하락하여 소농은 토지를 팔고 농촌을 떠나거나 애그리비즈니스의 고용인으로 전락한다. 이 법의 제정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소농의 토지를 싼 값에 사서 농지를 늘려가려는 그래서 농업을 지배하려는 애그리비즈니스의 의도 말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법으로 휴경이 금지되어 토지를 놀리면 농한지세를 부과하였는데 미국에서와는 달리 투기를 금지하는 목적이 더 컸다.
애그리비즈니스의 수직적 통합이 이루어진 이후 다음으로 골드버그는 지엠오를 애그리비즈니스 혁명에 결합시켰다. "생명공학자들이 애그리슈티컬 체제에 새롭게 발을 들여 놓으면 2028년에 총 부가가치는 15조 달러로 불어날 것이다. 그리고 농민들의 지분은 7퍼센트로 한층 더 줄어들 것이다" "유전자 혁명은 식량, 건강, 의학, 석유, 에너지 사업을 하나로 수렴할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1938년 우생학이라는 용어 대신에 분자생물학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위버를 비롯하여 그 전부터 우생학 연구에 꾸준히 자금을 댄 록펠러 재단은 1985년 <식물 유전 공학에 관한 중요한 장기 연구>를 세워 수억 달러를 투자 하였는 데 주 목적이 아시아에서의 쌀 작물 개량이었다.
지엠오 작물의 개발을 위해 애그리비즈니스가 한 행동은 1995년 출범한 WTO에서 <식물과 그 밖의 생명체에 관한 특허를 허용하는 무역관련 지적 재산권>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이 이전에 리우협약에 따른 후속 작업인 생물다양성협약에서 개발도상국의 종자자원을 보호했으나 미국 정부는 국제농업연구자문그룹이 보유한 50만여 가지의 종자는 제외시켰다.
애그리비즈니스 세력은 세계,특히 저개발국의 식량 고갈에 대비하여 수확량을 늘리고 농사에 비료나 제초제 살충제 등을 안 쓰는 친환경농업의 증진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지엠오 개발을 선전하였다. 자신들의 이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만금을 써서 저개발국의 굶주리는 아동과 국민들의 위하는 착한 이의 모습은 이들이 언제나 내세우는 이미지라는 것을 알 사람은 다 안다. 영국의 유수 의학잡지 <<랜싯>>의 편집자 호튼 박사는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을 꿰뚫어 보는 혜안으로 "식량을 기술적으로 조작하여 세계 기아를 해결하려는 시도는(.......)새로운 세기에 보게될, 상업적으로 가장 사악하지만 결국에는 되지도 않을 헛 고생으로 끝나고 말 일이다."(203쪽에서 재인용)
이런 그들의 의도를 2000년 록펠러 재단과 함께 연구하여 비타민 A를 함유한 베타카로틴 쌀- 색이 노랗다고 하여 붙여진 일명 황금쌀-의 특허권을 갖고 있는 신젠타 사의 스티븐 스미스가 사람이 가장 선한 말만 한다는 사망 직전에 "만일 누군가가 유전자 조작 기술이 세계를 먹여 살릴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에게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라. 세계를 먹여 살리는 것은 정치적 경제적 의지가 필요한 일이지 결코 생산이나 분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203쪽에서 재인용) 라고 말한 데서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겉으로 내세운 명분이 어떻든 아니면 숨은 의도가 어떻든 지엠오 지지자들은 지엠오를 제2의 녹색혁명이라 명명하고 그들의 영토를 계속 확장해 나갔다. 2004년 경 지엠오 작물 경작지는 세계 농지의 1/4(1억 7천만 에이커)에 달했는데 미국이 이중에 2/3인 1억에이커 정도이며, 아르헨티나가 3400만 에이커에 달했다. 그런데 2004년 지엠오 작물을 심은 농민의 85퍼센트가 자원이 빈약한 농민들이며 그들 나라는 IMF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르헨티나 농업이 변해가는 과정을 보면 애그리비즈니스가 어떻게 저개발국의 농촌경제를 와해시켰는가를 알 수 있다. 애그리 비즈니스는 은행과 석유를 정점으로 한 수직적 계열화를 이루었으므로, 처음에는 석유수입대금의 변제를 위한 저리의 차관을 아르헨티나에 제공했다. 1970년대 일어난 오일쇼크를 이용하였는데 이 오일쇼크 역시 록펠러 재단이 일으킨 것이다. 저리의 차관은 어느 순간 고리로 변하면서 이자를 갚기 위한 차관의 도입이라는 악순환의 구렁텅이에 빠져 아르헨티나의 경제는 파국을 맞이하고 이 자리를 IMF가 치고 들어오며, 또한 넬슨 록펠러 부통령과 키신저에 의해 승인되고 시행된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은 정치영역에서 민중적이며 독립적 정권의 틀을 무너뜨리고 '독재를 기반으로 한 매판적 꼭두각시 정권'을 앞세워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켰다.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난 지엠오 콩 혁명은 처음에 9,500헥타르에서만 재배되던 것을 2004년 1,400만헥타르로 확장시켰다. 이런 과정은 이집트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났는데 이집트는 면화라는 작물이 다를 뿐이었다. 지엠오 종자에 의한 수출용 단일작물의 재배는 농촌경제의 자급성을 무너뜨리고 지엠오 개발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기근의 퇴치라는 의도와는 다르게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지엠오 기근을 불러 일으켰다.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난 일이 과거의 일이라면 이라크에서 일어난 일은 현재형 일이며 미국의 신식민주의가 어떻게 전개되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시장개방을 위한 관세율 0%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통한 본국자본의 지배와 금융시장 완전 개방을 통한 경제의 완벽한 장악등등이 그것이었는데 키신저 어소시에이츠에 관리이사로 역임한 브레머는 이라크 점령군 경제 및 법률에 관한 최고 책임자로 이 모든 정책을 총괄했는데, 미국정부와 기업이 남미에서 30년에 걸쳐 한 일을 단 1개월에 해치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레머가 한 일은
공무원을 비롯한 의사 ,출판업자 등 50만명을 해고하고,
관세0%,에 수입시 검역절차를 없애고, 시장을 완전 개방했으며
석유등 이라크 경제를 지배한 200여개 국영기업을 즉각 민영화하여 자금력이 우수한 다국적 기업에 귀속시키고
법인세율을 40%에서 15%로 낮춰 다국적 기업의 세금을 감면해줬으며
기업 이익의 100%를 해외로 송금할 수 있게 하고
특허의 보장 특히 종자의 특허를 인정하지 않던 이라크 법률에 앞서 지엠오 종자의 특허를 보장 받았으며
모든 행정명령을 이라크 법에 앞에 놓았다.
이라크는 기원전 8000년 전부터 농업을 했으며 오늘날 지구에서 재배 중인 거의 모든 밀 품종을 개발한 나라다. 포로에 대한 고문과 학대로 유명한 아부 그레이브의 종자은행은 미군의 폭격으로 사라졌으나 이웃 시리아에 이라크 종자은행이 남아 있음에도 미국은 이를 무시하고 애그리비즈니스의 대상으로 이라크를 건설하기 위한 정책을 폈다. 수출을 위한 단일 경작지로서의 이라크를 건설하기 위한 행정명령 81호는 몬산토의 작품이었다.
"행정 명령 81호의 핵심은 식물품종보호조항이었다. 이에 따르면 종자를 거두어 비축해 두거나 이듬해에 다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었다."(237쪽)
첫댓글 청한님, 고전읽기에서 언제 한번 GMO 특강 좀 해주세요.